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허영만 선장과 무모한 열 세 남자, 우리 섬 무동력 요트 항해기!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웃자고 시작한 일’이 커져 제대로 사고 쳤다. 인사동 술집에서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허영만 화백의 한마디가 화근(?)이 되었다. “바다에도 길은 있지? 그런데 왜 우리는 그동안 산으로만 다녔지? 돛단배를 타고 바다의 백두대간을 가보자. 서해에서 남해를 돌아 국토의 막내, 독도까지.” 옆에 있던 히말라야 사나이 고 박영석 대장이 허 화백을 거들었다. “파도와 싸우며 바람을 타고 독도까지∼. 캬, 그거 좋은데요.”
전곡항을 떠나 남해와 동해를 훑고 독도를 돌아 삼척에서 마침표를 찍은 요트 일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곡항과 삼척항의 육상 직선거리는 218킬로미터다. 자동차로 달리면 4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고 자전거를 타고 가도 한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다. 그 지척의 거리를 영해기점이 되는 외곽 섬들을 거쳐 바닷길로 에워 돌아가는 데 만 1년이 걸렸고 총 항해거리는 3,075킬로미터였다.
쇠뿔은 단김에 뽑혔다. 한반도 바닷길 따라 점점이 섬들을 무동력 돛단배 타고 일주하기로 결의한 14명의 중년 남자들은 건조된 지 15년이 지난 낡은 요트를 덜컥 마련했다. 그리고 여섯 달에 걸쳐 요트 수리를 끝낸 후 그들은 드디어 2009년 6월 6일 경기도 전곡항을 출발하여 서해 끝 격렬비열도에서 마라도, 울릉도를 거쳐 동해 끝 독도까지 1년간의 한반도 해안선 일주 대장정에 돌입했다. 바다에 대해, 항해술에 관해 백지 상태였던 그들이 가진 거라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어린아이 같은 모험심 그리고 호기심이 전부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그들 앞에 닥칠 커다란 시련을 예상하지 못했다. 항해가 시작되자마자 여름에는 밤낮 없는 깔따구 모기들의 공습을 견뎌야 했고, 추운 겨울에는 칼바람을 뚫고 항해하는 것도 모자라 시멘트 바닥에 침낭 하나 의지하고 자야 하는 비박에 익숙해져야 했으며, 뱃멀미는 히말라야 사나이 박영석 대장도 두 손 들게 만들었다. 바람이 없는 날은 배가 전진하지 않아서 걱정, 바람이 강한 날은 높은 파도로 위험에 처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중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흔들리는 배에서 곡예사가 되어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항해 기간 내내 영화에서 보았던 요트 위의 아름다운 여인 대신 거친 바다 사나이들끼리 부대껴야 했고, 낭만의 레드 와인은 고사하고 진붉은 피를 보곤 했다. ‘집 나가면 생고생’이라는 진리를 몸소 체험하면서 그 생고생 이면에 숨겨진 삶의 생동감을 발견한다.
“돛을 올리고 로프를 묶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마에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다친 줄도 몰랐다.”는 허 화백의 말처럼 거친 도전을 통해 일상의 지루함을 벗고 새로운 기쁨과 활력을 얻은 셈이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짓눌리고, 어디서도 지친 영혼 뉘일 곳을 찾지 못하고 사는 대한민국 남자들. 회사와 일이 전부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어깨처진 이 땅의 남자들에게 허영만과 열 세 남자들의 무모하지만 유쾌한 도전은 통렬한 ‘대리만족’을 채워줄 것이다. 특히 가출 경험이 화려한(?) 허영만 화백의 위트 있는 그림과 우리 바다 우리 섬의 풍광이 담긴 사진은 우리에게 배낭을 메어주며 떠나라고 등 뒤를 떠밀고 있다.
오직 무동력 요트 캠핑으로만 볼 수 있는 것,
감춰두고 싶은 보석 같은 섬과 섬사람들만 아는 환상의 맛!
요 몇 년 사이에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1박2일’이나 섬캠핑 열풍에 몇몇 숨겨진 비경을 가진 우리 섬들이 알려지곤 했지만 여전히 많은 섬들은 그 보석 같은 자태를 아직 드러내지 않고 있다. 가고 싶어도 여객선이 없어 갈증만 깊어지는 아름다운 곳들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한반도 일주 대장정의 닻을 올린 첫날부터 이들은 굴업도 앞바다에 펼쳐진 갈매기 왕국 선단여의 아름다움과 굴업도 이장이 마련해준 간재미찜 맛에 넋을 잃는다. 동쪽 끝에 독도가 있다면 서쪽 끝에는 격렬비열도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괭이 갈매기가 주인을 자처하는 서해 끝 격력비열도를 확인하고 아래로 충남 고군산열도 최외곽에 위치한 어청도로 가면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군 부사관의 회 치는 귀신같은 솜씨를 볼 수 있다. 심이파동도, 상왕등도를 거쳐 남하하는 요트에 몸을 실으면 어느새 유서 깊은 도시 목포의 삼학도에 정박한다. 다음 항해 목표는 명량대첩의 울둘목을 지나 조도와 하의도를 거쳐 제주 화순항이다. 여기까지도 웬만한 바다 사나이가 아니고선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우리 섬들이 하늘의 별처럼 널려 있다.
