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대 에토스에서 19세기 윤리성까지
습속, 윤리, 도덕 개념의 전개 과정과 변천사를 고찰하다
‘윤리Sittlichkeit’ 개념의 발달 과정 고찰
습속, 윤리, 도덕은 엄격히 구분되지 않은 채로 일상에서 흔히 사용된다. 도덕적 자의식이 항상 존재해왔던 것과 달리, 윤리적 성찰은 전승된 도덕적 신념들을 뒤엎거나 적어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표출할 때 등장했다. 이 책은 도덕적ㆍ윤리적 문제들과 관련된 성찰에 초점을 맞춰 ‘윤리Sittlichkeit’ 개념의 발달 과정을 고찰한다.
목차
번역서를 내면서
I. 서론
1. 언어 사용과 문제 제기
2. 에토스??ο?, ‘모스mos’ 그리고 ‘습속Sitte’의 숙고되지 않은, 철학 외적인 언어 사용에 대하여
a-에토스??ο?, ‘습속Sitte’
b-‘모스mos’
3. 고대 철학에서 윤리학의 생성
a-소크라테스에 의한 개인의 도덕성 발견
b-플라톤 철학에서 도덕론Sittenlehre으로서의 덕론德論(Tugendlehre)
c-아리스토텔레스에게 철학의 분과 학문으로서 “윤리학Ethik”
d-초기 스토아 철학에서의 도덕적 의무론을 위한 단초들
e-‘도의Sittlichkeit’와 ‘예의Anstand’ 그리고 ‘유용성’
4. 종교개혁 이전까지의 기독교와 기독교 신학에서의 ‘도덕(성)Sittlichkeit’
a-“황금률Goldene Rege”과 사랑의 계율
b-사도 바울의 신학에서 신의 의로움과 행위의 법칙
c-구원의 선택과 의지의 자유
d-초기 스콜라 신학에서 도덕적 결정의 주관성
e-보편적 도덕성Sittlichkeit과 기독교 신앙 간의 화해
f-종교 개혁가들의 학설에 따른 기독교적 삶의 윤리Sittlichkeit
II. 근대적 사고에서 윤리적인sittlich 것의 자율성
1. 홉스와 푸펜도르프에게 ‘도덕’과 ‘법’의 체계적인 구분을 위한 단초들
2. 칸트 이전의 독일 철학에서의 “행복”과 “윤리Sittlichkeit”
3. 도덕적sittlich 자율성에 관한 칸트의 학설
4. 피히테와 쉘링에게 도덕적인sittlich 것과 자유의 절대주의
III. 19세기 보편적 윤리성Sittlichkeit 이념의 상대화
1. 도덕적 행동에 대한 쉴러의 비판
2. 헤겔의 ‘도덕성’과 ‘인륜성Sittlichkeit’의 구분
3. 헤겔 이후 철학에서의 ‘윤리Sittlichkeit’와 ‘도덕Moral’
4. ‘시민적이고 기독교적인 윤리Sittlichkeit’ 개념 속에서 보편적 윤리학Ethik 이념의 쇠퇴
5. 니체의 도덕 파괴
IV. 전망
옮긴이의 글
읽어두기: 주석에 사용된 독어 약어 설명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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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카를하인츠 일팅 (지은이), 오토 브루너, 베르너 콘체, 라인하르트 코젤렉 (엮은이), 한상희 (옮긴이),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
출판사리뷰
윤리학, 도덕적으로 훌륭한 것의 개념 정립 시도에서 출발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윤리적 성찰은 공동체 생활의 규범에서 개인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행동에 대한 도덕적 자기 이해로 전향하면서 비롯됐다. 소크라테스는 처음으로 ‘선한’과 ‘덕’ 같은 단어에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했고, 플라톤은 모든 인간이 도덕적 문제들에 대해 “참된 의견”을 가질 수 있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덕론을 확립했다.
