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가 들려준 이야기

뼈가 들려준 이야기

17,820 19,800
제조사
푸른숲
원산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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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뼈 하나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른 놀라운 책
- 최재천(국립생태원 원장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이 책의 독자는 이미 고인류학과 고생물학의 세계에 들어선 셈이다
-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아찔한 쇄골 라인’, ‘쇄골 미인’ 등 미의 상징이 된 쇄골. 그런 쇄골이 우리 몸속에서 가장 먼저 생겨나 가장 늦게 성장이 끝나는 뼈라는 사실을 아는가? 쇄골은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불과 5주 만에 생겨나, 서른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다 자란다. 빗장뼈라고도 불리는 쇄골은 아주 오래된 물고기 화석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긴 역사를 지녔지만, 동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쇄골이 별로 필요하지 않는 말이나 사슴에게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나 원숭이, 곰처럼 팔을 많이 쓰는 동물과 새같이 양쪽 날개를 움직여야 하는 동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뼈다.
이러한 쇄골은 죽은 사람의 나이와 신원을 확인하는 단초가 된다. 우선 우리 몸의 뼈 중에서도 가장 늦게 붙기 때문에 쇄골이 붙어 있는 상태에 따라 죽은 사람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또 몸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다른 뼈와 달리 우리 몸에서 평생 뼈 밀도나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어서 생전에 찍어 놓은 엑스레이와 뼈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신간《뼈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듯 뼈의 생물학적, 구조적 특징에서 시작해 인류학, 진화생물학, 고고학까지 그 지식의 줄기를 종횡으로 뻗어 나가며 지금껏 들어 보지 못했던 다양한 뼈의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책은 팔뼈, 쇄골, 갈비뼈, 척추, 광대뼈 등 다양한 뼈가 우리 몸속에서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동물 뼈와 인류 화석 뼈를 통해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하기까지의 그 장구한 역사로 우리를 초대한다. 즉, 뼈 하나로 관통하는 30가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오해했거나 잘 몰랐던 뼈에 대해 알려주는 유일무이한 책이다. 지금까지 인류 조상 화석과 고생물을 통해 진화에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다룬 책들은 많았지만, 뼈를 주제로 생명의 탄생과 인류 진화의 발자취를 꿰뚫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을 쓴 진주현 박사는 현재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DPAA)에서 전쟁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해 분석한 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법의인류학자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법의인류학’은 고고학, 생물학,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뼈를 분석해 사망한 사람의 나이, 키, 성별, 사망한 시점, 원인 등을 밝히는 학문이다. 법의인류학자는 죽은 사람의 뼈뿐 아니라 동물 뼈와 사람 뼈를 비교분석하기도 하고, 살아 있는 사람의 엑스레이로 뼈의 상태를 관찰해 범죄의 증거를 찾아내기도 한다.
대학교 때《최초의 인간 루시》를 읽고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 부부가 인류 진화 화석을 발굴했던 역사적인 곳인 동아프리카에서 열린 고고학 필드 스쿨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참가하며 본격적으로 ‘뼈’의 세계로 들어온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세계 각지의 발굴 현장에 참여해 인류의 진화와 기원, 사람과 동물 뼈대를 연구해왔다. 수백만 년 전의 뼈를 분석하는 고인류학 연구에서 시작해 지금은 수십 년 전의 뼈를 분석해 신원을 밝히는 법의인류학자가 된 저자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인류학, 진화생물학, 고고학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우리 몸을 지탱하는 뼈, 우리 몸속에서 한 사람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뼈, 죽은 다음에도 오랫동안 그대로 남아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뼈. 뼈는 이렇게 인간을 가장 깊숙이 이해하는 열쇠이나 생명 탄생의 근원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지금부터 뼈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목차

프롤로그: 뼈를 만나러 가는 길

1장
살아 있는 뼈가 들려준 이야기: 우리 몸속 다양한 뼈
뼈는 살아 있다
몸속의 지문, 쇄골
말 못하는 아이들의 대변인, 갈비뼈
광대뼈 하나로 인종을 구분하다
아름다운 S자 곡선의 속사정, 척추뼈
임신부가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는 이유는
골반뼈는 출산의 증거일까
한 번 자라면 끝인 이빨
연골에는 ‘골’이 없다
뼈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뿔

