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버터처럼 부드러운 목소리”
메조소프라노 지나 오의 오페라 이야기
뒷이야기를 알면 오페라가 더욱 재미있다!
이 책은 ‘글 쓰는 성악가’ 지나 오가 그동안 오페라를 노래하며 직접 겪은 오페라의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특히 자신이 노래하는 아리아의 여주인공들이 작곡가별로, 나라별로, 시대별로 달리 해석되는 것에 흥미를 느껴 그녀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풍성하게 엮어냈다.
본업이 성악가이지만 스스로 오페라 ‘덕후’임을 자처하는 저자는 오페라라는 종합예술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문학과 역사, 미술 분야까지 오페라와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섭렵해 나갔다. 그러는 동안 노래할 때와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꼈고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오페라를 좀 더 입체적이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오페라의 배경 지식과 뒷이야기를 글로 담아내고, 팟캐스트와 유튜브까지 운영하며 오페라 인문학을 전파했다. 이 책은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지나 오는 독일 언론으로부터 ‘버터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메조소프라노’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오페라 공연뿐만 아니라 노래를 곁들인 인문학 토크 콘서트 ‘사계’와 오페라 클래스를 통해서도 꾸준히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작곡가들의 뮤즈가 된 열 명의 여인들을 선정해,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와 가곡 등 음악 이야기를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함께 버무려 세심하게 그려냈다.
목차
프롤로그
줄리엣: 집안의 반대를 사랑의 이름으로 넘다
메리 스튜어트: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갖지 못한 여인
엘리자베스 튜더: 여왕의 비밀스러운 사생활
로지나: 당신의 몰락은 누구 책임인가요?
신데렐라: 한 여인의 인생 역전 이야기
잔 다르크: 성녀인가, 마녀인가
로렐라이: 나를 끌어당기는 라인 강의 전설
마르가레테와 그레첸: 파우스트의 하나이자 둘인 여인
마농: 당신을 위해서라면 내 모든 것을!
미미 & 무제타: 〈라 보엠〉의 두 여인이 가진 것
저자
지나 오 (지은이)
출판사리뷰
“샤를 구노의 줄리엣과 빈첸초 벨리니의 줄리에타는 어떻게 다른지, 로시니가 그려낸 신데렐라는 왜 스스로 왕자를 선택했는지, 오페라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과 그 배경을 알게 되면 오페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2023년 5월 4일 ‘국제뉴스’ 인터뷰 중)
또한 책의 각 장 말미에는 저자가 엄선한 음원들을 모아놓은 특별한 QR코드가 실려 있다. 이 음원들은 저자가 직접 가사를 번역하고 편집한 영상들로 책에 소개된 오페라를 더욱 친절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버터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의 메조소프라노 지나 오는 오케스트라의 울림을 완벽하게 채워냈다. 목소리와 악기의 조화가 완벽했다.”
?『디 라인팔츠』
“지나 오는 섬세하고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로지나였다.”
?『라인 마인 프레세』
“지나 오는 리날도 역을 탁월하게 불렀다. 음역은 대단히 넓었고, 드라마틱한 역량은 강렬했으며, 소리 라인은 명징했다.”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줄리엣 이전에 줄리에타가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왜 이탈리아 베로나가 무대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 두 어린 여인의 이야기가 이탈리아에서 처음 기원했기 때문이다. 원작은 루이지 다 포르토가 쓴 『새로이 발견된 두 고귀한 연인 이야기』다. 이를 원작으로 한 최초의 오페라는 니콜로 징가렐리의 〈줄리에타와 로메오〉이고, 그 뒤로 니콜라 바카이의 〈줄리에타와 로메오〉 그리고 빈첸초 벨리니의 〈카풀레티 카와 몬테키 가〉가 이어졌다. 특히 벨리니가 그리는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바탕을 둔 샤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사뭇 다르다. 구노의 줄리엣이 올리비아 핫세처럼 상큼하고 청순하다면, 벨리니의 줄리엣은 이성적이고 침착하다. 그녀는 로미오를 사랑하지만 가족과 조국을 져버릴 수 없다며 함께 야반도주할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저자는 각기 다른 매력의 로미오와 줄리엣 오페라를 즐기고 싶다면 구노의 작품으로 입문해 벨리니, 바카이, 징가렐리 순으로 감상할 것을 권한다.
