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운 뤼케이온 학원의 후계자인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이 정암학당 김재홍 연구원에 의해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됐다. 테오프라스토스의 저작들은 대부분 유실된 데다 현존하는 원전 텍스트들 또한 심각하게 파손되어 있다. 특히 『성격의 유형들』은 다른 어떤 그리스 저자들의 작품들 중에서도 파손 상태가 가장 심하다. 이에 역자는 테오프라스토스의 희랍어 원전을 기본으로 삼고, 지금까지 전승된 여러 판본 및 서양 연구자들의 해석을 참고해 탈문이나 파손된 원문의 맥락과 의미를 밝혀냈다. 즉 이번 완역본을 통해서 테오프라스토스의 저작들 중 고대부터 가장 대중적으로 읽혀온 『성격의 유형들』을 한국의 독자들은 거의 완전한 텍스트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목차
옮긴이의 말
일러두기
해제 |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은 어떤 작품인가
머리말
I 가식을 부리는 사람
II 아부하는 사람
III 수다쟁이
IV 촌놈
V 속없이 친하려는 사람
VI 모든 감각을 상실한 사람
VII 떠버리
VIII 헛소문을 퍼뜨리는 자
IX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X 구두쇠
XI 역겨운 사람
XII 눈치 없는 사람
XIII 지나치게 열성적인 사람
XIV 아둔한 사람
XV 자기중심적인 사람
XVI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
XVII 감사할 줄 모르고 투덜대는 사람
XVIII 남을 불신하는 사람
XIX 불쾌한 사람
XX 유쾌하지 않은 사람
XXI 작은 명예를 사랑하는 사람
XXII 자유인답지 못한 사람(인색한 사람)
XXIII 허풍선이
XXIV 오만한 사람
XXV 비겁한 사람
XXVI 과두정적인 인간
XXVII 나이가 들어 뒤늦게 배우는 사람
XXVIII 비방꾼
XXIX 악당의 친구
XXX 부끄러운 부당이익을 취하는 자
부록 | 문헌학자
참고문헌
저자
테오프라스토스 (지은이), 김재홍 (옮긴이)
출판사리뷰
헛소문을 퍼뜨리는 자,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허풍선이,
자기중심적인 사람, 비겁한 사람, 자유인답지 못한 사람…
“인간 성격 연구의 출발점이 된 최초의 고전”
30가지 성격의 유형들로 어리석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다!
테오프라스토스, 『성격의 유형들』 국내 최초 완역!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운 뤼케이온 학원의 후계자인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이 정암학당 김재홍 연구원에 의해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됐다. 『정치학』, 『니코마코스 윤리학』(공역), 『관상학』, 『소피스트적 논박』, 『변증론』 등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 저작들을 꾸준히 번역해온 역자는 이미 『관상학』의 해제를 통해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이란 작품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같이 테오프라스토스의 저작들은 대부분 유실된 데다 현존하는 원전 텍스트들 또한 심각하게 파손되어 있다.
특히 『성격의 유형들』은 다른 어떤 그리스 저자들의 작품들 중에서도 파손 상태가 가장 심하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문장이 어느 정도의 수정을 필요로 하는 상태”이다. 이에 역자는 테오프라스토스의 희랍어 원전을 기본으로 삼고, 지금까지 전승된 여러 판본 및 서양 연구자들의 해석을 참고해 탈문이나 파손된 원문의 맥락과 의미를 밝혀냈다. 즉 이번 완역본을 통해서 테오프라스토스의 저작들 중 고대부터 가장 대중적으로 읽혀온 『성격의 유형들』을 한국의 독자들은 거의 완전한 텍스트로 읽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특별한 제자이자 각별한 동료,
‘학문에 미친 사람’ 테오프라스토스는 누구인가?
