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미니즘 철학 입문

페미니즘 철학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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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오월의봄
원산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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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자매애를 상상하기 위한 첫걸음

“이 세계의 억압에서 비롯된 울분과 슬픔만이 아닌 ‘다시 만난 세계’의 감각으로 생생해지는, 그래서 겪어본 적 없는 세계로 발 딛는, 용기와 기쁨으로 피어오르는 자매애와 다채로운 자매애의 가능성을 떠올려봅니다.”
_프롤로그 가운데


페미니즘 철학으로의 초대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일까? ‘페미니즘’은 그래도 뭔지 알겠는데, ‘페미니즘 철학’은 또 무어란 말인가. 여자들이 하는 철학이 페미니즘 철학일까? 아니면 보편 인간을 남성으로 상정하는 기성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 페미니즘 철학일까? 혹은 철학이란 보편적인 어떤 것을 다루는 학문인데, ‘여성들만을 위한’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것이 과연 성립할 수 있는 것일까?
동시대의 여성 주체화와 시민권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최전선의 현대 철학을 연구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철학자 김은주는 그에 모두 아니라고 답한다. 페미니즘 철학은 가부장제적 철학에 반대하는 안티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 또는 여성만을 위한 철학 역시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53쪽)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이 방식 안에서 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53쪽)이 바로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이 페미니즘 철학이 기존의 근대적 주체와 지식을 담보했던 기성 철학의 입장에 반기를 들고 여러 가지의 질문을 만들어내는 현대 철학과 페미니즘 철학의 조우를 강조하며 페미니즘 철학이란 철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할 지점이라고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만들어낸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저자에 따르면, 물론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의 철학적인 사유나 개념틀에서 시작하지만, 그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두고, 기존 철학에서 철학적 재료가 되지 못했던 타자의 지위에 있던 것들을 다시 철학의 언어로 사유하는 작업이다. 기존의 철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동시에 기존의 철학이 무시해왔던 몸, 감정 같은 것들을 철학의 재료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기성 철학의 모두 지우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억압해온 것일 수 있는 언어와 사상들에서 출발해 그것들을 의심해보고 길을 잃기도 하며”(45쪽) 가고,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고와 가치를 다시 철학이라는 개념으로 부수고 다시 새로운 개념으로 창조하는 것”(45쪽)이 바로 페미니즘 철학의 중요한 입지라는 것이다. 여성만을 위한 철학, 기존의 ‘남성 철학’에 반대하는 반철학으로만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페미니즘 철학, 페미니즘은 그저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반담론으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의 언어나 사유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발견하고 그것을 철학적 사유로 제기했다.
특히 저자는 기존의 동일성, 보편자, 대문자 나(I)에 기댄 이분법적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기존 철학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현대 철학들의 흐름이 바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과 조우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짚어낸다.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46-47쪽)

“페미니즘은 ‘우리가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각성일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 대문자 주체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을 때 이 시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다시 생각해볼 것인지 기존의 이분법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50쪽)

페미니즘 철학은 새로운 철학의 움직임과 함께 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내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오히려 페미니즘 철학을 기존 가부장적 질서를 유지해온 기성 철학에 반대하는 안티철학, 반철학의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것에 반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는 근대 이후의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철학이 필요한 모두에게 반드시 거쳐야 할 사유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철학이 페미니즘의 옳음을 설파하는 철학의 한 분과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페미니즘 철학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야기한다. 많은 현대 철학의 흐름과 페미니즘 철학의 문제의식이 연결되어 있고, 그 새로운 조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페미니즘 철학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철학의 새로운 조류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꼭 페미니즘 철학을 거쳐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플라톤? 저는 플라톤주의자 아닌데 《국가》를 읽었어요. 그럼 페미니즘 철학은요?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들어야 돼요. 철학을 이해하려면요. 적어도 우리가 페미니즘 철학을 페미니스트들만 들어야 하는 철학이라거나 페미니스트들이 모여서 철학을 해보겠다는 걸로 생각하는 것, 혹은 기존의 철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걸로만 생각하는 사고에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나, 이런 이야기들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48쪽)

따라서 페미니즘 철학은 반철학이거나 여성만을 위한 철학, 여자들이 하는 철학이 아니며 철학의 한 분과로만 말하기도 어려우며 오히려 이것은 “철학이 나아가는 새로운 길”이라는 데까지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끌어올린다. 탈맥락적 보편이라는 말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현대 철학의 관심이 바로 페미니즘 철학의 그것과 같고, 맥락을 갖는 차별과 문제에서 시작하는 게 페미니즘이기 때문이다.

