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사물과 현상,
지구와 우주의 이면에 감춰진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사물과 현상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저명한 물리학자인 저자와 함께 ‘물리학 안경’을 쓰고 지하철역, 마트, 주방, 엘리베이터 안, 에스컬레이터와 보도블록 위를 걸어보자. 당신은 그곳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놀라운 물리 법칙을 간파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사물과 현상, 지구와 우주의 이면에 감춰진 흥미진진한 ‘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목차
감수자의 말 물리학자의 머릿속으로 떠나는 여행
저자 서문 소립자 세계에서 일상의 세계까지, 종횡무진 넘나드는 궁극의 ‘물리학적 사고법’
이 책을 읽기 전에
제1장 카오스를 즐기는 물리학자의 인생
에스컬레이터 ‘병목 구간’ 해결에 필요한 학문은?
‘무한한 가능성’은 존재할까?
소립자 물리학의 숫자는 수학의 숫자와 다르다?
만두피와 만두소 어느 쪽도 애매하게 남지 않고 딱 맞게 만두를 빚는 기발한 방법은?
‘초전도 건물’에 숨겨진 ‘경로 적분’의 비밀
마트에서 충돌 사고를 방지하는 ‘물리학 보행법’
시간은 1차원일까, 2차원일까?
물리학자는 모두 ‘근사병 환자’다?
한자에 좌우 대칭 글자가 많은 이유가 ‘중력’ 때문이라고?
우리 행동을 지배하는 힘, ‘히스테리시스 현상’의 비밀
과학 분야에 멋진 전문용어가 많은 이유
왜 인간은 직선을, 자연은 곡선을 창조할까?
“당신 인생은 카오스 같네요”라는 말을 듣고 기뻐 춤추는 까닭
현미밥 구멍과 게 구멍이 거의 같을 수밖에 없는 물리학적 원리는?
다코야키 반지름과 장수풍뎅이 크기에 상한이 존재하는 이유
물리학자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제2장 나를 물리학자로 만들어준 것들
학자는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직업’이다? 107
나를 물리학자로 키워준 ‘블록 놀이’
물리학자는 왜 ‘미로 그리기’에 매료될까?
‘근시’가 오히려 편리한 생활 도구라고?
숫자 해석에 물리학자의 삶이 좌우된다
물리학자의 칠판 100배 활용법
연구 논문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리학이 아닌 ‘물리학적 사고’
물리학자가 고독하지 않은 이유는?
셜록 홈스를 흉내 내는 과학자 vs. 셜록 홈스 같은 과학자
열차와 소립자, 철도와 우주의 관계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인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싫어하는 과학자
‘수식’과 ‘여성’ 중 더 아름다운 쪽은?
여행가방 바퀴 소리와 기하학의 상관관계
사용 언어를 전환하면 인격도 전환된다?
제3장 물리학자의 기상천외한 생태 엿보기
상식의 경계를 뛰어넘으면 새 이론이 탄생한다?
물리학자는 왜 일반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까?
구름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구름에 끌리는 이유
물리학자의 ‘사용자 사전’ 훔쳐보기
만보계 속이기 실패가 과학 발전을 뒷받침하다
수식과 소립자 의인화하기
이론물리학자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왜 위험할까?
‘마늘 까기’에서 미분의 원리를 발견하다
물리학은 ‘이론’과 ‘실험’ 두 바퀴로 굴러가는 학문이다
직소퍼즐을 끔찍이 싫어하는 이유
물리학자는 왜 ‘고대 문자’에 열광할까?