2장
뼈 속 물질이 들려준 이야기: 뼈대 있는 동물의 역사
딱딱한 뼈와 구멍 난 뼈의 동거
물리학과 뼈가 만나다: 생체역학의 세계
뼈는 칼슘의 저장고
가야 무덤에서 발견한 모유 수유의 흔적
산후 조리를 안 하면 뼈에 바람이 들어간다
물개가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결핵
매일 광합성이 필요한 이유
피부색의 비밀: 백인의 피부암, 흑인의 구루병
DNA 검사는 만능 도구일까
5억 년 전 뼈의 탄생
극지방 물고기가 얼지 않는 이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 뼈

3장
오래된 뼈가 들려준 이야기: 알면 알수록 놀라운 조직, 뼈
9천 년 전의 터프가이, 케네윅맨
선글라스가 필요 없었던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만남
지적 설계론이 과학이 아닌 이유

4장
죽은 뼈가 들려준 이야기: 뼈는 진실을 알고 있다
루시, 나를 고인류학으로 이끌다
뒤뜰에서 발견된 남자, 숲 속에서 발견된 여자
과학 수사의 메카, 시체 농장
세계 최대의 사람 뼈 컬렉션

에필로그: 마지막 인사
감사의 말

저자

진주현 (지은이)

출판사리뷰

뼈에 대한 다채로운 지식부터 인류 진화 역사까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새로운 뼈의 세계


한 번 생기면 변하지 않고 딱딱한 성질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 뼈. 죽음을 연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언뜻 생각하면 무서운 뼈. 하지만 뼈는 우리 몸속에서 계속해서 오래된 세포가 없어지고 새로운 세포로 바뀌는 살아 있는 조직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뼈와 함께 숨쉬고, 먹고, 움직인다. 뼈가 이렇게 우리 몸속에서 한 사람의 역사를 그대로 담아내기에 죽은 사람의 뼈만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주로 먹었는지, 움직임이 많은 사람이었는지, 생전에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도 추적해볼 수 있다. 특히 뼈는 시간이 흐르면 썩는 살과 달리, 땅 속에 묻혀 화석으로 남는다. 따라서 5억 년 전의 척추동물 뼈, 3백만 년 전 인류의 조상 뼈를 통해 뼈대 있는 동물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뼈는 억울하게 죽은 이가 남긴 마지막 말과도 같다. 부모가 아이를 때려서 죽인 다음 사고사였다고 거짓말을 하더라도 죽은 아이의 뼈를 분석해 사망 시점과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이처럼 뼈는 우리 몸속에서 벌어지는 생물학적 작용부터 한 인간의 역사와 인류의 진화 과정까지 한 번에 꿰뚫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되어 있다. 1장에서는 우리 몸에서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위팔뼈, 쇄골, 갈비뼈, 광대뼈, 골반뼈, 척추 등 우리 몸속 다양한 뼈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2장은 뼈 속 물질과 유전자에 관한 이야기로 뼈에 관한 생물학의 세계를 펼쳐 놓는다. 뼈 속 성분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골다공증, 결핵, 구루병, 피부암 등의 질병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동위원소, 핵 DNA 등 뼈 속 세포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로 무궁무진하다. 3장에서는 5억 년 전 탄생한 척추동물의 흔적부터 최근 발견된 인류 진화 화석까지, 진화 연구를 진일보시킨 중요한 장면들을 통해 뼈대 있는 동물의 역사를 추적한다. 4장에서는 죽은 뼈를 통해 신원을 밝히는 과정과 뼈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흥미진진한 법의인류학의 세계로 한 발짝 더 들어가 볼 수 있다. 뼈를 주제로 엮은 30가지 이야기는 세상 섭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과학적, 인류학적 지식과 생생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거기에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 부부, 찰스 다윈, 윌러드 리비, 돈 조핸슨 등 위대한 발견으로 인류학사와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학자들의 생애와 업적을 별도로 만나볼 수 있다.

