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후위기의 시대, 다시 새롭게 부상하는 『가이아』
지구와 생물권에 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지구과학 최고의 고전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가 저자의 1주기를 앞두고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 러브록이 제창한 가이아 이론의 시작점인 이 책은 1979년 초판 출간 당시 지구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뒤집어 학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기후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인류세 시대에 들어 그 중요성을 더욱더 인정받아 다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원서의 2016년판을 바탕으로 보완 개정되었다. 저자의 2016년판 서문을 추가로 수록했으며 한국어 문장을 전면적으로 다듬고 이전과 달라진 용어 표기를 바로잡았다. 표지 또한 보다 산뜻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살아 있는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로 본다. 바닷물의 염도나 대기 속 유독한 기체들의 농도가 몇십억 년간 큰 변동 없이 생명체의 생존에 적합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건 토양, 해양, 대기. 생물권 등 자신이 가진 모든 요소들을 적절히 조절하는 지구의 자가조정 능력 덕분이다. 즉,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외부적 위협에 무력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물리·화학적 환경을 활발하게 변화시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가이아 이론은 제창 당시에는 ‘가설’이었지만 지난 50여 년간 지구의 역사와 자연을 탐구하는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연구 검토됨으로써 현재는 ‘이론’의 지위를 획득했다. 가이아 이론이 펼쳐 보이는 지구에 관한 면밀한 분석과 놀라운 통찰은 지구와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오늘날 꼭 필요한 지침이다.
목차
2016년판 서문
2000년판 서문
1. 서론
2. 태초에는
3. 가이아의 인식
4. 사이버네틱스
5. 대기권
6. 해양
7. 가이아와 인간
8. 가이아와의 공존
9. 마무리
옮긴이 해제
용어 해설
참고 문헌
저자
제임스 러브록 (지은이), 홍욱희 (옮긴이)
출판사리뷰
세계의 판도를 뒤집은 기념비적 저서,
『가이아』19년 만의 개정증보판 출간!
1960년대 중반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 박사는 미항국우주국(NASA)의 행성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지구의 대기 조성이 이웃한 행성들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금성과 화성의 경우, 두 행성은 각각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90퍼센트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는 데 비해 지구의 경우는 0.03퍼센트로 매우 다른 수치를 보였던 것이다. 여기서 러브록 박사는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자가조절할 줄 아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라는 가설을 처음 떠올리게 된다. 이후 연구를 통해 이 가설을 더욱 촘촘하게 세워 1979년, 대중을 위한 책 한 권을 출간했는데 그 책이 바로 『가이아』이다.
인류가 지구를 보는 관점은 『가이아』의 초판 출간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는 관점이 익숙하지만 그 당시에는 지구와 생물권에 대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뒤바꾸는 급진적인 것이었다. 『가이아』는 단번에 문제작으로 떠올랐고 제임스 러브록 박사는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가이아 이론은 제창 당시에는 ‘가설’이었지만 지난 50여 년간 지구의 역사와 자연을 탐구하는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연구 검토됨으로써 현재는 ‘이론’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러는 동안 과학계와 환경운동계, 철학계, 종교계 등 여러 분야의 판도를 뒤집은 기념비적 저서이자 필독서로 꾸준히 읽혀왔으며, 특히 기후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인류세 시대에 이르러서는 인문학자 브뤼노 라투르에 의해 이 문제를 타개할 실마리를 담고 있는 중요한 이론으로서 주목을 받아 다시금 부상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이래로 서울시교육청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된 바 있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추천 도서 중 한 권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제는 현대의 고전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가이아』가 저자의 1주기를 앞두고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원서의 2016년판을 바탕으로 보완 개정되었다. 기존 출간본에는 없었던 저자의 2016년판 서문을 추가로 수록했으며 한국어 문장을 전면적으로 다듬고 이전과 달라진 용어 표기를 바로잡았다. 표지 또한 보다 산뜻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단장해 선보인다.