물리학자의 독특한 손수건 세탁법
귤이 썩지 않도록 보관하는 구조 만들기
‘꽃은 왜 아름다울까?’라는 질문에 대한 물리학자의 답변
“마지막 강의는 살아서 치르는 장례식이다”
문진표
사고법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분에게
저자 후기 이토록 즐거운 물리학자의 세계
감사의 말
저자
하시모토 고지 (지은이), 서수지 (옮긴이), 김석현 (감수)
출판사리뷰
물리학자가 일상생활에서 건져 올린 흥미진진하고 기상천외한 물리 법칙
-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사물과 현상, 지구와 우주의 이면에 감춰진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선글라스를 끼고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은 ‘검게’ 보인다. 빨간 셀로판지를 눈에 대고 보면 세상은 ‘빨갛게’ 보인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존재하는 사물,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상, 동일하게 펼쳐지는 세상이지만 어떤 ‘눈’,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 세상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어떤 사물과 현상, 우주 법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까? ‘물리학자의 귀’로 주위에서 세상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떤 오묘하고 신비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할까? ‘물리학자의 머리’로 사물과 현상을 궁리하고 사고하면 세상을 움직이는 어떤 오묘한 원리가 깨달아지기 시작할까?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독자라면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이 책은 교토대학교 대학원 교수이자 저명한 물리학자인 저자가 지하철역, 마트, 주방, 엘리베이터 안, 에스컬레이터와 보도블록 위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공간에서 발견하고, 듣고, 궁리하며 깨달은 놀라운 물리 법칙과 우주의 작동 원리를 담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만두피와 만두소 어느 쪽도 애매하게 남지 않고 딱 맞게 만두를 빚는 물리학 방법은?’, ‘마트에서 충돌 사고를 방지하는 절묘한 물리학 보행법’, ‘현미밥 구멍과 게 구멍이 거의 같을 수밖에 없는 물리학적 원리는?’, ‘다코야키 반지름과 장수풍뎅이 크기에 상한이 존재하는 이유는?’, ‘여행가방 바퀴 소리와 기하학의 상관관계’, ‘한자에 좌우 대칭 글자가 많은 이유가 ‘중력’ 때문이라고?’ 등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사물과 현상, 지구와 우주의 이면에 감춰진 흥미진진한 ‘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 한자에 좌우 대칭 글자가 많은 이유가 ‘중력’ 때문이라고?
뫼 산(山), 나무 목(木), 고기 육(肉)……. 이 한자들의 공통점은 뭘까? ‘좌우 대칭’ 글자라는 점이다. 이 세상과 자연의 사물들 중에는 좌우 대칭이 많다. 한데, 신기하게도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는 말할 것도 없고 한자에도 좌우 대칭인 글자가 적지 않다. 왜 자연의 사물에는 좌우 대칭인 것이 많을까? 여기에는 ‘물리 법칙’이 작용한다. 즉, ‘중력’의 영향인 것이다. 지구 위의 모든 존재에는 중력의 힘이 작용하는데, 중력은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작용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런 좌우 대칭을 이루어 ‘나무 목(木)’이라는 좌우 대칭의 한자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저자는 두 가지 간단한 가설을 세운다, 하나, ‘중력의 영향으로 한자에는 좌우 대칭인 글자가 매우 많을 것이다.’ 둘, ‘중력의 존재를 가정한다면 상하 대칭보다 좌우 대칭인 글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실제 조사 결과 두 가지 가설 모두 들어맞았다. 저자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생이 배우는 한자 80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40자가 좌우 대칭이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상하 대칭인 한자는 12개에 불과했는데, 재미있게도 그 글자들은 상하 대칭이면서 좌우 대칭이었다.
이렇듯 지구와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 법칙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자에도 오롯이 반영돼 있다.
▣ 다코야키 반지름과 장수풍뎅이 크기에 상한이 존재하는 이유
‘겉바속촉’, 즉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식감을 지닌 다코야키. 저자는 일상의 음식 다코야키에서도 절묘한 물리 법칙을 발견한다. 먼저 그는 ‘다코야키 반지름에는 왜 상한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흔한 음식에도 물리적 원리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이어 그는 또 하나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그것은 ‘왜 이 세상에는 반지름 2센티미터 이상의 다코야키는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은 다코야키가 갖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자 정체성인 그 ‘겉바속촉’에 있다. 즉,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바삭한 표면이 으깨지며 안에 든 ‘촉촉한’ 반죽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이 바로 다코야키인 것이다. 한데, 다코야키의 크기가 너무 크면, 좀 더 구체적으로 반지름이 2센티미터를 넘으면 이런 ‘겉바속촉’이라는 다코야키의 본질을 규정하는 속성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다코야키의 구조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다코야키와 곤충 크기 사이의 공통점’을 찾는 일에 골몰했다. 그에 따르면, 장수풍뎅이나 딱정벌레처럼 앞날개가 딱딱한 초시류 곤충의 크기에는 상한이 있다. 장수풍뎅이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뿔을 제외한 몸통 부분의 단면 크기가 커봤자 반지름 2센티미터 남짓이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다코야키의 상한과 비슷한 크기다.
