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수학적 언어와 예술적 언어는 서로 통할 수 있을까?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수학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과 여러 가지 궁금증에서 시작되지만 궁극적으로 학문을 알아 가고 익히는 태도의 즐거움과 감동에 가닿는다. 수학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소설가와 유머 감각이 넘치는 낭만주의 수학자가 오붓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는 수학의 다양한 갈래를 어렵지 않은 시선에서 살피면서도 요점을 깊이 있게 관통해 낸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수학자들의 놀라운 집중력과 연애의 상관관계, 노벨상에 수학상이 없는 이유, 여신에게 수학을 배운 인도의 수학자 라마누잔, 위대한 수학자 가오스의 인생 이야기, 아직 풀리지 않은 골드바흐의 추측을 둘러싼 수학자들의 좌절, 무한한 수의 세계에서 특별한 인연으로 얽힌 우애수와 완전수 등에 관한 쏠쏠한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알아 두면 쓸모 많은 신비로운 수학 잡담’의 형식이므로,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가볍게 읽어 보아도 부담 없을 책이다. 수학이 전하는 뜻밖의 즐거움이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의 개정판으로, 번역가 김난주는 두 저자의 개성을 살려내면서 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하게 다시 살펴보았다. 책의 1부는 토크쇼 「워드 프라이데이」에서 오가와 요코와 후지와라 마시히코의 대담을 진행했던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고, 2부은 오가와 요코가 후지와라 마사히코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본문 곳곳에 등장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신보 미나미의 그림은 책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쏠쏠한 재미를 한층 더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_ 수학을 통해 뜻밖의 아름다움을 보다: 오가와 요코
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
집중력과 연애의 상관관계 / 수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미의식 / 하이쿠와 수학의 공통점 / 삼각형 내각의 합에 숨은 비밀 / 천재 수학자는 어디에서 태어날까 / 220과 284의 관계, 우애수 / 인도인의 대발견, 0 /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완전수 / 아름다운 정리와 추악한 정리 / 수많은 천재를 울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2. 혼돈 속에 숨은 뜻밖의 질서
연속되는 자연수의 합 구하기 / 숫자를 갖고 노는 실험 / 아라비아 숫자의 비밀 /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 허수 / 불규칙한 소수의 출현 / 메르센 소수와 페르마 소수 / 성깔이 고약하고 악마적인 문제 / 신비로운 π / 신의 수첩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나오는 말_ 수학과 문학은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통한다: 후지와라 마사히코
옮긴이의 말_ 이토록 신비로운 수학과 예술의 세계: 김난주
저자
오가와 요코, 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출판사리뷰
수학에 대한 제 지식 수준은 한마디로 동네 소년 야구단의 후보 선수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후지와라 선생님은 당연히 메이저리그의 선수겠지요. 이렇게 엄청난 지식의 차이가 있었지만 저는 선생님과 대화하는 내내 한순간도 따분하지 않았어요. 따분하기는커녕 새로운 지평이 잇따라 눈앞에 펼쳐지면서 수많은 질문이 솟아났지요. 이 책을 읽게 될 많은 독자에게도 제가 느낀 가슴 벅찬 흥분이 반드시 전해질 것이라고 믿어요. 우리가 서 있는 세계가 이렇게 아름다운 비밀로 충만하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군요.
- 오가와 요코, ‘들어가는 말’에서
학교에서는 수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해 문제를 보다 빨리 정확하게 푸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수학의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중심 주제로 잡았다. 수학이나 문학,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과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돈을 벌거나 병을 고치고 평화를 달성하고 범죄를 줄이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인간이 부자가 되고 건강하며 안전하고 유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잘했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태어나기를 잘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움과 감동뿐이라고 생각한다.
- 후지와라 마사히코, ‘나오는 말’에서
알아 두면 쓸모 많은 신비로운 수학 잡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오가와 요코, 수학자를 만나다
기억이 고작 80분밖에 지속되지 못하는 수학 박사와 파출부, 루트라는 별명을 가진 꼬마 아이를 기억하는가? 인생에 숨겨진 수학의 아름다움을 찾는 이야기로 국내에서도 호평을 이끌었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소설가 오가와 요코는 소설을 쓰기 전에 자료 조사를 하고자 일본의 저명한 수학자 후지와라 마사히코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에서 이 책 『어디서나 불쑥 얼굴을 내미는 뜻밖의 수학』이 시작되었다.
