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적인 지정학 전문가가 말하는 국경의 미래
심해와 우주를 넘어 디지털 영역에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땅 따먹기” 전쟁
국경은 이동하고,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진다. 강대국들의 점유와 그들만의 협의로 그어버린 세계 곳곳의 국경선은 현재의 긴장과 분쟁을 몰고 왔다. 산맥과 강, 바다로 이루어진 천연 국경도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의 감소, 물의 범람, 해수면 상승 등의 이유로 현재의 국경을 재설정하도록 압박한다. 국경을 맞대고 으르렁거리는 나라들은 땅을 벗어나 바다에서도 경계를 긋기에 바쁘며, 지구의 외계 공간에서도 영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지정학자가 들려주는 ‘국경 전쟁’의 양상은 국경이라는 주제로 현재의 세계를 둘러보게 만들며 현재 우리의 국경에 대해서도 숙고하는 기회를 준다.
목차
옮긴이의 글 _ 005
들어가며 _ 008
1장 국경은 중요하다 _ 041
2장 움직이는 국경 _ 091
3장 수중 국경 _ 119
4장 사라지는 국경 _ 165
5장 무인지대 _ 195
6장 승인되지 않은 국경 _ 233
7장 스마트 국경 _ 265
8장 우주 국경 _ 295
9장 바이러스 국경 _ 331
후기 _ 356
참고 문헌과 자료 _ 370
저자
클라우스 도즈 (지은이), 함규진 (옮긴이)
출판사리뷰
국경이란 무엇인가? 국토의 3면이 바다이고 위로는 휴전선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면서 국경을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다. 비자와 여권을 들고 배나 비행기로 다른 나라의 항만 혹은 공항에 도착하면 그 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국경을 마주한다. 이렇듯 국경은 우리 삶과 멀리 있다. 하지만 매일 국경을 마주하고 국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때로는 국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거나 국경을 넘다가 숨지는 사람들이 있다.
국경은 왜 중요할까? 원론적인 대답이지만,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경은 한 나라의 영토를 승인해주기 때문이다. 국제 협정에 따라 어떤 지역이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4가지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영토’다. 그리고 그 영토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국경선이다.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은 소식이 들렸다. 태평양의 해저 화산이 폭발하면서 그 충격파가 태평양 연안 일대를 휩쓸고 일본까지 쓰나미 공포에 떨었다. 직격탄을 맞은 통가는 국토의 대부분이 화산재에 덮여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언제 복구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통가는 더욱 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섬이 됐다. 국경이 사라진다면 통가의 주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도 국제 사회를 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한때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조지아도 과거의 국경선을 되찾고자 하는 러시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러 민족과 인종, 종교까지 얽히면서 분리와 통합을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지며 이는 내전으로 격화되기도 한다.
해방 후 지금까지 우리의 국경은 늘 그대로였다. 물론 북한과 오랜 대치 상태에 있고 간혹 휴전선을 넘는 일이 뉴스에 대서특필되긴 하지만 우리에게 국경 문제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1년 365일, 평생을 국경문제와 씨름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금 살고 있는 땅이 누구의 영토인지 확정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생활한다. 이스라엘과 분명한 국경선을 나누는 일은 매우 요원하며 국경은 끊임없는 긴장 상태를 낳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지대를 두고도 각국 정부는 서로 으르렁댄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표적인 예다. 해발 고도 수천 미터의 히말라야 빙하지대에 있는 국경선을 지키느라 양국 군대는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함은 물론이고 무기를 동원해 전투까지 벌인다. 물론 사상자도 발생한다. 지중해의 키프로스를 둘러싼 터키와 그리스 그리고 EU의 갈등,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베트남의 충돌, 트럼프의 장벽 공약으로 더욱 주목을 받게 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급수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더스강과 나일강 유역의 나라들......이렇듯 국경 분쟁은 한 나라의 국정 운영에 중대한 부분을 차지하며 그 나라의 국민들도 일상에서 늘 국경 문제와 마주한다.
한편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국경도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대부분이 수몰 위기에 처한 몰디브, 키리바티 같은 태평양의 섬나라들이다. 이들의 땅이 점점 바닷물에 잠식될 경우, 수만 명의 기후 난민은 어디론가 안전한 지대로 이동해야 할 테지만 국제사회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기발한 제안을 했는데, 거대한 준설 프로젝트를 통해 땅을 메우고 인공섬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제안을? 대륙붕과 영해의 잠재 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 접한 연안국은 200해리(370킬로미터)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지는데, 태평양 섬나라의 경우는 그 넓이가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섬나라의 영토를 지켜주는 대신 영토 주도권을 행사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렇듯 바다도 중요하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 공동의, 모든 나라가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대로 항해하고 어업을 하고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연안국들이 누리고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 외의 모든 바다는 사실 공해(high sea)이며 이는 어느 나라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공해의 문제는 바로 ‘공유지의 비극’을 보여준다. 약탈에 가까운 어획량과 무자비한 해저 자원 채굴에 앞장서고 있는 중국 같은 특정 국가의 움직임을 제어하거나 막을 방도가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협약과 논의는 늘 탁상공론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남극을 놓고 벌어지는 국경 분쟁에서도 중국의 활약상은 두드러진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자원 쟁탈전의 단면일 뿐이다.
우주 공간도 국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달 식민지와 화성 여행, 수많은 인공위성들은 저마다 특정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며 무주공산인 우주에 먼저 깃발을 꽂기 위한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우주군을 창설했으며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테슬라를 비롯하여 각국의 민간 사업자들이 정부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고 있다. 이는 물론 지구상에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우주 자원 채굴이 그 목적이다. 현재 110개국 이상이 가입되어 있는 우주 조약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하는 외계 공간은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우주 패권’의 시대에 어떤 국가도 이 조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국경은 나와 우리를 나누는 선이며, 누군가를 보호하고, 누군가를 배척하며,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이며, 그 결정의 배경은 무엇인가? 오늘도 세계 어디선가는 사람들이 국경을 넘다가 목숨을 잃는다. 이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오늘날 비자와 여권을 가진 부유국의 시민들은 국경을 넘어 자유로이 이동을 하지만, 빈국과 분쟁 지역의 사람들은 국경에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다.
국경 없는 세상은 단지 존 레논의 노래에 나오는 공상일 뿐일까? 정치적인 문제에 골똘해 있는 동안 기후 위기와 극단적인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길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미 환경주의자들이 50년 전에 경고했듯이, 우리는 오직 하나뿐인 지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전체 생태계와 우리의 집단적 관계에 대해 엄혹한 선택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