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21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의인화된 식용유 아이크즈의 여정을 통해 쓰레기가 버려진 이후를 상상해 보고, 재활용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폐기름이 된 아이크즈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지속 가능한 나라’로 떠난다. 재활용의 마법을 통해 빛나는 모습을 다시 찾은 아이크즈에게 앞으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고, 나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법의 문을 지나면』은 메리엠 에르메이단, 메르베 아틸간, 두 튀르키예 작가가 쓰고 그린 책이다. 패턴과 대칭성이 돋보이는 이국적인 그림을 통해 이야기 속의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저자
메리엠 에르메이단 (지은이), 메르베 아틸간 (그림), 김인경 (옮긴이)
출판사리뷰
★ 2021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버리고 난 ‘다음’을 생각해 보기
#환경 #지속가능성 #재활용
국내 하루 평균 쓰레기 배출량은 50만 톤이 훌쩍 넘는다. 특히 코로나 이후, 배달 음식 주문이 많아지면서 가정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양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택배의 포장재들도 빼놓을 수 없다.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다와 북극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때면, 내가 버린 쓰레기가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지속가능성’은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 지 오래이지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마법의 문을 지나면』은 의인화된 식용유의 모험을 통해 재활용의 과정을 우화적으로 담고 있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재활용의 마법
아이크즈는 ‘쇼핑의 나라’의 한 가게 선반 위에 놓여 있던 식용유이다. 채소와 과일, 꽃이 비닐로 포장되는 이곳은 매일매일 많은 물건들이 소비되고 또, 쓰레기로 버려지는 우리의 현실과 꼭 닮아 있다. 아이크즈는 어느 가정집에서 요리에 쓰이게 되는데, 한번 끓고 폐기름이 되자 버려진다. 환경미화원에게도 수거를 거부당하자 아이크즈는 숨을 곳을 찾아 나서고, 친절하고 지혜로운 노인을 만나 함께 ‘지속가능한 나라’로 향한다. 재활용에 대한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쓰레기의 입장에서 서술되기 때문이다. 신문지와 유리병, 천가방 등 버려진 물건들이 의인화되고, 쓰레기가 자연 속에 묻히는 것이 숨바꼭질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어린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늘 버려지고 재활용되는 대상이던 쓰레기가 주인공이 된 것이다. 아이들은 쓰레기가 버려진 후에 어떤 일들을 겪는지를 보면서 재활용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아이크즈가 ‘마법의 문’을 통과하는 것으로 재활용이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지속가능성이나 자원의 순환 등 자칫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이 어린이의 언어로 쉽게 전달된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쓰레기들
원래 맑고 깨끗했던 아이크즈는 거무튀튀한 폐기름이 되면서 자신의 모습을 잃고 만다. 쓸모없고 해롭다는 이유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자 크게 상처를 받으며, 상냥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던 모습도 점점 찾아 보기가 어려워진다. 그런 아이크즈가 ‘마법의 문’을 통과한 후 원래의 빛나는 모습을 되찾은 것은 ‘나다움’을 찾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원의 입장에서 재활용이란, 자원이 스스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폐식용유는 어떻게 될까? 예전에는 가정에서 처리하기가 난감할 뿐더러 하수구에 버려져 수질 오염을 유발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활용돼서 바이오 디젤이나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 등 친환경 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크즈도 이렇게 새로운 일에 다시 쓰일 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환경을 늘 생각할 수 있도록 마음속에 별을 심는 그림책
『마법의 문을 지나면』은 메리엠 에르메이단이 교사이자 엄마로서 아이들이 재활용의 개념을 쉽고 재밌게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실제로 재활용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지혜로운 노인이 아이크즈를 존중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듯, 쓰레기들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재활용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같은 튀르키예 작가인 메르베 아틸간의 그림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오염된 환경을 반영한 듯 전반적으로 톤다운되어 회색빛이 도는 그림은 슬픔에 빠진 아이크즈의 마음과도 상응한다. 그림의 또다른 특징으로는 옷감이나 자연물이 대칭을 활용한 패턴을 이루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시간을 겹겹이 쌓아올리는 듯한 이국적인 그림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한다. 한편, 책을 완전히 덮을 때까지 별 문양의 그림이 배경처럼 계속 등장하는데, 이 마법 같은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마음에 반짝거리며 오래도록 남길 바라는 소망이 담긴 것만 같다. 이 반짝임이 우리가 환경 오염의 위기으로부터 지구를 지켜 나가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