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지도책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룬 지도책으로 평가받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경이로운 지도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도 적고 연구된 바도 거의 없다. 몇몇 지도 전문가나 미술사학자가 단편적으로 쓴 적은 있지만, 오로지 이 지도책만을 대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 책이 유일하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처음 이 지도책을 보고 아름다움과 고귀함에 매료되어 열정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에 회화를 전공한 이력을 살려 이 지도책에 사용된 색채와 안료, 종이, 도상, 장정 등을 오랜 기간 면밀하게 파고들었다. 당대의 예술적, 미술사학적 흐름은 물론 사회문화의 변화 양상과 지리학 및 천문학의 발전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껏 해결되지 못한 이 지도책의 미스터리한 실체에 성큼 다가섰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세계의 여러 연구기관과 전문가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아틀라스 마이오르』를 소장하고 있는 암스테르담 대학 도서관, 위트레흐트 대학 도서관, 스코틀랜드 국립도서관 등의 희귀 도서 연구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사고와 관찰, 추리를 더욱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는 이 지도책에 얽힌 여러 의문점을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고 매료된 주제를 담대하게 밀고 나가 마침내 성과를 이루어내는 과정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만하다. 또한 고루하고 우회적인 설명보다는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비유를 통해 보다 쉽게 주제에 빠져들게 하는 감각은 과연 MZ세대다운 경쾌함을 보여준다.
목차
프롤로그 아름다운 지도책의 향기에 취하는 취향 여행
1부 17세기 네덜란드에 불어닥친 지도책 열풍
1장 남다른 지적 열정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
2장 넘쳐나는 재화와 신흥 지배계급의 책 수집 문화
2부 지도책 명문가의 탄생과 그들의 라이벌
3장 메르카토르와 오르텔리우스, 그리고 블라외 가문의 탁월한 역량
4장 블라외 가문 vs 혼디우스 가문, 지도책 명문가의 라이벌 열전
3부 〈아틀라스 마이오르〉에 담긴 17세기 네덜란드의 예술 취향
5장 〈아틀라스 마이오르〉에 사용된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비밀
6장 가성비와 고퀄리티 사이에서: 안료와 종이의 선택
7장 도상의 의미를 찾아서: 알레고리와 문장에 숨은 뜻
8장 명품 지도책을 탄생시킨 일등공신: 최고의 장정가와 채색가
에필로그 우리 모두의 인생 지도가 명작이 되기를
못 다한 이야기
미주
참고문헌
저자
강민지
출판사리뷰
“이제까지 출간된 지도책 중 가장 위대하고 아름답다!”
17세기판 구글 지도
우리에게 지도는 무엇일까? 언뜻 우리의 삶과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사실 지도 없이는 단 하루도 보낼 수 없는 것이 현대인이다. 어딘가로 이동할 때 네비게이션과 지도 앱은 필수다. 여행병이 발동할 때는 구글 지도로 가고 싶은 곳을 검색하며 대리 만족하기도 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여행의 민족이다. 게다가 디지털 강국답게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수시로 활용하는 지도의 민족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와 꼭 닮은 또 다른 민족이 있다. 바로 ‘17세기의 네덜란드인’이다. 전 세계의 해상무역을 틀어쥐고 바다와 대륙을 종횡무진 누비며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우뚝 선 네널란드의 국민들에게도 지도는 필수였다. 오죽하면 당시의 가장 핫한 학문이 지리학과 지도학이었을까.
우리가 생활에 필요한 앱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지도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도책으로 평가받는 ‘아틀라스 마이오르’다. 라틴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판본으로 출간된 이 지도책은 9~12권이 한 세트로 이루어졌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전 대륙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지도가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가히 17세기판 구글 지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욱이 이 지도책은 채색본의 경우 현재의 환율로 따졌을 때 약 2만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2천7백만 원에 달하는 실로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 그것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엄청난 고가의 지도책이 왜 이토록 큰 인기를 끌었을까?
MZ세대 미술사학자의 담대한 도전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지도책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룬 지도책으로 평가받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경이로운 지도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도 적고 연구된 바도 거의 없다. 몇몇 지도 전문가나 미술사학자가 단편적으로 쓴 적은 있지만, 오로지 이 지도책만을 대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 책이 유일하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처음 이 지도책을 보고 아름다움과 고귀함에 매료되어 열정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에 회화를 전공한 이력을 살려 이 지도책에 사용된 색채와 안료, 종이, 도상, 장정 등을 오랜 기간 면밀하게 파고들었다. 당대의 예술적, 미술사학적 흐름은 물론 사회문화의 변화 양상과 지리학 및 천문학의 발전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껏 해결되지 못한 이 지도책의 미스터리한 실체에 성큼 다가섰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세계의 여러 연구기관과 전문가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아틀라스 마이오르』를 소장하고 있는 암스테르담 대학 도서관, 위트레흐트 대학 도서관, 스코틀랜드 국립도서관 등의 희귀 도서 연구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사고와 관찰, 추리를 더욱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는 이 지도책에 얽힌 여러 의문점을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고 매료된 주제를 담대하게 밀고 나가 마침내 성과를 이루어내는 과정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만하다. 또한 고루하고 우회적인 설명보다는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비유를 통해 보다 쉽게 주제에 빠져들게 하는 감각은 과연 MZ세대다운 경쾌함을 보여준다.