테오프라스토스에 대해 알려면 아리스토텔레스와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인간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이러한 인연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을 때까지 20년간이나 유지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테오프라스토스가 자신의 계승자가 되기를 바랐고, 유언장에는 자신의 딸과 결혼해도 좋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사후 테오프라스토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근처에 세운 뤼케이온 학원의 2대 수장이 됨과 동시에 페리파토스학파를 계승하여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6년간 왕성하게 활동했다.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테오프라스토스라는 이름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다. ‘학문에 미친 사람’(scholastikos)으로 불렸던 테오프라스토스의 이름은 원래 ‘튀르타모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튀르타모스라는 이름의 어감이 나쁘다고 생각해 ‘신처럼 이야기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테오프라스토스라는 이름으로 바꾸어주었다. 여기에는 테오프라스토스의 선명한 목소리와 그의 말투에 ‘신적인 여운’이 맴돈다는 이유도 있었다. 뤼케이온 학원에 테오프라스토스의 강연을 듣고 함께 공부하러 모여든 학자와 학생들의 수가 2000여 명이나 되었다는 기록은 ‘신처럼 이야기한’ 테오프라스토스의 음성을 짐작하게 해준다. 로마에서 가장 위대한 연설가였던 키케로는 테오프라스토스를 “모든 철학자들 중에서 가장 고상하고 박식하다.”라고 평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테오프라스토스의 철학
학문적으로 새롭게 평가받기 시작한 테오프라스토스의 저작들에 관하여
테오프라스토스가 학문적으로 새롭게 평가받기 시작한 것은 채 반세기가 안 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거인에 압도된 채로 오랫동안 그늘에 가려져 있던 철학자이다. 이 때문에 테오프라스토스는 여러 분야에서 독창적인 철학 활동을 펼쳤음에도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되거나 그 정당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테오프라스토스가 다뤘던 주제와 관심은 논리학, 형이상학, 정치학, 윤리학, 수사학, 심리학, 생물학, 식물학, 자연학, 기상학, 감각의 문제, 천체의 문제 등을 아우르는 학문의 전 분야에 걸쳐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많은 저작을 남겼는데, 그 전체는 23만 2808행에 이르며 저작 목록은 대략 헤아려도 226개에 달한다. 그러나 그의 전체 저작 중 10%도 안 되는 수만이 현존한다. 다행스럽게도 1979년 이래로 서양의 학자들에 의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테오프라스토스의 단편과 원전 문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전해지는 그의 저작 목록을 살펴볼 때, 탐구 주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제와 비슷했고, 작품 제목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제목과 동일한 것이 상당수에 달한다. 그의 저서 중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분야는 식물학에 대한 것으로 『식물에 대한 탐구』 9권과 『식물에 대한 설명』 6권이 전해진다. 이는 테오프라스토스가 서양 식물학의 선구자라 평가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간 성격 연구의 출발점이 된 최초의 고전, 『성격의 유형들』
기원전 4세기 아테네 거리를 활보하던 사람들을 되살려내다
『성격의 유형들』은 30개에 달하는 인간의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성의 유형을 보여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논의한 윤리적 덕목과도 어느 정도 연관을 맺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수사학과 비극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역자 김재홍은 해제에서 “이 작품을 철학적 정신에서 저급한 것으로, 또 단지 우스갯거리를 제공하는 격이 낮은 소품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작품 속에 내재한 그의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철학 정신을 이해해야만 하며, 또 윤리학, 희극, 수사학 분야에 독특하게 기여한 그 독창성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테오프라스토스 이전에도 인간의 성격에 대한 기술은 산발적으로 여러 장르에 걸쳐 나타났다. 가령 호메로스의 문학에서 인간의 생김새와 성격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군주의 성격을 “훌륭한 자들을 시기하고 열등한 시민을 보고 즐거워하며, 화를 잘 내고 중상에 잘 넘어가며 다루기가 까다롭다.”라고 기술했다.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론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작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에우데모스 윤리학』이다. 두 사람의 성격에 관한 기술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며, 내용과 문체에서도 그다지 차이가 없다. 