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낡은 사회과학에 도전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새로운 사회과학 이론이다. 근대성 이론과 그 대안에 해당하는 탈(脫)근대이론 모두에 대한 실망에서 그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칸트, 헤겔, 후설, 하버마스 등 기라성 같은 대가들의 사상체계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평가할 수 있을 만큼 완전히 새로운 안목을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이러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새로운 사회과학을 선도하는 새로운 이론으로서 현재 각광받고 있다.
1970년대부터 이미 그 이론적 작업을 같이 해온 동료들과 저자 브루노 라투르 본인이, 어떻게 해서 이런 이론적 성취를 이루게 되었으며 현재는 어떤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는지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유수한 외국의 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이 이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홍성욱,김환석이 함께 참여로 만들어졌다. 책에는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의 핵심 주장들을 잘 소개하는 글들을 모은 1부와, 그리고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기술, 금융, 기술위험, 과학의 대중적 이해와 같은 STS와 사회과학의 여러 주제에 응용한 글들이 모아진 2부로 구성되어 있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지금까지의 인문사회학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과학기술을 핵심적으로 분석하면서, 지금까지의 철학이 무시했던 비인간 행위자, 즉 사물을 인간 행위자와 대칭적인 존재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인간과 비인간의 동맹의 사회학이라할 수 있다. 인간은 비인간 행위자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변화시키지만, 비인간 행위자 또한 인간 행위자를 바꾸어버린다. 과학이 갖는 ‘인간 중심의’ 합리성도, ‘인간 위주의’ 법칙도 없다. 브루노 라투르에 따르면, 인간과 사물은 동등한 위치에서 대등한 동맹을 맺어야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목차
책머리에 ㅣ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 불확실하고 변화하는 수상한 사물에 주목하라
프롤로그
제1장 7가지 테제로 이해하는 ANT
제1부 ANT해부하기
제2장 ANT에 대한 노트 : 질서 짓기, 전략, 이질성에 대하여
제3장 번역의 사회학의 몇 가지 요소들 : 가리비와 생브리외 만의 어부들 길들이기
제4장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에 관하여 : 약간의 해명, 그리고 문제를 더 북잡하게 만들기
제5장 인간과 기계에 대한 '발칙한' 생각 : ANT의 기술론
제2부 ANT확장하기
제6장 경제 행위자 조합하기 : 해지펀드의 아장스망
제7장 위험의 실재성 : 독일의 유전자 기술
제8장 ANT관점에서 본 한구 ㄱ최초 우주인 논쟁 : pus와의 만남
제9장 현질정치에서 물정치로 : 혹은 어떻게 사물을 공공적인 것으로 만드는가?
에필로그
제10장 '두 문화'와 ANT의 관계적 존재론
출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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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브뤼노 라투르 (지은이), 홍성욱 (엮은이)
출판사리뷰
국내 최초로 발간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서!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낡은 사회과학에 도전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론이다. 근대성 이론과 그 대안에 해당하는 탈(脫)근대이론 모두에 대한 실망에서 시작되었으며, 칸트, 헤겔, 후설, 하버마스 등 기라성 같은 대가들의 사상체계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평가할 수 있을 만큼 완전히 새로운 안목을 우리에게 제시해주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새로운 사회과학을 선도하는 새로운 이론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바다 너머에서 들려오는 무성한 소문에 비해, 국내에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얼마 전 번역된 브루노 라투르의 어려운 저작 한 권을 제외한다면 제대로 된 책 한 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이미 그 이론적 작업을 같이 해온 동료들과 브루노 라투르 본인이, 어떻게 해서 이런 이론적 성취를 이루게 되었으며 현재는 어떤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는지를 직접 설명하고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유수한 외국의 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이 이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홍성욱·김환석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보고자 한다면 제일 먼저 이 책에서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책에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핵심 주장들을 잘 소개하는 글들(1부), 그리고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기술, 금융, 기술위험, 과학의 대중적 이해와 같은 STS와 사회과학의 여러 주제에 응용한 글들(2부)이 포함되어 있다.