황금세기의 네덜란드에 불어닥친 지도책 열풍
17세기 네덜란드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전 세계를 누빈 무역 상선들이 수입해 온 희귀품들이 넘쳐나 나라 전체가 거대한 물류 창고를 방불케 했다. 이 넘쳐나는 재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지금 한국에 버금가는 ‘플렉스’ 문화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연합공화국은 청렴한 칼뱅주의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면서 재력을 밖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삼갔다. 이는 자연스레 ‘사치의 실내화’를 가져왔다. 집 안에서는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원색 위주로 옷을 입고 공식 석상에서는 근엄한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집 안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데 열정적이었던 그들은 개인 도서관을 꾸미는 데도 관심이 많았다. ‘부의 크기’가 신분의 위계를 결정한 당시 네덜란드의 신흥 지배계급은 자신의 지위에 걸맞은 교양을 뽐내기 위해서라도 학문에 열정적이었다. 책 수집 문화가 광풍처럼 번졌다. 최신 학문이라 할 수 있는 지리학과 천문학의 성과가 집결된 ‘지도책’이 특히 인기가 높았다. 가장 비싸고 가장 사치스러우며 가장 지적인 책으로서 지도책이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의 중심을 차지했다.
저자는 당시 네덜란드의 자유로운 학문적 풍토야말로 지리학과 지도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데카르트와 갈릴레이를 비롯한 유명한 과학자들도 자신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건너왔고, 프랑스의 고전학자 조제프 스칼리제르도 자유로운 학문 연구를 위해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당시 각국에서 몰려든 과학자와 인문학자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네덜란드의 인쇄와 도서 산업은 유례없는 성장을 구가했고, 그 가운데서 『아틀라스 마이오르』라는 전설적인 지도책이 탄생한다.
블라외 가문의 명품 지도책 『아틀라스 마이오르』의 예술적 성취
저자가 무엇보다 공을 들인 부분은 『아틀라스 마이오르』가 이룩한 예술적 성취이다. 이 지도책을 만든 블라외 가문은 3대를 이은 지도책의 명문가로서 메르카토르의 지도학적 성과와 낱장의 지도를 최초로 책으로 만든 오르텔리우스의 상업적 성과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혼디우스라는 라이벌 가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발전을 거듭해간 블라외 가문의 지도책은 마침내 『아틀라스 마이오르』라는 걸출한 지도책을 탄생시킨다.
이 지도책의 활판술과 장정은 완벽했고, 최고급 종이에 화려한 수공 채색, 섬세한 장식, 세련된 서체에 조판도 깔끔했다. 그야말로 비주얼이 완벽한 지도책이 17세기에 탄생한 것이다. 과연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을까?
지금까지 이 지도책에 사용된 안료와 종이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저자는 이를 밝히기 위해 당대에 사용된 고급 종이와 안료를 비교 분석하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통계 자료를 꼼꼼히 추적해 간다. 또 이 지도책에 표현된 특별한 색채와 알레고리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당대 네덜란드의 풍속화와 고전주의 회화를 정밀하게 탐색한다. 이를 통해 마침내 네덜란드 미술의 숨겨진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대목은 가히 이 책의 백미라 할 만하다.
얀 페르메이르의 실내 정경에는 왜 지도가 걸려 있을까? 그는 왜 지리학자와 천문학자를 그림의 모델로 삼았을까? 왜 그의 그림에는 눈이 시린 파란색과 한없이 포근한 노란색, 그리고 불타는 듯한 빨간색이 그토록 자주 등장할까? 이 모든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당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렘브란트나 페르메이르의 출중한 회화가 아니라 이 지도책이야말로 황금세기의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예술품이라고 단언할까? 그것은 바로 이 지도책이 한 사람이 아니라 만인을 위한 것이며, 한 명의 대가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협업으로 탄생한 놀라운 예술적 성취이기 때문이다. 이 지도책을 위해 뛰어난 지도 제작자와 판각사가 협업하고, 숙련된 조판사와 인쇄공이 협업하고, 위대한 장정가와 채색가가 협업했다. 당대를 살아간 네덜란드의 위대한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번영의 나라에는 귀족이 없으며 어떠한 계급과 종교를 가지고 있더라도 함께 공존하며 살아간다.”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은 저지대라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지리적 조건을 극복하고자 사회적 계급을 뛰어넘어 협업했고, 끝없는 전쟁에서 승리했으며, 국가적 사업이 성공하려면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배움에 힘썼다. 바로 이것이 학문에서도 예술에서도 위대한 성취를 이룩한 황금세기의 네덜란드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