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의 권위자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김호동 명예교수의 역작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집사』의 페르시아어 원본을 번역
몽골제국에 대한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이해를 위해서는 제국이 통치한 영역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카안의 울루스가 지배했던 동아시아와 몽골리아는 물론, 서방 삼왕가의 영역이 있던 중앙아시아, 킵차크 초원, 서아시아의 역사와 사회상을 고루 파악해야 최초이자 최대의 세계제국 몽골에 다가갈 수 있다. 훌레구 울루스의 7대 군주 가잔 칸 시대의 역사를 다룬 『집사』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는 몽골제국이 서아시아를 통치하며 이슬람 세계를 제국 안에 통합하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며, 문자 그대로 ‘세계제국’의 탄생을 보여준다.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완역된 『집사』 한국어판 김호동 역주(譯註)본은 과거 낯선 지역으로 우리를 이끄는 흥미로운 안내서이자 당시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료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은 현재 우리의 인식과 문화의 지평을 풍부하게 넓혀주는 고전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다.
목차
이 책을 내면서 5
『집사』의 구성표 16
가잔 칸기
제1장 가잔의 계보와 그의 즉위 이전의 상황 19
제2장 즉위 이후 그의 활동과 업적 35
제3장 가잔의 덕성과 행적, 그가 반포했던 칙령들 177
40개의 ‘일화’ 요목
제1화 가잔 칸의 지식과 학문의 탁월함 181
제2화 그의 순결과 청정 193
제3화 그의 유창한 화법 195
제4화 그가 맺는 약속의 견고함과 공정함 197
제5화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실행하는 그의 태도 202
제6화 그가 베푸는 은사와 관용 204
제7화 우상숭배의 철폐와 파괴 213
제8화 예언자의 후예들에 대한 후대 215
제9화 전투에서 보인 그의 용맹함과 인내심 217
제10화 종교 지도자들에게 준 그의 충고 224
제11화 이교도적인 언사의 금지 228
제12화 건축에 대한 그의 애호와 권유 230
제13화 타브리즈 등에 건설한 혜민구 239
제14화 문서의 위조와 부정에 대한 방지책(4통의 칙령) 252
제15화 불법 증서의 방지와 오래된 문서의 폐기 278
제16화 불법적 징세와 징발의 방지와 대책(1통의 칙령) 286
제17화 농민의 보호와 육성 320
제18화 역참제의 개혁과 사신들의 피해 방지책 322
제19화 노상 강도와 도적에 대한 대책 333
제20화 금은의 순도 제고 338
제21화 도량형의 정비(1통의 칙령) 345
제22화 역참용 칙령과 패자 발부의 개혁 352
제23화 복제 칙령과 패자의 회수 359
제24화 몽골군에 사여한 식읍(1통의 칙령) 365
제25화 가잔 칸 자신을 위한 별도의 군대의 정비 378
제26화 고리대 금지 382
제27화 과도한 위자료의 금지 396
제28화 촌락 각지에 욕탕과 사원의 건설 398
제29화 음주의 금지 399
제30화 대오르도에 필요한 음식비의 조달 400
제31화 오르도들의 음식 경비의 정비 405
제32화 국고의 관리와 정비 408
제33화 무기와 무기고의 정비 413
제34화 왕실 직속 가축 사무의 정비 417
제35화 매·호랑이 사육사 사무의 정비 419
제36화 농민들의 사무 정비 425
제37화 불모지의 개간 429
제38화 사신들의 숙소 정비 437
제39화 귀족들의 하인과 전령들의 횡포 금지 442
제40화 여자 노비들의 사창가 강제 판매 금지 445
부록
참고문헌 450
찾아보기 458
훌레구 일족의 주요 인물들과 칸위 계승도
가잔 칸 시대의 서아시아(지도)
저자
라시드 앗 딘 (지은이), 김호동 (옮긴이)
출판사리뷰
세계제국 몽골이 집대성한 역사학의 고전 『집사』(전 5권), 마침내 완간
라시드 앗 딘이 쓴 세계 최초의 세계사 『집사』의 한국어 번역이 완성되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김호동 명예교수는 2002년 『부족지』를 출간한 이래 『칭기스 칸기』(2003), 『칸의 후예들』(2005), 『일 칸들의 역사』(2018)를 거쳐 21년 만에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를 출간하며 마침내 『집사』의 한국어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다.
