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 『상상적 신체: 윤리학, 권력, 신체성』은 모이라 게이튼스(Moira Gatens)의 『Imaginary bodies -Ethics, power and corporeality, 1996』를 완역한 것이다. 게이튼스의 저작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셈인데, 스피노자 연구와 페미니즘 저술에서의 그녀의 명성을 감안한다면 꽤 늦은 감이 있다. 게이튼스는 페미니즘 이론을 철학적 사유로 검토하고 그 난점을 철학적 아이디어로 돌파한다. 기존의 ‘젠더’ 개념을 비판하고자 정신분석학을 경유하고, 성적 상상계의 계보학을 제시하고자 스피노자, 니체, 푸코, 들뢰즈의 철학을 활용한다.
게이튼스가 이 책을 저술한 주요 배경과 목적은 20세기 후반 이래로 페미니즘 이론의 중심을 이루게 된 섹스/젠더 구별을 비판하는 데 있다. 로버트 스톨러는 ‘잘못된 신체에 갇혀 있다’고 믿는 트랜스섹슈얼의 존재를 설명하고자 ‘젠더’ 개념을 고안했다. 이는 생물학적이고 해부학적인 성별을 가리키는 섹스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성 관념을 가리키는 젠더의 구별로 발전되었다. 이러한 구별은 여성 종속적인 기존의 젠더 규범성을 비틀 수 있다는 면에서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게이튼스가 보기에 이 구별은 신체와 정신의 이원론적 개념을 답습하고 있다. 섹스/젠더가 전제하고 있는 신체/정신 더 나아가 수동/능동, 자연/문화 등과 같은 서구의 유서 깊은 이분법은 한 편의 항에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항을 억압하는 작용을 해왔다. 따라서 게이튼스는 ‘섹스의 대립물로서의 젠더’를 대체할 새로운 개념을 모색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상상적 신체’이다.
‘상상적 신체’ 개념은 스피노자의 일원론을 활용한 것이다. 스피노자의 철학에는 오직 하나의 실체만 존재하며, 정신과 신체는 유일 실체의 속성인 연장과 사유의 변용이나 표현일 뿐이다. 여기서 능동적인 정신이 수동적인 신체를 지배한다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다. 정신의 능동성과 신체의 능동성은 비례하며, 오히려 정신은 신체의 성격 및 상태에 의해 구성된다. 신체의 역량과 한계는 다른 신체들과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스피노자 철학을 토대로 게이튼스는 우리가 신체를 본질적인 것, 이분법적으로 성별화된 것으로 간주한다거나 여성 신체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를 갖는 것은, 또한 그것이 법과 제도 등으로 체현되는 것은 다양한 사회관계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이튼스는 신체의 역사적이고 역동적인 성격과 젠더의 신체적이고 물질적인 성격을 제시하며 기존의 섹스/젠더 구별을 해체한다.
목차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5
서문9
감사의 말25
제1부
제1장 섹스/젠더 구별 비판29
제2장 정치체 속 신체적 재현/정치체와 신체적 재현61
제3장 여성과 여성의 이중성(들): 섹스, 젠더, 윤리학75
제2부
제4장 신체 페미니즘 철학을 위하여107
제5장 권력, 신체, 차이125
제6장 성을 계약하기: 본질, 계보학, 욕망153
제3부
제7장 체현, 윤리학, 차이183
제8장 스피노자, 법과 책임205
제9장 권력, 윤리학, 성적 상상계235
에필로그271
참고문헌279
옮긴이 후기301
찾아보기307
저자
모이라 게이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