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압록강의 인류학자,
21세기 임진강 앞에 서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하다!
임진강과 한강을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유하는 공간으로 복원하기!
이 책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중·조 국경)을 이루는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와 단둥과 같은 국경 도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인류학자 강주원의 2022년 신간이다. 전작들에서 저자는 수십 차례의 현지조사와 참여관찰을 통하여 흔히 빠질 수 있는 선입견들을 무너뜨리는 데에 큰 성과를 거뒀다. 이를테면 압록강과 두만강이 중립 수역을 이루어 양국에서 공유한다는 사실, 국경 도시 단둥을 무대로 한국인, 중국인, 조선족, 북한화교 등이 대규모 직·간접 무역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실, 남북 교류가 국제 무대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들은 우리의 시각과 시야를 한층 더 확장해주었다.
저자는 코로나19 이후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다시 임진강과 한강, 그리고 휴전선과 DMZ로 눈길을 돌려,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되짚어보고 이를 극복하면서 평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휴전선의 본 모습,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민통선과 같은 다양한 선들, 임진강과 한강 하구의 중립 수역, 철조망과 평화의 십자가, 대성동 자유의 마을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상은 어렴풋하고 낯선 공간에 대해 속속들이 이야기를 꺼낸다.
목차
머리말
2020년 코로나19 전후, 한반도 안과 밖을 기록하기ㆍ5
20년의 조금 익숙함과 2년의 너무 낯섦 사이에서 | 나에게 다가온 철조망들 | 두 질문의 답: 있음 혹은 없음
1부 한국 사회에 투영된 분단 그림: 평화는 상상화보다는 사실화일 때 와닿는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현실에 바탕을 둔 상상력ㆍ27
남북 교류와 만남의 불시착 공간은? | 약 30년 전에도 이뤄진, 상상이 아닌 현실 | 미래가 아닌 남북 만남의 방식과 장면
나는 휴전선을 몰랐다ㆍ44
38선 나무표지판과 휴전선 말뚝 | 철조망의 역사: 분단 세월보다 약 23년 짧다 | 철조망은 분단의 상징일까
로마에 간 평화의 십자가: DMZ 철조망으로 만들었다면!ㆍ60
감동에서 물음표로 | DMZ 철조망과 해안 철조망 | 휴전선 말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소망하며
2020년대 초반, 강변북로를 지나 자유로를 달리다ㆍ72
매번 새롭게 다가온 자유로 | 자유로 한강: 철조망과 평화 | 자유로 임진강: 철조망과 무언의 풍경 | 자유로 임진강 너머: 북한, DMZ, 한국을 구분하기
2부 같은 듯 다른 듯: 압록강 & 임진강
선입견과 편견을 넘어ㆍ105
다양한 선과 면 : 민통선, 남방한계선, 휴전선, 민북, DMZ | DMZ, 어디까지 가봤나? | 존재하지 않는 휴전선을 그려놓은 지도들 | 임진각 너머, 북한은 멀다 | 평화 곤돌라는 평화체험일까
그곳에도 삶이 있다ㆍ141
통일대교 민통선은 금지의 선이 아니다 | 두 개의 선(민통선과 남방한계선)을 일상적으로 넘나드는 사람들 | 민통선은 다양하다
현실에서 평화를 그리면서 누리자ㆍ164
자유로에 휴전선 시종점을 표시한 안내판이 있다면 | 같은 중립 수역: 한쪽은 함께 이용, 한쪽은 함께 금지 | 예전처럼 남북 중립 수역에서 발 담그고 과일을 먹자! | 남북이 함께 모내기하는 판을 꿈꾸며 | 오늘 도라산역에 갈까?: 서울-평양 열차 연결 이전에
3부 남북 교류와 만남의 공간, 중국 단둥: 공존과 공생이 일상에 스며들다
2019년에 낸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 이후를 기록하기ㆍ205
남북 교류와 만남의 달력을 만들다 | 그때 그 시절, 남북은 그렇게 살았다 |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서신교환: 빈칸 없음이 주는 무게감
코로나19 상황: 단둥 지인들이 전해온 소식들ㆍ229
북한 달력, 이메일 그리고 마스크와 방호복 | 남북 교류와 만남의 통계 범위는 어디까지 | 북한의 국경 봉쇄는 몇 년일까? | 2020년대 초반, 단둥엔 개성공단이 다섯 개가 넘는다
맺음말
2013년, 2016년, 2019년 그리고 2022년 기록을 마치면서ㆍ255
다시 찾아갈 압록강과 두만강, 그리고 또 달려갈 임진강과 한강 | 다섯번째 책과 또 하나의 약속을 다짐하면서
참고문헌ㆍ266
저자
강주원 (지은이)
출판사리뷰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 2021년 “평화의 십자가” 전시회의 오해와 진실
