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 680km(1,700리) 전 구간 복원,
전 천안함 함장이자 충무공 이순신의 후예가 그 길을 걷고 보고 느끼다
‘옥문을 나왔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던 장군이 여러 신하들의 상소로 구명되어 4월 1일 감옥에서 풀려나면서 담담하게 남긴 이 한마디가 〈난중일기〉에 실려 있다. 이튿날 장군은 아들들을 만나고 사흘째 되는 날 여러 대신들의 위로를 받은 뒤 영의정 류성룡과 이야기를 밤새 나누다가 닭이 울어서야 헤어져 길을 나선다.
‘일찍 남쪽으로 길을 나섰다.’
이순신은 4월 3일 한성을 출발한다. 권율이 있는 남쪽 지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선시대 6대로 27 중 ‘영남로’나 ‘삼남로’ 중 한 길을 이용해야 했다. ‘영남로’는 이태원-양재-분당-용인을 경유하여 동래까지 가는 길이고, ‘삼남로’는 용산-사당-과천-수원을 경유하여 해남까지 가는 길이다. 숭례문 밖에서 남쪽으로 길을 떠난 장군은 동작나루로 향했다. 남쪽으로 가는 길로 ‘삼남로’를 택했던 것이다.
‘자는 방을 새로 도배하고 군관이 쉴 방 두 칸 만들었다. 오후에 원수가 진에 도착하므로 나도 즉시 가보고 원수와 함께 이야기하였다.’
이후 약 680㎞를 걸어 도원수 권율이 있는 합천에 도착한 날이 6월 4일이니 딱 60일이 걸렸다. 이 긴 여정을 ‘백의종군로’라 부른다. 이순신 장군이 거쳐 간 곳은 다음과 같다.
서울 → 수원 → 평택 → 아산 → 게바위 → 이산 → 공주 → 논산 →익산 → 전주 → 임실 → 남원 → 운봉 → 구례 → 순천 → 석주관 → 악양 → 하동 → 산청 → 삼가 → 합천
26년간 천안함 함장 등 해군장교로 복무한 후 전역한 저자 우상규는 이순신 장군이 전투를 지휘하면서 느꼈을 리더로서의 긴박한 감정과 (사)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 교장으로서 장군이 ‘백의종군로’에서 느꼈을 인간적 고난을 체험해보고 싶어 버킷리스트에 담았다.
현재 백의종군로는 서울에서 구례 운봉까지의 길을 고증하고, 지자체에서 복원한 전남과 경남 구간을 더해서 680㎞(약 1,700리)의 백의종군로 전 구간이 복원되어 있다. 또한 한국체육진흥회 산하의 한국걷기연맹에서 ‘백의종군로 걷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맹사무국에서는 답사자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도와 코스별 지명이 표시된 패스포트를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백의종군로를 따라 대략 15㎞마다 스탬프함을 설치하여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저자는 이순신이 걸었던 ‘삼남로’의 시작점인 남대문(숭례문)-용산-동작대교-남태령-과천을 경유해 인덕원 갈산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스탬프함에서 패스포트에 첫 번째 인증도장을 찍으며 21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그의 여정은 합천군 매화마을 마을회관에 도착해 마지막 스탬프함에서 일련번호 46번이 아닌 ‘완보 축하’ 글귀가 찍힌 스탬프를 찍으면서 마무리된다. 저자는 마지막 스탬프를 찍으면서 흥분되기보다 장군의 나라와 백성을 향한 마음을 헤아리며 ‘충무공 이순신 정신’ 전파에 더 매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을 돌고 있는 독자라면 ‘제주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도 좋지만 이순신 장군의 고뇌가 서려 있는 ‘백의종군로’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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