실러와 도니체티는 왜 영국의 튜더 왕가에 관심을 가졌나
영국 튜더 왕가의 두 라이벌 여왕 스코틀랜드의 메리와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는 엇갈린 운명으로 수많은 소설가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중 독일의 극작가 실러는 참수형으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메리 스튜어트의 편에서 쓴 희곡 『마리아 스튜아르트』를 남겼다. 작곡가 도니체티는 실러의 희곡을 바탕으로 〈마리아 스투아르다〉라는 오페라를 작곡했고, 실러가 상상력으로 창조해낸 ‘두 여왕의 설전 장면’이 명 장면으로 남았다. 리하르트 바그너도 유명 소프라노 쥘리 도뤼그라를 위해 ‘마리아 슈투아르트의 작별 인사’라는 곡을 작곡했고, 로베르트 슈만도 ‘마리아 슈트아르트 여왕의 시’라는 연가곡을 남겼다. 불행한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사그라져 간 여인은 이처럼 많은 예술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로시니보다 유명했던 파이지엘로의 〈세비야의 이발사〉
지금은 〈세비야의 이발사〉 하면 로시니를 먼저 떠올리지만 당대에는 앞서 조반니 파이지엘로가 작곡한 〈세비야의 이발사〉가 훨씬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로시니가 초연을 올릴 때는 파이지엘로의 열성 팬들이 몰려와 훼방을 놓는 바람에 결국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첫 공연은 실패로 막을 내려야 했다. 지금은 파이지엘로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당대에는 가장 성공한 작곡가로 모차르트에게도 영향을 준 거장이었다. 이 책에는 〈세비야의 이발사〉와 그 후속편인 〈피가로의 결혼〉이 탄생하기까지 원작을 쓴 시대의 풍운아 피에르 보마르셰의 일생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는 각기 다른 신데렐라 스토리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데렐라 스토리는 무려 345개에 달한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 버전이다. 동화로는 그림 형제 버전이 유명할지라도 해피 엔딩으로 기억하는 이야기는 거의 샤를 페로 버전이다. 가장 유명한 오페라는 단연 로시니의 〈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의 이탈리아 이름)이다. 그런데 로시니의 오페라에서 신데렐라는 왕자가 선택해줄지 말지 모르는 운명에 기대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를 직접 선택하는 자기 주도형 여인으로 그려진다. 또 최근에야 서서히 부활하고 있는 프랑스의 쥘 마스네가 작곡한 〈상드리용〉은 신데렐라의 상대 역인 왕자 역으로 팔콘 스타일의 여성 가수를 설정하고 있다는 게 재미있다. 과연 그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클라라 슈만과 프란츠 리스트가 작곡한 가곡 〈로렐라이〉
클라라와 리스트, 당대를 대표하는 두 피아니스트가 하이네의 시 〈로렐라이〉에 곡을 붙여 각각 다른 가곡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클라라의 가곡은 비록 그녀 생전에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화려한 반주부가 돋보이며 극적인 구성도 훌륭하다. 리스트의 가곡은 짧은 오페라를 보듯 드라마틱한 면모가 두드러진다. 두 사람은 왜 로렐라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저자는 두 사람의 〈로렐라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음미해보길 권한다. 이것이야말로 클래식 마니아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니까.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대본가는 무려 여덟 명이었다
프랑스 작가 아베 프레보의 소설 『마농 레스코와 슈발리에 데 그리외 이야기』는 당시의 사회적 가치를 전복시키는 여성상으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청순하고 아름답지만 선악을 구별하지 못하고, 욕망 앞에 솔직한 여인! 바로 마농이다. 마농의 이야기는 쥘 마스네를 비롯해 여러 작곡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여러 버전의 〈마농 레스코〉가 탄생했다. 그중에서도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가 가장 유명하다. 그런데 이 오페라의 대본은 처음에 루제로 레온카발로가 맡았다는 것을 아는가. 물론 푸치니의 집요한 요구에 지쳐 일찍이 대본 작업에서 빠지지만 이후 두 사람의 악연은 〈라 보엠〉으로 이어지며 희대의 스캔들을 불러온다. 결국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는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자코자에 의해 완성된다. 이 두 명은 〈라 보엠〉, 〈토스카〉, 〈나비 부인〉의 대본을 함께 써서 푸치니가 불멸의 작곡가로 등극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물론 이들의 작업 과정이 순탄할 리는 없었다. 이들의 티키타카를 관전하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푸치니와 레온카발로의 격돌, 〈라 보엠〉
지금까지 〈라 보엠〉은 푸치니의 곡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도 이에 못지않게 유명했다. 오히려 초연에서는 푸치니가 혹평을 받았고, 레온카발로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역사는 푸치니에게 완벽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런데 두 개의 〈라 보엠〉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사회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엄청난 스캔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바로 두 사람 간의 표절 논란이다. 과연 푸치니는 어떻게 〈라 보엠〉의 원작 소설을 알게 됐을까. 이 책에서는 작곡가들의 오페라 열전 외에도 원작 소설의 두 여주인공 미미와 무제타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미술 작품을 함께 실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와인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마시면 더 맛있잖아요. 어려운 현대미술도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면 더 이해가 잘 되고요. 오페라도 무대에 오르기까지 뒷이야기와 배경 지식을 알면 더욱 재미있답니다.”(지나 오, ‘브릿지경제’ 인터뷰 중, 2023년 5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