목차

프롤로그: 눈의 여왕을 떠올리며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1장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 철학과 보편적 인간에 대하여

여성은 인간이다
2장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외침: 메리 울스턴크래프와 여성의 이성
3장 타자로서 여성을 정의하다: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은 다르다: 복수의 여성들
4장 여성성이라는 신화를 부수며: 베티 프리단이 발견한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
5장 성 계급을 호명하며 자궁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에 대하여
6장 자매들의 밖에 서서 자매들에게 차이의 문제를 묻다: 오드리 로드Ⅰ
7장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여성들로 살아가기 위해: 오드리 로드Ⅱ

에필로그: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저자

김은주

출판사리뷰

페미니즘 철학으로의 초대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일까? ‘페미니즘’은 그래도 뭔지 알겠는데, ‘페미니즘 철학’은 또 무어란 말인가. 여자들이 하는 철학이 페미니즘 철학일까? 아니면 보편 인간을 남성으로 상정하는 기성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 페미니즘 철학일까? 혹은 철학이란 보편적인 어떤 것을 다루는 학문인데, ‘여성들만을 위한’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것이 과연 성립할 수 있는 것일까?
동시대의 여성 주체화와 시민권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최전선의 현대 철학을 연구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철학자 김은주는 그에 모두 아니라고 답한다. 페미니즘 철학은 가부장제적 철학에 반대하는 안티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 또는 여성만을 위한 철학 역시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53쪽)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이 방식 안에서 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53쪽)이 바로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이 페미니즘 철학이 기존의 근대적 주체와 지식을 담보했던 기성 철학의 입장에 반기를 들고 여러 가지의 질문을 만들어내는 현대 철학과 페미니즘 철학의 조우를 강조하며 페미니즘 철학이란 철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할 지점이라고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만들어낸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저자에 따르면, 물론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의 철학적인 사유나 개념틀에서 시작하지만, 그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두고, 기존 철학에서 철학적 재료가 되지 못했던 타자의 지위에 있던 것들을 다시 철학의 언어로 사유하는 작업이다. 기존의 철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동시에 기존의 철학이 무시해왔던 몸, 감정 같은 것들을 철학의 재료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기성 철학의 모두 지우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억압해온 것일 수 있는 언어와 사상들에서 출발해 그것들을 의심해보고 길을 잃기도 하며”(45쪽) 가고,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고와 가치를 다시 철학이라는 개념으로 부수고 다시 새로운 개념으로 창조하는 것”(45쪽)이 바로 페미니즘 철학의 중요한 입지라는 것이다. 여성만을 위한 철학, 기존의 ‘남성 철학’에 반대하는 반철학으로만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페미니즘 철학, 페미니즘은 그저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반담론으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의 언어나 사유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발견하고 그것을 철학적 사유로 제기했다.
특히 저자는 기존의 동일성, 보편자, 대문자 나(I)에 기댄 이분법적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기존 철학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현대 철학들의 흐름이 바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과 조우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짚어낸다.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46-47쪽)

“페미니즘은 ‘우리가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각성일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 대문자 주체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을 때 이 시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다시 생각해볼 것인지 기존의 이분법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50쪽)

