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부엌에 들어설 때마다 외치는 나만의 작은 체크리스트
여기, 맛있는 것을 발견하면 두 눈은 우주만큼 커지고, 음식이 목구멍을 넘어갈 때면 숨이 넘어가도록 웃는 사람이 있다. 정규 요리과정을 수료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온 마음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온 마음을 다해 먹는 사람. 음식을 대할 때 혀와 코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귀도 기울일 수 있는 사람.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 그의 이름은 사민 노스랏(Samin Nosrat).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학생이던 시절, 7개월 동안 돈을 모으고 복잡한 예약 시스템을 공부한 끝에, 전설적인 레스토랑 ‘셰 파니스(Chez Panisse)’의 테이블 하나를 확보한다. 마침내 ‘셰 파니스’에 가는 날, 그동안 모은 동전과 지폐를 들고 은행에 가서 빳빳한 지폐로 바꾸고 가장 좋은 외출복을 차려입고 길을 나선다. 두말 할 것 없이 훌륭한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 수플레를 한입 먹고는 강력한 감동에 휩싸인다. 그 후 집에 돌아와 편지와 이력서를 들고 무작정 다시 ‘셰 파니스’ 레스토랑을 찾아간다. 이곳에서 아주 작은 일이라도 동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바로 다음 날부터 바닥 청소를 하고 접시를 치우며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몇 주 후 요리사들을 조르고 졸라 주방 일을 도우며 메뉴 회의 등에 참석한 것이 요리계에 입문한 시작이었다. 이후 ‘에콜로(Eccolo)’ 등 몇 곳의 유수한 레스토랑을 거쳐, 지금은 전 세계 갖가지 맛과 재료를 맛보고 탐구하며 지내고 있다. 『소금, 지방, 산, 열』은 그러한 수십 년간의 전문적 경험을 단 네 가지 요소로 정리하는 새로운 개념의 요리책이다. 2017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아마존 도서 종합 100위 / 요리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는 메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현재까지 전 세계 15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2019년에는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저자 사민 노스랏이 선정되었고, 책과 동명의 다큐멘터리 4부작이 넷플릭스에 론칭되면서 국내에도 소개되었다. 여기에 『실버 스푼』 등 굵직한 요리 도서를 출간해 온 세미콜론에서 『소금, 지방, 산, 열』 한국어판을 출간한다.
목차
이 책을 소개합니다
시작하면서
이 책의 활용법
1부.
훌륭한 요리의 네 가지 요소
소금
지방
산
열
무엇을 만들까
2부.
레시피와 조언
주방의 기초 지식
레시피
샐러드
드레싱
채소
육수와 수프
콩, 곡물, 파스타 요리
달걀
생선
닭을 맛있게 먹는 열세 가지 방법
육류
소스
버터와 밀가루로 만드는 음식
간식
요리 실습
추천 메뉴
더 읽을거리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노트
저자 & 일러스트레이터 소개
저자
사민 노스랏
출판사리뷰
‘소금, 지방, 산, 열’만 알면
레시피 없이도 누구나 어떤 음식이든 만들 수 있고,
심지어 맛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주방에 선 당신, 누구나 처음부터 숙련자는 아니다. 막막하기만 한 우리들에게 친근하고 푸근한 미소로 사민 노스랏은 말한다. “소금, 지방, 산, 열이라는 네 가지 요소만 숙달하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쓴맛을 최소화하고 단맛의 균형을 잡는 ‘소금’, 풍미를 강화하고 질감을 형성하는 ‘지방’, 음식의 균형을 잡는 ‘산’, 다양한 풍미와 질감의 변형을 일으키는 ‘열’. 사민 노스랏은 요리의 기본적인 원리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음식을 보다 맛있게 만드는 네 가지 요소를 심도 있게 파헤친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소금, 지방, 산, 열 개별의 특성을 하나하나 자세히 소개한다. 단순한 이론 위주의 따분한 설명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주방에서 혹은 수업을 들으며 보고 듣고 겪은 일화를 곁들여 알기 쉽게 풀어낸다. ‘셰 파니스’ 창립자이자 미국의 요리사 앨리스 워터스와 저널리즘 수업을 배운 스승이면서 요리를 가르친 마이클 폴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계 인사들에게 배웠거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깨우쳐 간 네 가지 요소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요리책이라기보다 마치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다 보면, 네 가지 요소를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소금(salt)은 염화나트륨이라는 무기질의 일종이며,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수십 가지 필수영양소 중 하나다. 인간의 몸은 소금을 많이 저장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 음식에서 소금이 하는 주된 기능은 맛의 증폭이다. 음식의 질감에도 영향을 주고 짠맛 외에 다른 맛에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소금을 넣을 때마다 맛이 강화되고 깊어지는 효과를 낸다. 소금은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잘’ 넣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형태의 소금을 적절한 시점에 적정량만큼 넣어야 한다. 소금을 제대로 활용하면 쓴맛을 최소화하고 단맛의 균형을 잡으며, 풍미를 더하고 음식을 먹을 때 우리의 경험을 향상시킨다. 바닷소금, 식탁용 소금, 용도에 따라 소금의 종류를 선택해야 하며, 여러 제조사별로 짠맛의 정도와 물에 용해되는 속도 등이 다르다.
