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든 산업자본주의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란 누구이며 공학의 경계가 어디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구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역사, 정치경제, 사회학에 관한 저서들이 선점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비교 연구다. 비교 연구를 강조하는 분야로는 혁명, 기업 조직, 노동 과정의 구조 분석, 노동 시장으로의 여성 통합, 현대 계급 구조 등이다. 이런 비교 연구는 역사가와 사회과학자 일부에서 한 국가에 국한된 연구들이 설명할 필요가 있는 사안들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뚜렷이 인식하게 되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비교 연구가 출현하게 된 맥락 속에서 대부분의 관심은 노동자와 이들의 조직, 경영인과 이들의 경영 접근 전략으로 모아져왔다. 이는 학자와 기타 전문가들이 왜 특정 경제가 잘 작동하는지, 그리고 경제적 번영의 역사와 사회 구조적 토대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서로 상이한 사회적 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 몇몇 연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교육받은 노동자 및 전문가 ‘계급’과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중간층을 점하는 기타 계급을 분석하는 연구가 그것이다. 이 연구는 범위가 다소 제한적이었다. 전문 노동자에 대한 몇몇 비교 연구는 전문성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이 전문성이 서로 다른 사회에서 서로 상이한 형태를 띤다고 설명함으로써 전문성의 형태와 교육받은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영향 사이에는 전혀 공존 관계가 있을 수 없다고 보는 전통적 분석 시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현대 사회 구조의 본질에 관한 특정 이론을 시험하고 평가할 목적으로 교육받은 작업자 중 특정 그룹에 대한 비교 연구를 시도했다.
이 책은 교육받은 노동자와 자본주의 사회 일반에 관한 비교 연구를 지향하는 이와 같은 경향에서 발전한 것이다. 아울러 ‘교육받은 노동자’ 중 규모가 가장 크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엔지니어, 즉 자본주의 산업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음에도 제한적인 관심밖에 받지 못한 그룹에 주목한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일본 등 산업자본주의 6개국의 공학에 대한 역사적 사례 연구를 보여준다.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사례 연구는 엔지니어에 관한 비교 연구가 갖는 더 넓은 함의를 보여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각 사례 연구는 한때 자본주의 선도 국가로서 지위를 지녔던 나라 혹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산업 및 사회 조직의 모델로 여겼던 나라에 초점을 맞춘다. 엔지니어의 양산과 조직화 방법은 이들 국가의 역사를 구분하는 변수 중 하나이며, 이들 국가의 상이한 경제적?사회적 역학의 핵심을 이룬다. 이들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공학을 비교함으로써 무엇보다 풍부한 비교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많은 질문, 요컨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 계급 구조가 변화하는 방식, 상이한 자본주의 사회들이 결국에는 하나의 단일 모델로 수렴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 등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된다.
기술직 노동자에 관한 연구를 사회학, 역사학, 경제학에서 이 연구가 차지하고 있는 불분명한 구석 자리에서 구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엔지니어 자체뿐만 아니라 엔지니어가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엔지니어는 처음부터 산업자본주의 발전의 핵심에 있었다. 현대 자본주의에 영향을 주는 변화, 특히 과거와 현재 두 시점에서 모두 자본주의 사회 형성에 도움을 준 기술의 원천?특성?효과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기술을 기획하고 발전시키고 이를 유지하는 기술직 노동자에게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례 연구들에서 보듯 엔지니어 같은 교육받은 노동자 ‘중간 계급’이 모든 자본주의 사회 혹은 모든 역사적 시기에 동일한 형태를 띠었으며 동일한 역할을 했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따라서 엔지니어를 불러올 필요가 있는 것은 기술적 변화에 관한 연구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구조 자체에 관한 연구다.
목차
머리말
1 서론: 엔지니어와 비교 연구 피터 메익신스·크리스 스미스
1부 사례 연구
2 영국의 엔지니어: 지속성에 대한 연구 크리스 스미스·피터 웨일리
3 미국의 엔지니어: 분열된 집 피터 메익신스
4 프랑스 엔지니어의 형성 스티븐 크로포드
5 장기간에 걸친 전문직 정체성에 대한 탐색: 역사적 관점에서 본 독일 엔지니어 1850∼1990년 케스 기스펜
6 전문직인가, 임금 노동자인가: 스웨덴의 엔지니어와 경제 변동 보엘 베르네르
7 월급쟁이 회사원, 일본 엔지니어 케빈 매코믹
2부 결론
8 기술 노동 조직에 대한 비교사적 조망 피터 메익신스·크리스 스미스
9 엔지니어와 수렴 피터 메익신스·크리스 스미스
주
필자 소개
찾아보기
저자
피터 메익신스
출판사리뷰
엔지니어와 관련한 자본주의 및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의 진화에 관한 논쟁 검토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많은 핵심 문제를 시사한다. 다음의 질문은 이 책에서 전개할 분석의 주요 초점이다.
1. 노동 조직화 일반과 특히 기술 노동의 조직화에서 볼 수 있는 국가적 차이의 기원은 무엇인가? 이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인가? 아니면 구조적인 것을 포함해 다양한 요인이 특정 국가 발전 형성 과정에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한가?
2. 가장 ‘진보한’ 사회와 가장 ‘진보한’ 기술/산업이 나머지 자본주의 사회에 전형적인 기술 노동 조직화 방식을 보여주는가? 즉 일반적으로 기술 노동과 생산을 조직하는 특별한 방식으로의 역사적 수렴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기술 조직화의 서로 다른 방식 사이에 놓인 역사적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3. 역사적 목적론과 전혀 다른 것, 즉 기술 노동(technical work) 혹은 노동(work)을 일반적으로 조직화하는 ‘모범 사례’ 같은 것이 존재하는가? ‘성공적인’ 경제는 다른 사회가 염원해야 하는, 혹은 염원할 수 있는 모델을 대표하는가? 다른 곳에서 발달한 조직화 양식을 빌려오는 것은 가능한가? 이렇게 빌려온 방식은 그 방식을 빌려준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관계와 어떻게 들어맞는가?
4. 표면적으로 가장 ‘진보한’ 기술 노동 조직 방식은 전통적 자본주의의 사회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 ‘단계’ 이론의 핵심은 새로운 발달(자동화, 유연 전문화, 노동의 새로운 분업, 포스트포드주의)이 노동과 자본 사이의 통합 기제를 확립함으로써, 혹은 생산 과정 내에서 기술 노동자의 수와 중요성을 늘림으로써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극복한다는 견해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 전환의 결과를 정확히 읽어낸 것인가? 이는 기술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정확한 평가인가?
5. 상이한 자본주의 사회 속 엔지니어를 조사함으로써 현재의 계급 구조에 관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엔지니어와 육체노동자 그리고 경영진 사이의 관계는 상이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모두 동일한 것인가? 계급 관계가 동일하게 발현되도록 하는 시스템 같은 것이 자본주의 내에 존재하는가? 혹은 계급 구조와 이 구조 내에서 엔지니어의 위치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 밝힘으로써 새로운 중간 계급에 관한 구조 이론의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는가? 엔지니어 같은 중간 그룹은 개별 자본주의 국가에서 계급 관계 패턴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