그러나 테오프라스토스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추상적이거나 일반적인 규정 대신에 우리 곁에서 실제로 마주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 실재적인 특정 개별자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에 대해 상당히 길게 말하고 공언하는 것’을 허풍(alazoneia)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말하는 데 반해 테오프라스토스의 경우 허풍선이는 페이라이에우스 항구에서 외국인에게 자신에 대해 크게 부풀려서 떠벌리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이처럼 테오프라스토스는 드라마틱한 장면과 사건을 통해서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인들의 일상을 핍진하게 보여준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이라서, 테오프라스토스는 우리의 눈앞에서 전개되는 아테네인들의 삶을 생생한 드라마 영상처럼 살아 움직이는 장면으로 기술한다.” “게다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당시 아테네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활동사진에 담은 듯이 생생하게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다. 이런 인물들은 누군가의 집에 마실 온 손님이고, 극장, 거리, 시장, 체육관, 목욕탕, 민회, 법정에서 늘 마주치는 일상의 사람들이다. 바로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즉 『성격의 유형들』은 당시의 사회상을 여실하게 보여준다는 점, 당시의 사회적 규범과 관행, 관습 등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 무엇보다도 폴리스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공유된 사회적 가치를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문화사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 사는 삶’과 ‘친애의 정신’을 가르치기 위한 반면교사
30가지 어리석은 성격의 유형들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다
가식을 부리는 사람, 아부하는 사람, 수다쟁이, 헛소문을 퍼뜨리는 자, 눈치 없는 사람, 지나치게 열성적인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 감사할 줄 모르고 투덜대는 사람, 오만한 사람, 비방꾼, 부끄러운 부당이익을 취하는 자... 『성격의 유형들』은 30개에 달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 유형에 대해 일련의 스케치를 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IX)은 외국에서 온 친구가 극장표를 가져왔을 때 공연은 보면서도 자신의 표에 대한 비용은 지불하지 않으며, 다음 날 심지어 자신의 아들들과 노예까지도 데려온다. 만일 누군가가 싼 가격으로 산 물건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을 발견하면 그는 자신과 몫을 나누자고 요구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XV)은 다른 사람이 인사를 건넸을 때 답례하지 않으며, 자신이 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때 사려는 사람에게 얼마에 팔 것인지 얘기하지 않는 대신에 얼마를 낼 것인지 묻는다. 또 누군가가 실수로 그를 떠밀거나 발가락을 밟으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며, 돌부리에 채였더라도 돌부리에 대고 저주를 퍼붓는다.
[감사할 줄 모르고 투덜대는 사람](XVII)은 또 어떤가? 그는 친구가 보낸 음식을 가져온 사람에게 “만찬에 초대하지 않았다고 나에게 형편없는 수프와 포도주를 보낸 것이군”이라고 말한다. 그는 비가 와도 비를 더 일찍 내리지 않았다며 제우스 신에게 불만을 터뜨리며, 심지어 놀랍게도 자신의 아들이 태어났는데도 그 소식을 알리러 온 사람에게 “네가 ‘당신 재산의 절반을 날려버렸어’라고 덧붙인다면 크게 틀리지 않지”라고 말한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련의 스케치들을 통해 테오프라스토스는 당시 공동체 사회의 규범에서 이탈하는 부정적 행태와 성격들을 예리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런 묘사들이 묘한 즐거움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테오프라스토스는 공동의 가치를 포기한 행위 유형에 대한 잘 짜인 기술과 설명을 포함한다. 즉 “폴리스에 적합한 기질을 가진 시민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려는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테오프라스토스는 이 작품을 통해 동료 시민들의 도덕적, 감정적, 지적인 성격들의 왜곡된 모습을 지적함으로써 폴리스란 공동체의 ‘더불어 사는 삶’에서 필요한 인간 상호 간에 성립하는 ‘친애’(philia)의 덕을 되살려내고자 했다. (...) 바로 이 친애에 기반한 사회가 ‘자연적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정치적 공동체’이다.”(해제 중에서)
『성격의 유형들』에서 스케치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고대 아테네의 시민들이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오늘날 현대 공동체 안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며, 심지어 지탄받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 완역본 출간은 몇 가지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첫째,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테오프라스토스의 철학과 저작을 좀 더 면밀히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둘째, 고대 아테네 사회의 규범과 관행, 관습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사적, 역사적 전거를 마련했다. 셋째, ‘희극과 윤리를 결부시킴으로써’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하나의 저작이자,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반복, 변주되어온 캐릭터들의 원형을 통해 문학사 연구의 본격적인 출발점을 확인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우리에게 사회적 연대와 교제에 필요한 성품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스스로 묻고 답해볼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