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화학의 역사는 우주를 이루는 모든 입자의 역사다
물질 연구의 역사로 물질세계의 역사를 돌아보다
“모든 것이 화학이다”
화학이라는 학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곧 이 우주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에 대해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과도 같다. 화학의 역사는 인류가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의 변화를 포착하고 분석한 역사이자, 물질 변화의 발견과 연구, 활용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아는 것은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를 아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쌓아온 과학의 역사에 대한 관록과 연륜을 짧은 소개에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중요한 인물들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저자는 화학사의 굵직한 논쟁과 획기적인 발견 및 발견을 들려준다. 마치 한 편의 강의와도 같은 이 책은 ‘Alles ist Chemie’, 즉 모든 것이 화학이라는 문장으로 화학사의 간략한 소개를 끝마치고, 더 넓고 깊은 세계로의 탐험을 부추긴다.
마치 요리책처럼, 누구나 광물의 성분을 결정할 수 있게 한 체계적인 분석표의 출현은 무기물에 관한 화학(결국은 여기에 무기화학이라는 칭호가 붙게 된다)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수은, 황 및 소금과 같은 물질을 구성하는 (또는 적어도 이러한 실제 물질들의 높은 순도나 이상적 형태를 지닌) 원소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균질한 물질들의 대규모 무리로 확장되었다. 이 균일한 물질들은 물질 구성과 친화력에 대한 설명에서 고화학자들이 원소들과 미립자로 인식했던 바로 그 물질들이었다. _82쪽
이 책은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화학사의 여러 사건과 주제를 효과적으로 소개한다. 1장 ‘물질의 본성에 관하여’에서는 연금술이 촉발한 물질 연구의 시작을 살피고, 2장 ‘물질의 분석’에서는 기독교의 성변화(聖變化) 교리와 그리스와 아랍에서 온 고화학 간의 충돌 및 화학 발전에의 기여에 대해 다룬다. 3장 ‘기체와 원자’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난 화학 혁명을, 4장 ‘유형과 육각형’에서는 유기화학 연구를, 5장 ‘반응성’에서는 물리학과 화학의 관계를 짚어본다. 마지막으로 6장 ‘합성’에서는 물질의 합성, 여성 화학자들의 활약 등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고찰한다.
목차
개요
제1장. 물질의 본성에 관하여
제2장. 물질의 분석
제3장. 기체와 원자
제4장. 유형과 육각형
제5장. 반응성
제6장. 합성
에필로그 / 감사의 말 / 참고문헌 / 독서안내 / 주 / 역자 후기 / 도판 목록
저자
윌리엄 H. 브록 (지은이), 김병민 (옮긴이)
출판사리뷰
플로지스톤에 반대하는 학자들이 논쟁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이 그들의 과학 이론으로 개입하려는 것에 대한 화학자들의 반대는 19세기와 20세기 동안 지속되었고 심지어 오늘날에도 화학이 물리학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주장을 화학자들이 거부하면서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 화학 혁명은 직업적 전문화와 새로운 교육기관과 진로와 학술지의 창설의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정부(특히 프랑스 정부) 역시 고등교육과 자격 검증 제도를 계획했기에 국가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_115쪽
파괴적인 과학이라는 오명
공업뿐만 아니라 농업, 수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학물질이 일으켜온 각종 환경 오염과 양차 세계대전에서 활용된 방식 때문에, 화학은 종종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과학 분야로 여겨졌다. 기술적 발전을 위해 이와 같은 속성을 은폐한 점도 화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악화하는 데에 기여했다. 그러나 화학이 늘 폭발과 오염을 낳는 것만은 아니다. 오염의 정도를 밝히고 기후재앙의 원인을 밝혀내는 등 화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래핀을 발명하고 나노테크놀러지를 개발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발전시켜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항상 약학과 의학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는 했지만, 제2차세계대전 이후 화학은 생물학 쪽으로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또한 천체화학, 지구화학, 재료화학이라는 명칭이 암시하듯 일부 논평가들은 화학을 자연과학의 다른 영역들에 유용한 과학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또다른 논평가들에게 이는 화학이 다른 과학 학문에 스며드는 것으로 보였다. 화학이라는 학문 그 자체는 자연을 연구하는 중심 과학인 필수적인 기초 학문이 되었다. _189쪽
인류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 학문
화학의 개별 학문으로서의 입지가 꾸준히 시험에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오히려 화학이 여타 과학 분야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도 화학은 생화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재료과학 등으로 변모하며 다양한 분야의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기까지는 인류의 역사 전반에 걸친 길고도 지난한 화학 정립의 역사가 있었다. 그리스시대의 연금술 이전에도, 중동 지역의 고대 문명에서부터 화학물질을 식별하고 이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온도를 조절하여 물질의 본질과 외형, 그리고 성질을 변하게 만드는 기술은 기원전부터 발견되고 개발되며 인류의 발전과 맞물려 진화해왔다. 원자 개념과 원소 명명법, 기호 등의 발명과 실험실 개선 등 화학자들이 지금과 같은 연구 환경을 갖추고 화학이 연구 분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대학이 순수 학문을 넘어선 융합적인 교육기관으로 거듭난 지금, 전문가들은 융합 과학의 시대에 화학이라는 연구 분야가 더욱 빛을 발하리라고 전망한다. 모든 물질이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듯, 화학의 역사는 인류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의 역사다.
세부 전문 분야의 엄청난 증가로 곧바로 분석화학과 무기와 유기화학 및 물리화학이라는 부문 내에서도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세부 회의체가 마련되었다. 예를 들어, 물리화학 부문 내 전문 학회인 패러데이 학회는 1903년 런던에서 설립되었으며 1923년에는 전기화학 이론에 관한 모임을 열었다. 연구와 회의 참석으로 해외를 이동하며, 서로 다른 학문과 산업적 맥락에서 일어난 교류는 스웨덴 역사학자 스타판 베리빅(Staffan Bergwik)이 언급했던 것처럼 ‘여러 연구소와 대학 그리고 여러 학회와 기업을 관통하며 자연과학이 이동하는 모세혈관망’을 20세기와 당시의 화학자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_1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