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이노의 가르침』부터 『사피엔스』까지, 베스트셀러를 통해 세상 보기 ‘특집 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향한 불편한 시선, 이연숙의 ‘이마고 문디’
한국 학술장에 관한 진지한 대화, 이우창 × 김두얼 편집위원의 ‘대담’
더 나은 지식 공론장 《서울리뷰오브북스》
“우리는 다섯 권의 베스트셀러를 가져다 놓고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보고자 했다. 세상에 완벽한 책은 없으며, 베스트셀러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찬양이나 매도가 아니라, 이 책들이 어떤 면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 만했는지 하지만 어떤 점에서 부족했는지를 차분하게 살펴보았다.” ―김두얼, 「편집실에서」 중에서
특집 리뷰: 베스트셀러를 통해 세상 보기
《서울리뷰오브북스》(이하 《서리북》) 10호의 특집 주제는 ‘베스트셀러를 통해 세상 보기’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기적 유전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사피엔스』까지. 《서리북》 10호에서는 다섯 권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세상을 본다. 베스트셀러는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베스트셀러를 보면 시대와 대중의 욕망, 분위기, 세태를 감지할 수 있다. 사회학자 양승훈은 상반기 서점가를 휩쓴 『세이노의 가르침』을, 한승혜 작가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경제학자 이창근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끝으로 신경인류학자 박한선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뜯어본다. 그리하여 이 책들이 왜 시대의 부름을 받았는지, 책은 시대에 어떻게 응답했고 그 응답은 어떤 점에서 불충분했는지 등을 논한다.
목차
편집실에서 ∥ 김두얼
특집 리뷰: 베스트셀러를 통해 세상 보기
‘라떼’에 대한 혐오와 ‘길거리’ 지식에 대한 갈증 사이, 세이노의 자리 ∥ 양승훈
‘요약본’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 한승혜
‘이기적 유전자’라는 밈의 힘 ∥ 홍성욱
유려한 이야기, 날카로운 의식, 무딘 진단과 해법 ∥ 이창근
아주 잘 쓰인, 그러나 ‘생각’해야 할 ∥ 박한선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너무 많은 평등에 대한 불만들 ∥ 이연숙
디자인 리뷰
영화와 북 디자인, 시간과 공간의 재탄생 ∥ 정재완
북&메이커
가장 오래된 출판 잡지를 읽는 아주 새로운 방법 ∥ 김병희
리뷰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하나의 방법 ∥ 유정훈
‘문란한 돌봄’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서경
1980년대생에 대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 정인관
서양의 학술은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나 ∥ 박진호
정말, 그녀가 그랬다고? ∥ 이은경
박정희 시기 과학기술문화에 새겨진 젠더 질서 읽기 ∥ 현재환
대담
대학원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 김두얼, 이우창, 정인관(사회)
문학
잊혀지지 않은 물방울 ∥ 최재경
기괴한 사진과 화해하기 ∥ 조문영
지금 읽고 있습니다
신간 책꽂이
저자
양승훈, 한승혜, 홍성욱, 이창근, 박한선, 이연숙, 정재완, 김병희, 유정훈, 서경, 박진호, 이은경, 현재환, 이우창, 최재경, 조문영 (지은이),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은이)
출판사리뷰
“『세이노의 가르침』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절대다수라는 사실의 역설적인 증명이다.” 양승훈는 「‘라떼’에 대한 혐오와 ‘길거리 지식’에 대한 갈증 사이, 세이노의 자리」에서 서점가에 부는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태풍을 들여다본다. “60대 흙수저 출신 남성의 이야기가 대체 왜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양승훈은 구체적인 길거리 지식에 기초한 생존술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절대다수이고, 개처럼 벌지 않고도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스승을 찾기 어려운 사회적 현실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지식인들은 ‘지푸라기 잡는 개인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지식 생산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족집게 정리를 통해 암기하듯 외운 지식으로는 복잡한 응용도, 사유도 불가능하다.” 한승혜는 「‘요약본’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에서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살핀다. 대중과 시대의 어떤 욕망이 『지대넓얕』을 밀리언셀러로 만든 것일까? 한승혜는 지적으로 보이고 싶다는 욕망과 ‘요약본’에 대한 대중의 수요라고 답한다. 그러나 한승혜는 지적 대화를 위해서는 지성이, 지성을 위해서는 깊이가 필요함을 지적한다. ‘요약본’으로는 지식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지성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승혜는 『지대넓얕』을 ‘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파고들어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제목의 본질적 모순을 짚어 낸다.
“이기적 유전자는 이미 하나의 밈(meme)이 되었다.” 홍성욱은 「‘이기적 유전자’라는 밈의 힘」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다룬다. 진화에 관한 전복적인 주장을 담은 『이기적 유전자』는 출간판 직후부터 줄곧 베스트셀러였다.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가 출판되고 40년여 년 동안 유전자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갱신되었다. 그럼에도 『이기적 유전자』가 계속해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홍성욱은 이를 신자유주의 사회·경제 패러다임의 확산과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시대적 분위기와 연관 지어 검토한다.