지방(fat)은 훌륭한 요리의 4대 기본 요소 중 하나이자 물, 단백질, 탄수화물과 더불어 모든 음식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지방은 나중에 쓸 수 있도록 에너지를 보관해 두는 예비 저장고 역할을 하고 영양소를 흡수한다. 지방이 빠진 음식은 상상할 수 없다. 지방은 맛있는 음식이 가져야 할 풍미와 질감의 범위를 모두 충족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요리에서 지방이 어떤 용도로 활용되는지 파악하고 나면, 어떤 지방을 사용할지 음식을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 현명하게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지방에는 올리브유, 버터, 씨앗이나 견과류 오일, 돼지나 소 등 동물성 지방 등이 있다.
산(acid)은 일반적으로 pH가 7보다 낮으면 산성 물질이다. 하지만 요리에서는 그보다도 먹어서 신맛이 나는 것은 산성으로 본다. 신맛은 우리의 입안에서 침을 가장 많이 형성시킨다. ‘군침이 돈다’는 표현이 ‘맛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맛은 대체로 그 자체로 쓰이기보다는 다른 맛과 대비될 때 음식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높아진다. 음식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칠맛은 아주 조금만 느껴져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레몬즙, 식초, 와인, 치즈, 발효 식품, 커피, 초콜릿, 토마토 등이 음식에 기분 좋은 신맛을 내는 재료다.
열(heat)은 변화를 만들어 낸다. 날음식은 익은 음식이 되고, 줄줄 흐르던 재료는 형태가 잡힌다. 푹 퍼져 있던 것은 단단해지고, 납작하던 것이 부풀어 오르고, 희미하던 색깔은 노릇한 갈색이 된다. 무미무취의 무형 요소이지만 그 영향력은 뚜렷하다. 열로 시작된 화학 반응은 음식의 맛과 질감에 영향을 준다. 약불로 오래 끓이기, 삶기, 졸이기, 중탕, 찌기, 스웨팅, 튀기기, 브로일링 등 다양한 조리 방법이 가능하다.
2부에서는 1부에서 설명한 것들을 토대로 실전에 응용하는 길잡이가 되어 줄 활용 만점 레시피와 각종 권장 사항이 정리되어 있다. 일반적인 요리책에서 레시피를 소개하는 방식과는 달리, 소금, 지방, 산, 열을 설명하면서 밝힌 원칙과 교훈이 반영된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닭을 맛있게 먹는 열세 가지 방법」, 「골치 아픈 닭 손질을 몇 단계 만에 간단히 끝내는 법」 등 재료 선택이나 간단한 손질 요령부터 기본 재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요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샐러드, 채소 요리, 수프, 파스타, 달걀을 이용한 요리, 생선 요리, 닭 요리, 육류 요리, 그리고 디저트는 물론, 소스, 육수와 같은 밑준비 재료에 대한 설명과 레시피도 상세하다.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거의 모두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에 이란계 미국인 작가의 특성이 살아 있는 페르시아식 쌀밥, 아다스 폴로 등의 이색적인 음식도 만나볼 수 있다.
사민 노스랏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제안하는 레시피는 하나의 권장 사항으로 삼고 요리하는 사람의 미각이 최종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네 가지 요소를 완벽히 이해하면 요리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주방에서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레시피 없이도 즉흥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있지만, 그런 직감을 익힐 때까지 도움을 줄 100여 가지 필수 레시피는 물론, 수십 가지의 변형 아이디어까지 친절하게 제공한다.
여기에 웬디 맥노튼의 기발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인포그래픽 150여 점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다양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특히 ‘세계의 지방’(72쪽), ‘세계의 신맛’(110쪽), ‘세계의 맛’(194쪽) 등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식재료를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도표화한 것이나 ‘소금 달력’(40쪽), ‘시저 샐러드’(48쪽), ‘마요네즈 만들기’(86쪽), ‘봉골레 파스타’(120쪽), ‘찜 요리’(166쪽)를 비롯해 책 곳곳에 배치된 일러스트레이션은 한눈에 알아보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시각적으로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더욱이 원서 그림의 전반을 차지하는 영문 캘리그래피를 컴퓨터 폰트로 대체하지 않고 모두 한글 손글씨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어판을 접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원서의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였으며, 작가가 의도한 바를 충실히 재현하고자 하였다. 이 작업은 실제로 그동안 웬디 맥노튼의 수많은 저작으로 그림과 캘리그래피를 공부하던 황의정 작가가 맡았다.
이 책은 요리책이지만 음식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요리에 관해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고, 충분히 시도하고 실패를 거듭해 보기를 원하는 메시지를 사민 노스랏은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스레 훌륭한 요리는 ‘왜’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깨닫게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