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마르크스’의 땅에 ‘공자’가 부활했다
21세기 ‘차이나 파워’를 움직이는 힘은 경제도, 정치도 아닌 ‘문화’다
저자 권기영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을 지내며 방송, 영화, 애니메이션, 온라인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한중 합작에 참여했던 현장 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산업을 둘러싼 중국 경제 구조 변화와 사회문화 현상을 써내려간다. 근대에서 21세기까지 중국을 움직이는 원동력을 ‘문화’라는 키워드로 분석한 이 책은 문화가 가장 강력한 권력으로 떠오르는 21세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찾기 위한 문화연구자이자 학자의 성찰과 시각을 담았다.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는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오픈클래스에서 저자가 중국의 변화와 문화 전략을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2011년 처음 문을 연 오픈클래스는 학술 연구자, 대학원생, 일반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강좌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오픈클래스를 만날 수 있도록 동아시아연구소 교양문화 총서 시리즈를 기획했고,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는 그 첫 책이다.
목차
발간사: 역동하는 21세기 중국을 읽는 두 가지 문화 코드
프롤로그: 마르크스와 공자, 21세기 중국을 움직이다
1장 중국은 왜 공자를 소환했는가: 전통을 키워드로 본 중국의 근현대
공자의 부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국의 근대와 현대를 가른 5·4운동
문화는 정치, 경제만큼 중요하다
문화대혁명, 전통과 싸우다
개혁개방으로 서구문화를 수용하다
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메운 민족주의
전통문화, 21세기 중국의 국가 정체성
문화가 권력이다
이 장을 마치며: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위협일까, 기회일까
2장 쿵푸팬더의 국적이 중요할까: 문화전통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21세기 중국의 국가 비전: 사회주의 문화강국
최후의 승부처는 문화다
중국 발전의 딜레마, 중진국의 함정
21세기 중국은 계속 성장할까
중국의 문화원형을 찾아라
이 장을 마치며: 국적 불명 콘텐츠의 미래
3장 도시로 농촌을 포위하라: 대륙의 문화거점 전략
선택과 집중, 후발국의 불균등 발전 전략
문화산업, 지역 발전의 대안으로 떠오르다
사회주의식 문화산업 전략
중국 최대 경제권, 창장삼각주
대륙의 문화산업 플랫폼, 주장삼각주
21세기 중국의 전략적 거점, 베이징
신흥강자로 떠오른 도시, 톈진
지역 경제 발전의 명암
변방의 기적, 인상 프로젝트
이 장을 마치며: 중국 문화산업, 10년의 실험
4장 역사가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21세기 중국의 메시지
종합국력의 시대를 맞이하다
중국의 해외 진출 전략
거대 자본과 문화시장
중국에 아부하는 세계
2008 베이징올림픽과 중국의 자부심
이 장을 마치며: 중국의 변화로 세계가 동요하다
에필로그: 문화를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저자
권기영 (지은이),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출판사리뷰
‘마르크스’의 땅에 ‘공자’가 부활했다
21세기 ‘차이나 파워’를 움직이는 힘은 경제도, 정치도 아닌 ‘문화’다
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미국 국빈 방문을 맞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륙에 불고 있는 ‘공자 띄우기’ 바람을 소개하며, 시 주석이 공자 탄생 2565주년을 기념한 대대적 행사를 벌이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 국제학술대회에도 국가주석으로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_(〈WSJ〉, 2015. 9.20.)
2011년 1월, 베이징 톈안먼광장 마오쩌둥 사진 맞은편에는 높이 10미터짜리 공자 동상이 세워졌다. 중국 현대사의 상징인 톈안먼광장 앞에 들어선 공자상은 중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별다른 해명 없이 100일 만에 국가박물관 내부로 이전되었다.
_(공자의 부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에서)
톈안먼광장에 들어선 공자 동상,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행보 등 잇따른 중국의 ‘공자 부활’ 움직임을 요즈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중국에서는 1980년대 말에 이미 전통을 대하는 태도가 급변해 국제공자문화제 같은 관광상품 개발을 비롯해 교육, 학문, 문화 영역으로까지 서서히 퍼져나갔다. 사회주의국가 수립 후 70여 년의 근현대를 거치며 전통을 전면적으로 부정해온 중국이, 갑자기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통의 부활이라는 현상에서 우리는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가지 중대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하나는 2003년 출범한 후진타오 정부가 국정 기조로 ‘화해사회 건설’을 내세우며 개혁개방으로 파생된 심각한 계층간.지역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점이다. 다른 하나는 2000년 중국 정부 공식문건에 처음 등장한 ‘문화산업’이라는 개념이다. 1990년대까지 문화를 ‘사업’의 영역으로만 간주했던 중국이 문화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경제의 양적 성장에만 주목해온 21세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를 그려나가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만하다.
