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피에르 펠릭스 가타리(Pierre-Felix Guattari)는 1930년 4월 30일 파리 북서부의 노동자계급 지역이자 파리 코뮌이 일어났던 비예뇌브-레-샤블롱에서 태어났다. 그는 소르본대학에서 학사학위조차 포기하고 정신분석학적 작업에 매진하였으며, 이미 15살 때부터 정신과 의사인 장 우리와 함께 보르드 정신병원의 설립을 도왔다. 그가 아카데미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계기를 살펴보면, 제도분석에서 기계 개념과 배치 개념으로 이행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형이상학, 책임주체, 의미화, 기표, 구조 등의 지적 구조물로 이루어진 아카데미가 실천적 자율성의 입장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등가교환을 가능케 할 고정관념의 교두보라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완전한 절단을 수행한다. 특히 그의 강령에서는 기존 아카데미의 폐쇄되고 코드화되며 닫힌 기계학을 넘어서 열리고 자기생산하는 기계―네트워크―에 대한 사상을 욕망과 기계의 관계를 통해서 다루고 있다.
가타리는 1953년 이후 장 우리가 주도하여 설립한 보르드 병원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하였다. 또한 라캉이 주도한 격월 세미나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라캉이 갖고 있는 무의식과 욕망에 대한 태도에 문제제기를 하고 뛰쳐나왔다. 라캉에 따르면 구조는 어쩔 수 없이 개인의 무의식을 장악하고 있으며, 여기서 벗어나면 심각한 분열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언표 주체(말 속의 나)와 언표행위 주체(말하는 나)의 분열 때문에 안정감을 찾기 위해서는 불변항의 구조에 의존해야 한다는 레퍼토리가 그것이다. 라캉은 상상계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분열되고 흔들리는 주체성이 결국 상징계라는 불변항의 구조에 의해서 장악되어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가타리는 이와 달리 구조를 바꾸려는 좌파 기획이 아니라, 관계망이 발생시키는 자기생산적인 조직 양식인 기계가 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가타리의 14가지 강령은 이러한 이행의 과정에서의 단상을 유감없이 담고 있다.
목차
머리말 분자혁명에서 모두의 혁명으로
1장 욕망의 미시정치가들이 스스로 발언하게 하라!
강령 1 욕망을 조만간 사라질 주체적 상부구조로 생각하지 마라.
2장 하라, 하라, 무의식의 공장을 가동하라!
강령 2 욕망을 하부구조 쪽으로 보내고 가족, 나, 그리고 사람을 반생산 쪽으로 보내라.
3장 68혁명은 계속된다, 모두가 분열자다!
강령 3 신경증과 가족에 의한 무의식 접근법을 포기하고, 가장 특정한 분열적 과정의 무의식을 욕망하는 기계의 무의식을 택하라.
4장 대안운동은 지배계급의 거울상인가?
강령 4 독재 전체가 지닌 상징적인 완전한 대상에 대한 강제 차압을 단념하라.
5장 의미화 대신 지도화를 선택한다면?
강령 5 기표를 부숴라.
6장 공동체와 네트워크의 관계성좌, 그 숨은 잠재성은?
강령 6 현실적인 복수성 쪽으로 미끄러져 가라.
7장 기계는 왜 욕망을, 욕망은 왜 기계를 끌어당길까?
강령 7 인간과 기계 모두를 쫓아내는 것을 멈춰라,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욕망 그 자체를 구성한다.
8장 ‘의미=권력’의 무시간적인 논리보다 역사의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강령 8 색다른 논리, 즉 현실적 욕망의 논리를 촉진시키고, 구조에 대한 역사의 우선성을 정립하라. 상징주의와 해석에서 벗어난 색다른 분석을 촉진시키고, 지배 질서의 의미작용의 전투주의를 해방할 수단을 제공하는 색다른 전투주의를 촉진시켜라.
9장 언어 이전에 배치를 살펴야 하는 이유는?
강령 9 언표행위의 주체와 언표 주체 사이의 단절을 초월하는 언표행위의 집합적 배치를 인식하라.
10장 미리 주어진 외부가 아닌 탈주를 통한 외부 생산으로!
강령 10 권력의 파시즘에 대해, 욕망으로, 욕망 기계로, 그리고 무의식적 사회적 장의 조직으로 인도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탈주선을 대립시켜라.
11장 혼자서 탈주하지 말고 여럿이 탈주해야 하는 이유는?
강령 11 자신만이나 ‘개인적으로’ 탈주하지 말고 사람들이 도관을 뚫고 종기를 제거하듯이 탈주하라.
12장 사랑, 욕망, 정동의 흐름이 만든 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강령 12 흐름을 가로막고 수로화하려는 사회적 코드들 아래로 흐름을 통과시켜라.
13장 미리 주어진 무차별 사회가 아닌 우리가 만들 간(間)공동체 사회가 중요한 이유는?
강령 13 국부적이고 미세한 욕망의 입장에서 출발하여 점차 자본주의 체계 전체를 문제 삼아라.
14장 흐름, 활력, 에너지의 미시정치는 왜 필요한가?
강령 14 흐름을 해방시켜라, 책략에서 항상 앞서가라.
참고 자료: 들뢰즈 가타리 철학 개념어
저자
신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