삶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구의 마법, 가이아
‘행성 의사’ 제임스 러브록이 펼쳐 보이는 지구의 경이로운 균형 감각
지금으로부터 약 30억 년 전 지구는 아주 우연히 생명체를 피워냈다. 이후 긴 세월 동안 지구는 외부적인 위험 요인에 노출된 채 매 순간 생명체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초기 지구의 지각에는 초신성 폭발이 남긴 방사능 잔해들이 치명적일 정도로 많이 남아 있었고 유입되는 태양빛은 지금보다 30퍼센트나 약했다. 생명체의 생존에 불리한 조건 속에서 지구의 공기는 우리의 이웃 행성인 화성이나 금성처럼 언제라도 유독해질 수 있었고 기온은 언제라도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언제 절멸해도 이상하지 않은 불안정한 상황이었으며 실제로 빙하기와 같은 대재난들이 무수히 일어났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우리를 비롯한 지구 생명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이처럼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은 지구가 외부 자극과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자가조정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낸다.
러브록은 이러한 지구의 자가조정 능력이 ‘사이버네틱 시스템’의 속성을 띤다고 보고 있다. ‘사이버네틱 시스템’이란 “수시로 변화하는 제반 조건들을 극복하면서 예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살아 있는 생물체나 복잡한 기계 장치가 갖춰야 할 메커니즘의 일종으로, 시행착오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체온은 0도에서 40.5도까지 수시로 변하는 외부 기온의 영향을 받아 시시때때로 변한다. 이러한 제반 조건에 맞서 우리 몸의 사이버네틱 시스템은 순간순간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맞추어 몸을 이루는 요소들을 활용해 36~37도 사이의 적정 체온으로 돌아간다. 땀을 흘리거나 몸을 떠는 일, 음식물과 지방을 연소시키는 일, 피부와 사지로 뻗어 있는 혈관의 혈류량을 조절하는 일 등의 여러 가지 신체 작용을 시도함으로써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땀샘이나 근육, 세포와 같이 각각의 요소 단위가 아니라 이 요소들의 합인 ‘시스템’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의 환경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된다. 지구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비롯해 그 생명체가 살아가는 터전인 해양과 토양, 대기 등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때마다 적절히 활용해 비교적 균일한 상태 즉, 항상성을 유지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바이러스부터 고래에 이르기까지, 참나부터 조류(algae)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모든 생물은 하나의 살아 있는 실체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 실체는 자신의 전반적인 필요에 적합하도록 지구 대기권을 조작할 수 있고, 또 그 실체의 구성원들 각자가 갖는 능력의 합보다 훨씬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지구와 자연을 지배하기 위해 애써왔고, 그러한 목표를 어느 정도 성취했다. 그러나 가이아 이론은 인류 또한 지구의 사이버네틱 시스템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워줌으로써 지구와 우리의 공존에 대한 새롭고도 놀라운 이해를 제공한다.
신화가 된 과학
아름다운 은유로 가득한 인문 과학적 글쓰기의 전범
‘가이아(Gaia)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으로, 지구의 생물들을 어머니처럼 보살펴 주는 자비로운 신이다. 가이아 이론에서 ‘가이아’는 지구의 자가조절 능력, 즉 사이버네틱 시스템을 구성하는 “지구의 생물권, 대기권, 대양 그리고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복합적인 실체”를 은유하는 말로써 쓰이고 있다. 지구의 살아 있음에 대해 말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 속 대지의 여신의 이름을 차용하게 된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존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이아’라는 명칭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러브록 박사의 친구였던 소설가 윌리엄 골딩이라고 한다. 골딩이 ‘가이아’를 제안한 이유는 그것이 ‘땅’을 지칭하는 단어인 데다가 과학계에서 지구를 줄여 부르는 표현인 Ge의 뿌리이기 때문이었다. 러브록 박사는 골딩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과학도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과학과 시(詩), 그리고 신화에 관한 이야기를 적절히 엮어 『가이아』를 썼다. 이해를 돕기 위한 수사법으로서 이러한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가이아』는 초판 출간 당시 과학계로부터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과학적 개념을 신화 속 허구의 인물로 은유하는 것 자체가 과학을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문 분과 간 좁고 견고하게 그어져 있던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 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러브록의 『가이아』는 과학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인문 과학적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과학과 인문학을 구분 짓는 편협한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앎, 다른 방식의 글쓰기, 새로운 과학의 가능성을 일찍이 열어 보였던 것이다.
가이아 이론은 과학계는 물론 종교계와 철학계 등을 비롯한 사화과학의 많은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신과학을 선도하는 주요 학문 분야의 하나로 뚜렷한 위상을 확립하고 있다. 가이아 이론이 지니는 중요성은 지구의 운명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인류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의 전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