페미니즘 철학은 새로운 철학의 움직임과 함께 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내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오히려 페미니즘 철학을 기존 가부장적 질서를 유지해온 기성 철학에 반대하는 안티철학, 반철학의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것에 반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는 근대 이후의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철학이 필요한 모두에게 반드시 거쳐야 할 사유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철학이 페미니즘의 옳음을 설파하는 철학의 한 분과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페미니즘 철학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야기한다. 많은 현대 철학의 흐름과 페미니즘 철학의 문제의식이 연결되어 있고, 그 새로운 조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페미니즘 철학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철학의 새로운 조류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꼭 페미니즘 철학을 거쳐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플라톤? 저는 플라톤주의자 아닌데 《국가》를 읽었어요. 그럼 페미니즘 철학은요?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들어야 돼요. 철학을 이해하려면요. 적어도 우리가 페미니즘 철학을 페미니스트들만 들어야 하는 철학이라거나 페미니스트들이 모여서 철학을 해보겠다는 걸로 생각하는 것, 혹은 기존의 철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걸로만 생각하는 사고에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나, 이런 이야기들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48쪽)

따라서 페미니즘 철학은 반철학이거나 여성만을 위한 철학, 여자들이 하는 철학이 아니며 철학의 한 분과로만 말하기도 어려우며 오히려 이것은 “철학이 나아가는 새로운 길”이라는 데까지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끌어올린다. 탈맥락적 보편이라는 말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현대 철학의 관심이 바로 페미니즘 철학의 그것과 같고, 맥락을 갖는 차별과 문제에서 시작하는 게 페미니즘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질문, 다섯 명의 사상가를 통과하며 만나는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

《페미니즘 철학 입문》은 기존의 이 세계의 뿌리를 흔들고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발명해온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를 독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적인 세 가지 질문, 다섯 명의 사상가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할 법한 그들의 핵심 도서와 문장들을 통과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성은 인간인가’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각 부로 구성해 1부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소개하고 페미니즘 철학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고유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2부와 3부에서는 제1물결 페미니즘과 제2물결 페미니즘으로 분류되는 사상의 조류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 사상가들의 사유가 동시대의 철학으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엮어 소개하려 노력했다.
2부에서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여권의 옹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제2의 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철학 초기의 사상을 다뤘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점을 주창한 열렬한 계몽주의자이자 근대 민주주의자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이 언제나 타자의 지위인 제2의 성에 머물 수밖에 없는 기제를 밝히며 여성이 타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악’이며 여성이 자유를 획득해 주체의 자리에 서는 것이 도덕적 명령이라고 못박아버린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사상을 여기에서 다뤘다.
흔히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인간임을 주창했던 제1물결이라고 하는 흐름 이후에 나타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발견하고 나아가 여성 안에서의 차이를 발견해내며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설명하는 목소리들이 울려퍼진 제2물결 페미니즘의 여러 사유는 3부의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질문 안에서 소개된다. 미국 사회의 보수화 속에서 집에 갇힌 ‘행복한 주부’의 허울을 벗겨내며 여성성의 신화를 폭로하고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지목한 베티 프리단과 《여성성의 신화》, 여성을 성 계급으로 호명하며 가족의 해체와 같은 급진적 대안을 주장한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와 《성의 변증법》, 정체성의 정치에 선을 그으며 차이를 역량으로 삼아 새로운 권력의 모습을 그려내는 오드리 로드와 《시스터 아웃사이더》를 담았다. 특히 여성들 간의 차이와 여성 자신 안에서의 차이들에 주목하는 제3물결 페미니즘의 사유와 긴밀하게 이어지는 오드리 로드의 사상은 두 장에 걸쳐 다뤘다.
이 사유들은 서로 이어지기도, 중첩되기도, 갈등하기도 한다. 또한 지금에 비추었을 때 당연히 비판적으로 봐야 하는 지점들도 존재한다. 다만 기존의 근본적 질서, 즉 남성이라는 보편 인간이 만들어온 세계의 뿌리에 대해서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하기에 페미니즘과 페미니즘 철학은 본질적으로 래디컬하다. 당연하다고 여겨진 질서에 질문을 던지고, 특히 제2물결의 흐름은 근대 인간의 정상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앞서 나온 이 사유들은 최신의 페미니즘적 모색들과 여전히 관계하고 있으며, 여전히 현재적이기도 하다.