‘연대기의 집성(J?mi? al-taw?r?kh)’이라는 원제목이 시사하듯 『집사』는 몽골제국을 건설하고 통치했던 여러 군주들의 연대기를 종합하여 서술한 것을 넘어서 중국, 인도, 아랍, 투르크, 유럽, 유대 등 주변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집대성하려 했다. 거대한 세계제국 몽골의 등장은 오늘날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처럼 당대인들에게도 놀라움과 두려움을 안긴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제국의 흥기와 팽창 과정을 중국, 이란, 러시아, 한국, 인도, 이집트 지역의 수많은 민족과 국가가 각기 자기의 언어와 문자로 기록을 남겼다. 이렇게 다양한 언어와 형식으로 기술된 수많은 기록들 가운데에서도 『집사』는 그 정확성과 상세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몽골제국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사’이다. 따라서 다양한 언어와 관점에서 기록된 자료를 섭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총합적 연구를 통해서만 비로소 그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중국 측 기록은 중화주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중심에 놓고 몽골제국의 ‘세계성’을 축소하여 그것을 중국 전통 왕조의 하나로 바꿔놓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섯 권으로 번역된 라시드 앗 딘의 『집사』 한국어판은 몽골제국사 연구자는 물론 많은 독자들에게 역사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집사』의 구성
제1부 몽골사(일명 『축복받은 가잔의 역사』)
제1권 부족지
오구즈족
몽골화된 투르크족
투르크족
몽골족
제2권 칭기스 칸기
열조기
칭키스 칸기
제3권 칸의 후예들
우구데이 카안
주치 칸
차가타이 칸
툴루이 칸
구육 칸
뭉케 카안
쿠빌라이 카안
티무르 카안
제4권 일 칸들의 역사
훌레구 칸기
아바카 칸기
아흐마드 칸기
아르군 칸기
게이하투 칸기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
가잔 칸기
제2부 세계 각 민족들의 역사
제1권 울제이투 칸기
제2권 제1편 아담 이후 사도와 칼리프들의 역사 및 지구상 각 종족들의 역사
제2편 본서 완성 이후 전개될 역사
제3부 세계 각 지역의 경역·도로·하천
*현존하는 부분은 제1부 전체와 제2부의 제2권 제1편뿐이다.
13~14세기 최대 규모, 최초의 세계사
『집사』는 일 칸국의 재상 라시드 앗 딘이 가잔 칸의 명을 받들어 집필한 책이다. 그는 재상의 직무를 수행하던 중 칸의 칙령과 후원을 받아 이 책을 집필했기 때문에 지금은 사라진 ‘원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집사』에는 제국의 확장과 운영에 관하여 다른 어떤 자료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정보가 풍부하게 남아 있다. 라시드 앗 딘은 방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몽골제국과 주변 여러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이렇게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서술은 『집사』 이전에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기에 학자들은 이 책을 가리켜 “최초의 세계사”라 부른다.
『집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한 다섯 권은 모두 제1부의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라시드 앗 딘은 가잔 칸의 명으로 제1부를 완성한 뒤 새로 즉위한 울제이투 칸의 명령에 따라 제2부와 제3부를 집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 제2부 제2권 제1편의 사본만 전해질 뿐, 나머지 부분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몽골제국사 연구의 시금석
앞서 출간된 제1권 『부족지』, 제2권 『칭기스 칸기』, 제3권 『칸의 후예들』이 각각 몽골제국의 준비기, 태동기, 세계제국의 최종적 완성기를 다루었다면, 제4권 『일 칸들의 역사』와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는 일 칸국의 군주들이 서아시아를 정복하고 지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20세기에 구미 학자들의 주도로 몽골 지배기의 서아시아 역사 연구는 커다란 진척을 이루었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의 학자들이 이 분야에 기울인 관심은 극히 미미했다. 근자에 들어서야 비로소 소수의 전문가가 당시의 아랍과 페르시아 사료에 천착하여 연구의 질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 몽골제국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국이 통치한 영역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 칸국 훌레구를 비롯한 다섯 명의 군주(바이두 제외)를 다룬 『일 칸들의 역사』와 7대 군주 가잔 칸을 다룬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가 그 연구의 질적·양적 팽창을 자극할 것이다.
아시아 최초, 세계 최고 수준의 완역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은 『집사』를 “불멸의 고전”으로 칭하면서도 페르시아어 원본의 난해함과 분량의 방대함 때문에 선뜻 자국의 언어로 번역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1858년에 러시아에서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이후 한 세기가 지나 소련 학자들이 『부족지』를 보완하여 발표했고, 이어서 20세기 말 김호동 교수가 제1권 『부족지』의 역주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에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색스턴(W. M. Thackston) 교수가 영역본을 출간했다. 지금까지도 러시아어와 영어로만 번역되었을 뿐 몽골사 연구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도 아직 『집사』를 번역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러시아 번역본을 중국어로 중역하여 출간했을 뿐이다.