철학사에서 윤리학의 등장은 가치 있는 삶과 행동과 관련한 현상과 문제로부터 도덕적인 것의 개념을 정립하려는 시도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덕’은 쓸모 있는 것 또는 무언가를 해내는 능력으로서 도덕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았다. 초기 스토아 철학은 ‘도덕적으로 훌륭한 것’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행위의 동기가 도덕적 신념인지 의무인지를 구분하고, 행위자의 의도와 의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일어났다. 도덕적 행위의 유용성 여부와 관계없이 행위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는 규범이 키케로에 이르러 마련되었다.
종교개혁 이전까지 기독교와 기독교 신학에서의 ‘도덕’
종교개혁 이전의 기독교와 신학에서는 종교적 의무들과 도덕적 의무가 구분되지 않는 윤리적 성찰이 좀처럼 발전하기 어려웠다. 다만 헬레니즘 전통에서 유래하는 ‘황금률’과 이웃을 넘어 적에게까지 사랑을 확대하라는 가르침은 ‘도덕’ 개념사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성과 계시, 인식과 신앙, 도덕과 은총 간의 관계에 대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해석은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도덕성의 이념과 신의 은총 안에서의 기독교적 삶이라는 이념을 통일시켰다.
루터는 행위의 외적 정의가 아니라 의지와 신념이라는 내적 정의를 중시했고, 칼뱅은 종교개혁 이후의 교리에서 말하는 기독교적 삶이 전체적으로 윤리적이어야 함을 밝혔다. 그러나 기독교의 윤리가 내면적·영적 정의에 치중하는 동안 외부 활동의 통제로만 국한된 국가 법질서는 성경의 계시에 구애받지 않는 자율적인 도덕 출현의 길을 열었다.
근대 시기 도덕적인 것의 자율성
도덕에 관한 근대적인 학설은 홉스에 의해 자연법의 형태로 처음 등장했다. 홉스의 자연법은 행동의 적법성이 아니라 생각의 의로움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도덕적 구속력을 지닌다. 18세기 전반기 윤리적 성찰의 특징은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서 윤리성을 증명하려 했다는 점이다. 볼프는 행위의 도덕성은 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닌 일의 속성에서 생겨나며 법률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다고 했다.
이러한 도덕적 인격의 자율성은 루소의 자유 시민의 자율성과 칸트의 자유의지의 자기입법으로서 윤리 이론에 영향을 미쳤다. 칸트는 윤리성의 원칙들과 그 원천을 선험적인 순수 이성 개념에서 찾았다. 피히테의 자유와 도덕의 절대주의는 19세기 상대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칸트와 피히테가 도덕적 원칙에 따라 영위된 삶만을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한편에서 도덕적 규범들의 무조건적 구속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성찰이 제기된 것이다.
19세기 보편적 윤리성의 상대화
헤겔을 위시해 도덕은 사회적 또는 문화적으로 제약된 세계관으로 그 의미가 제한되었고, 20세기에 들어 역사적 경험에 의해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것으로 밝혀질 때까지 특정 집단의 도덕으로만 여겨졌다. 헤겔에게 도덕성은 인륜성으로 나가는 방향에서 지양해야 할 세계관에 불과했다.
포이어바흐는 모든 종교와 도덕을 유적존재로부터의 인간 소외로 인식했고, 마르크스는 이 ‘소외’ 개념을 자본주의 사회와 그 사회의 규범체계에 사용하여 노동으로부터의 인간의 자기소외를 입증하려 했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마침내 도덕을 벗어난 창조적 인간의 자유를 선포했다.
프로이트의 신경증 이론과 문화비판, 베버의 사회이론 및 카를 슈미트에 이르러 도덕적인 문제들은 방향을 상실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비로소 철학은 다시 도덕적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AI와 로봇, 가상세계 메타버스, 기후 환경 위기 속에서 오늘 우리의 윤리학적 성찰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