끝나지 않는 페미니즘

이 책이 다루는 페미니즘의 흐름을 좇다 보면 페미니즘은 이미 그 자체가 하나의 질문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여성도 인간이라는 처음의 그 외침 이후,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발견해내고, 과연 여성이라는 하나의 목소리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데로 나아가는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페미니즘은 하나일 수 없고, 그 때문에 페미니즘은 끝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페미니즘이 끝났다고 이야기한다는 건 뭐냐면,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요구 조건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은 당연히 끝날 수가 없다고 봐요. 그들이 생각하는 A 페미니즘은 끝났지만, B 페미니즘, C 페미니즘, D 페미니즘이 있을 수 있잖아요.”(402쪽)
이 속에서 우리 사회는 단선적으로 구성되지 않으며 여러 문제가 중첩되어 구성되어 있다는 것 역시 돌아보게 된다. 사상의 조류는 흘러왔지만, 어떤 문제가 끝나고 새로운 문제가 새로 시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은 여러 문제가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여전히 18세기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주장했던 근대 시민으로서의 여성의 시민권조차 완전히 달성되었다고 보기 힘들고, 양적 평등조차 달성되지 않았다. 성별 임금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며 시민 교육으로서의 페미니즘 교육조차 논란거리가 된다. 여성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타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간파한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통찰은 어떠한가. 지금 여성은 타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있는가? 보부아르가 강력히 비판한 “여성은 자궁이다”라는 말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완전히 전복되었는가?
베티 프리단이 말한 행복한 주부의 신화, 여성성의 신화는 부서졌는가? 퇴근길 사람이 많은 지하철 안에서 유아차를 끌고 나온 한 어머니가 자신을 ‘민폐’라고 자책하는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결혼한 여성이 일하며 사는 일은 여전히 전쟁에 가까운 일이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강력히 제기한 가족이 착취의 기본 단위라는 문제의식, 또한 가족의 해체와 육아와 돌봄의 사회화, 임신중단에 대한 이슈 등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의 문제다.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여성들의 목소리만을 여성의 목소리로 삼아온 기존 미국 여성운동에 철퇴를 가하며 여성이 아닌 여성‘들’의 목소리, 차이를 역량으로 삼아야 한다는 오드리 로드의 강력한 울림은 어떠한가.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나타난 지정성별 중심의 여성운동이 보이는 배타적인 혐오의 얼굴을 어떠한가. 페미니즘이 호명하는 여성이 특정한 여성만을 보편적으로 재현한다는 로드의 강력한 문제의식은 지금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도 여전히 싸우고 시끄러워야만 하는 어떤 문제들을 가리킨다. 이 책에 담긴 페미니즘의 사유들이 단지 현실과 동떨어진 지나간 어떤 이론 내지는 사유로 우리가 학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이 삶과 구조를 바라보는 유용한 사유의 틀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는 셈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

“이렇게 철학의 타자라 불린 목소리들은 타자, 차이를 역량으로 삼아 울려퍼집니다. 그리고 이 목소리들 속에서 페미니즘과 철학은 때때로 불협화음을 내면서, 결코 하나로 모아지지 않으면서,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증식하며 더 많은 목소리들로 말해질 것입니다.”(452쪽)

이 책은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라 할 만한 것들을 소개하며 그 자리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책이면서도, 결국 ‘철학의 타자로서 오랫동안 머문 여성이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다룬 사유의 흐름에 따르면 이제 이 타자는 그림자가 아니며, 이 타자의 목소리는 단일한 목소리가 아닌 다성악의 목소리들로 공명하는 철학의 목소리라는 데로 나아간다.
이 타자의 목소리가 단일하지 않고 공명하고 불화할 수 있다는 데로 나아간 페미니즘 철학의 사유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자매애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같은 정체성만으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발견과 권력을 빼앗고 빼앗기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로 나아간 페미니즘의 사유와 철학, 즉 다양한 자매애, 불화하는 페미니즘, 차이의 정치학에 대한 이해는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페미니즘을 둘러싸고 드러난 다양한 입장과 현상들, 가령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발생하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 권력의 문제, 백래시의 문제 등을 바라보는 좀 더 섬세한 관점을 제공한다. 동시에 다른 자매애를 상상하고 새로운 권력과 정치를 기대하는 데 또한 이 책이 그 출발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기대해본다.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페미니즘 철학 입문
저자/출판사
김은주,오월의봄
크기/전자책용량
214*152*13
쪽수
224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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