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되리라. 나는 이 사태가 두렵다” 두려움의 공유를 통해 만난 전국시대의 맹자와 21세기의 우리
맹자는 ‘두려움(懼)’이라는 감정을 통해 공자와 만났다. 폭력과 파괴, 살육이 일상이던 전국시대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묵가·양주학파·법가·농가·종횡가·병가 등 당대의 제반 사상을 샅샅이 탐색하던 맹자는 『논어』를 통해 오로지 공자만이 사람의 처지를 느껍게 아파하고, 짐승보다 못한 수준으로 추락하는 인간의 조건을 진정으로 두려워했음을 발견했다.
세태가 쇠락하고 도가 미약해지자 삿된 학설과 폭정이 되살아나 임금을 시해하는 신하와 아비를 해치는 자식이 생겼다. 공자께서 이 사태를 두려워하여 『춘추』를 지었는데 『춘추』는 천자가 해야 할 사업이다. …… 인의가 막히면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다가 끝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되리라. 나는 이 사태가 두렵다. _ 『맹자』, 제6편 제9장(『맹자, 마음의 정치학 2』, 74~76쪽)
법이니 외교니 군사니 그 방법론만 다를 뿐 결국 권력자의 이익 추구로 귀결되었던 여타 사상과 달리, 함께 더불어 사는 문명 세계의 이상을 제시한 공자의 인仁 사상은 맹자의 눈에 죽음을 등지고 삶의 길로 향할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방책으로 보였다. 공자와 맹자가 공유했던 당대에 대한 두려움은 “아귀와 같은 자본주의의 게걸스러운 아가리가 무섭다”라는 배병삼 교수의 뜨거운 공감을 거쳐, 인간 삶의 다양한 가치 가운데 “하필 이익만을 말하는” 세태에 상처 입은 우리 안의 두려움으로까지 연결된다.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맹자』, 제1편 제1장)라는 외침에 아파하는 사람이라면, 20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두려움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맹자』를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
목차
머리말 … 5 읽기 전에 - 삼강과 오륜은 다르다! … 14
제1편 양혜왕 상 梁惠王上 1:1. 하필왈리! … 47 1:2. 오직 여민! … 71 1:3. 위민은 없다 … 77 1:3-1. 오십보백보 … 77 1:3-2. 왕도의 시작 … 82 1:4. 기아와 살인은 ‘한 칸의 사이’ … 90 1:5. 여민만이 강국을 만든다 … 99 1:6. 통일천하의 전망 … 105 1:7. 정치란 선한 마음을 널리 펴는 일이다 … 111 1:7-1. 돌이켜 마음을 보라 … 111 1:7-2.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 119 1:7-3. 연목구어 … 126 1:7-4. 확충의 어려움 … 136
제2편 양혜왕 하 梁惠王下 2:1. ‘홀로 즐기기’ 대 ‘함께 즐기기’ … 147 2:2. 여민동락 … 156 2:3. 여국동락 … 161 2:3-1. 다원주의 국제 체제론 … 161 2:3-2. 혁명의 권유 … 169 2:4. 여민주의가 곧 왕도다 … 179 2:5. 고독의 구제가 왕정의 급선무다 … 186 2:6. 공직은 책임이다 … 196 2:7. ‘백성의 눈’으로 정치하라 … 200 2:8. 역성혁명론의 기원 … 208 2:9. 가르치려는 군주가 나라를 망친다 … 214 2:10. 인민의 소리가 하늘의 소리다 … 219 2:11. 아! 동아시아 2000년 역사가 결정되다 … 223 2:12. 나라의 존망이 여민주의 리더십에 달렸다 … 230 2:13. 소국의 살길도 여민뿐이다 … 236 2:14. 선한 정치, 좋은 나라 … 238 2:15. 땅이 아니라 사람이다 … 244 2:16.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한 죄 … 249
제3편 공손추 상 公孫丑上 3:1. 덕은 정치력이다 … 261 3:2. 마음, 호연지기 그리고 언어 … 269 3:2-1. 폭력의 시대, 용사의 조건 …270 3:2-2. 용사에서 선비로 … 279 3:2-3. 호연지기는 정치의 동력이다 … 290 3:2-4. 말을 알면 마음을 알고 사람을 안다 … 299 3:2-5. 성인, 공자 … 305 3:3. 왕도 대 패도 … 315 3:4. 왕도 정치의 출발: 사람을 알고 쓰기 … 323 3:5. 왕도의 정치경제학 … 329 3:6. 마음의 정치학 … 336 3:7. 선택이 중요하다! … 346 3:8. 여민 정치는 대화 정치다 … 354 3:9. 공자를 다시 기리다 … 363
제4편 공손추 하 公孫丑下 4:1. 병가에 반대한다 … 375 4:2. 모든 전제권력에 반대한다 … 382 4:3. 맹자, 농락당하다 … 398 4:4. 공직은 위탁받은 권력이다 … 402 4:5. 맹자는 행정 관리가 아니었다 … 410 4:6. 함께하지 못할 자 … 414 4:7. 묵가는 들어라! … 421 4:8. 국가는 사유물이 아니다 … 429 4:9. 비부의 짓거리 … 435 4:10. 독점 방지가 정치의 역할이다 … 442 4:11. 번지수를 잘못 찾았네! … 449 4:12. 소인의 눈, 현자의 눈 … 452 4:13. 그때나 지금이나 다 같다 … 457 4:14. 맹자, 공밥 먹은 적 없다 … 463
제5편 등문공 상 ?文公上 5:1. 맹자의 정치적 비전: 성선과 선국 … 471 5:1-1. 성선과 요순 … 471 5:1-2. 독한 약 … 477 5:2. 의례의 정치력 … 485 5:3. 여민의 제도적 표현 … 496 5:4. 신농학파와의 여민 논쟁 … 513 5:4-1. 분업인가, 지배인가 … 513 5 :4-2. 정치가의 일, 농사꾼의 일 … 533 5:4-3. 전향과 배신 사이 … 545 5:4-4. 시장이란 무엇인가 … 553 5:5. 묵가 대 유가 … 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