불확실하고 변화하는 수상한 사물에 주목하라!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1980년대 초반에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을 연구하던 프랑스의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 미셸 칼롱(Michel Callon), 그리고 영국의 존 로(John Law)와 같은 학자들에 의해서 정립되었다. 이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각자, 혹은 공동으로 과학기술의 사회적 특성과 관련된 사례연구를 수행했으며, 1980년대 중엽 이후에는 그 동안 진행되었던 심포지엄의 결과를 포함하여 여러 단행본을 집중적으로 출판함으로써 과학기술학계에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사회구성주의 과학기술사회학과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과학지식과 기술 디자인이 사회적 요소의 개입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탐구하던 사회구성주의자들에게는, 이러한 문제에 별반 관심이 없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가들의 연구가 눈엣가시였다. 게다가 사회구성주의자들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가들이 고수하던 비인간 행위자라는 개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니 이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프랑스 철학과 기호학에서 가져온 개념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는데, 이러한 개념들은 영미철학과 영미사회학의 전통에 있었던 주류 과학기술학계에 쉽게 ‘번역’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을 거치면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더욱 정교한 모양새로 다듬어졌다. “우리는 근대였던 적이 없다”는 주장으로 요약되는 근대성에 대한 라투르의 작업은 사회구성주의자들과의 논쟁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를 통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가들은 점차 자신들의 원칙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늘려나갔으며, 또 이론의 응용범위를 넓혔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인간과 사물 사이에 만들어지는 변덕스러운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실패한 기술과 사회적 요소의 관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성과를 냈으며, 불확실이고 유동적인 세상을 분석하고자 하는 의료사회학, 지리학, 조직이론, 경영학, IT(정보기술)이론, 이론금융학 등으로 점차 확산되어갔다. 최근에는,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따라가려고 했던 사회과학계에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회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과 사물이 맺은 은밀한 동맹을 파헤쳐라! 세상의 놀라운 비밀이 드러난다.
어느 깊은 산속에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현인이 살고 있다고 하자. 이 현인이 정말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세상과 어떤 소통도 하지 않는다면, 그의 지식과 지혜는 현인의 머릿속에서 머물다가 그가 죽으면서 사라져버릴 뿐이다.
지식은 어떤 형태로든 세상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녀야 한다. 주변에 말을 들어주고 옮겨줄 사람이 없다면, 메모장과 펜이 없다면, 책이나 논문 같은 인쇄물이 없다면, 도서관이 없다면, 블로그가 없다면, 인터넷이 없다면 나의 지식은 더 이상 지식이 아니다. 나도 내가 아니다.
많이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더 ? 힘을 갖는 경우는 분명히 있다. 지식의 힘은 전쟁에서 더 직접적으캷 드러난다. 영국이 철선(鐵船)을 앞세워 중국을 위협했을 때, 철선은 당시까지 유럽이 축적한 지식의 정수를 담고 있었다. 나무가 아닌 쇠로 만든 배가 안정적으로 뜨고 항해할 수 있다는 것은 19세기 수력학과 조선학의 개가였다. 그 배의 엔진에서 사용된 증기기관은 기체의 성질에 대한 오랜 연구와 실린더와 피스톤을 깎는 정밀한 기계공학이 없었으면 가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위력적인 포탄은 18~19세기 화학공학의 산물이었다. 제각기 발전해왔던 이런 지식들이 철선에 한데 집적되었고, 수천 년의 문화와 기술을 자랑하던 중국은 철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결국 중국이 굴복했던 것은 서양의 지식이었다.
