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계간 미스터리》 71호 특집
‘한국 미스터리의 리부트’
특집을 위해서 추리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백휴, 전방위 문학 평론가 박인성과 “한국 미스터리 리부트”란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다. 솔직한 자기반성과 앞으로 판을 뒤엎는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다양한 의견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순문학 작가로 알려진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영국 추리작가협회 번역상을 수상하게 된 의미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통해 짚어봤다.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 ‘장르는 출발점’이라는 작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한국 미스터리의 리부트를 위해 절실한 것 중 하나가 다양한 하위 장르의 창작이다. 이번호 《계간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란 장르가 얼마나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목차
2021 가을호를 펴내며
[특집] ‘한국 미스터리 리부트’
대담 - 백휴, 박인성, 한이
[신인상 당선작]
꽃산담_박소해
졸린 여자의 쇼크_이은영
심사평
당선소감
[단편소설]
공짜는 없다_장우석
버추얼 러브_제리안
임시보호 되었습니다_김영민
무속인 살인사건_홍정기
[미니픽션]
새 식구_최필원
물놀이 살인_김범석
초능력이 생겼다_홍선주
징벌_홍정기
독자 당선작
도림리에 생긴 일_이문호
고자질하는 시계_박건우
주거니 받거니_조정하
[인터뷰]
대거상 수상 《밤의 여행자들》 윤고은 작가
영국 추리문학상 ‘대거(Dagger)’의 세계_박광규
[미스터리란 무엇인가①]
부르주아의 오락에서 정체성의 수수께끼로_박인성
[신화인류학자가 말하는 이야기의 힘①]
철학이 언어로 된 수학이라면, 추리소설은 문학으로 된 물리학이다_공원국
[작가의 방]
세 개의 방_한새마
[미스터리 커뮤니티]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_김소망
[리뷰]
루 버니, 《오래 전 멀리 사라져버린》_박산호
신간 리뷰 《계간 미스터리》 편집위원들의 한줄평
[트릭의 재구성]
코로나 블루 살인사건_황세연
[2021 여름호 독자리뷰]
저자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출판사리뷰
이번 《계간 미스터리》의 특집은 ‘한국 미스터리의 리부트’다. 리부트는 컴퓨터에 오류가 생겼을 때 다시 켜는 것을 의미한다. 창작물로 넘어오면 기존의 설정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손을 보는 리메이크와는 다르게, 최소한의 설정만 남겨둔 채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한국 미스터리가 오랜 침체와 편견의 구렁텅이를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이곳저곳 수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배를 갈아타는 정도의 절박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주제다.
특집을 위해서 추리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백휴, 전방위 문학 평론가 박인성과 “한국 미스터리 리부트”란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다. 솔직한 자기반성과 앞으로 판을 뒤엎는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다양한 의견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순문학 작가로 알려진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영국 추리작가협회 번역상을 수상하게 된 의미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통해 짚어봤다.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 ‘장르는 출발점’이라는 작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한국 미스터리의 리부트를 위해 절실한 것 중 하나가 다양한 하위 장르의 창작이다. 이번호 《계간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란 장르가 얼마나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 신인상 공동 수상
박소해 〈꽃산담〉, 이은영 〈졸린 여자의 쇼크〉
이번 가을호 신인상엔 역대급으로 많은 수의 작품들이 응모했으며 본심에 오른 작품의 수준 또한 고루 높아서 계간 미스터리 편집위원들은 고심 끝에 두 작품을 공동 수상으로 선정했다. 두 편이 확연하게 다른 스타일로서 이야기의 완결성과 캐릭터 조성, 작품성이 두드러진 수작의 발견이었다.