화산암 주상절리의 절경을 자랑하는 서귀포 앞바다의 범섬, 문섬, 섶섬 등을 뒤로 하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지 여수항으로 들어간다. 여기에서부터 부산항에 이르기까지 숨 막히는 절경이 바다가 고향인 허영만 화백조차 감탄하게 한다. 거문도, 소리도, 물건항, 매물도, 욕지도, 거제도, 이수도, 진해, 수영만…….
부산항을 벗어나 동해로 들어서면 요트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바다와 맞닥뜨린다. 단조롭지만 시원한 동해바다를 따라 쏜살같이 올라가면 멀리 설악산이 자태를 드러낸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항해. 독도를 향한 열 세 남자의 사투가 이어지고 동이 틀 무렵 기나긴 항해는 삼척항에 입항하면서 마무리된다.
비록 모든 섬을 들러서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이 요트 항해기를 통해 우리 섬 일부가 소개되어 있다. 혹여 섬을 가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교통편을 정리해두었으니 참고가 될 것이다. 애초 목적이 우리 바다 무동력 요트 일주였기에 기착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여행에 필요한 정보는 간단하게 정리해두었다.
항해가 끝나고 허영만과 열 세 남자는 말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난관과 고생이 있었지만 그 고생의 대가로 그들은 대한민국의 바다와 섬과 해안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가슴으로 깨달았고, 사나이들의 찐한 우정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고. 그래서 그들은 또 다른 도전을 모의하고 있다. 곧 자전거로 해안선 맛 기행을 떠나기로.
※ 이 책은 2010년에 출간되었던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를 수정·보완하여 재출간한 것입니다."
목차
저자의 글 내가 캠핑을 고집하는 이유
집단가출호의 항해 경로
요트 일주를 위한 도움말
준비 무동력 요트 타고 우리 섬 캠핑을 떠나다
1차 항해 141km
감춰두고 싶은 환상의 섬 굴업도 vs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무인도 선갑도
2차 항해 265km
동쪽 끝에는 독도, 서쪽 끝에는 격렬비열도 vs
쫄깃한 참돔 맛이 기가 막힌 외도
3차 항해 299km
거울처럼 맑은 물빛 어청도 vs
12개 무인도의 유쾌한 동맹 십이동파도
4차 항해 279km
명량대첩의 현장 울둘목vs
조수간만의 차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우이도
5차 항해 304km
에메랄드 빛 바다로 둘러싸인 화순항 vs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6차 항해 265km
천상의 비경을 숨기고 있는 거문도 vs
용감한 바다 사나이 허영만의 고향 여수
7차 항해 127km
남도 제일의 요트경기장 여수 소호요트장 vs
국가대표급 낚시꾼의 숨겨둔 섬 소리도
8차 항해 150km
아름답고 신비로운 트레킹의 천국 욕지도 vs
학을 닮은 섬 이수도
9차 항해 204km
국내 최대 규모의 요트마리나 부산 수영만 vs
GPS가 없어도 바람이 이끌어주는 일산항
10차 항해 143km
바다는 폭군이다 양포항 vs
영덕대게의 참맛을 보려면 강구항
11차 항해 365km
비박의 짜릿함을 꿈꾼다면 장호항 vs
갯배 타고 건너는 아바이마을의 청초호
12차 항해 503km
쉽게 허락되지 않는 섬 독도
글을 마치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3,057km"
저자
허영만, 이남기 (지은이)
출판사리뷰
가슴이 요동치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오토 캠핑의 자유로움이 펼쳐진다!
허영만 대장과 7명의 허패,
‘야영과 비박’ 정신으로 무장한 캐나다 로키 트레킹 스토리
《허영만과 떠나는 오토 캠핑》은 최고의 만화가이자 프로 캠퍼인 허영만 화백이 산을 통해 인연을 맺은 20~60대 남녀 7명(허패)과 밴쿠버에서 출발해 캐나다 로키산맥을 돌아 다시 밴쿠버로 돌아오는 오토 캠핑 여정을 담은 책이다.
성별ㆍ나이ㆍ취미ㆍ직업은 모두 다르지만 “산에 가자”는 말 한마디에 만사를 제쳐놓고 뭉친 사람들. 산이라는 인연 하나로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와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도 모자라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까지 갔다 오며 10여 년의 인연을 이어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번 대장은 영원한 대장’을 철칙으로 여겨 대장인 허영만의 성을 따서 스스로를 ‘허패’라고 부른다. 이번 캐나다 여행 역시 허 대장의 ‘야영과 비박’을 원칙으로 하는 여행철학을 몸소 실천하며 정상을 정복하는 것보다 자연과 동화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왔다.
