책소개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요?
절망과 역설의 세계에서 공동체를 지키는 민주주의의 마음
우리 사회에 재해, 범죄, 사고, 질병, 가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고통받는 약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고 힘이 없다. 더군다나 이런 문제를 우리의 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제도가 그런 비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 절망스럽기도 하다.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최태현 교수는 이 책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를 이런 절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근저에 민주주의의 주체와 제도를 둘러싼 여러가지 역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의회와 정부의 대표들은 정말 우리 모두를 대표하고 있을까?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 조직은 민주적으로 일하고 있나? 민주사회에 적합한 것은 민주적인 리더인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철인왕’인가? 우리는 어느 쪽을 원하는가? 이런 물음을 던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역설에 필연적으로 맞닥뜨린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고안한 제도들이 되레 민주적이지 않거나 공동체를 위협하기도 하면서 민주주의 자체에 회의적인 마음을 갖게 되는 또다른 역설이 벌어지기도 한다.
저자 최태현 교수는 이런 역설들을 억지로 감추고 손쉬운 희망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역설들이야말로 우리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지점이고, 이것을 인정하면서도 구성원 각자의 상상력과 마음을 통해 그 빈 곳을 메울 수 있을 때라야 희망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수많은 삶의 공간에서 공공성을 영역을 건설하는 ‘작은 민주주의’에 희망을 건다”.(신진욱 추천사) 정부의 역할에 실망하고 우리 사회의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독자들, 하지만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희망을 찾아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호소하듯 대화를 제안한다.
목차
인사말을 건네며
제1장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절망과 역설
제2장 들리지 않는 목소리
제3장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제4장 최후의 인간들이 머무는 곳
제5장 우리의 왕이 되어달라
제6장 민주주의의 마음
제7장 공공성과 ‘작은 공’
제8장 역설, 선택, 그리고 희망
이야기를 맺으며
감사의 글
주
찾아보기
저자
최태현 (지은이)
출판사리뷰
민주주의, 무엇이 역설인가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주의는 오늘날 복잡성이 증대한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민주주의가 효율을 따지기보단 구성원의 정치적 참여를 우선하는 제도임을 강조한다고 해도 거기 내재하는 제도적, 현실적 역설은 남는다. 그것이 이 책에서 지적하는 역설들이다.
이 책의 제2장에서는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인 대의제의 대표 개념을 둘러싼 역설들을 살펴본다. 대표의 본질, 선거 공약에 대한 책임, 관료의 대표성, 시민참여, 당사자, 대표되지 않는 것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며, ‘감춰진 세계’의 ‘작은 자’들이 대표되기 어려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와 역설을 꼼꼼히 따져본다.
제3장은 정부의 역설을 말한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정부는 결코 공정하지만은 않다. 정부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 가운데 풀고 싶은 것을 취사선택하며,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적 원칙을 지키는 문제에서 자신을 예외로 두는 역설적 태도를 보인다.
제4장은 조직과 민주주의의 관계에서 비롯하는 역설을 다룬다. 특히 ‘영혼 없는 공무원’ 문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우리는 공무원의 소극적인 행위와 태도를 비판하는 동시에 그들의 자의적인 행동에도 제약을 걸고자 한다. 시민과 공무원 간의 이러한 역설적인 마음의 관계를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5장은 민주사회에서 리더의 존재가 어떤 역설을 발생시키는지를 다룬다.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은 흔히 권력 자체를 좇는 특성이 있고, 권력은 그들을 쉽게 부패시킨다. 이런 권력추구자들은 선거에서 민주적 정부의 무능력을 조롱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얻어 바로 그 정부의 수장으로 선출되지만, 민주적 원리와 마음을 쉽게 파괴하곤 한다.
민주주의의 마음을 간직한 작은 공(共)
이 책의 후반부는 이런 역설적 조건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특히 ‘민주주의의 마음’과 ‘작은 공’을 제시하며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를 생각해본다.
제6장에서 ‘민주주의의 마음’을 제시하면서 저자는 먼저 민주주의가 제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균형과 견제, 투표, 다수결, 헌법 등이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향하고, 민주적 가치를 담는 마음이다. 저자는 기존의 사회과학이 인간을 합리적, 이성적 존재로만 가정하면서 마음의 문제를 놓쳤다고 분석하며, ‘마음이 곧 우리’라는 마음의 총체성을 강조한다. 특히 공정[충忠]과 너그러움[서恕], 부패, 두려움, 혐오, 사랑, 슬픔과 같은 공적 감정을 탐구하며 타인을 향하는 우리의 ‘작은’ 마음의 필요성을 논의해본다. 그러한 마음의 지향이 민주주의를 향할 때 민주주의의 희망도 발견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제7장의 주제인 ‘작은 공’은 사회적·정치적 존재의 단위를 이상적인 개인 혹은 문제 해결자로서 국가로만 설정해온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삶의 기본 단위에서 공공성의 단위를 재구성해보자는 맥락에서 고안된 개념이다. 저자는 ‘작은 자’들의 다양한 결사체인 ‘작은 공’이 여럿 모여 서로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공공성의 가치에 주목한다. 서로 과도하게 같아지지 않으면서 권력적 억압을 배제한 이 공동체에서 민주주의의 역설을 극복할 희망을 발견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처방적 관점을 넘어
우리 존재와 삶에 직접 질문을 던지는 공동체 만들기
저자는 이 책의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결국 이 책은 다양한 형태의 역설에 대한 논의를 통해 우리 삶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것, 세계를 단순화하는 행동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감추어진 세계에 주목하는 것, 우리에게 세계의 모든 문제를 풀 능력이 부재하다는 점을 살펴보는 것, 그러는 가운데 찾을 수 있는 겸손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멋진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찰을 도모하려는 것입니다. (…) 도대체 이 역설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를 우리의 마음과 작음에 초점을 두고 모색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47면)
대안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많다. 스스로 대안이 되겠다고 나서는 목소리 역시 많다. 저자는 이들을 결코 폄훼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결단과 헌신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는 것이 곧 유일한 해법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복잡하고 우리 자신이 역설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고 제안한다. 치열하고 섬세하게 희망과 대안을 찾되 겸손하게 경청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타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공적인 마음이야말로 그 동력이 된다는 점을 예리하게 통찰한다. 친절하고 호소력있는 어조와 행정학자로서의 실제적인 감각이 빛나는 이 책이야말로 동료 시민들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