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엄마의 사랑이 아이를 압도할 때,
아이가 아빠의 세계로 초대받지 못할 때,
아이의 성장은 멈춘다
아이들이 반드시 잃어버려야 할 사랑,
그리고 그것을 채우는 아빠, 배움, 학교의 역할에 대하여
프랑스에서 정신분석과 임상심리를 공부하고 현장에서 임상을 한 뒤, 국내 한스아동청소년상담센터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을 상담해온 저자는 지금 아이들의 성장에서 부모의 역할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의 역할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지금, 엄마와 아빠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이루어내야 할까? 엄마와의 애착관계는 강조되다 못해 점점 더 연장되고 초밀착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친구 같은 아빠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아이의 성장에 과연 옳을까? 저자는 먼저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서로 좋은 감정을 주고받으며 유대관계를 맺는, 심리적이거나 감정적인 관계만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성장의 완성이 아이가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할 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삶에 등장하는 어른1, 어른2로서의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그 자리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에야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만나는 지점에서 어떻게 아이의 ‘내 것’이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보는 이 책은 아이가 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고 스스로 욕망하는 존재가 되는지, 그 과정에서 엄마, 아빠, 학교가 아이에게 무엇을 주어야 좋을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목차
들어가며 어른 1, 어른 2, 어른 3?
1부 애착, 깨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반드시 잃어버려야 할 사랑 … 애착은 무엇을 위해 쓰이는가? | 셀렌의 코스프레 | 너무 오래 지속되는 애착관계 | 엄마의 사랑은 잃어버려야 한다
애착의 반전 … 엄마, 나에게 응답해주는 사람 | 엄마의 사랑에는 반전이 있다 | 엄마가 놓지 않는 손 | “이제 우리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이 아이를 압도할 때 … 아이의 공포증이 가리키는 것 |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 아이의 세상에 경계가 없다면 | 엄마와의 세계와 금 긋기
미래라는 시간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 “자고 일어나도 나는 여전히 똑같은가요?” | 지금의 나와 다른 나에 대한 여지
2부 아이는 아빠의 세계로 초대받고 싶어 한다
부모의 욕망이 아이의 자리를 만든다 … “너를 낳고 싶었어”의 의미 | 아이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 시작은 부모의 바람
엄마가 원하는 것이 되고 싶다 … ‘엄마가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 ‘나는 알 수 없다’ |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갖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이는 아빠와 어떻게 만나는가 … 아빠는 엄마의 소개로 등장한다 | 아빠의 위치와 가치는 엄마의 말에 의해 정해진다 | 아빠의 역할
아빠에 관한 신화 … 아빠가 최고라는 신화 | 아이가 엄마 곁을 떠날 명분 | 다른 자리를 얻게 될 가능성
아빠는 왜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없는가 … 아빠의 최초의 역할 | 엄마의 뜻을 따르는 아빠 | 종잡을 수 없는 법을 휘두르는 아빠 |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법
아빠의 징표 … 아빠의 인정과 욕망 | 아이가 찾은 징표 | 아빠의 세계로의 초대
3부 어떻게 배움의 세계로 들어서는가
즐거움의 원천에는 엄마가 있다 …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 | 엄마의 말 | 배움의 시작점, 몸 |
상실, 배움의 전환점 … 엄마가 없는 곳에서 나를 만드는 일 | 새로운 즐거움이 찾아온다
‘나’로서 즐기는 배움의 조건, 규칙과 관심 … 규칙이 있는 매개물 | 고래가 없으니 고래 생각이 난다 | 배움에 단절이 찾아올 때
4부 학교, 성장은 상실을 동반한다
아이에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 잘하던 것을 못하게 되고, 못하는 것을 만나게 되고 | 놀기와 배우기의 분리
공부의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을 때 … 다른 질서의 놀이, 다른 질서의 공부 | 게임이 주는 보상
지식의 역할 … 공부와 지식의 효과 | 불가능성에서 가능성으로 | 현실 속에서의 의미 있는 지식
공부에서 자신의 무대를 지키는 법 … 발견과 연구 | 전수와 인정
아이는 응답을 기다린다 … 내가 사라질 것 같은 위협 | 서로 상응하는 것을 연결하시오 | 누군가 응답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 학교에는 친구가 있습니다
나오며 아이의 삶을 증언해줄 사람들
저자
이수련 (지은이)
출판사리뷰
● 아이들은 왜 점점 더 힘들어하는가?