푸른숲 신간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는 1917년 신문화운동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중국이 선택해온 길을 ‘마르크스’와 ‘공자’라는 중국을 움직이는 두 가지 문화 코드로 분석해 21세기 중국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여기에서 마르크스는 사회주의를, ‘공자’는 전통문화를 상징한다.)
또한 마오쩌둥부터 후진타오까지 중국 정부가 어떤 사회주의식 문화 전략을 구사해 왔으며 중국 정부가 국가 발전 측면에서 문화를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그 변화를 추적한다.
저자 권기영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을 지내며 방송, 영화, 애니메이션, 온라인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한중 합작에 참여했던 현장 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산업을 둘러싼 중국 경제 구조 변화와 사회문화 현상을 써내려간다. 근대에서 21세기까지 중국을 움직이는 원동력을 ‘문화’라는 키워드로 분석한 이 책은 문화가 가장 강력한 권력으로 떠오르는 21세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찾기 위한 문화연구자이자 학자의 성찰과 시각을 담았다.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는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오픈클래스에서 저자가 중국의 변화와 문화 전략을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2011년 처음 문을 연 오픈클래스는 학술 연구자, 대학원생, 일반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강좌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오픈클래스를 만날 수 있도록 동아시아연구소 교양문화 총서 시리즈를 기획했고,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는 그 첫 책이다.
1장 ‘중국은 왜 공자를 소환했는가’
마오쩌둥부터 후진타오까지, 중국을 움직인 문화 전략
1장 ‘중국은 왜 공자를 소환했는가’에서는 1840년 아편전쟁부터 현재까지 170여 년 동안 중국정부가 문화를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사회주의와 전통의 관계로 풀어낸다.
1917년 5.4신문화운동을 이끈 지식인들은 중국이 낙후한 원인을 ‘전통’에서 찾았고(48쪽), 심지어 《아큐정전》의 작가 루쉰은 전통을 ‘식인’이라 묘사할 정도로 혐오했다(53쪽). 이후 문화대혁명 주동자들도 ‘네 가지 옛 것을 타파하라’는 뜻의 파사구를 구호로 내세웠다(62쪽). 개혁개방을 선언한 덩샤오핑 역시 중국 경제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봉건주의 잔재’라고 주장했고(69쪽), 다큐멘터리 〈하상〉이 중국중앙방송을 통해 방영되면서 반전통주의 분위기는 중국 사회 전체로 확산되었다(74쪽).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이러한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뀐다.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하던 공자에게 중국이 느닷없이 화해를 청한 것이다.
저자는 19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이라는 사회주의 체제의 위기에서 중국공산당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전통과 결합한 민족주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회주의 몰락으로 깊이 파인 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공산당이 선택한 것은 민족주의였다. 물론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애국주의는 덩샤오핑 정부 시대부터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_(80쪽, ‘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메운 민족주의’ 중)
물론 애국주의에 근거한다고 하더라도 반전통에서 갑자기 전통에 대한 찬미로 전향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결국 핵심은 중국의 전통,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자와 유교적 전통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석에 있을 터다. 물론 이러한 공자의 소환은 시대적 요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_(81쪽, ‘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메운 민족주의’ 중)
1990년대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시작된 ‘국학열’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은 개입으로 전통문화 부흥 열기로 이어진다. 동시에 중국은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놓치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세계 최초로 서울에 문을 연 ‘공자학원’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 문화와 사상을 홍보하기 위해, 2014년까지 세계 123개국에 465개의 공자학원을 세웠다.(93쪽)
2004년 중국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중공16기4중전회)는 국가 차원에서 ‘문화안보’를 정치안보.경제안보.정보안보와 함께 국가 4대 안보 전략으로 확정한다. … 흥미로운 사실은 문화안보에 대한 강조가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학계의 광범위한 참여가 수반되었는데,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문화안보를 주제로 한 논문이 약 1천여 편에 이른다. …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안보와 관련된 논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러한 논의는 대단히 특별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_(95, 99쪽, ‘문화과 권력이다’ 중)
1840년부터 현재까지 170여 년동안 중국의 근대화 혹은 현대화 과정에서 ‘공자’는 항상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5.4운동 이후 1980년대 말까지 ‘공자’는 중국에서 철저하게 부정당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공자’는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다. 불과 몇 십년 전 일이 무색할 저도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식계조차 과거 ‘공자’비판에 대해 별다른 해명이 없었다. .하상.에서 비판한 것처럼 중국에서 전통의 무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 ‘공자’의 부활은 현대 중국에서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으로 봐도 좋다. 그리고 ‘공자’로 상징되는 전통문화의 부활은 21세기에 들어와 전방위적으로 확산된다. 고대 신화에 대한 발굴과 복원으로부터 치욕의 역사로 취급되었던 근대적 전통, 심지어 사회주의적 전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거의 유산은 새롭게 해속되고 상품화된다.