박소해의 〈꽃산담〉은 정통 형사물로 제주도 곶자왈에서 벌어진 기이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고든다. 제주도 특유의 관습인 무덤가 산담을 연상시키듯, 시신 둘레에 돌담을 쌓고 꽃을 뿌린 살인자를 뒤쫓는 전통 경찰 수사물이다. 주인공인 좌 형사는 제주 토박이로 제주 사투리를 쓰는 묵직한 캐릭터인데 개성 있고 매력적이다. 현재 제주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 병폐들을 짚어내고 있는 점도 높이 샀다. 복선과 미스디렉션까지 시도한 점이 패기 있다.
이은영의 〈졸린 여자의 쇼크〉는 사건의 논리적인 해결보다는 범죄를 저지른 인물의 기묘한 심리를 환상적인 필치로 그리고 있다. 과거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죄책감으로 갖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다. 여자는 왜 가수면 상태에 빠져서 환각과 환청을 보는가, 거인은 누구인가, 거인은 왜 여자를 죽이려 드는가 하는 점에서 미스터리가 발생한다. 이번 가을호에 응모한 사이코 심리 스릴러 중에선 단연 으뜸이었다.
기성 작가들의 단편 역시도 미스터리의 다양한 하위 장르에 포진해 있다. 장우석의 〈공짜는 없다〉는 순문학을 연상케 하는 작품으로 단 한 번의 실수가 가져온 파멸의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제리안의 〈버추얼 러브〉는 미스터리에 SF와 로맨스를 적절하게 혼합한 작품이다. 김영민의 〈임시보호 되었습니다〉는 목줄을 개에게 채우지 않고 손에 들고 다니는 남자로부터 시작되는 일상의 수수께끼를, 홍정기의 〈무속인 살인사건〉은 미스터리의 본령인 ‘밀실’을 다루고 있다.
● 윤고은 작가 인터뷰
대거상 수상 《밤의 여행자들》
2021년 7월 한국 문단, 특히 추리문학계에 낭보가 폭탄처럼 터졌다. 영어로 번역 출간된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영국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었다. 문학계에서는 순문
학 작가로 알려진 윤고은의 작품이 장르문학상을 탔다는 사실에, 추리문학계에서는 한 번도 장르소설가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장르문학상을, 그것도 그 장르가 탄생한 언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를 수상했다. 동아시아 작가로는 최초인 이 수상의 의미를 《계간 미스터리》에서 제대로 조명하고자 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것에 도전 욕구를 느낀다는 작가의 집필 세계에 대해 자세하게 인터뷰했다. 또한 박광규 추리평론가가 영국 추리문학상 ‘대거(Dagger)’의 세계에 대해 정리한 글을 실었다.
한국 미스터리 리부트를 위한 또 한 가지 필수요소는 ‘창작과 함께 가는 비평’이다. 장르를 문학성이나 순문학의 기준이 아니라, 장르 자체로서 상찬과 비평을 해 줄 수 있는 평론가가 절실한 이유다. 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번호부터 박인성 평론가는 “미스터리란 무엇인가”란 제목으로 미스터리 장르를 시대순으로 정리하는 글을, 신화인류학자로 잘 알려진 공원국 선생은 “신화인류학자가 말하는 이야기의 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의 본질을 파고드는 글을 연재할 것이다. 미스터리 장르를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관점, 양측으로 조명하는 묵직한 기획이다.
그 외에도 한새마 작가가 글쓰기의 의미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작가의 방〉, 국내 최대 미스터리 커뮤니티인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탐방기, 박산호 번역가의 추리소설 리뷰 등 다양한 글을 통해 미스터리 장場을 구성하는 작가, 번역가, 독자의 솔직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특히 독자들이 창작의 세계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시도한 ‘미니 픽션 공모전’에 많은 작품들이 접수되었고,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 끝에 세 편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미니 픽션 공모전’은 매호 계속될 예정이다.
순문학의 내구연한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문학의, 이야기의 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야기꾼들이 장르를 혼합(genre-bending)하고 파괴(genre-busting)하면서 문학의 경계 바깥을 탐구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장르의 리부트, 편견을 깨부수는 날갯짓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호 《계간 미스터리》는 한국 미스터리의 리부트를 위해 작가, 평론가, 독자,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