장수풍뎅이의 몸통 둘레 반지름이 다코야키와 같은 2센티미터 이내인 것이 과연 우연일까? 아니다. 장수풍뎅이가 속한 딱정벌레 딱정벌레목 곤충은 외골격이 갑옷처럼 단단한 껍데기로 둘러싸여 있어 한자로 갑충(甲蟲)이라고 부른다. 몸 표면을 딱딱한 껍데기로 감싸 전체 체중을 떠받치는 구조다. 곤충의 몸 내부는 다양한 기관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해야 하는데, 모두 내장 기관을 지탱하려면 주위의 단단한 껍데기가 필요하다. 표면이 단단하고 안이 말랑말랑한, 다시 말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 즉 다코야키와 같은 구조인 것이다.
▣ “당신 인생은 카오스 같네요”라는 말을 듣고 기뻐 춤추는 까닭
“당신 인생은 카오스 같네요.” 이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내심 언짢아하거나 화를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뛸 듯이 기뻐하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출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유가 뭘까? 그것은 그가 혼란을 즐겨서가 아니라 ‘카오스’라는 개념에 대한 자신의 인상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물리학이란 과거의 상태를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어떤 식으로 변할지, 그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물리학의 임무다. 한데, 미래 예측에는 난관이 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다.
물리학이 다루는 대상에는 카오스적인 대상과 카오스적이지 않은 대상이 있다. 이 중 카오스적인 대상은 두 가지 성질을 지닌다. 하나는 ‘초기 조건의 민감성’, 또 다른 하나는 ‘에르고드성(ergodicity)’이다. 먼저, ‘초기 조건의 민감성’이란 최초의 상태를 살짝만 바꿔도 극적으로 결과가 달라진다는 가설이다. 예를 들어 산꼭대기에 공을 살포시 내려놓았다고 가정해보자. 그 공을 동쪽과 서쪽 중 어느 쪽으로 살짝 미느냐에 따라 굴러가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 인생에도 ‘산꼭대기의 공’처럼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 방향이 백팔십도 달라지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하며 아쉬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실제로 그 순간순간마다 뭔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는 해도 물론 세월이 지난 뒤에야 그때가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즉, 그 순간조차 ‘카오스적인 순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카오스 이론을 이해하고 나면 카오스가 아닌 인생은 시시하다”라고 말한다. 카오스가 아닌 물리 시스템은 같은 구간을 영원히 빙글빙글 도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물리에는 시간의 끝이 없으며, 영원히 맴돈다. 이런 연유로 ‘카오스의 초기 민감성’이 있기에 우리 인간은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카오스의 두 번째 성질인 에르고드성은 ‘온갖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는 위상 공간 중의 한 점이 에너지가 같은 면 위를 구석구석 운동하는 성질을 설명하는 물리학 용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인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가능성이든 시험해보고 도전해볼 수 있기에 매력적인 것이다.
유명한 카오스 시스템의 예로 ‘이중 진자 실험’이 있다. 일반적인 진자는 정해진 구간을 왕복 운동할 뿐이므로 카오스가 아니다. 그러나 진자 아래에 또 하나의 진자를 추가하기만 해도 카오스 운동으로 변한다. 위의 진자를 아래 진자가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 등 관찰자가 질리지 않도록 다양한 운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순간순간의 이중 진자 형태를 살펴보면 다양한 형태를 그리며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현상이 ‘에르고드성’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인생은 유한하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말도 지겹도록 들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생이 카오스적이라면 우리는 시간이 허락되는 한 온갖 가능성을 시험하고 도전하며 살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롭게도 같은 물리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카오스를 발생시키려면 에너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져야 한다. 인생을 카오스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한 셈이다. 만약 인생이 카오스라면 모험은 아주 약간의 ‘외도’로도 충분하다. 아주 작은 한 걸음이 멋 훗날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