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렵거나 재미없는 숙제가 아니라 또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신나는 모험임을 잘 말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언제나(늦은 밤 침대에서나), 무엇이나(파리가 날아다니는 휴지통이나), 어디서나(화장실 변기 위에서도!), 그림 그리기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레이먼. 그 날도 레이먼은 식탁에 앉아 열심히 꽃병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깨 너머로 한참동안 레이먼의 그림을 훔쳐보던 형 레온은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이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어요. "이게 도대체 뭐야? 도대체 뭘 그리고 있는거지?" 형의 비웃음 때문에 의기소침해진 레이먼. 하지만 사물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리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림은 점점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았어요. 실망하고 있는 레이먼에게 이번엔 여동생 마리솔이 다가왔지요.
"넌 뭐야? 레이먼은 괜히 심통을 부렸어요. "오빠 그림 그리는 걸 보고 있었어." "흥, 이제 그림 같은 건 안 그려! 꺼져 버려!" 그런데 마리솔은 레이먼이 방바닥에 내동댕이친 그림 종이를 집어 들고 후다닥 자기 방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겠어요? 레이먼은 동생의 뒤를 좇아갔지요. 마침내 방문을 열고 레이먼이 막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그만 입이 탁 다물어지고 말았어요. 동생 방의 벽에는 온통 그동안 레이먼이 버린 구겨진 그림들이 가득 붙어 있었거든요.
마리솔이 그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야."
레이먼은 대답했지요.
"꽃병을 그렸는데.. 꽃병처럼 보이지 않아."
"... 그래도, 꽃병 느낌이 나는걸?"
"꽃병 느낌이 난다고?"
다음 순간 레이먼은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정말... 그렇구나."
그래서 그날부터 어떻게 됐냐구요? 레이먼은 다시 신이 나서 언제나, 무엇이나, 어디서나 열심히 그림을 그리게 됐지요. 있는 그대로의 그림은 사진으로도 충분합니다. 진정 의미있는 그림은, 그림을 그린 이의 느낌이 살아있는 그림일 테지요. 우리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로막지 마세요.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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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피터 레이놀즈
출판사리뷰
느끼는 대로 마음껏 표현하는 즐거움
우리는 종종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에 놀라곤 합니다. 머리가 둘인 사람, 하늘을 나는 물고기, 얼굴이 달린 자동차…… 거칠고 비뚤비뚤한 선이지만 그 속에는 어른들은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상상력과 그들만의 감수성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려야 잘 그린 그림이라고 칭찬하는 어른들과 그런 그림에 높은 점수를 주는 미술 수업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억누르고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차츰 잊게 합니다.
전작『점』에서 점 하나로도 훌륭한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하얀 도화지를 앞에 놓고 머뭇거리는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 피터 레이놀즈가 이번에는 느끼는 대로 마음껏 표현하는 즐거움을 일깨워 줍니다.
"꽃병을 그렸는데…… 꽃병처럼 보이지 않아."
『점』의 주인공 베티로부터 용기를 얻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게 된 레이먼은 언제 어디서나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깨 너머로 레이먼의 그림을 훔쳐보던 형이 "도대체 뭘 그리고 있는 거냐?"며 비웃자 레이먼은 금방 의기소침해지지요. 그러고는 자기도 뭐든 똑같이 그려 보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고 구겨 버린 종이만 자꾸 쌓여갑니다. 레이먼은 마침내 연필을 내던지고 그림 그리기를 포기합니다. 그런데 그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동생 마리솔이 버려진 그림 하나를 집어들고 도망을 칩니다. 자존심이 상한 레이먼은 동생을 뒤쫓다가 동생 방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여동생 마리솔의 방 벽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동안 레이먼이 구겨 버린 그림들이었습니다. 마리솔은 그 그림 중에 하나를 가리키며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말합니다. 레이먼의 눈에는 도무지 꽃병처럼 보이지 않는 그림이었지요. 하지만 마리솔은 큰 소리로 말합니다.
"그래도 꽃병 느낌이 나는걸."
여동생의 말에 레이먼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눈으로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초록색 동그라미에 선을 몇 개 그으면 나무 느낌, 따뜻한 빨강색과 나른한 노란색을 흩뿌리면 오후 느낌, 반짝이는 별에 통통 튀는 곡선을 그리면 신나는 느낌……. 레이먼은 이렇게 느끼는 대로 즐겁게 그림을 그려 갑니다.
여동생 마리솔에 의해 새롭게 눈을 뜬 레이먼은 이제 자기 느낌을 담은 그림을 즐겁게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는 대상도 사물에서 감정까지 그 범위를 점점 넓혀가면서요. 이제는 느낌을 담은 글도 쓰게 되었지요. 또 그러한 느낌들을 표현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여유까지 갖게 되었고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렵거나 재미없는 숙제가 아니라 또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신나는 모험입니다. 『느끼는 대로』는 어린이들에게 자기가 느끼는 것,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더불어 어렸을 적 크레파스 하나만으로도 벽과 방바닥에 온통 그림을 그려 대며 즐거워했던 추억을 가진 어른들도 자신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며 엄마 아빠가 저지른 실수를 자신의 아이에게는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화가와 작가가 똑같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면 이 세상의 모든 그림과 글이 얼마나 지루할까요? 저마다 다르게 보고, 느끼고, 표현하기에 그만큼 이 세상이 풍성해지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