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SF는 오락소설인가, 진지한 사고실험인가?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을 종횡하며 독특하고 과감한 사유로 비평적 영토를 개척해온 문학평론가 복도훈의 SF평론집 『SF는 공상하지 않는다』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십 년에 걸쳐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썼다.
『SF는 공상하지 않는다』는 그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한국 SF문학의 비평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단행본으로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작품의 생산만 있고 제대로 된 비평은 없는 상황에서 한국 SF는 종종 논쟁의 대상이었고 상업적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이 책은 그러한 SF의 의미를 되짚고 무중력 서사로 일컬어지는 텍스트들을 본격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첫 시도다. ‘미래’라는 화두를 통해 비평적 실험을 해온 저자는 한국 문학의 장에서 발표된 SF소설의 비평과 작가론, 작품론뿐 아니라 해외 SF작가들의 아포칼립스 및 유토피아 소설, 우리에게 아직 낯선 영역인 북한 과학환상문학에 대한 비평까지 그러모아 한 권에 묶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과학소설, 새로운 리얼리즘’과 2부 ‘한국 과학소설의 여러 면모’에서는 SF 장르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둘러싼 여러 비평들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SF에 대한 유형화를 시도한다. 복거일, 듀나, 배명훈, 김보영, 박민규, 윤이형, 김희선, 백민석, 조하형 등의 SF와 1960년대 한국 SF의 돌연변이인 문윤성의 『완전사회』, 그리고 북한의 SF(과학환상소설)를 다룬다. 3부 ‘미래 없는 미래의 이야기들’과 4부 ‘이 지상의 낯선 자들’에서는 정용준(『바벨』), 손홍규(『서울』), 최인석(『강철 무지개』)의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 소설, 정유정의 재난소설(『28』),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 」(2003), 한국 최초의 아포칼립스 소설인 김윤주의 [재앙부조](1960)와 박문영의 『사마귀의 나라』(2014)를 살핀다. 그리고 J. G. 발라드, 필립 K. 딕, H. P. 러브크래프트의 SF를 다루는 한편 SF에 대한 저자의 분석에 이론적 근거가 되는 철학과 비평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 SF, 최초의 접촉 7
1부 과학소설, 새로운 리얼리즘
SF, 과학(Science)과 픽션(Fiction) 사이에서 23
SF와 계급투쟁: 박민규와 윤이형의 SF에 대하여 59
이야기의 클리나멘, 클리나멘의 이야기: 김희선의 《무한의 책》에 대하여 84
데카르트의 SF적 후예들: 배명훈과 김보영의 SF에 대하여 108
SF의 존재론을 위한 사고실험 117
2부 한국 과학소설의 여러 면모
한 명의 남자와 모든 여자: 문윤성의 《완전사회》에 대하여 137
화성을 젠더 수행하기: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에 대하여 165
한국의 SF, 장르의 발생과 정치적 무의식: 복거일과 듀나의 SF에 대하여 171
“원쑤들을 쓸어버려라”: 북한 과학환상소설과 바다 194
“무한히 넓어지는 우리의 조국 땅!”: 북한 과학환상소설과 우주 222
3부 미래 없는 미래의 이야기들
마니교 시대의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 《바벨》 《서울》 《강철 무지개》에 대하여 253
‘인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소설: 정유정의 《28》에 대하여 283
원한의 리셋충동과 구원의 해석학: 다시 본 「지구를 지켜라!」 302
리셋과 무망(無望)의 서사: 김윤주의 〈재앙부조〉와 박문영의 《사마귀의 나라》 325
4부 이 지상의 낯선 자들
역사의 기후와 인간 종의 변이: J. G. 발라드의 파국 삼부작에 대하여 337
필립 K. 딕의 환생 : 그의 서사적 우주로 들어가기 위한 몇 개의 키워드 362
‘존재할 수 없는 존재’를 탐사하는 흑마술 서사: H. P.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 377
두 마르치온주의자에 대한 단상: 야콥 타우베스와 윤인로 392
세계의 끝에서 다시, 유토피아를 상상하다 406
나가는 말 종말기상관측소 K의 하루 412
저자
복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