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심리인류학과 아동인류학의 권위자
하버드대 러바인 교수 부부가
자녀 양육의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애정을 쏟아붓고 희생을 감수하고도
늘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는 부모가
합리적으로 짐을 덜고 안심할 수 있는 방법!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을 믿어야 부모가 안심하고 쉴 수 있다
이 책은 아동, 양육, 교육 등의 분야에서 심리 및 문화 인류학적 연구로 잘 알려진 하버드대 인류학 교수 부부 로버트 러바인과 세라 러바인이 전문적인 지식, 깊이 있는 성찰, 생생한 사례 들을 통해 현대 미국 사회의 양육과 교육 문제를 통렬히 비판한 책이다.
로버트 러바인과 세라 러바인 부부는 심리, 교육, 아동, 양육 인류학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 부부로, 특히 로버트 러바인은 미국 교육 아카데미와 미국 인문·과학 아카데미 위원과, 미국 심리인류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 책을 통해 러바인 부부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여러 소규모 사회를 현지조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 미국인 중산층 가정의 양육 방식과 딜레마들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이 책은 저명한 하버드대 교수 부부가 전하는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나 “하우투how to”” 방식의 육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저자들은, 아동 발달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력은 과장되어 있으며, 소위 아동 교육 전문가 집단이나 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적이지 않으며, 부모가 아동 발달의 모든 단계에 연연해하고 몸달아하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잘 성장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서의 부제가 말해주듯, 저자들은 “미국의 가족은 그냥 안심하고 쉬어도 된다American families should just relax.”고 말한다.
목차
서문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9
1장 미국 사회의 부모 비난하기 31
2장 기다림: 임신과 출산 71
3장 영아 돌보기: 수많은 질문들과 몇몇 대답들 91
4장 어머니와 영아의 상호작용: 얼굴 마주하기와 살갗 접촉하기 121
5장 아이 함께 돌보기: 엄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53
6장 유아 훈육하기: 말하기, 배변 훈련, 떼쓰기, 일하기 175
7장 후기 아동기: 학교, 책임, 통제 223
8장 조숙한 아이들: 부모와 타인의 문화적 관점 263
9장 결론 281
감사의 말 298
미주 300
참고 문헌 320
옮긴이의 말 334
찾아보기343
저자
로버트 러바인
출판사리뷰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양육법
저자들은 전 세계의 가정들, 특히 아프리카의 하우사 사람들과 구시 사람들의 양육법을 미국 현대 가정의 양육법과 비교하면서, 세계 각 지역의 부모들이 각각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에 기대어 다양한, 심지어 서로 반대되는 방식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지를, 그리고 그 아이들이 심리적, 정신적으로 건강할 뿐만 아니라 성숙하고 안정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들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부모들은 (전문가의 조언을 따라) 초기부터 아기와 눈 맞춤을 하고 놀이기구를 던져주고 말을 하게끔 함으로써 아이를 언제나 흥분 상태에 있게 한다는 것이다. 아기가 깨어 있을 때에 아기를 안정시키거나 달래기보다 자극하고 흥분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아프리카의 부모들은 아기를 평온하고 차분한 상태로 유지시키려 한다. 이들의 목표는 순응하고 순종적인 아이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상이한 목표와 전략이 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다르게 만든다. 확실한 것은 미국의 어린이들이 활동적이고 수다스럽고 제멋대로이다.
과학적 양육 이론가들의 비과학적인 조언에 빠지지 않기
저자들은 이른바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기댄 서구 정신의학을 인간 발달의 일반적이고 절대적인 지침으로 사용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소위 “과학적 양육 이론”의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비과학적 가설들을 유포하고 있다. 저자들은 비교 문화적인 관점과 근거를 통해 저명한 브루노 베텔하임, 그레고리 베이트슨, 볼비의 이론들이 가지는 빈약한 가설을 논박한다.
