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타임스〉 선정 2021 최고의 과학·환경 도서
신비로운 빙하와 그 운명이 바꾸는 인류의 미래,
그리고 빙하를 구조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는 한 학자의 열정을 그린 이야기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기상 이변에 따른 가뭄과 홍수, 한파 등에 관한 소식을 접한다. 이 모든 이상 현상은 빙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까닭에 수많은 과학자와 환경 운동가가 빙하의 실상을 알리며 생활 방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가닿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머나먼 일로 치부하거나 사라지는 빙하보다 더 중대한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빙하여 안녕》의 저자 제마 위덤은 세계적인 빙하학자로서 빙하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적 거리감을 줄이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녀는 일찌감치 빙하의 위기 상황을 체감했지만 이를 대중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전달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갑자기 쓰러져 뇌종양 수술을 받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뒤였다. 언제라도 삶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빙하 또한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거나 다른 문제 뒤로 제쳐두고 있을 때가 아님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 곳곳으로 우리를 데려가 빙하가 어떻게 움직이고 각기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 주변 지형과 기후가 빙하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등을 소개한다. 저자를 따라 암석과 얼음, 물, 미생물로 이루어진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빙하에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빙하가 생태계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분명히 알게 된다. 빙하 연구와 북극곰과의 대치, 불면증 환자가 겪은 백야에 대한 이야기가 매혹적으로 담겨 있는 이 책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최고의 과학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체험의 이야기다.
목차
여는말: 시린 첫 만남
제1부 얼음의 냄새
1. 감춰진 세계를 엿보다_스위스 알프스산맥
2. 곰들, 곰들의 세상_스발바르 제도
제2부 거대한 빙상
3. 심층의 배수: 그린란드
4. 극한에서의 삶: 남극 대륙
제3부 빙하의 그림자 속에서
5. 글로프를 주의하라!: 파타고니아
6. 말라가는 흰 강들: 인도 히말라야
7. 마지막 얼음: 코르디예라 블랑카
맺는말: 갈림길
감사의 말
빙하 관련 용어 해설
미주
저자
제마 워덤
출판사리뷰
춥고 삭막한 불모지를 풍요롭고 살아 있는 자연으로 변화시키는 여정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하얀 설원과 거대하고 투명한 얼음, 희박한 공기와 뼛속까지 아리는 추위, 극지방에서 수만 년간 자리를 지키는 얼음덩어리, 어떤 생명의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고요하고 적막한 황무지. 많은 사람이 이렇듯 빙하를 폐쇄적인 불모지로 생각하지만 빙하학자의 눈에 비친 모습은 전혀 다르다. 높은 산에 앉아 가까스로 목숨을 보전하는 열대 지방의 빙하가 있는가 하면, 투명한 색이 아닌 푸른색이나 청록색을 띤 속살을 보이며 신비로움을 부각하는 빙하가 있기도 한다. 빙하는 여름에 크기를 줄였다가 겨울에 덩치를 키우며, 산꼭대기에서 아래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전력 질주하듯 빠른 속도로 바다로 향하기도 한다. 얼음 녹은 물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나 빙하 주변 바위들이 산비탈로 떨어지는 소리 등으로 소란스럽기도 하고, 칠흑같이 컴컴한 깊숙한 곳에서는 미생물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지구 지표면의 10%를 이루고 지구 담수의 70% 이상을 품고 있는 곳임에도 우리는 빙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줄곧 사람들로부터 등한시되었던 빙하는 이제야 소수의 연구자에 의해 수만 년 동안 감춰두었던 비밀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빙하 연구의 최전선을 이끄는 제마 워덤은 아무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 황량한 자연에 매력을 느끼고 30년 가까이 열정을 쏟아부어 빙하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영원히 바꿔놓은 발견을 해냈다.
10대 시절, 그녀는 벌거숭이 잿빛 산에 올라 빙하가 남긴 흔적을 바라보며 영감을 얻고 오랫동안 겪어왔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빙하학자의 꿈을 키워나간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 알프스산맥 빙하와 마주한 뒤 더욱 매료된 그녀는 이후 빙하가 어떻게 운동하며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극한의 야생과 위험천만한 모험의 세계에 뛰어든다.
북극의 스발바르 제도에서부터 유럽의 알프스산맥, 아시아의 히말라야산맥,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 남극대륙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빙하를 탐험하면서 저자는 생명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보이는 빙하가 사실은 숲과 바다처럼 살아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빙하의 신비를 밝혀내는 빙하학자의 삶은 마냥 아름답지 않았다. 현장 탐사를 할 때는 연구보다 생존을 목적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물자 보급부터 장비 수송, 캠프 설치, 식사 준비, 일일 계획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우선 현장에 도달하려면 비행기와 헬리콥터, 보트, 트럭, 설상차, 공중그네 등 온갖 탈것을 이용하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빙하 가장자리에 도착하면 캠프를 설치한 뒤 매일 빙하 가운데로 걸어가는 일과가 시작된다. 십수 킬로그램의 장비를 담은 배낭을 메고 탐사지까지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고 질척한 땅과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을 지난 뒤 얼음 절벽과 험난한 바위산을 오르며 수십 킬로미터의 길을 이동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거대한 얼음 구멍 안으로 몸을 기울여 염료를 쏟아붓거나, 갑자기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캠프 생활도 녹록지 않다. 수개월 동안 낯선 사람들과의 공동생활을 잘 견디는 것부터 양말을 여과지 삼아 커피를 내리고 한 달에 한 번 차가운 얼음물에 머리를 감는 것, 밤마다 연인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삭히고 먹이를 찾아온 북극곰에 경고 사격을 가하는 것까지 모든 생활은 고난과 위험의 연속이다.
빙하에 바치는 애가이자 인류에게 띄우는 소망의 메시지
그러나 몇 번의 죽을 고비에도 빙하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특히 빙하의 표면보다는 그 아래 깊고 어두운 지하 세계에 흥미를 느낀 저자는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에 맞닥뜨릴수록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빙하 기저부와 그 아래 암석 사이에 물이 흐를까? 그 물은 어떻게 빙하 아래로 들어가서 어디로 흘러갈까? 물이 있다면 생물도 존재하지 않을까? 생물은 어떻게 생존하고 기능할까? 생물과 물속 성분은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빙하가 줄어들면서 인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수십 년 동안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니 세계 최초로 빙하의 바닥을 조명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빙하가 인근의 모든 생태계에 영양을 제공하는 식품 공장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는 온난화로 인한 빙하의 감소가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연쇄 작용이 불러오는 폐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바다로 흘러드는 담수의 양이 늘어나면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유럽에 폭풍과 추위가 닥칠 것이다. 물 부족으로 빙하 주변의 농업이 퇴화하고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 갈등도 격화할 것이다. 빙하 속에 있던 메탄이 노출되면서 온난화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가 온실가스를 감소시키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200년 뒤에 지구는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해가 다르게 생명이 짧아지는 빙하를 목격한 저자는 이 책에서 죽어가는 빙하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현장에서 전하는 빙하의 모습과 목소리를 통해 단조로운 얼음덩어리를 좀 더 친근한 자연으로 받아들이고 빙하와 감정적으로 연결된다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절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