2021년 10월에 통일부는 “DMZ 철조망”으로 평화의 십자가를 만들어 로마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이 전시회는 대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저자는 제작과정과 홍보에 큰 오류와 오해가 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평화의 십자가는 휴전선, 남방한계선, 민통선과는 상관없는 김포와 고성의 군 경계 철책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63쪽~71쪽). 물론 상징적인 표현으로 뭉뚱그려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휴전선에는 철조망이 없거니와 실제로 DMZ와 관련 있는 남방한계선과 민통선의 철조망을 사용하지 않고도 휴전선과 DMZ를 언급하는 것에서 생길 수 있는 편견과 선입견의 가능성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또한 저자는 DMZ와 무관한 곳에서 하는 행사를 마치 DMZ에서 하는 행사처럼 포장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임진각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철조망 너머는 무조건 북한처럼 여기게끔 하는 문구들 또한 비판한다. 저자는 이런 오해와 오류를 없애고 사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DMZ와 그 이외의 지역을 명확히 구분할 것을 주장한다.
휴전선의 길이는 250킬로미터(155마일)인가, 317킬로미터(197마일)인가?
휴전선은 육지에서 멈춘다. 휴전선의 서쪽 시종점(始終點)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 있다. 만우리의 시종점부터 서쪽으로 임진강과 한강 하구를 지나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까지 67킬로미터에 이르는 수역은 중립 수역이다. 그러나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지도와 소개문에는 휴전선이 연장되어 그려져 있다.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이 수역은 휴전선이 지나가지도 않고 남방/북방 한계선이 그어져 있지도 않다. 만약에 이 수역에 휴전선이 지나간다면 휴전선의 길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숫자보다 더 길어져야 한다.
저자는 이 중립 수역을 DMZ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DMZ는 완충지이자 접근 금지 구역의 의미가 강한 데에 비해 중립 수역은 압록강과 두만강처럼 공동 이용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경기도에서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정전협정문에 중립 수역에 남북의 배를 “개방”한다고 명시된 만큼 고기 잡고 농사 짓고 물놀이 할 수 있는 일상을 공유하는 삶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일대교는 민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끝 지점?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쪽에 다가갈수록 북한에 가까워진다는 이유로 긴장감을 맛볼 것이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철조망과 초소, 엄폐물, 지뢰 표시, 방어벽 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휴전선에 다다르려면 몇 개의 선들을 넘어야 한다. 민통선과 남방한계선이 대표적인 선이다. 민통선이란 말을 듣기만 해도 월경의 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감정마저 든다. 민통선은 시시각각으로 옮겨지는 선이었으며 점차로 민간인이 검문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변화되었다. 자유로를 타면서 사람들은 민통선을 의식하지 않고 넘나든다.
또한 저자는 남방한계선 또한 철저하게 금지된 선이 아니라 통제 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휴전선에 바로 인접한 마을이지만, 그곳 주민, 학생, 교사, 농민, 트럭 들이, 저자의 표현대로 “대통령과 장관도 유엔사의 허락을 받는 조건으로 넘나드는 그 선, 남방한계선을 그들은 월화수목금 통과한다.” 휴전선에서 고작 400미터 떨어진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저자는 평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대립과 대결의 공간에서 평화와 공존의 공간으로 거듭나기
저자는 휴전선에 철조망이 없다는 사실, 공동 사용이 가능한 중립 수역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민간인 통제의 범위와 구역이 달라져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당장은 모든 선들을 개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통제선들을 개방하고 더 나아가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경이 보이지 않는 선이기도 하거니와 압록강과 두만강을 벤치마킹하여 임진강과 한강 하구에 응용해봄직도 하다.
코로나19 시대에도 이산가족을 비롯한 남북 민간인들의 교류는 중단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직간접적인 자료들이 있다(222쪽 이하 참조). 교류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통제와 규제의 시대에 머물러 있기보단 새로운 상상과 새로운 시도를 하며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가능케 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가장 먼저 휴전선과 DMZ, 중립 수역을 폐쇄와 통제에서 공유와 공존의 공간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