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수목한계선을 따라 북부 숲을 방문한 4년여의 여정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하여
북부 지방 여섯 곳(스코틀랜드, 노르웨이,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에 방문해 ‘지구의 진짜 허파’이자 지구 최북단 숲 북부한대수림에서 기후변화와 수목한계선을 연구한 4년여의 여정을 담은 지구과학·환경·생태 논픽션. 나무, 동물, 기후, 영구동토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만나고 서구 자본주의와 식민주의의 영향이 미치기 전부터 북극권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이들과 대화하며,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핀다.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는 기후변화 대응의 당위성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모순된 자연 현상(숲 영역의 확장)과 그에 따른 결과(지구온난화 가속화와 영구동토대에 저장된 메탄가스 배출량 급증)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이에 대응하려 사슴을 죽이고 나무를 베어야 하는 ‘어려운’ 선택지들 또한 논한다. 인간이 자연을 망쳤다는 속죄, 혹은 우리는 기후변화의 피해자라는 단일하면서도 단순한 정체화를 넘어, “숲이 여느 생명과 마찬가지로 공생계이자 역동적 과정이며 사물이나 별개 존재들의 집합이 아니”듯 인간은 숲과 공共진화한 (숲의) 생명체임을 강조한다. 나아가, 변화하는 환경의 실상을 누구보다 오래 겪은 수목한계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사에서 대안을 찾고 미래를 상상할 열쇠를 제시한다.
목차
지도
머리말
1. 좀비숲
2. 순록을 쫓아
3. 잠자는 곰
4. 국경
5. 바다의 숲
6. 얼음과의 마지막 탱고
맺음말: 숲처럼 생각하기
나무 설명
옮긴이의 말: 숲의 끝은 세상의 끝이다
주
저자
벤 롤런스 (지은이), 노승영 (옮긴이)
출판사리뷰
수목한계선을 따라 북부 숲을 방문한 4년여의 여정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하여
수목한계선이란 고산 및 극지에서 수목이 생존할 수 있는 극한의 선을 뜻한다.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수목한계선과 지구 생명의 미래』의 저자 벤 롤런스는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에 방문해 지구 최북단의 수목한계선을 이루는 ‘북부한대수림’을 찾는다. 그곳에서 식생, 동물, 기후, 영구동토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만나고, 사미인, 돌간인, 퍼스트네이션 등 서구 자본주의와 식민주의의 영향이 미치기 전부터 북극권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원주민 공동체를 찾아 그들의 생활양식을 들여다보며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핀다.
이 책이 펼쳐 보이는 가장 주요하고도 인상적인 풍경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지구 북부에선 숲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및 지구온난화의 결과물로 대표되는 이미지 ‘불타는 아마존 우림’만이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급한 현실이 아니다. 흰색의 북극이 초록으로 변하고 있다. 수목한계선이 몇백 년에 수십 센티미터가 아니라 해마다 수백 미터씩 북쪽으로 진격하고 있다.
지표면의 5분의 1을 덮고 지구상의 모든 나무 중 3분의 1이 거주하는 북부한대수림은 바다에 이어 두 번째로 거대한 생물군계다. 아마존 우림이 아니라 북부한대수림이야말로 ‘지구의 진짜 허파’다. 그러한 숲이 풍요로워지며 수목한계선이 확장하고 있다면 우리는 기뻐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나무의 번성에 그저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지구가 따듯해지며 빙하가 녹으니 나무가 뿌리내릴 땅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미생물 활동이 증가해 대지의 온난화, 빙하의 해빙이 가속화된다. 나아가 속도를 높인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대가 녹아 그간 저장돼 있던 메탄가스가 전격 방출될 시 지구에 걷잡을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무가 건네는 것은 이제 위로가 아니라 경고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복잡하고도 ‘어려운’ 선택지들
때로는 나무를 베고 동물을 도태해야 한다면
여섯 국가의 숲을 방문하고 각 숲을 이루는 여섯 핵심종 나무(구주소나무, 솜털자작나무, 다우르잎갈나무, 가문비나무, 발삼포플러, 그린란드마가목)를 연구하며, 저자는 통제 불가능한 수목한계선의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동물을 죽이고 나무를 베어야 하는 어려운 선택지들을 논한다. 스코틀랜드에 방문한 저자는 울타리 처진 한 보호구역에서 외롭게 서 있는 ‘할머니 소나무’를 맞닥뜨린다. 구주소나무 고목이 홀로 서 있는 것은 소나무 줄기와 잎을 먹이로 삼는 사슴이 늑대 등 최상위 포식자가 전무한 이 숲에서 번성하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풍부히 씨앗을 뿌려 싹을 내리더라도 다 자라기 전에 사슴이 어린나무를 먹어 치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무가 재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사슴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저자는 노르웨이 순록의 개체수를 늘려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하는 현실 또한 그린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며 땅이 녹고 얼기를 반복해 지표면에 얼음 껍질이 형성돼 순록이 주요 먹이인 지의류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기후변화와 더불어(혹은 그에 따라 개체수가 늘며) 땅의 온도를 높이는 주된 요인은 솜털자작나무다. 노르웨이 툰드라에 솜털자작나무가 더 많이 뿌리내리며 땅속의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져 지온 상승을 가속하는 것이다. 녹색으로 물드는 툰드라는 탄소 증대 시대에 희소식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온의 증가 속도를 통제하지 못할 시 영구동토대가 녹아 그 안에 격리돼 있던 메탄이 급격히 방출될 것이다(메탄은 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85배 강하다). 순록은 지의류를 비롯해 자작나무를 먹이로 삼지만 생태계 균형이 깨진 지금 번성하는 나무를 ‘자연스럽게’ 저지할 방도는 없다. 그렇기에 나무를 베어야 하는 선택지가 제시된다.