: 프랑스와 국내의 임상 사례를 통해 본 양육의 현주소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임상을 한 뒤 돌아온 저자는 지금 우리나라의 양육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느꼈다고 한다. 어른들이 제대로 된 어른의 역할을 잃고 이름과 자리만 맡고 있는 상황은 고도로 분화된 현대사회의 공통된 문제라는 점에서 프랑스나 한국의 사정이 다를 것 없지만, 특히 한국 사회의 경우 부모의 위치가 어른이 아닌 아이와 감정적 유대를 맺는 관계로 축소되는 경향이 크다고 말한다. 즉, 부모와 아이를 서로 감정을 주고받는 사이로 여기면서, 둘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좋은 감정으로 유대를 맺고, 부모는 아이에게 만족스럽고 긍정적인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럴 때 양육은 결국 얼마나 좋은 것들을 얼마나 많이 베푸는가의 문제가 된다. 쉽게 말해 아이를 많이 사랑해줄수록 좋다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럴까? 과거보다 풍요로운 이 시대에 괴로움을 겪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 괴로움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어디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까? 저자는 이 문제를 초밀착된 엄마와의 애착관계, 친구 같은 아빠에 대한 신화, 그리고 공부의 세계에서 자신의 무대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찾는다. 아이의 실질적인 발달과 성장은 오로지 아이의 독립을 향해 나아간다고 할 때, 성장 과정에서 보호자 역할을 하는 어른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선생의 역할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아이의 삶에 등장하는 어른 1, 어른 2, 어른 3의 역할을 통해 짚어보면서, 그렇다면 보호자는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무엇을 보호해줘야 할지’ 프랑스와 국내의 임상 사례들을 통해 깊이 있게 설명한다.
● 아이의 삶에 등장하는 어른 1, 어른 2, 어른 3: 지금, 엄마, 아빠,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부모의 역할, 부모의 교육, 부모의 사랑 등 엄마 아빠를 묶어서 부모라고 부르곤 한다. 부모로서 공통된 역할이 있고 그것은 누가 해도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부모라는 이름 아래 엄마, 아빠 각자의 역할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각자의 고유한 역할이 있기 때문인데, 여기서 엄마, 아빠라는 것은 역할에 대한 지칭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엄마는 아이와 맨 처음 만나는 어른이고, 그 기능은 아이의 생존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다. 아빠는 그런 엄마와 아이 사이에 나타나는 어른으로, 아이를 엄마로부터 분리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때 엄마와 아빠의 각자의 기능이 수행되는 데는 그 순서와 시기가 중요하다. 말하자면 우리가 일반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는 어른 1의 기능을 엄마라는 여자가, 어른 2의 기능을 아빠라는 남자가 수행하는 것이다(이는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하는 핵가족 형태의 가족 시스템에서 가장 표준적이라고 여겨지는 역할 분담일 뿐이다. 그 자리에 누가 와도 가능하다. 남녀가 바뀔 수도 있고, 생물학적 부모가 아닐 수도 있다). 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된다면 아이가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보루는 지켜진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어른 1과 어른 2의 기능이 혼동되고 있다. 이를테면 어른 2가 어른 1의 역할을, 혹은 어른 1이 어른 2의 역할을 맡으려 하는 식인데, 이는 남녀 성역할의 평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한편 선생은 아이를 지식 체계와 접목시키는 어른 3이다. 선생의 기능은 어떤 지식을 얼마나 잘 이해시키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보다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어떻게 그 지식과 만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자리이다.
저자는 어른은 아이가 ‘내 것’을 모두 잃고 빈손으로 사회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내 것’이 사회 밖으로 버려지면서, 아이는 아무 흥도 없이 시늉만 하며 살거나 외부로 고립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어른은 아이가 ‘내 것’을 만들고, 잃고, 대체하는 과정을 감내할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책은 엄마의 사랑에 오랫동안 압도되어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나아가 결국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아이가 스스로 욕망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어른 1, 어른 2, 어른 3으로서의 엄마, 아빠, 선생의 기능을 아이의 성장 과정을 따라 살펴보면서 아이의 보호자로서 엄마, 아빠가 어떤 역할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한지 살펴본다.
● 애착은 어디에 쓰이는가?
: 초밀착된 애착관계가 아이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저자는 애착관계에 대한 오해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애착관계를 강조하면서 그 기간을 길게 가지고 가는데, 너무 오래 지속되는 애착관계는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애착관계라고 단언한다. 엄마의 사랑이 아이에게 꼭 필요하지만 그 사랑이 정말로 의미 있는 사랑이 되는 것은 아이가 그것을 얼마나 잘 잃는가에 달려 있다. 애착관계가 지나치게 되면, 즉 엄마에게 아이가 전부고 엄마가 주는 것이 아이의 전부가 된다면 아이는 스스로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엄마의 마음에 매달리는 종속적인 존재가 되어버리고, 이로써 아이는 결국 ‘내 것’, ‘내가 바라는 것’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엄마와 하나로 묶인 세상은 익숙하고 안전한 세상이다. 엄마의 마음, 엄마의 뜻, 엄마의 의지 안에 포근하게 감싸일 수 있는 세상. 그러나 그런 세상 속에서만 살아간다면 아이는 스스로를 잃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사례로 인용되는 코스프레에 집착하는 아이(셀렌), 공포증에 걸린 아이(마리)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아이가 안고 있는 문제가 엄마의 사랑이 부족해서인 듯 보이지만 실은 엄마의 사랑이 아이의 존재를 위협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경계가 있는 세상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계가 있는 세상이라야 아이가 그 속에 자신의 자리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이는 아빠의 세계로 초대받고 싶어 한다
