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특집 리뷰
빅 북(Big Books), 빅 이슈(Big Issues)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이번 5호로 창간 1돌을 맞았다. 5호의 특집 주제는 ‘빅 북(Big Books), 빅 이슈(Big Issues)’이다. 월드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에서 2016년에 최고영예상을 수상한 이정호 작가의 신비롭고 묵직한 그림이 표지에 실려, 특집 주제의 의미를 또렷하게 상기시킨다.
‘빅 북(Big Books), 빅 이슈(Big Issues)’란 어떤 책, 어떤 주제를 가리키는가. 소위 ‘벽돌책’이라 불리는 빅 북에는 물리적으로 두꺼운 책,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저자와 그들의 대표적 저작들, 현대를 비롯한 각 시대의 정신과 사회적 요구를 가로지르는 책 등이 들어간다. 여섯 명의 특집 리뷰 필진이 읽은 ‘벽돌책’은 총 6,780여 쪽에 달하고, 각 벽돌책의 평균 쪽수는 약 750쪽이다. 이번 호 책임편집을 맡은 강예린 편집위원은 건축과 책을 연결 짓는다. “레이아웃(layout)”을 통해 “내용물의 가상 공간을 만드는 점”, (글을) “짓고” (건물을) “짓”는다는 점 등은 건축과 책의 세계가 통하는 점들이다. 그는 벽돌책에 대해서도 “두께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질리는 책”, “세상을 향해 묵직하게 던질 수 있는 발언과 이슈”가 있는 책으로 정의 내린다.
목차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실에서∥강예린
특집 리뷰: 빅 북(Big Book)이 던진 빅 이슈(Big Issue)
세계의 운명을 설명하는 거대 서사 ∥주경철
역사로 보이고 싶은 것과 역사가 말하는 것 ∥김두얼
이 희귀한 DNA, 생활과 정책과 건축의 아카이브 ∥권보드래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의 자본주의 ∥이두갑
세상은 좋아졌다, 그런데 왜? ∥홍성욱
위대한 철학 여정의 시작 ∥박정일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베네데타〉, 레즈비언 예수의 불경함 ∥이연숙
리뷰
'진짜 동아시아사'가 나왔다 ∥박훈
청대 고증학과 그 시대적 배경 ∥박진호
건축은 언제 완성되는가 ∥강예린
가난한 개인은 그 자체로 세계다 ∥조문영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 찾기 ∥심채경
혁명과 철학자, 철학자의 혁명 ∥송지우
디자인 리뷰 과연 그것이 책일까? ∥구정연
BOOK&MAKER: 출판 동네 이야기
홀로 혹은 여럿이, 함께, 책 만드는 사람들 ∥황혜숙
문학
내일은 무엇을 할까 ∥김소연
자신이 쓴 글을 태워 달라 했던 마음, 태우지 않았던 마음, 그 말을 믿지 않았던 마음 ∥이치은
맞춤형 번역 기획안∥노승영
신간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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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주경철, 김두얼, 권보드래, 이두갑, 홍성욱, 박정일, 이연숙, 박훈, 박진호, 강예린, 조문영, 심채경, 송지우, 구정연, 황혜숙, 김소연, 이치은, 노승영 (지은이),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은이)
출판사리뷰
“왜 서구가 그토록 부유하며 또 막강한 힘을 가지고 나머지 세계를 압도하게 되었는가?” 주경철은 「세계의 운명을 설명하는 거대 서사」라는 제목으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스테디셀러 『총, 균, 쇠』의 서평을 썼다. 세계 불평등의 진짜 원인에 대해 “지리적 여건”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세상에 완벽한 연구는 없다” 김두얼은 「역사로 보이고 싶은 것과 역사가 말하는 것」에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통해 ‘한국 경제 위기 담론’을 자세히 다룬다. 피케티의 학계에서의 “입지와 학문적 배경을 충실히 살피면서” “대가”의 저작을 비판적으로 독해하길 권한다.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살 것인가. 각자의 삶이 타인의 삶과 어떻게 만나길 바라는가.” 권보드래는 「이 희귀한 DNA, 생활과 정책과 건축의 아카이브」에서 “주거·건축·정책의 역사”를 담은 박철수의 『한국주택 유전자』를 훑는다. 개인 및 공동체적 주거의 역사와 교차하며, “내가 살고 싶은 집”의 그림이 어디서 연유한지 찾아 나선다.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생존을 위해 채취와 오염 생산에 동원되는 빈자들을 위해 어떻게 정의를 구현할 것인가?” 이두갑은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의 자본주의」에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와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를 리뷰한다. “기후 위기의 구조적 배경과 재난의 일상성”의 극복을 아프리카의 빈자와 작가-활동가들의 실천적·대안적 활동에서 찾는다.
“그래서 세상은 진보한 것인가?” 홍성욱은 「세상은 좋아졌다, 그런데 왜?」에서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지금 다시 계몽』를 리뷰한다. 2천여 쪽이 넘는 두 책에서 “세상이 좋아졌다”는 핑커의 주장과 이에 대한 여러 근거의 허점을 지적한다.