1장. 살아 있는 뼈가 들려준 이야기: 우리 몸속 다양한 뼈
1장에서는 뼈의 생성과 재형성, 그리고 우리 몸속 다양한 뼈의 특징을 다루고 있다. 뼈 속에는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세포가 빽빽이 들어 있는데 오래된 뼈를 먹어치우는 파골세포와 새로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작용해 수시로 뼈가 재형성된다.(21쪽)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생겨난 위팔뼈가 여러 곳에서 작은 뼈들이 생겨나 서로 붙고 붙어 스무 살이 되어서야 온전한 하나의 뼈가 된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뼈의 생성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26쪽) 우리 몸속에서 가장 먼저 생기고 가장 늦게 붙는 쇄골은 신원 감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33쪽), 아이들에게 발견되는 갈비뼈 골절은 아동 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42쪽) 그 외 인종 구분법으로 쓰이는 광대뼈(48쪽), 옛날 사람들이 앓았던 질병을 추적할 수 있는 척추뼈(58쪽), 임신한 여자가 무게중심을 잃지 않도록 진화한 여자의 요추(64쪽)등 뼈를 통해 인류의 발자취를 되짚어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뼈인지 아닌지 쉽게 헷갈리는 이빨, 연골, 뿔이 뼈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단순히 생물학적 특성을 비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진화 이론을 곁들여 설명해 동물의 특정한 형질이 어떻게 후대에 유전되는지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치아 중에서도 사람에 따라 아예 나지 않거나 비뚤게 나는 사랑니는 인간이 농경 생활을 하면서 턱뼈가 점차 작아져, 그에 따라 퇴화하고 있는 치아라는 것과(87쪽) 멋지고 큰 사슴뿔이 성 선택과 자연 선택이 함께 작용하여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유전되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107쪽)

아이들의 뼈 회복 속도가 이렇게 빠르다 보니 부모에게 맞아서 뼈가 부러져도 금세 다시 붙어서 의사들이 엑스레이만으로 골절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뼈 전문가들은 뼈 주변의 연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뼈만 들여다보는 데에 익숙하기 때문에 뼈에 남은 미세한 자국을 발견할 수 있다. 자기 의사 표현이 서툰 아이들을 대신해 ‘ 저 좀 구해주세요. 엄마 아빠가 때려요’ 라고 말해줄 수 있는 뼈가 바로 갈비뼈다.(42쪽)

시간이 지나 뼈만 남았을 때에는 연골이 모두 없어져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생전에 디스크를 앓았는지는 알기가 힘들다. 하지만 뼈의 모양이 매끈하지 않고 척추뼈 모양이 납작하게 눌린 상태로 변형되어 있는 걸 보면 이 사람이 생전에 허리 아파서 고생 좀 했겠구나를 추정해볼 수 있다.(58쪽)

나 같은 뼈 전문가들에게는 지역 경찰서에서 뼈 분석 의뢰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 그중 딱 봤을 때 사람 뼈와 가장 많이 혼동하는 것이 돼지나 곰의 뼈다. 이빨도 마찬가지다. 사람, 돼지, 그리고 곰. 서로 비슷해 보이지 않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셋 모두 잡식 동물이라는 것이다. 동물의 발등뼈를 통해 그 동물이 어떻게 몸을 움직이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동물의 이빨만 보고도 그 동물의 식성을 추론할 수 있다.(81쪽)

2장. 뼈 속 물질이 들려준 이야기: 알면 알수록 놀라운 조직, 뼈
가야 예안리 고군분에서 나온 여자와 아이들의 뼈에서 작은 샘플을 잘라 동위원소 분석을 했더니, 그 당시 아기들은 만 서너 살이 될 때까지 모유를 먹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갓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뼈와 매우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 있어 엄마가 임신 중에 먹었던 음식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모유를 먹기 시작하면 동위원소 비율이 엄마보다 더 높게 나오고, 엄마 젖을 끊고 다른 것을 먹기 시작하면 그 비율이 다시 바뀌는 원리를 이용해 알 수 있는 놀라운 결과였다.(146쪽) 미국의 도시에 살던 흑인들의 구루병과 백인의 피부암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에 살지 않고 자신의 피부색과 맞지 않는 곳에서 옮겨가 살면서 생겨난 현대병이라는 사실을 통해 자외선 흡수량과 뼈 건강, 그리고 피부색의 유전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다.(180쪽)
2장에서는 이렇게 뼈를 이루는 물질과 구성 성분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룬다. 골다공증부터 백인의 피부암까지, 인류를 괴롭혔던 다양한 질병과 뼈와의 연결 고리를 통해 뼈라는 조직의 놀라운 면을 한층 더 깊이 알 수 있다.