“관찰의 깊이에 비해 ‘구조’에 대한 그의 분석과 해법은 다소 무딘 느낌을 준다.” 이창근은 「유려한 이야기, 날카로운 의식, 무딘 진단과 해법」에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다룬다. 이창근은 지글러의 관찰과 진단을 칭찬하면서도, 그의 분석과 해법은 다소 무디다고 평가한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의 가난과 기아라는 문제를 개별적 당위의 차원으로 이해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지글러가 빈곤의 원흉으로 간주하는 무역과 투자가 저소득국의 발전에 핵심적인 도구일 수 있다는 점을 짚는다. 나아가, 이 책이 한국의 많은 학교들에서 필독서로 선정되고, 교육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빈곤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너무 열광하지도 말고, 너무 의심스럽게 보지도 말자.” 박한선은 「아주 잘 쓰인, 그러나 ‘생각’해야 할: 노스케 테 입숨」에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톺아본다. 박한선은 『사피엔스』를 다룬 서평에서 미개에서 발전된 서구로 나아간다는 진보주의의 잘못된 믿음을 짚어 낸다. 그에 따르면, 『사피엔스』는 진보주의에 대해 ‘비판을 살짝 토핑한 찬성’에 기운다. 나아가 『사피엔스』에서 인류의 발전을 설명하는 중요한 고리인 ‘공유 믿음’, ‘인지혁명’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서리북》 편집위원을 포함해 각 분야의 전문가 필자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유정훈은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하나의 방법」에서 ‘정의감 중독’이라는 용어로 오늘날의 세태를 분석하는 『정의감 중독 사회』에 대해 살펴본다. 유정훈은 ‘정의 구현’, ‘참교육’과 같은 말이 널리 쓰이고 사적 복수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의 시의성이 높다고 말한다. 유정훈은 책의 저자를 따라, 정의감과 그 근저의 분노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의 정의와 당신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분노와 정의감 중독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유정훈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해 성찰하며, 『정의감 중독 사회』가 지닌 한계를 짚어 본다.
서경은 「‘문란한 돌봄’의 세계로 초대합니다」를 투고하여, 성소수자 주거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를 소개했다. 서경은 무지개집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기획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두고, 성소수자를 돌보지 않는 국가에 맞서, 국가의 역할을 민간에서 먼저 해 보이는 방식의 저항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서경은 성소수자들이 겪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있어 제도적 변화가 지니는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를 넘나드는 다양한 상상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제기한다.
정인관은 「1980년대생에 대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에서 고재석의 『세습 자본주의 세대』를 비평한다. 정인관은 『세습 자본주의 세대』의 핵심적인 논의를 부동산과 비정규직에 대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특히 부동산 문제와 그에 관한 사람들의 묘사가 다소 평면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세대 간 경험의 차이를 강조하다 보니 세대 내 경험의 차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살펴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짚는다.
박진호는 「서양의 학술은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나」에서 야마모토 다카미쓰의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를 다룬다. 일본이 서구 근대를 받아들이던 시기의 지식인 니시 아마네의 연구를 다룬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를 다루며, 박진호는 오늘날 우리 사고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아는 것이 우리 생각의 근본, 원천을 돌아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박진호는 책이 서양 개념어의 번역보다 서양 학문의 체계에 대한 니시 아마네의 생각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지적하며 백수십 년 전 니시 아마네가 시도한 학문의 전체 체계를 세우고 분과 학문들을 그 속에 적절히 배치하는 작업이 지금도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오늘날 학문 제도와 관행에 대한 성찰을 요청한다.
이은경은 「정말, 그녀가 그랬다고?」에서 에이미 스탠리의 『에도로 가는 길』을 다룬다. 이은경은 이 책을 두고, 한 여성의 개인사와 에도라는 도시의 풍경을 에도 시대의 정치·사회적 변화의 흐름과 절묘히 엮어 낸 시도라고 말한다. 또한 이은경은 성폭력을 당했다는 쓰네노의 진술을 대하는 저자의 인식의 변화에 주목한다. 이은경에 따르면, 저자는 2017년 ‘#미투’를 목격하며, 혼란스러운 쓰네노의 진술을 의심하던 시선을 거두고, 그녀의 일관성 있는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부심했다. 이로부터 이은경은 피해자의 진술을 대하는 역사학자의 고민을 성찰한다.
현재환은 「박정희 시기 과학기술문화에 새겨진 젠더 질서 읽기」에서 이선옥의 『박정희 시기 과학기술문화에 새겨진 젠더 질서 읽기』의 서평을 썼다. 현재환은, 1960-1970년대에 출간된 다양한 잡지들에서 박정희 시기의 과학주의 담론을 젠더 문제 그는 이 책을 통해 당시 문화적 장에서 과학기술이 어떻게 논의되고 인식되었는지를 파악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례 분석과 개념들을 다루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비역사성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다.