_(104~105쪽, ‘이 장을 마치며: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위협일까, 기회일까 중)
2장 ‘쿵푸팬더의 국적이 중요할까’
G2를 넘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국의 선택
2장 ‘쿵푸팬더의 국적이 중요할까’에서는 21세기 중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존 성장 방식과 다른 변환을 모색하고, 문화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내세운 배경을 살펴본다.
카네기재단은 2035년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할 것으로,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50년 세계 경제 장기예측 보고서〉에서 2020년 중국 GDP규모가 미국을 앞서 2050년에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일본의 일곱 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119쪽) 초고속 성장으로 G2가 된 중국이 21세기 국가 정책으로 문화를 앞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중국이 지난 30년 간 경제 성장을 이끈 자본집약적,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에서 벗어나야 정체를 극복한다고 보고 기존의 성장 방식을 바꿀 최후의 승부처로 ‘문화’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문화 정책을 정부가 주도한 덕분에 중국 문화산업 시장은 짧은 기간 동안 놀랄 만큼 성장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문화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같은 기간 GDP 성장률의 두 배가 훨씬 넘는 23.6퍼센트를 기록했다.
콘텐츠 제작량도 급격히 증가했다. 2002년에 한 해에 38편 제작했던 중국 영화는 7년만인 2009년 456편으로 늘어났고, 애니메이션은 2000년 4천6백89분을 제작했는데, 2009년에는 17만1천8백16분으로 증가했다.(128쪽)
동시에 거대한 문화시장 중국을 공략한 글로벌 문화기업의 전략은 중국에게 위협이자 과제로 다가온다. 최근 3편까지 개봉한 영화 〈쿵푸팬더〉,〈뮬란〉,〈포비든 킹덤〉은 중국의 문화원형을 가지고 미국이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작품들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배 아픈 일이겠지만 저자는 문화적 전통이 풍부하다고 해서 무조건 문화산업 강국이 되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2천 년이 넘는 역사와 엄청나게 풍부한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역사도 짧고 전통문화도 풍부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역사, 인물을 콘텐츠 소재로 마음껏 가져다 쓴다. 저자는 앞으로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핵심적인 과제는 누가 중국의 문화원형을 콘텐츠화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우리 역시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이 경쟁에 적극 참여하기를 권한다.
