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좋아하는 그릇이 깨져 속상했던 적, 있지 않나요?
그릇을 수선하는 네 가지 ‘가장’을 소개합니다
‘킨츠기(金?ぎ)’는 이가 나가거나 금이 가거나 깨진 도자기를 수선하는 일본의 전통 공예 기법이다. 과거에는 장인의 기술이었지만, 최근 기후 위기와 맞물려 업사이클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직접 그릇 수선에 도전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 책 『느긋하고 자유롭게 킨츠기 홈 클래스』는 그런 그릇 수선 초보자부터 중급자까지, ‘옻을 사용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킨츠기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다.
이 책은 네 가지 ‘가장’을 골라 소개한다. ① 천연 옻을 사용한 ‘가장’ 전통적인 방법, ② 시너, 벤젠 등 유기용제를 사용하지 않아 몸에 ‘가장’ 무해한 방법, ③ 재미있고 알기 쉽도록 ‘가장’ 간략화한 방법, ④ 수선이 목적이므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경제적인 방법이 그것이다. 장인이 작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상세한 과정 사진, 만화가인 저자의 특성을 십분 살린 삽화 설명도 유용하다. 다람쥐 ‘깨람이’와 ‘금찌’는 이 책의 안내자로서 작업 중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준다.
무엇보다 저자 호리 미치히로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느긋하고 자유롭게’ 하라는 것이다. 킨츠기는 몇 번이고 다시 할 수 있기에 조바심을 낼 필요도, 작은 실수에 좌절할 이유도 없다. “조금 시간이 걸려도 좋아하는 그릇을 자기 손으로 직접 수선한다면 정말 기쁘겠지요.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킨츠기를 즐겨봅시다.” 더는 쓸 수 없지만 버릴 수도 없는, 그래서 깊은 곳에 모셔만 놨던 그릇이 있다면, 그 파편의 먼지를 털어낼 시간이다.
목차
시작하며
이 책의 사용법
1장 먼저 이것만은 알아두자
이런 그릇을 고칠 수 있습니다
킨츠기란?
전처리
접착용 무기우루시
구멍 메우기용 사비우루시
칼럼 1. 옻 알레르기에 대해
2장 킨츠기의 기초
깨진 그릇
이가 나간 그릇
칼럼 2. 도구 손질법과 사용법
금이나 실금이 간 그릇
흠집
3장 킨츠기 마감하기
금분 뿌리기
칼럼 3. 금분의 종류
은분·스즈분·신추분 뿌리기
칼럼 4. 금속분에 대해
4장 응용 킨츠기
꺾쇠 잇기 수선법
요비츠기 수선법
유리 킨츠기 수선법
보강
야키츠기 수선법
칼럼 5. 킨츠기로 수선한 그릇 사용법
킨츠기 재료 전문 매장 목록
Q&A
미주
저자
호리 미치히로 (지은이), 서하나 (옮긴이)
출판사리뷰
천연 옻을 사용해 몸에 무해한 수선 방법으로
시간을 들여 고치는 행위가 주는 여유와 위안
누구나 한 번쯤은 그릇이나 잔을 깨뜨린 적 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좋아하는 그릇일수록 손이 자주 가기에 그만큼 흠이 생기기도 쉽다. 실제로 애용하는 그릇을 깨고 킨츠기를 배워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기가 깬 것을 연습용으로 쓰라며 가져다준다. 여행 선물로 받은 유리잔, 직접 만든 도자기 소품함, 배송 중 파손되었지만 환불하기 번거로워 방치한 새 접시… 모두에게 이야기가 있다. 편집자는 간이킨츠기를 배웠다가 혼킨츠기를 익히고 싶어져 이 책 『느긋하고 자유롭게 킨츠기 홈 클래스』 한국어판을 기획했다.
혼킨츠기와 간이킨츠기는 킨츠기를 범박하게 분류한 말이다. 혼킨츠기는 접착부터 마감까지 전 공정에 천연 옻을 사용하는 전통적 기법, 간이킨츠기는 합성수지(퍼티)나 접착제로 접착하고 합성 옻이나 천연 옻으로 마감하는 현대적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쉽고 빠르지만 수선하고 나서 ‘음식을 담아도 될까’ 하는 불안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혼킨츠기로 수선한 그릇은 천연소재인 옻을 사용하기에 일반 생활 식기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무해하다. 이 책은 혼킨츠기에 기반해 전통을 따르면서도 ‘가장’ 간략화한 방법을 알려주기에, 전통과 현대의 좋은 절충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역자 또한 혼킨츠기를 배워 번역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일서였기에 내지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이 구성했으며, 표지 디자인은 금박 후가공을 최적으로 활용할 기회였다.
킨츠기에는 “고장 난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한다는 의도와 더불어, 우발적 사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릇의 완전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긍정한다는 의미가 있다.”(『와비사비: 다만 이렇듯』, 안그라픽스, 2022) 이런 배경이 거창하게 느껴지거나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직은 ‘그릇을 수선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료한다’는 말이 와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그릇을 수선해보면, ‘고칠 수 있다’ ‘다시 쓸 수 있다’는 게 어떤 위안을 주는지 체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