: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계기
아빠는 엄마의 소개로 등장하는 두 번째 어른으로 아이에게는 엄마의 ‘배우자’이자 다른 한 명의 ‘부모’이다. 아이는 엄마 말 속에 나타나는 아빠, 자신을 보살펴주는 아빠, 자신과 놀아주는 아빠를 경험하면서 엄마와는 다른 아빠와의 관계를 만들어가게 된다. 저자는 이때 아빠의 역할은 엄마의 역할과 다른 수준에 있다고 말한다. 아빠의 역할은 엄마의 옆자리는 아이가 아닌 아빠의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이유는 아이가 그 자리를 떠나 바깥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아이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 결국 아빠의 역할은 아이를 엄마로부터 분리시키는 동시에 엄마 역시 아이로부터 분리시켜 원래의 자리, 즉 아빠의 배우자, 한 사람의 여자, 한 사회의 구성원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애착관계를 양쪽에서 동시에 끊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엄마와 분리되는 과정에서 아빠는 ‘사회의 법과 질서 아래 있는 자’로서, 즉 엄마와는 다른 어른으로서 아이를 만나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에게 아빠의 세계를 거쳐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근사한 아빠’, ‘특별한 아빠’가 가진 것을 물려받으려고 하는데, 그것이 아빠 개인에게 속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가치를 지녀야만 앞으로 계속 다른 것으로 대체되고 확장될 수 있다. 이는 함께 살지 않는 아빠, 돌아가신 아빠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저자는 아이가 아빠에게 소중한 것 또는 아빠가 평생에 걸쳐 얻으려고 했던 ‘아빠의 징표’를 찾아 ‘내 것’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사례를 통해 보여주면서 아빠의 것을 물려받는 일이 아빠의 세계에 갇혀 그것을 그대로 전수받는 일이 아니라, 사회의 틀 안에서 자신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 아이는 어떻게 배움의 세계로 들어갈까
: 몸으로 배우는 세상과 매개물과 규칙을 통해 배우는 세상
엄마와의 애착관계, 그리고 아빠를 통한 엄마와의 분리. 이 모든 것은 아이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의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완성시켜주는 것은 배움이다. 아이의 배움의 시작점은 몸이다.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몸의 즐거움(빨고, 싸고, 보고, 듣고)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는 즐기면서 배우는 시절로 엄마와의 관계가 수반되어 있다. 엄마가 있어야만 즐거움이 생기고, 그렇게 즐기면서 세상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젖을 떼고, 배변훈련을 하고, 혼자서 뛰어다니게 되면서 아이는 엄마와 거리를 갖게 되고 이전의 즐거움을 상실한다. 즉, 엄마와의 분리를 통해 아이는 상실을 겪게 되고 이를 다른 식의 배움으로 채워야 하는 시점을 맞이하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에서 새로운 즐거움이 등장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아이가 엄마 품을 떠나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아빠를 통해 엄마와 분리가 되면서 아이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듯이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즐기면서 얻었던 배움을 벗어나 비로소 ‘나’로서 즐기는 배움의 길로 들어서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때 배움의 조건은 규칙이 있는 매개물과 관심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배움의 시기에서 어느 순간 배움에 단절이 찾아오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학교와 선생님이 소환된다.
● 학교, 성장은 상실을 동반한다
: 어른 3로서의 선생님의 역할
아이들의 배움에 진짜 단절이 오게 되는 건, 흔히 말하는 ‘공부’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아이들은 많은 것을 잃는다. 잘하던 것을 못하게 되고, 익명의 순간들을 견뎌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무대에서 구경만 해야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제 놀기와 배움이 분리되면서 더 이상 즐기면서 배우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전 삶과의 연결 고리가 사라진 상황에서 아이들은 게임이나, 외모 가꾸기, 스타의 팬클럽 활동 등에서 위태롭게 보상을 얻곤 한다. 이때 이러한 단절을 도약의 계기로 인도해줄 안내자의 역할이 어른 3로서의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이제 막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과 아이들이 공부를 통해 입문해야 하는 ‘지식의 세상’, 앞으로 적응해서 살아나가야 할 ‘사회’의 중간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선생님이 갖고 있는 지식의 쓰임새는 아이를 사회의 장으로 이끄는 데 있다. 아이가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 가능하면 자신의 것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지식과 사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저자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는 무언가를 잘하는 나가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나, 잘하려고 노력하는 나, 즐겁게 하는 나, 남이 잘하는 것을 응원하는 나가 될 수 있어야 함을 깨우치고 이전의 자신의 모습과 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없는 것을 찾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 몰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며, 이는 학교와 선생님이 아이에게 해주어야 할 몫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 한꺼번에 ‘내 것’을 잃고 그 자리를 채울 어떤 것도 찾아낼 수 없을 때, 아이는 삶에서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나갈 수 없게 된다. 이를 위해 학교 공부는 살아 숨 쉬는 발견의 영역과 한동안 더 닿아 있어야 하며, 그러려면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주는 선생님의 존재가 있어야 한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지식을 전달하지만 그와 더불어 아이가 새롭게 사고하고 더 많은 것을 욕망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고 안내해주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