중국에서 〈쿵푸팬더〉가 개봉했을 당시 필자는 중국에 있었는데 중국문화부 공무원이 이 애니메이션 때문에 대단히 곤혹스러워한 기억이 난다. 중국이 핵심 경쟁국으로 삼고 있는 미국이 중국을 상징하는 문화원형을 소재로 삼은 작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서 대박을 쳤을 뿐 아니라 중국 안방에서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으니 지난 8년 간 중국 정부가 국산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 벌였던 각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듯한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_(140쪽, ‘중국의 문화원형을 찾아라’ 중)
중국의 문화산업 글로벌 경쟁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오히려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 문화기업들이 중국 전통문화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해 시장 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문화콘텐츠라는 것이 본래 ‘국적 불명’을 특징으로 삼고 있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국가 간, 민족 간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 아니 중국 정부 입장에서 〈쿵푸팬더〉의 국적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한류’의 지속화와 발전에 있어서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중국의 문화시장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_(143~144쪽, ‘이 장을 마치며: 국적 불명 콘텐츠의 미래’ 중)
3장 ‘도시로 농촌을 포위하라’
문화산업, 지역 발전의 미래상으로 떠오르다
3장 ‘도시로 농촌을 포위하라’에서는 후진타오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한 문화산업 전략을 다룬다. 덩샤오핑과 장쩌민이 주력한 ‘선부론’, 즉 핵심 지역을 먼저 발전시킨다는 국가 발전 전략은 외형적으로는 엄청난 성장을 가져왔지만, 지역.계층간 불균형과 그에 따른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 이에 후진타오 정부는 국정 이념인 ‘화해’를 내세워 개혁개방으로 파생된 심각한 뷸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모든 계급.계층의 이익이 ‘화해’를 이루는 균형 발전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153쪽)
그 방법으로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지역 문화산업 발전 전략인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기 시작했고, 현재 중국 전역에 분포한 문화 클러스터는 약 3천여 개에 달한다.(166쪽) 상하이의 문화거리 톈즈팡(177쪽), 항저우의 ‘국가동화산업기지’(180쪽), 광저우의 국제완구성(184쪽), 베이징의 798예술구(192쪽), 톈진의 하이테크산업(202쪽) 등이 대표적인 클러스터 성공 모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주도의 문화산업 전략이 모두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개발’의 논리를 내세우는 부동산 개발자, 실적 내기에만 급급하고 문화산업 클러스터의 효과적 운영을 위한 실질적 지원 프로그램은 간과하는 지역 정부 등의 한계 때문이다. 중국문화부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2천 5백 개가 넘는 문화산업 클러스터의 형태 중 하나인 문화산업원구 중 실제 이익을 내고 있는 곳은 전체의 10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211쪽)
이렇듯 지역의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중국 정부는 중국 전역을 지역별 상황과 특성에 맞게 분할하고, 지역의 각종 자원을 집중시키는 클러스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컨대 경제가 발달한 동부 지역과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서부 지역을 구별하고, 첨단 기술과 연관된 문화산업은 동부에, 전통문화자원과 관련된 문화산업은 중서부 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배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권역별 거점 도시들의 발전 전략을 살펴보면 얼핏 대동소이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중국은 국토 면적이 대단히 넓고 인구도 많다. 권역별 면적과 시장 규모가 웬만한 국가보다 크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핵심 거점 도시들의 전략들이 대동소이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권역 시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_(174쪽, ‘사회주의식 문화산업 전략’ 중)
3장 ‘도시로 농촌을 포위하라’에서는 지역 전통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에 엄청난 경제 효과를 가져온 ‘인상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중국의 민간 고사를 바탕으로 만든 .인상 류싼졔〉는 공연 수입, 지역의 고용창출, 관광 수입 등 수백 억원의 경제 효과를 내 불과 5년 만에 광시성을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변모시켰다.
〈인상 류싼졔〉가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주된 이유는 물론 경제적 효과 덕분이다. 우선 제작사는 총 8,000만 위안(한화 16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04년 2,552만 위안(약 50억 원)의 영업수익이 2009년에는 12,205만 위안(약 250억 원) 정도로 급서장했다. 더불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 점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예컨대 공연이 없던 2003년에 양쑤오 지역에서 숙박하던 관광객은 20여만 명 정도였는데, 공연이 시작된 2004년에는 50여만 명으로 급증했다. … 2009년 양쑤오 지역의 관광 총 수입은 약 5천억 원에 이른다. 2007년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관광산업을 필두로 한 양쑤오의 3차산업 비중은 전체 GDP의 55퍼센트에 달했고, 이 지역 재정의 65퍼센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_(218~219쪽, ‘변방의 기적, 인상 프로젝트’ 중)
4장 ‘역사가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21세기 중국이 추구하는 ‘종합국력’,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위협일까, 기회일까.
4장 ‘역사가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에서는 중국의 해외 진출 전략과 더불어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소재로 중국의 문화정체성과 인문 정신을 분석한다.
중국은 문화산업, 즉 소프트파워 강화로 국제 사회에서 중화문화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종합국력’을 키우는 것을 21세기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수출 주도형 전략, 문화 관련 국유기업의 대형화, 해외 유명 기업과의 합작 등 해외 진출 전략을 세웠다. 중국은 특색의 정부 주도형 해외 진출 전략으로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의 국가들과 활발한 문화외교를 통한 틈새시장 공략도 멈추지 않고 있다.