해면골은 일상생활에서 걷거나 뛰면서 생기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운동화 밑창에 들어가 있는 쿠션과 비슷한 기능이다. 허벅지뼈와 종아리뼈도 모두 이렇게 양 끝은 구멍이 숭숭 뚫린 해면골이고 뼈대는 딱딱한 치밀골로 되어 있다. 걷거나 뛰면서 생기는 충격을 일단 스펀지같이 생긴 뼈가 한 번 흡수해주고 나머지는 무쇠처럼 단단한 뼈대가 받쳐주는 식이다.(114쪽)

원래 한국 사람의 피부색은 너무 하얗지도 검지도 않은 딱 중간 정도이다. 이에 비해 대대손손 적도 부근에서 살아온 아프리카의 콩고 사람들은 대대손손 한반도에서 살아온 이들보다 피부가 더 까맣다. … 여기서 ‘대대손손’이라는 말을 눈여겨보자. 이런 피부색의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175쪽)

3장. 오래된 뼈가 들려준 이야기: 뼈대 있는 동물의 진화
지구상에 사는 동물 중 척추동물의 비율은 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사람은 물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 모두 척추동물이기 때문에 이들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무척추동물에 비해 종수가 턱없이 적은 척추동물은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뼈’가 있었기에 화석으로 남을 수 있었다. 3장에서는 이러한 뼈대 있는 동물의 탄생과 진화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윈난성에서 발견된 5억 2천만 년 전의 ‘턱 없는 물고기 뼈’ 화석은 지구상에 척추동물이 출현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화석이다.(202쪽) 사람, 새, 박쥐, 말, 도마뱀 등 척추동물은 모두 생김새는 다르지만 발생학적으로 발 하나에 발가락 다섯 개를 만들어주는 기본 유전자가 같으며, 팔다리뼈의 기본 구조도 같다.(206쪽) 또한 세계 최초로 경매에 오른 유명한 공룡 뼈 ‘수’, 아리송한 생김새 때문에 미국 원주민의 조상인지 아닌지 논쟁의 중심에 섰던 케네윅맨의 뼈(236쪽), 그리고 인류의 사촌 네안데르탈인 뼈 등 인류 진화 연구의 방향을 바꾼 중요한 뼈의 발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세계 최초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분석에 성공한 스반테 페보 박사의 이야기(263쪽)도 흥미롭다.

왜 곤충은 대부분 손바닥보다 크기가 작을까? 어째서 강아지만 한 곤충은 없을까? 다소 황당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이 질문의 해답은 뼈에 있다. 곤충은 몸속에 몸을 지탱해 주는 뼈가 없기 때문에 몸집이 커질 수가 없다.(199쪽)

5천만 년 전의 작은 원숭이 화석뼈와 같은 시기의 도마뱀 화석뼈 중에 어느 것이 사람과 더 비슷할까? 답은 작은 원숭이 화석뼈이다. 이를 가장 간단히 설명해주는 것이 사람이 도마뱀보다는 작은 원숭이와 진화적으로 더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이론이다. 이런 식으로 지구상에 살고 있는 혹은 한때 지구상에 살았던 수많은 동물들 간의 관계를 엮어 나가는 것이 생물학의 기본이 되는 분류학이다.(210쪽)

요즘이야 하루도 안 걸려 지구 반대편까지 갈 수 있으니 먹었던 음식으로 생전의 정보를 분석하려면 좀 복잡하지만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했던 옛날 사람들의 뼈는 그들이 먹고 마셨던 것에 대한 정보를 훨씬 정확하게 담고 있다. 케네윅맨은 워싱턴 주에서도 내륙 쪽에서 발견되었는데, 재미있게도 그의 뼈에 남아 있던 동위 원소는 그가 해양 동물인 바다표범과 연어 등을 주식으로 했음을 알려주었다.(242쪽)