17세기 과학혁명기 이후 호기심으로 시작된 자연철학 중 어떤 지식은 새로운 기술로 이어졌으며, 그 기술 중 어떤 것들은 다시 새로운 지식 체계와 신기술들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러한 지식과 기술은 그래프, 표, 설계도, 그림, 사진, 샘플, 표본, 표준, 실험기기 같은 ‘인공물’의 형태로 변형되었다.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지식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쉽게 바뀐 것이다. 이런 ‘인공물’들은 쉽게 이동했고 비교되었으며, 18~19세기에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교재와 실험 지침서에 사용되었다. 비슷한 내용을 교육받은 학생들은 일종의 ‘지식기반’을 공유했으며, 그 위에 더 전문적이고 깊은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다. 지식이 권력으로 탈바꿈하게 된 데에는 그래프, 표, 설계도, 그림, 사진, 샘플, 표본, 표준같이 사소해 보이는 것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뉴턴이 고민했던 보편중력의 종교적 의미는 두 세대가 지나지 않아 희미해져버렸지만, 뉴턴역학을 이용하여 탄도를 계산한 표와 그래프는 수백 년 동안 실전에서 사용되어온 것처럼 말이다.
브루노 라투르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사회과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은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프, 설계도, 표본, 표준, 기관, 병균과 같은 ‘비인간’, 사물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개개인의 사이에는 그리 큰 차이가 없지만, 비인간과 어떤 동맹을 맺는가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모두 안다고 할지라도 그 지식을 전달할 매체가 없다면 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증기에 대한 해박한 엔지니어와 정밀한 선반을 제작하는 장인의 지식이 만났을 때, 증기기관의 실린더는 만들어질 수 있었다. 권력을 가진 인간이란 반드시 다양한 사물을 ‘길들여서’ 이들과 동맹을 맺고, 이들의 힘을 빌린 인간인 것이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인간과 사물 사이에 형성되는 네트워크를 주목한다. 사물을 잘 동원해서 네트워크에 편입시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으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과정은 거의 항상 불분명하며 결코 쉽지 않다. 네트워크의 형성을 특징짓는 여러 단계 중에 사물을 ‘길들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 혹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용어로 테크노사이언스(technoscience)란 사물을 우리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바꾸어주는 인간의 활동이다. 더 많은 행위자들을 포함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네트워크를 건설한 자가 그만큼의 권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과학기술은 권력을 생성하는 데, 따라서 권력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된다. 테크노사이언스의 핵심은 인간-사물로 구성된 세상을 움직이기 쉽도록 표준화된 지식 요소로 바꾸는 작업인 것이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기계 같은 사물들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행위주체성(agency)을 갖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이런 의미에서 인간과 사물을 동등하게, 대칭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학은 아주 전형적인 학제간 분야로서 우리가 과학기술사회학이라고 부르는 분야는 물론, 과학기술인류학, 젠더 연구,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일부, 위험 연구, 과학기술과 법, 기술혁신연구의 일부 등을 포함한다. 첨단 과학기술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21세기에, 서구 사회에서는 과학기술학이 대학에서 교육해야만 하는 핵심적 분야로 자리를 잡았으며 이미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고, 따라서 아직 이를 적용한 실증적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
국제적으로는 이렇게 활발한 과학기술학이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우선은 기존 학문들 간의 높은 벽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기술학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을 넘나드는 학제간 분야라는 속성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과와 문과의 벽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역사의 조연이었던 사물을 주인공으로 바라보다.
전혀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조망하는 라투르만의 방법론!
그러나 과학기술과 사회를 가로지르는 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사회의 취약성이 커질 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 사회적 인식의 발전 속도가 제대로 맞아 들어가지 못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임과 동시에 미래의 모습이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지금까지의 인문사회학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과학기술을 핵심적으로 분석하면서, 지금까지의 철학이 무시했던 비인간 행위자, 즉 사물을 인간 행위자와 대칭적인 존재로 다루고 있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인간과 비인간의 동맹의 사회학이다. 인간은 비인간 행위자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변화시키지만, 비인간 행위자 또한 인간 행위자를 바꾸어버린다. 과학이 갖는 ‘인간 중심의’ 합리성도, ‘인간 위주의’ 법칙도 없다. 브루노 라투르에 따르면, 인간과 사물은 동등한 위치에서 대등한 동맹을 맺어야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 책 인간·사물·동맹: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과 테크노사이언스는 그야말로 인문과학자에서부터 사회과학자, 그리고 자연과학자에 이르기까지, 아니 그런 학자들뿐만 아니라 사고하고 생각하는 인간이라면 꼭 읽어야만 할 책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 그대로, ‘지식과 권력은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