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린아이의 기도처럼, 세상의 헛된 욕심과 때에 찌든 우리를 순결한 감동의 세계로 이끄는 최인호의 묵상집. ,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도시의 사냥꾼』『상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최인호는 이 책을 통해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하늘에 계신 아빠’와 소통하며 경험한 깨달음과 감동을 전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에 실린 대부분의 내용들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들, 그리고 일화들을 인용함으로써 성경 속 말씀이 어떻게 문학과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과 일상생활 속에서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작가가 묵상한 단상들이다. 위대한 예술작품들과 성경 속 구절들을 절묘하게 접목시켜 두었다. 이 책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에 실린 글들은 1998~1999년 2년간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발행하는 「서울주보」에 연재했던 내용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또한 000년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묵상집의 개정판에 해당한다.
목차
서문
자, 일어나 가자
하느님께 앙갚음한 사나이
가짜 목걸이
만남과 나눔
사랑의 힘
무지개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주님을 위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말
분노의 포도
이방인
용서의 전문가
자, 일어나 가자
창녀와 세리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초대받은 손님
무소유
주님과의 약속
큰바위얼굴 61
성(聖) 춘향
신앙의 조건
절망하는 남자
꿈
주님의 발
보이지 않는 손
생각하는 갈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이심전심
맛 좋은 포도주
존경하는 데오필로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박씨부인전
저주받은 무화과나무
우리를 기다리시는 아버지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주님과 나는 하나
황금의 머리를 가진 사람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주님의 숨이신 성령
반대받는 표적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마리아의 교회로 돌아오너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라
20세기 문명의 비극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거지와 부자
신(新) 산상설교
살아 있는 그리스도
성전을 허물어라
신 포도주 162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
내 뒤에 오시는 나보다 앞선 분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
씨 뿌리는 사람
하늘나라의 헌법
쓰러진 소금단지
‘예’와 ‘아니오’
제4의 유혹
십자가 없는 예수
제2의 성
실낙원
베드로의 눈물
어리석은 군중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주님
평화의 푸른 지팡이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정말 잘 들어두어라
의심이 많은 사람과 의문이 많은 사람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어둔 밤
거짓 평화를 주지 마라
에밀레종
씨 뿌리는 사람
생명의 빵
베드로의 뉘우침과 유다의 후회
행복한 왕자
평화와 칼
우리는 어느 나라 시민인가
저자
최인호
출판사리뷰
아버지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할 필요 없이
‘아빠’라고 부를 수 있다면…
어린아이의 기도처럼, 세상의 헛된 욕심과 때에 찌든 우리를 순결한 감동의 세계로 이끌 한 권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최인호의 묵상집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가 그것. 용서와 평등, 반성과 기다림, 사랑과 믿음을 까마득히 잊고 사는 이들을 위한 ‘신새벽의 맑은 종소리’와도 같은 묵상집이다.
기도의 기적과 위대함을 믿는 작가가,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하늘에 계신 아빠’와 소통하며 경험한 깨달음과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아버지는 하늘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영혼의 숨결과 손으로 참견하지 않은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교묘히 참견하여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차라리 그러한 아버지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할 필요 없이 ‘아빠’라고 부를 수 있다면 하느님은 마침내 하늘에만 머물러 있지 아니하고 내 마음속에 드리우게 될지도 모른다.”
―‘서문’ 중에서
최인호는 “하늘에 계신 아빠”가 “우리와 함께 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낯선 여인숙에서 함께 묵고,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계신”다고 믿는다. 그러니 아빠가 기적처럼 만들어내는 변화를 감사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서만 아빠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들”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죽어가는 영혼을 되살릴
용서와 평등, 반성과 기다림, 사랑과 믿음…
이번 산문집에 실린 대부분의 내용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들, 그리고 일화들을 인용함으로써 성경 속 말씀이 어떻게 문학과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과 일상생활 속에서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작가가 묵상한 단상들이다. 위대한 예술작품들과 성경 속 구절들을 절묘하게 접목시킨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는 범종교적일 뿐만 아니라,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인용한 단상에서 작가는, 인간 세상에서는 ‘분노의 포도’ 만이 주렁주렁 열리지만 주님의 나라에서는 ‘평화의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간 세상의 포도밭에서는 첫째가 되어야만 더 많은 권력과 물질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차별과 빈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스타인벡의 소설에서처럼 ‘분노의 포도’만 주렁주렁 열릴 뿐이다. 하지만 하늘나라의 포도밭에는 첫째도, 나중에 온 사람도 똑같이 평등한 인간이기 때문에 ‘평화의 포도’가 열린다.