4장. 죽은 뼈가 들려준 이야기: 뼈는 진실을 알고 있다
4장에서는 대학교 때부터 온두라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동아프리카로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수백만 년 전의 화석을 찾아다니며 고인류학자를 꿈꾸다가 지금은 수십 년 전의 뼈를 만지며 전사자 신원 분석을 하고 있는 저자의 현장 경험과 학자로서의 소명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를 뼈의 세계로 들어오게 한 ‘루시’ 이야기(286쪽)와 동아프리카 필드 스쿨 에피소드는 인류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도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또한 인류 진화가 나무에서 가지가 뻗듯이 시대별로 다양한 인류의 조상이 출현해 현생 인류의 모습까지 오게 되었다는 최신 인류 진화 계보도(290쪽)를 수록해 그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시신의 사망 시기를 연구하기 위해 테네시 대학 인류학과에서 설립한 ‘바디 팜’과 CSI 시리즈의 모델이 된 ‘법의곤충학’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도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시사한다.(312쪽) 세계 최대의 사람 뼈를 보관하고 있는 미국의 뼈 컬렉션(322쪽)은 뼈 연구를 위해 평생을 바친 학자들과 뼈가 이 세상에 기여하는 바를 면면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침팬지를 똑바로 세워 놓으면 허벅지뼈와 종아리뼈가 일자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엉덩이부터 내려오는 허벅지뼈가 일직선이 아닌 몸의 안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가서 종아리뼈와 만난다. 아이가 돌 즈음 첫 발을 떼기 시작할 때 걷는 모습을 한번 잘 보자. 어른처럼 똑바로 걷지 못하고, 펭귄처럼 뒤뚱뒤뚱 걷는다. … 아이들이 뒤뚱거리며 걷는 이유는 바로 허벅지뼈가 어른처럼 비스듬하게 틀어져 있지 않고, 침팬지처럼 일직선으로 내려가 종아리뼈와 만나기 때문이다.(293쪽)

뜻밖에도 ‘법의인류학센터’라는 아주 평범한 이름의 연구 시설이 테네시 대학을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왜일까? 바로 그곳에 위치한 작은 운동장 크기의 야외 연구 시설 덕이다. 흔히 ‘바디 팜’이라고 불리는 이 시설은 우리말로 ‘시체 농장’이라는 듯이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이곳은 무얼 하는 곳일까?(312쪽)

유물을 통해 그 사람들의 문화와 인식을 엿볼 수 있다면, 사람 뼈를 통해서는 그들의 주식부터 영양 상태와 키, 평균 수명 등 참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옛 조상들부터 현대 한국인의 뼈까지 모두 모으면 한반도에 살아온 이들의 생물학적 특징이 세대를 넘어가며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 수 있다. …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미국과 유럽, 중국처럼 제대로 된 사람 뼈 컬렉션이 만들어져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국인의 특징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334쪽)

추천사

뼈 하나로 이처럼 훌륭하게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엮어낼 수 있다니 놀랍다. 파골, 조골, 유골, 쇄골, 차골, 연골… 우리 몸의 온갖 신기한 뼈부터 인류의 진화, 그리고 CSI 드라마까지 저자가 거침없이 쏟아놓은 지식의 향연에 일단 책을 붙들면 좀처럼 내려놓을 수가 없다. 단순히 다른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거나 짜집기한 것이 아니라 현장 경험과 연구 결과가 든든한 뼈대가 되어 받쳐주는 책이라 훨씬 매력적이다. 우리에게도 이제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학자가 있다니 가슴 뿌듯하다. 인류학, 진화생물학, 해부학, 법의학 전공자들은 물론, 세상 섭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주저 없이 권한다.
-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뼈와 살과 피. 지구상에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생명체는 그리 많지 않다. 그 가운데 한 생명의 삶과 진화의 역사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뼈다. 그리고 그 뼈를 토대로 연구한 학문이 고인류학이요, 고생물학이다. 이 책의 저자는《최초의 인간 루시》를 읽고 고인류학의 세계로 들어섰다고 한다. 나는 마흔이 넘어서 손가락뼈, 갈비뼈, 눈구멍바닥뼈가 부러진 다음에야 뼈에 관심이 생겼고, 비로소 티라노사우루스와 스테고사우루스 같은 공룡 뼈가 눈에 들어왔다. 분하다.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삶의 속도가 달랐을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이미 고인류학과 고생물학의 세계에 들어선 셈이다. 부럽다.
-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뼈가 들려준 이야기
저자/출판사
진주현 (지은이),푸른숲
크기/전자책용량
150*220*19
쪽수
344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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