나아가 숲은 단순히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 국한돼 그 안에서만 생태계를 형성하고 운영하는 독립된 공간이 아니다. 숲은 나무의 광합성과 증발산을 통해 비를 제조하고 바람을 생성해 전 지구의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 아마존 우림과 서아프리카 몬순, 알래스카 및 캐나다 북부 가문비나무 숲과 아메리카 중서부 대평원 곡창 지대, 러시아 타이가와 우크라이나 밀밭은 이와 같은 ‘원격연결’로 서로 이어져 있다. 숲은 바다와도 연결돼 있다. 해양 먹이사슬의 기반인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하기 위해 필수 촉매인 철을 필요로 한다. 철은 숲의 낙엽이 분해되며 생성되어서는 부식산과 결합해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든다. 나무가 제공한 철이 해양 먹이사슬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숲은 지구를 구성하는 다른 생명, 다른 시스템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에 기후변화에는 언제나 복잡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숲에 기반한 지구 생명의 전 지구적 얽힘
“인간과 거주지의 관계를 더 긍정적으로 읽어내는 것,
여기에 다른 미래를 상상할 열쇠가 있다”
북부 수목한계선을 따라 여섯 국가의 숲을 방문한 4년여의 여정 끝에 저자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영국 웨일스로 돌아온다. 인근 숲에서는 개벌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북부한대수림의 핵심종인 구주소나무, 자작나무, 잎갈나무, 가문비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수종이 공생하는 혼합림으로, “오래된 자연림에 대한 조림 작업”이라는 명목하에 건강한 나무들이 무수히 베이고 있다. ‘자본’과 ‘소유’라는 현시대의 핵심 가치상 튼튼한 목재는 훌륭한 자산이다. 인간의 욕망이 자본주의(와 다양한 형태로 여전히 지속하는 식민주의)에 끝없이 포섭되는 지금, 저자는 희망과 절망 어느 쪽으로도 섣불리 가버리지 않는다. ‘넷제로net zero’와 녹생 성장을 제창하며 인류는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낼 거라는 맹목적이고도 비현실적 희망, 더이상 손쓸 방법은 전무하고 인류 멸종만이 답이라는 무관심한 기반한 염세적 절망 그 어느 쪽도 아닌 제3의 이야기가 있음을 강조한다.
자본주의라는 현시대의 특이한 경제모델의 출발점인 서구적 사고방식과 풍요로운 생활양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거주지를 바라보고 이용한 이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기후변화와 수목한계선을 연구한 4년여 동안 과학자뿐 아니라, 사미인, 돌간인, 퍼스트네이션 등 오래전부터 북극권에 거주해온 원주민 공동체를 찾아 그들의 생활양식과 자연관을 들여다본다. “인간이 자연의 과정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비롯해 인간은 언제나 다른 생명체들과 공생했고 공진화했다는 명백한 현실. 저자는 전 지구가 근원적으로, 더불어 사실적으로 얽혀 있다는 옛사람들의 지혜에 기반한 ‘전략생태학’(과 인간이 다른 종의 적응과 이동에 관여하는 ‘인간보조이주’)을 하나의 대응책으로 제시한다. 숲마다, 생태계마다 상이하게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연구하고 결과를 예측해 (어느 숲에선 나무를 베고 또 다른 숲에서는 나무를 심는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통일되고 간편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희망이 분투를 낳는 것이 아니라 분투가 희망을 낳”음을, 희망은 “달라지는 상황에 비추어 하루하루 제작되고 재정의되어야 하는 무언가”임을 강조한다.
“벤 롤런스는 과학, 스토리텔링, 개인의 헌신 측면에서 가장 야심 차고도 훌륭하며 영감을 주는 작품을 창조해냈으며, 이 모든 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명쾌하며 관점을 바꿔주는 책. 자연 세계에 대한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초상. 변화하는 지구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
- [스펙테이터]
“벤 롤런스는 서정적이고 섬세한 산문으로 자연 세계를 우리 앞에 불러내며, 시의적절하고 긴급한 메시지를 유려하게 전달한다.”
- [커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