대담: 「대학원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번 호에는 그동안 《서리북》에서 볼 수 없었던 코너인 〈대담〉이 새롭게 자리한다. 김두얼 편집위원은 지난 9호에서 우리나라 대학원의 문제점과 발전 방안을 논의한 『한국에서 박사하기』에 대한 서평을 썼다. 이후, 이 서평과 관련하여 SNS와 《교수신문》 등에 여러 반향이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논의들을 정리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이우창과 김두얼 편집위원의 대담을 실었다.
대담 「대학원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서 김두얼 편집위원은 우리나라 대학원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최고가 되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이라고 발언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 학계의 존재감이라는 문제는 단순히 학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재감이라는 문제로 귀착된다는 점을 짚는다. 이를 위해 김두얼은 한국에 있는 대학원에서 세계의 학술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현실적인 대안들을 고민하자고 말한다. 대담자인 이우창은 인문사회 대학원의 위기라는 상황 속에서 한국 대학원의 제도적 환경을 살펴보자는 문제의식하에 『한국에서 박사하기』가 기획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한 ‘지도교수에 의존하지 않는 커리큘럼’, ‘연구자들의 네트워크·클러스터’ 등의 대안에 대해 설명한다.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어떤 영화도 다른 영화에 비해 더 윤리적이거나 덜 윤리적일 수는 없다.”
이마고 문디에서는 이연숙(리타)이 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영화를 둘러싼 여성주의 비평에 대해 이야기한다.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경쟁작에 선정되고 각본상, 퀴어종려상 등을 수상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남성 중심적 응시에서 벗어난 여성주의적 재현의 모범으로 여겨지며 세간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연숙은 여성주의가 대중주의와 영합해 특수한 문화적 전선을 형성한 결과로서 모든 시각적 쾌락이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주의, 이성애 중심주의와 같은 ‘블랙홀’ 속으로 사려져 가는 것에 대해 경계를 표한다. 나아가 이연숙은 화가 마리안느와 귀족 엘로이즈와 더불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중심 인물인 하녀 소피를 통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여성들이 평등하다는 생각 역시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세 사람─귀족, 화가, 하녀─의 계급적 차이에 주목할 경우, 하녀는 보여지는 피사체이자 수동적인 대상으로 전락하며, 분명 귀족과 화가와는 다른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리뷰
“매체의 다름을 정확하게 이해할수록 영화는 책에서 고유한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디자인 리뷰에서는 정재완이 「영화와 북 디자인, 시간과 공간의 재탄생」이라는 제목의 디자인 비평을 썼다. 정재완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이야기 방식을 지닌 영화를 책으로 만드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체적으로 정재완은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에 기초한 『김군을 찾아서』, 김기영 감독 영화 〈하녀〉 시나리오, 감정원 감독 영화 〈희수〉와 『스틸 컷, 희수』를 통해 영화를 책으로 구현해 낸 방식을 살핀다.
북&메이커: 출판의 낭만과 일상
북&메이커에서는 김병희 알라딘 커뮤니케이션 운영이사가 「가장 오래된 출판 잡지를 읽는 아주 새로운 방법」라는 제목 아래, 알라딘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투비컨티뉴드’와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올해 1월, 알라딘은 투비컨티뉴드라는 디지털 창작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병희는 투비컨티뉴드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창작자를 중심에 두는 지향 등 투비컨티뉴드의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투비컨티뉴드에서 번역·출간하는 ‘가장 오래된 출판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번역 실험 또한 소개한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최재경과 조문영의 에세이 2편이 실렸다.
최재경은 「잊혀지지 않은 물방울」에서 사라진 책 한 권으로부터 시간을 거슬러, 대학원 시절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시간을 회고한다. 사라진 책은 The Unforgotten War: Dust of the Streets로, 한국전쟁 고아로 미국에 입양되어 성장한 토마스의 자서전이다. 최재경은 미국에서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토마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토마스는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다큐멘터리를 보며 토마스는 ‘영화 속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다큐멘터리 속 어린 자신의 모습을 애정과 연민의 눈으로 보는 토마스의 모습에서, 어린 토미를 바라보는 현재의 어른 토마스가,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아버지처럼 토미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며, 토미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편집위원 조문영은 「기괴한 사진과 화해하기」에서 스마트폰 속 ‘접근 금지’ 사물로 남은 아버지의 임종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낸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임종 직후 고인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어 보호자에게 문자로 전송하는 일은 코로나19의 매뉴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최재경은 이 사진으로부터, 죽음과 대면하는 적절한 의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 팬데믹 시기를 되돌아보며, ‘존엄’한 죽음에 대해 고민한다.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2020년 12월 0호로 출발하여 2023년 6월, 10호에 이른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12인의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에, 이를 내부에서 돌려 읽으면서 비판을 듣고, 이를 반영해서 글을 고친다. 타인의 책을 비평하고 비판하듯이, 자신들의 글도 같은 비판의 과정을 거친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2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좋은 책은 무엇인가에서, 좋은 서평은 무엇인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