14세기 초 페르시아어로 집필된 『집사』의 정확하고 완벽한 번역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사본(寫本)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투르크-몽골 어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몽골제국사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어려움을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앙아시아사 연구자인 김호동 교수의 대장정에 학계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김호동 교수는 주석 작업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여러 사본들을 대조하여 만든 페르시아어 교감본 3종을 번역의 저본으로 삼았으며, 몽골제국 당시에 관한 여러 사서를 참조하고 『집사』와 몽골제국에 대한 전 세계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주석에 반영했다. 또한 투르크-몽골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페르시아어 원문의 어휘와 문장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주석에 밝혀서 원문의 난해함과 모호함을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120여 종의 사본을 비교 분석하여 원본을 복원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사계절, 2000)으로 고전 완역의 지평을 연 김호동 교수는 이번 책에서 더욱 철두철미한 준비와 자세로 역주에 임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어로 완역된 『집사』는 과거 낯선 지역으로의 흥미로운 안내서이자 당시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료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우리의 인식과 문화의 지평을 풍부하게 넓혀주는 고전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내용]
『집사』의 편찬을 명한 가잔 칸은 누구인가?
“현재 아무도 그런 일들을 알지도 탐구하지도 않고, 조상의 이름과 계보 그리고 역사에 무지한 상태이다. 어떻게 각 종족의 대인들의 일족과 후손이 자기 조상이 겪었던 상황과 그 계보와 이름에 대하여 무지하고 무심할 수 있단 말인가.”
가잔 칸(1271~1304)이 일 칸국의 7대 군주로 즉위한 1295년은 칭기스 칸이 몽골을 통일하고 90년이 흐른 뒤이며, 그의 증조부 훌레구가 서아시아 원정을 통해 훌레구 울루스의 기초를 놓은 때로부터도 반세기가 흐른 시점이었다. 처음에 원정대를 지휘하며 서아시아에 정착했던 몽골의 지휘관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그들의 후예는 조상의 성과를 향유하며 무슬림 위에 군림하다가 점점 자신들의 뿌리를 잊어가고 있었다. 가잔 칸은 몽골 귀족들이 서로 반목하면서 곧잘 반란을 일으키는 이유가 역사에 대한 무지와 몽골 정체성의 상실에 있다고 보았다. 이에 그들에게 몽골제국의 탄생 과정을 분명하게 일깨우고 조상의 뿌리가 자신들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인식시키려 했다. 또한 몽골 유목부족민의 분권적 경향을 억제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국가를 통합하려 했다. 이를 위해 가잔 칸은 ‘몽골제국’의 역사를 집필하라고 재상 라시드 앗 딘에게 명하였다. 이렇게 볼 때 『집사』는 단순히 ‘몽골제국의 역사’를 기록한 글이 아니라, 가잔 칸의 확고한 통치 목적과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가잔에 이어 칸에 즉위한 울제이투는 몽골족의 역사적 뿌리와 조상의 위대한 업적을 강조한 가잔 칸의 의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전 세계의 모든 민족과 지역을 포괄하는 세계제국의 경영자인 자신에게는 그 지위에 걸맞은 ‘세계사’가 필요하다고 여기고 『집사』 제2부(세계 각 민족들의 역사)의 확대 편찬을 지시했다. 그러나 제2부는 현재 일부(제2권 제1편)만 남아 있어서 그 전모를 알 수 없다.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의 의미
가잔 칸은 ‘일 칸’이라는 칭호보다는 ‘이슬람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더 선호했다. 그는 왕좌를 둘러싼 권력 투쟁 과정에서 이슬람으로의 개종을 단행하였다. 당시 상당수의 몽골 장병이 이미 이슬람으로 개종한 상태였기 때문에, 개종이 자신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슬람의 제왕’이라는 칭호는 그의 집권뿐 아니라 서아시아 통치에서도 중요한 ‘합법성’의 상징이 되었다. 이제 몽골 군주들은 종교적 측면에서 무슬림 복속민과 동일한 이슬람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가잔은 라시드 앗 딘을 재상으로 기용하여 다방면에 걸친 개혁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그 상당수가 율법(shar?ah)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의 목표는 무력을 통해 정복하고 대다수의 무슬림 복속민을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유리된 이교도 정권’의 수립이 아니라, 정치적 합법성과 종교적 정당성 모두를 확보한 정권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이슬람 개종과 개혁 정책이 곧 몽골 전통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자신들의 위대한 조상인 칭기스 칸이 어떻게 제국을 건설하였고 증조부인 훌레구가 어떻게 서아시아를 정복하여 독자적 울루스를 세웠는지, 그 과정과 정당성을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 몽골의 귀족 자제들과 병사들이 자신의 조상이 어떤 부족에 속했으며 어떤 헌신과 고난을 통해 제국을 건설했는지를 망각하고 있는 현실을 통렬히 질타했다. 이처럼 『집사』는 ‘앞으로의 제국 운영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세대의 확고한 역사의식’이라는 가잔의 의도가 낳은 결실이며, 그런 점에서 가잔 칸의 시대가 향후 서아시아 역사에 남긴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