수학자란 어떤 사람일까? 평생을 복잡하고 메마른 수식 문제에 골몰하는 수학자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오가와 요코 역시 “수학은 늘 지겹고 어려운 것”이며, “수학자란 상상을 불허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지와라 마사히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많은 이들이 수학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관심을 완전히 꺼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지와라 마사히코가 들려준 전 세계 동서고금의 수학자들의 인생 이야기는 오가와 요코의 소설가적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수학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과 여러 가지 궁금증에서 시작되지만 궁극적으로 학문을 알아 가고 익히는 태도의 즐거움과 감동에 가닿는다. 수학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소설가와 유머 감각이 넘치는 낭만주의 수학자가 오붓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는 수학의 다양한 갈래를 어렵지 않은 시선에서 살피면서도 요점을 깊이 있게 관통해 낸다. 또한 두 저자는 수학에만 존재하는 불변의 영원성에 대해 파고든다. 대체로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라는 사실은 시험지에 그려진 삼각형의 한 각을 구하기 위해 외워야 할 명제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은 밋밋한 삼각형을 그리든, 뾰족한 삼각형을 그리든, 아니면 현미경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작게 그리든 늘 변함이 없는 것이다. 백만 년 전이나 백만 년 후나 똑같은 영원한 진리, 그러기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수학 본연의 가치와 감동을 차근차근 알려 준다.
후지와라 마사히코는 수학의 가치 판단은 ‘아름다움’을 근거로 해야 하며, 수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미의식이라고 말한다. 결국 두 저자는 문학과 예술이 주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수학에서도 느낄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아름다움과 감동만이 우리의 존재에 대한 만족감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수학적 언어와 예술적 언어가 서로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무한한 수의 세계에서 맺어진 숫자들의 인연, 우애수와 완전수
오가와 요코는 이미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수’인 우애수 관계로 수학을 낭만적으로 풀어낸바 있다. 우애수란 무한한 숫자 가운데 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다른 한 수가 되는 관계다.
220: 1+2+4+5+10+11+20+22+44+55+110=284
284: 142+71+4+2+1=220
신의 주선으로 만난 또 다른 숫자의 인연은 자신을 뺀 약수를 전부 더하면 자기 자신이 되는 완전수이다. 예를 들어, 6은 자신을 뺀 약수를 전부 더하면 1+2+3=6이 되고, 28은 자신을 뺀 약수를 전부 더하면 1+2+4+7+14=28이 된다. 이러한 관계는 각 자릿수마다 한 개씩만을 보이는 특징도 갖는다. 즉 한 자릿수 중에는 6, 두 자릿수 중에는 28, 세 자릿수 중에는 496, 네 자릿수 중에는 8128이다. 여기까지는 그리스 시대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그다음 완전수는 여덟 자릿수가 되면서 점점 간격이 벌어진다. 또한 완전수는 연속한 자연수의 합으로도 나타낼 수 있는데, 6은 1+2+3, 28은 1+2+3+4+5+6+7로도 나타낼 수 있다. 오가와 요코는 야구 선수의 등번호 28이 완전수라는 발견을 한 뒤에야 비로소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쓸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두 저자는 이렇게 무한한 수의 세계에서 어느 특정한 숫자들이 서로 손을 마주잡고 있는 관계들이 바로 신이 숨겨 놓은 아름다운 질서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소설가보다 상상력 풍부한 수학자들의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
인도의 수학자 라마누잔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를 살펴보자. 1887년, 인도의 가난한 브라만 집안에서 태어난 라마누잔은 당시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정리들을 발견해 낸다. 그는 매일 아침 새로운 정리 여섯 개씩을 적어냈고, 놀라워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그저 꿈속에서 여신이 가르쳐 준 대로 적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라마누잔은 자신이 발견한 놀라운 정리들을 수학적 이론으로 증명을 하지도 못했다. 아니,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만큼, 그의 머릿속에서는 매일 새로운 정리가 끝없이 솟아났던 것이다.
또 다른 수학자 가우스의 일화도 놀랍다. 1796년 3월 30일 아침, 당시 열여덟 살이었던 가우스는 눈을 뜨면서 자와 컴퍼스로 정십칠각형을 작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면서 비로소 수학에 관한 자신감을 갖고 그전까지 신학과 수학 사이에서 고민했던 자신의 진로를 수학으로 결정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처럼 저자들은 유명한 수학자들이 어떻게 자신과 싸우고, 어떤 집착과 끈기로 문제를 해결해 갔는지, 인생에서 어떤 좌절을 맛보았는지 등 수학자들의 집념이 담긴 인생에 대해 들려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지는 쏠쏠한 에피소드에 귀 기울이다 보면 문득 ‘아,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였던가?’ 의아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동과 즐거움의 시작은, 언제 어디서나 불쑥 얼굴을 내미는 뜻밖의 우연으로부터 생겨나는 법! 수학이라고 다를 게 뭐 있을까. ‘알아 두면 쓸모 많은 신비로운 수학 잡담’ 형식이므로,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가볍게 읽어 보아도 부담 없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