주님은 하늘나라를 포도원에 비유하면서 아침부터 온 일꾼이나 나중에 온 일꾼이나 똑같이 한 데라니온씩 주는 포도원 주인인 하느님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나는 이 마지막 사람에게도 당신에게 준 만큼의 품삯을 주기로 한 것이오.”(45쪽)
카뮈의 『이방인』을 통해서는 소설 속 이방인과 성경 속 이방인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부재, 절망, 쾌락의 탐닉, 가치관의 혼돈, 밑도 끝도 없는 폭력과 광기”로 인해 현대인들이 갈수록 이방인이 되어가고 있다고 꼬집는다.
진실로 우리가 이방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단 두세 사람이라도 모인 가정이야말로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교회임을 깨닫고 함께 기도하여야 할 것입니다.(48쪽)
그리스도교적 이상주의에 불타는 가족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엘리어트의 시를 통해서는 ‘사랑은 곧 기다림’임을 이야기한다.
밤은 낮을 기다리고 낮은 밤을 기다립니다. 그리하여 하루가 가는 것입니다. 겨울은 봄을 기다리고 봄은 겨울을 기다립니다. 그리하여 일년이 흘러갑니다. 일년이 흘러가서 세월이 되며 세월이 흘러가서 영원이 됩니다. 삶은 죽음을 기다리며 죽음은 삶을 기다립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기다리며 인간은 하느님을 기다립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한다는 생각 없이 사랑하시고 하느님은 인간을 기다린다는 생각 없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사랑 그 자체이신 것입니다.(121쪽)
『만종』을 그린 밀레는 한때 벌거벗은 여자만 그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가 『만종』과 같은 위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농부들이 밭에 씨를 부리듯 화가 역시 예술의 밭에 씨를 뿌리는 농부임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좋은 씨앗을 뿌린다면 우리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라지의 씨앗을 뿌린다면 우리는 가라지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말과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인생의 텃밭에 뿌리는 씨앗인 것입니다. 밀레가 그린 ‘씨 뿌리는 사람’처럼 우리는 모두 봄에 뿌린 그대로 가을에 거두는 인생의 농부들인 것입니다. (263쪽)
우리는 모두
사랑받는 거룩한 존재
조선 후기 작자미상의 고대소설 『박씨부인전』을 통해 작가는 “잠들어 있지 말고 깨어나 내 가족들 그리고 이웃들의 모습 속에 깃들어 있는 영광의 실제 모습을 꿰뚫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설 속 병조판서 이시백은 첫날밤 박씨가 추물인 것을 알고 비웃고 욕을 한다. 박씨는 하는 수 없이 별당에서 홀로 살게 된다. 점차 아내의 총명함을 알게 된 시백은 부인이 절세미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도 내 아내가 실제로는 박씨부인처럼 최고의 절색임을 모르고 있습니다. 내 남편이 예수님처럼 해와 같은 얼굴과 눈부신 모습을 가진 고귀한 영혼임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들이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자기를 죽이면서까지 사랑받는 거룩한 존재인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115쪽)
작가는 “사랑받는 거룩한 존재”인 우리에게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말한다. “그리하면 눈 덮인 산봉우리에서 갑자기 눈이 녹고 단숨에 꽃이 피어”난다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는 “서로 사랑하는 일”만이 하늘에 계신 아빠의 사랑 안에서 “영원히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