“그는 베토벤이 미친 듯한 열정으로 작곡을 했듯이, 그런 정신으로 자신의 책을 끝내고자 했을 것이다. 그의 책도 음악 같아야 한다고 말이다.” 박정일은 「위대한 철학 여정의 시작」에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를 리뷰한다.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연구자로” 10년을 걸어 온 철학자의 깊은 시선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관과 태도를 짚는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편집위원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깊은 서평들이 이어진다. 박훈은 「‘진짜 동아시아사’가 나왔다」에서 미야지마 히로시의 『한중일 비교 통사』를 통해 “진짜 동아시아사”를 살핀다. 특히 미야지마 주장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근대란 무엇인가”에 대한 “육성과 실감에 귀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박진호는 「청대 고증학과 그 시대적 배경」에서 기노시타 데쓰야의 『고증학의 시대』를 읽으며 고증학의 성립과 의의를 풀어 낸다. 유학의 역사로부터 시작하여 문자학, 음운학, 문헌학 등의 주요 연구 성과들을 살피고, 일본과 조선, 중국 등에서의 고증학 수용 과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강예린은 「건축은 언제 완성되는가」에서 『풍화에 대하여』에서 제시한 ‘풍화가 건축, 디자인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자신의 건축 세계를 점검한다. “쉽게 수긍할 수 있으나 따라 실천하기는 당혹스”러운 ‘풍화의 건축화’는 자연이 남긴 흔적을 자연스럽게 건축과 디자인의 요소로 “인정”하자는 저자의 주장에 “후대 건축가”로서 복잡한 마음을 남긴다. 조문영은 「가난한 개인은 그 자체로 세계다」에서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로, 자본주의 시대에 빈자들의 주거에 대한 문제 제기 앞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담담히 묻는다. “서울역 맞은편 양동 쪽방촌” 주민과 활동가 등이 함께 만들어 온 이 책을 빈자의 “섬세한 선언문”으로 고쳐 읽는다.
심채경은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 찾기」에서 세라 스튜어트 존슨의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를 리뷰한다. 저자를 비롯해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과학자들”의 여정을 전문적으로 실은 책에 탄탄함에 놀라면서도, ‘행성과학’과 ‘화성’에 대한 지식의 지평이 얕은 국내 환경을 안타까워하며, 독자들의 보다 많은 관심을 촉구한다. 송지우는 「혁명과 철학자, 철학자의 혁명」에서 국내에 미출간된 벤자민 립스콤의 The Women Are Up to Something과 레아 유피의 Free 두 권을 읽는다. “여성에게” 무엇이든 당연한 일이 아니던 시절, 철학자로, 혁명가로 자랐던 네 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혁명, 역사와 그리고 철학자와의 만남의 의미를 “생생한 모험기”로 조명한다.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영화 〈베네데타〉의 한 장면.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호 영화 비평 〈이마고 문디〉에서는 이연숙(리타)의 〈베네데타〉 비평이 실렸다. 〈베네데타〉는 “‘레즈비언 수녀원장 충격 실화’와 같은 자극적인 홍보 문구와 함께” 지난해 개봉한 폴 버호벤의 “문제작”이다. 2021년 SeMA 하나평론상을 수상한 이연숙은 〈베네데타〉와 원작 『수녀원 스캔들』과의 연관성, 버호벤이 영화에 펼친 종교적 세계를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살핀다. 레즈비언과 예수, 성모 마리아와 딜도 등 과거에나 지금에나 다소 금기시되는 종교적 상징을 버호벤이 영화에서 어떻게 풀어내는지, 이연숙의 세밀한 비평을 따라가다 보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디자인 리뷰
〈디자인 리뷰〉의 세 번째 필자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있는 구정연이 맡았다. 김형진의 『Essential Structure of ‘The Book’』과 『시청각 문서』 등의 책을 살핌으로써,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올린다. 또한 2021년 겨울, 더북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전시 〈부분〉과 책 『부분』을 비교하며, “책의 부분에서 시작하지만 책 전체로 끝”나는 책의 여정을 곱씹는다. 우리가 정의하는 책의 의미를 돌아보고, “책의 다성성을 향한”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Book & Maker: 출판 동네 이야기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북&메이커〉에서는 황혜숙 창비 편집국장이 “단군 이래에 최대의 불황과 제작 대란”을 겪고 있는 ‘출판 동네 이야기’를 전한다. 1인출판사부터 대형 출판사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개성과 고유함을 무기로 길을 내고 있는 여러 출판사들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이 마냥 녹록지는 않”지만, “잘 알고, 잘 하고 잘 다룰 수 있는” 책 만들기 세계에서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동료 출판인들을 다시 한번 독려한다.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를 이 터널”의 끝을 만날 수 있을까.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서는 다채로운 세 작가의 에세이가 실렸다. 먼저 김소연은 「내일은 무엇을 할까」에서 “꿈속에서” “헤매고 다니”는 여정을 이야기한다. “팬데믹 이후에 직접 겪은 사건”이 줄면서, 꿈에서 마주하는 일들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음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치은은 「자신이 쓴 글을 태워 달라 했던 마음, 태우지 않았던 마음, 그 말을 믿지 않았던 마음」에서 “자신의 원고를 모두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긴 작가들의 마음을 가늠해 본다. 또 “책을 불태워 달라 했던 말을 믿지 않았던 마음들을 소환”하여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졌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노승영은 「맞춤형 번역 기획안」에서 “소꿉북스 출판사 대표”를 통해 번역가로서의 자신을 드러낸다. “스마트폰”, “전자책” 등 디지털 시대에 번역의 의미와 미래는 어떠한지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알 듯 말 듯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합니다.”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2022년 3월, 창간 1주년을 맞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13인의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에, 이를 내부에서 돌려가며 읽으면서 비판을 듣고, 이런 비판을 반영해서 글을 고친다. 타인의 책을 비평하고 비판하듯이, 자신들의 글도 같은 비판의 과정을 거친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2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좋은 책은 무엇인가에서, 좋은 서평은 무엇인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