《허영만과 떠나는 오토 캠핑》은 허영만 화백 특유의 친근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그림과 세계 10대 절경의 호수를 품은 캐나다 로키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사진, 각기 다른 개성의 8명이 함께하면서 펼쳐지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오토 캠핑의 자유로움과 어우러져 더욱 실감나게 그려진다. 특히 20~60대 남녀 8명이 함께 부대끼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이들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사진, 요리, 섭외, 통역, 운전, 의료, 장비점검 등 집단여행에서 꼭 필요한 분업 시스템을 만들고 모두 충실히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21일간의 장기여행을 조화롭게 해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력이 범상치 않은 데다 모두 개성이 매우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오랜 산 친구들의 우정과 신뢰가 뒷받침된 바도 없지 않겠지만 책 곳곳에 드러나는 허영만 대장의 리더십과 로키산맥의 웅장하면서도 멋진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앞에서는 누구라도 품에 안기고 싶은 경외감이 생길 것 같다. 가이드를 따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스트레스를 안고 다니는 여타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이 캐나다 로키 트레킹은 사람과 대자연이 속살거리는 캠핑의 참맛으로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엉덩이가 들썩일 정도로 시종일관 유쾌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1,500km 로키산맥을 따라
대자연과 하나되는 오토 캠핑의 진수를 맛보다!
‘가출’은 ‘탈출’처럼 도망이나 도주를 뜻하지 않는다. 언젠가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출’은 성립된다. 하물며 ‘집단가출(Group Runaway)’은 ‘돌아온다’는 믿음 외에 보내주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분이 있어야 가능하다. 허영만 대장과 7명을 자석처럼 끌리게 만든 명분은 ‘방전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것. 위트와 재치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허영만 화백에게 그냥 ‘캠핑가자’는 말은 시시하다. 그래서 ‘집단가출’은 일에 지치고 삭막한 도시에 짓눌린 사람들이 시도하는 [가출해서 떠나는 여행]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이들은 철저히 야영과 비박, 그리고 음식은 직접 해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허패의 캐나다 여행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을 넘어 온몸과 온 마음으로 자연과 하나되는 캠핑의 진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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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유명 도시의 쇼핑몰이나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섭렵하는 대신 앨버타 대평원에서 공룡 화석과 마주하고, 93년의 역사를 가진 무인 폐광촌에 있는 유일한 인적의 선술집을 찾아가고, 로키와 코발트빛 호수들을 따라 등산과 트레킹, 자전거 타기, 승마, 낚시, 보트 타기를 즐긴다. 모닝콜 대신 사슴 발자국에 눈을 뜨는 별 백만 개짜리 황홀한 자연호텔에서 잠을 청하고, 하얀 눈이 덮인 로키 정상을 식탁 삼아 도시락을 먹고, 머리 위로 함박눈이 쏟아지는 우아한 노천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하늘과 맞닿은 채 끝없이 펼치지는 대평원과 호수ㆍ산ㆍ모레인ㆍ빙하 등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매번 다른 감흥을 주는 로키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놀이터이자 신기한 장남감이다.
허영만과 허패 캠핑의 또 다른 묘미는 즉흥성이다. 이들은 정해진 여정을 교과서처럼 따르는 틀에 박힌 ‘관광여행’을 지양한다. 이들에게는 여정만 있고 일정표는 없다.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도 근사한 풍경을 발견하면 발을 멈추고 즉각 텐트를 펼친다. 오히려 꽉 짜인 일정을 타박하며 한적한 로지(Lodge)에서 하룻밤 더 묵어가는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그것을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모두 들떠 기뻐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이들의 이런 호기심과 자유로움은 여행을 통해 만나는 자연 풍광뿐만 아니라 현지의 다양한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으로 확대되곤 한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빌 라슨 씨를 찾아가서 치열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캐나다로 이주해 살고 있는 교민의 과수원에 들러 동포를 만난 반가움과 캐나다의 복숭아 유픽(U-pick) 문화를 경험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캐나다 서부를 21일 만에 다녀오는 빠듯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시종일관 에너지와 생명력으로 충만하다. “한 여행의 끝은 다음 여행의 시작이고, 한 번 가출은 연속 가출의 시작이다!”라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이들의 ‘캐나다 로키 오토 캠핑’은 각박한 도시생활과 삭막한 인간관계, 비좁은 골목과 도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자연의 신비와 약동하는 삶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다. 지금 당장 방전된 에너지 충전을 위해 배낭을 메고 떠나라.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는 우리에게 허영만은 말한다 “시간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린다.” 돈이 없어 못 간다고? “뒷동산에 텐트를 치는 데도 돈이 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