저자들은, 많은 부모들이 그들의 믿고 실천했던 조언들이 사실은 자신의 개별적 특수한 경험과 그 시대의 도덕적 가치관, 그리고 거대 육아 산업이 결합한 비과학적 조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소위 전문가들은 질식과 같은 위협 요인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와 분리해서 따로 재워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영아와 같이 자는 수많은 사회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할 뿐더러 결국 부모가 잠을 자거나 휴식할 수 없는 상태로 지쳐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소위 과학적 이론을 앞세우는 전문가들의 진짜 문제는 부모들을 끊임없이 스트레스와 불안, 걱정에 빠뜨리는 데에 있다. 현대 한국 사회 부모들에게도 익숙한 볼비의 애착이론도 이 비판을 벗어날 수 없다.
애착이론은 아이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는 부모의 무한정한 사랑과 따뜻함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무한한 사랑 없이 자란 아이는 불안정해져 감정적, 정신적 문제를 지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이론은 이미 여러 학자들이 빈약한 이론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하우사 사회의 회피 관습을 논거로 애착이론의 맹점을 짚는다. 하우사 사회에서 어머니는 아기를 회피하지만, 아기는 정신적, 심리적인 안정 상태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건강히 자라 유능하고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한다.
현대 사회의 양육은 공포 마케팅의 산물인가
저자들은, 소위 육아 전문가들이 아이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을 과장하고 근거 없이 부모를 비난하고 협박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을 걱정에 빠뜨릴 새로운 이유를 찾아낸다. 이러한 지적은 한국과 같이 후기 산업사회를 지나고 있는 많은 가정에도 유효하다.
한국에서도 전문가 집단의 육아서에서 “아이는 부모의 모든 감정을 기억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6세 전에 70프로가 완성된다.”, “부모가 하기 쉬운 실수”와 같은 협박성 조언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특히 부모의 불안감과 죄책감은 아이들을 하루종일 학원과 과외에 얽매이게 하는 데에 크게 작용한다.
양육의 짐을 자신과 아이의 삶에 대한 소중한 헌신이라 생각하고 아이에게 절대적인 관심과 생각, 시간, 에너지를 쏟아 집중적인 양육을 하지만, 늘 확신이 없고 불안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지쳐 있는 것이다. 저자는, 비과학적인 협박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경쟁의 승리법이 아니라 인격의 성숙을 배우는 아이들
서아프리카는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탄생한 곳이다(167쪽). 여기에서 마을은 특정한 장소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 돌봄을 위한 친족이나 이웃의 사회적 연결망을 뜻하기도 한다. 손위누이가 아이를 돌보기도 하고, 성인 여성들이 공동 육아를 하기도 한다. 마을 구성원들의 문화적 관습과 축적된 경험을 통해 육아가 이루어진다. 또한 아이들은 자라면서 부모가 요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를 돌보고 뜰에서 일하고 직물을 짜는 것을 돕기 시작하면서 가족 내의 위치를 확인하고 사회화된다. 이것이 더 확장되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저자들은, 미국 내의 모든 어린이가 학교에 강제적으로 보내지는 것을 역사적 변환점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은 존경하는 가족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관료화된 제도를 통해 표준화된 학습 내용을 공통적으로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한편, 아이들이 오로지 학업 성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체제로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부모는 아이의 양육을 경쟁을 부추기는 국가 제도와 전문가들의 위협성 조언에 전적으로 내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무한 경쟁 사회로 보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대학 진학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전력을 다해 개입해야 하고, 여기에 무한한 관심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여긴다. 여기에 아이들이 집안 일을 하면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깨달을 여지가 개입하기는 어렵다.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부모들이 겪는 딜레마 중의 하나는 자신들이 가진 모든 정신적, 경제적 자원을 양육에 올인하느냐 아니면 아예 양육을 거부하고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느냐다. 이 책은 이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많은 힌트를 주는 책인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은,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도 늘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아이의 앞날을 걱정과 두려움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에게 전문가들의 (대체로 근거가 희박한) 경고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타 문화의 사례들을 접하고 반추하면서 부모로서의 짐을 덜어내는 여유를 갖기를 권한다. 그 첫걸음은 양육을 두렵고 불안한 무거운 짐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아이가 상당 수준의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음을 믿고 안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