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직 국선전담변호사가 파헤치는 형사재판의 진실
현직 국선전담변호사가 쓴 대한민국 형법과 형사재판의 뒷이야기. 뒤집힐 확률이 거의 없다는 국선변호 사건을 조사해나가는 국선변호사의 실제 사건 일지이자, 형사재판의 다양한 논쟁과 딜레마를 고찰하는 젊은 법조인의 형법 에세이이기도 하다. 1000건 이상의 사건을 변호한 저자가 실제 담당한 사건과 세상에 알려져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형법의 숨은 쟁점을 파헤친다.
목차
들어가며 그의 편에 서는 단 한 사람 04
숨겨진 쟁점이 있다
형법은 만병통치가 아니다 16
정당방위는 없다 29
이 사건은 반드시 무죄를 받아야 한다 42
작고 시급한 정의를 위하여 53
그 사회보호법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67
과학수사는 언제나 과학적이라는 착각 79
살인자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99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107
아직은 범인이 아니기 때문에 115
때론 법이 죄를 짓기도 한다 126
보편적 상식이라는 함정
형사재판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 142
사랑이었을까 폭력이었을까 156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피고인 171
범죄 유도는 범죄인가 184
용서받는 것의 어려움 198
무죄를 받을 수 있는 재판 209
나는 어떤 뉴스에도 댓글을 달지 않는다 224
범죄자 처벌은 국가가 대신하는 복수일까 234
우리 사회가 배제하는 대상 244
알아서 지켜야 하는 법 255
글을 마치며 268
저자
신민영 (지은이)
출판사리뷰
처벌하는 국가와 낙인찍힌 범죄자 사이, 형사재판의 딜레마
“죄지은 사람과 벌주는 국가만이 존재하는 현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의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잔악한 범죄가 보도되면 언론과 여론은 강력한 처벌만을 요구하고, 예상보다 낮은 형이 선고되면 사법부에 분노를 터뜨린다. 실제 재판에서 어떤 논쟁이 오가는지, 판사의 양형은 어떤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지, 그리고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황 증거는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보도되는 일은 드물다. 강한 처벌 외에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않는 국가와 주변을 보지 않고 직진만 하는 법, 그 테두리 안에서 법조인은 숱한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더구나 ‘국가가 선임해주는 변호사’인 국선전담변호사는 의뢰인의 편에 서는 변호인이자 국가 사법 정의를 대변하는 법조인이라는 이중의 무게를 감내해야 한다. 저자는 국선변호사라는 중립적 위치에서 실제 형사소송 중에 겪게 되는 부조리한 상황과 법의 모순을 가감 없이 파헤쳐나간다. “당대 사회가 가장 치열한 마찰음을 내는 곳”인 형사법정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한 단면과 마주하게 된다.
‘아동학대 사건은 가해자 처벌이 답일까?’, ‘부검은 언제나 정확할까?’, ‘정신질환 범죄자를 치료감호소로 보내는 것은 왜 위험한가?’, ‘대형 참사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진단서를 왜 믿을 수 없을까?’. 저자가 실제 담당한 사건과 낙지 살인 사건, 김 순경 사건,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같은 세상에 알려진 여러 사건들을 통해 법리 해석, 양형 기준, 법의학, 대범죄정책, 위헌심판제도, 피의자 인권 등 형사재판에서의 다양한 쟁점을 다루고 있다.
무죄율 3%, 의뢰인조차 포기한 사건에 몰두하는 국선변호사의 이야기
몇 년 전 한 TV드라마에 등장하던 국선변호사의 모습은 ‘돈에 연연하고’ ‘비리를 서슴지 않는’ 변호사의 기존 이미지를 단박에 날려버릴 만큼 정의롭고 열정적이었다. 드라마의 성공과 맞물려 낮은 수임료와 불성실하다는 선입견 탓에 변호사업계에서 꺼리는 영역이었던 국선변호사의 위상도 달라졌다. 초창기만 해도 2대 1에 불과하던 지원율이 10대 1에 육박할 만큼 치솟았다. 단순히 드라마 열풍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위축으로 인한 불황과 로스쿨 도입으로 ‘밥그릇’ 경쟁이 치열해진 법률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건을 수임할 수 있는 국선변호사가 대안으로 떠오른 까닭이다. 국선변호 폐지론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공무원 마인드로 대충 일하면서 고액의 월급을 받는다는 비판론과 높은 업무능력을 요하면서도 적은 보수로 일하는 ‘개인사업자’로서의 실상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국선변호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높아지고 있는 반면, 실제 국선전담변호사의 세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건당 30만 원 받으며 시간이나 때우는 불성실한 변호사’와 ‘무고한 의뢰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발로 뛰는 정의로운 변호사’의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직업인으로서의 진짜 국선변호사’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국선변호사가 억울하게 누명 쓴 사람을 구제해주는 게 아니라 ‘유죄판결이 거의 확실한 사람에게 법 질서와 사회에 대한 원망 없이 적절한 죗값을 받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국선변호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상대적 약자들이다. 그들이 어떤 억울함도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저자는 경찰과 검찰이 이미 조사를 끝낸, 뒤집힐 확률이 거의 없다는 국선변호 사건에 열정적으로 매달린다. 기록을 읽고 또 읽고, 사건 현장을 살피고, 주변인을 조사하며, 최소한의 단서만으로 진실을 추적하는 국선변호사의 분투기 속에 각양각색 의뢰인들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간병하던 치매 남편을 변압기로 내리친 할머니, 자살하려던 아버지를 폭행해 살해한 소년,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질까봐 유죄를 고집하는 중년 남자…… 국선변호사의 사무실에 찾아온 돈도 빽도 없고 사연만 많은 의뢰인들은 ‘모든 인간이 과연 법 앞에 평등한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벽이 되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울타리가 되어주기도 하는 법, 신민영 변호사는 그 안에서 멀고 큰 정의보다는 “작고 시급한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자신마저 물러서버리면 그들의 편에 아무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