4장에서는 중국 문화의 해외 진출 전략에서 핵심 주체인 ‘기업’이 자본의 힘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를 소개한다. 베이징에서 시작해 미국, 캐나다, 일본, 러시아, 영국 등 현재까지 총 5천 회가 넘는 공연 횟수를 기록한 〈쿵푸전기〉는 중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세계 시장을 겨냥해 기획, 제작, 수출한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250~251쪽)
2012년 중국의 영화관 체인 기업 완다원선은 미국 AMC를 26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전 세계 영화시장의 10퍼센트를 장악한다. 이는 콘텐츠 개발도 중요하지만, 단시간에 영화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거대 자본을 투자해 유통 분야를 장악하겠다는 중국의 해외 진출 전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253쪽)
중국 정부는 중국으로 들어오는 해외 문화상품의 내용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예전 중국 문화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는 중국의 규제가 외국 기업들에게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심지어 할리우드 제작 영화 중 중국 시장의 입맛에 맞게 내용을 고친 영화가 있을 정도다. 〈LA타임스〉는 이러한 현상을 놓고 ‘중국을 향한 할리우드의 아부’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 냉전 시기 세계 영화 시장을 장악했던 할리우드 영화들은 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을 ‘악의 축’으로 묘사했다. 이런 것들이 이들 국가의 이미지를 상당히 나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이제 중국 정부는 단호하게 말한다.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어떤 문화상품도 중국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문화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이러한 요구를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_(260쪽, ‘중국에 아부하는 세계’ 중)
저자는 중국 문화산업 전략의 연장선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분석한다. 올림픽 개막식은 개최국의 문화적 역량을 살피는 중요한 척도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나라를 인식하는 재료이자 계기이기도 하므로 일반 공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노력과 자본을 쏟아붓는다. 또한 베이징올림픽이 21세기 패러다임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인문’을 베이징올림픽 이념으로 제시하며 중화문명을 전 세계에 전시했다. 개막식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4대 발명품인 화약, 인쇄술, 나침반, 종이를 화려한 퍼포먼스로 구현하며, 중화문명의 우수성을 알렸다.
저자는 2012년 런던올림픽이 내세운 가치인 ‘복지’와 ‘동화’가 21세기 인류 보편의 화두를 건드려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었던 사례를 비교하며, 감동을 주는 요소는 ‘스케일’보다는 ‘스토리’, 즉 자국의 문화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런던올림픽 개막식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보다 감동적이엇다고 말한다. 사실 런던올림픽도 영국의 역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전통문화를 가져왔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되살리느냐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와도 직접 연관이 있다. 베이징올림픽은 과거 인류 발전에 기여한 중국의 4대 발명을 상징적 이미지로 화려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전 세계가 모두 아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중국은 과거를 소환해 자신들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공헌했는지 상기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전하지 못했다. 반면 영리한 영국은 21세기 인류 보편의 화두를 건드린다. 바로 ‘복지’와 ‘동화’다.
_(275쪽, ‘2008 베이징올림픽과 중국의 자부심’ 중)
동아시아연구소 교앙문화 총서
2011년 처음 문을 연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Institute for East Asian Studies, IEAS) ‘오픈클래스’는 학술 연구자, 대학원생, 일반인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시민강좌입니다.
오픈클래스는 대학 강의의 개방성과 자율성을 표방합니다. 강의실 문턱을 낮춰 수강자들이 대학 강의실에 쉽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또 일방이 아닌 쌍방향 수업을 통해 자율적 공부 의지를 높여 한 발짝 더 지성의 숲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오픈클래스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강의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터아시아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아시아 지역의 사회문화현상을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는 강의입니다. 여기에서 인터아시아 문화연구란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 아시아의 역사 경험과 현실사회문화문제를 상호 참조 체계로 삼아 함께 지식을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픈클래스는 이러한 강의들을 통해 학문을 광범위하게 사회화하고 지식 생산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동아시아연구소 교양문화 총서’는 책으로 만나는 오픈클래스 시리즈입니다. 대학 강의실조차 기업 논리에 휘둘리는 시대, 인터넷 매체를 떠도는 정돈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상식의 홍수 속에서 지식과 정보의 미아가 되지 않기 위한 시도입니다.
인문학 공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 총서를 집어 든 순간, 언제 어디에서든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과 수평적인 교감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동행으로 당신이 꿈꾸는 미래를 주저 없이 소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