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여행자의 마지막 로망, 시베리아 횡단열차
어쩌면 당신의 인생 버킷리스트에도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 ‘유럽의 시작’ 모스크바에서 ‘동방의 끝’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무려 9288킬로미터에 달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철길을 꼬박 일주일간 밤낮으로 달리는 이색적인 경험은 세계 여행자의 마지막 로망이다. 차창 밖으로는 침엽수림인 타이가와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지고, 바다처럼 드넓은 ‘시베리아의 진주’ 바이칼호도 지척에서 볼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넓디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다채로운 러시아의 매력도 흠씬 느낄 수 있고, 열차에 오르고 내리는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낭만도 꿈꿔볼 수 있다. 어쩌면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속도의 쾌감을 만끽하는 디지털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최후의 아날로그 여행일지도 모른다.
일찌감치 러시아와 사랑에 빠진 여행자 K는 전작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 이야기』의 마지막 여정이었던 모스크바의 기차역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탄다. 러시아의 진짜 모습은 느리게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 K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동승해 역사와 인간, 예술과 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재담을 들으며 종착역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다르면, 그동안 몰랐던 러시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목차
머리말_ 고춧가루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
1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르다
: 모스크바·페름·예카테린부르크·옴스크
모스크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르다
세계 여행자의 로망, 시베리아 횡단열차 / 황금 고리, 야로슬라블과 코스트로마 / 자작나무와 시인들 / 공룡 조상의 놀이터, 코텔니치 / 자작나무 정령과의 대화
문학의 도시 페름과 닥터 지바고
여행의 숨은 재미 셋, 역사?문학?영화와의 밀애 /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 우랄산맥을 넘다
비운의 도시 예카테린부르크
니콜라이 2세 가족의 최후 / 15년 전의 발랴는 어디서 무엇을 할까 / 무더위가 몰고 온 열차 안 풍습 / 모범생 승무원 나타샤와 농땡이 타샤 / 튜멘, 1941년 레닌의 방문
옴스크, 도스토옙스키의 유배지
꼴불견 PID /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스토커
2 타이가 숲을 달리다
: 노보시비르스크·크라스노야르스크
과학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갈림길
타이가 역, 체호프의 비밀의 숲 / 스마트폰, 여행의 주력군? 예비군?
체호프가 사랑한 도시 크라스노야르스크
북극곰을 보려면 타이셰트에서 바이칼-아무르 간선철도로 / 시베리아 타이가의 한가로운 농촌 풍경 / ‘겨울’ 지마, 시베리아 여우를 만나다 / 시베리아의 유령
3 신과 별들의 고향
: 이르쿠츠크·바이칼호
이르쿠츠크, 시베리아의 파리
다시 돌아온 알렉산드르 3세 동상 /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과 홍범도의 ‘좌절의 거리’ / 《전쟁과 평화》, 볼콘스키 박물관 / 즈나멘스키 수도원, 데카브리스트 부인의 순애보 / 〈제독의 연인〉, 백군 지도자 콜차크
바이칼호, 시베리아의 진주
탈치 박물관, 풍장용 나무시렁 / 체르스키 전망대, 샤먼 바위의 슬픈 전설 / 리스트뱐카, 《유정》의 호숫가 마을 / 볼시예코티,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올혼섬, 한민족의 시원
부랴트 민속박물관에서 만난 몽고점 / 올혼섬으로 가는 초원, 베네통 세상 / 신들의 고향 / 부르한 바위, 한민족의 시나이산 / 별들의 마실 / 호보이곶, ‘만국의 샤먼이여, 단결하라!’ / 언덕의 방랑자상
4 별들이 자작나무로 내려앉다
: 울란우데·치타·스보보드니
평양행 기차에 오를까?
가장 아름다운 철길 / 기차를 놓친 ‘독일 곰바우’의 기적
여기는 몽골인가? 불교 도시 울란우데
치타, 춘원 이광수와 모윤숙, 그리고 이극로
어린 왕자가 혜성의 꼬리를 타고 지구별로 내려오다
스보보드니, 독립운동 최악의 참변 / 컵라면과 초코파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온다
5 아무르강은 흐른다
: 하바롭스크·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말이 없는 아무르강
말갈족이 말 달리던 땅 / 우쵸스 전망대, 김알렉산드라의 최후 / 조명희, 김알렉산드라, 김유천을 찾아서 / 아무르강, 저승으로 가는 삼도천 / 한·중·일 역사의 현장
우수리스크, 고려인의 아픔
시베리아의 자연인 데르수 우잘라 / 연해주 독립운동 유적지, 우수리스크 / 통곡의 역, 라즈돌노예 / 북한 김일성은 가짜?
6 ‘아라사의 소문’ 연해주
: 블라디보스토크
종착역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오간 이들 / 율 브리너 생가 / 향토박물관 주인공의 비극 / 잠수함이 박물관으로 / 체코 군단과 조선 독립군이 만나다 / 우라지오에는 신한촌 기념비만 쓸쓸히 / 시베리아로 유배된 어느 교사 이야기 / 독수리 전망대, 발해를 꿈꾸며
꼬리말
저자
여행자 K
출판사리뷰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288킬로미터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평균 시속 64킬로미터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60시간을 달린다. 볼가강을 비롯해 오브강, 예니세이강, 레나강, 아무르강 등 16개 강을 건너고, 160여 개의 크고 작은 역을 지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 러시아 전역을 구경하는 셈인데, 도시들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따라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야로슬라블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와 체호프의 희곡 《세 자매》의 무대인 페름을 지나 우랄산맥을 넘어 아시아에 들어선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일가의 비극이 서린 예카테린부르크, 도스토옙스키가 유배 생활을 했던 옴스크, 러시아 최대 과학 연구 단지가 있는 노보시비르스크, 체호프가 사랑한 도시 크라스노야르스크를 지나면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가 맞이한다. 이어 몽골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불교 도시 울란우데, 이광수와 모윤숙과 이극로의 사연이 있는 치타, 우리 독립운동사 최대 비극 ‘자유시 참변’의 현장 스보보드니, 한인 최초 공산주의자이자 독립운동가 김알렉산드라가 최후를 맞은 하바롭스크, 연해주 독립운동의 중심지이자 고려인 강제 이주의 슬픔이 맺힌 우수리스크를 지나면 마침내 종착역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다.
물론 여행자 K의 발길이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다. 대개의 여행자들이 중간에 쉬어 가는 이르쿠츠크에 내려 시내를 탐방하고, 바이칼호와 인근 마을도 둘러보고 ‘한민족의 시원’으로 일컬어지는 샤먼의 땅 올혼섬도 찾아간다. 하바롭스크에서는 우리 독립운동의 흔적을 더듬고, 마지막 여정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한반도 종단철도의 출발을 고대하며 시내 곳곳을 탐방한다.
여행을 살찌우는 역사와 문학의 향연
기나긴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이 순간순간 새롭고 흥미진진할 수만은 없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반나절만 계속 보면 질리기 마련인데, 차창 밖 시베리아 벌판의 풍경은 단조롭고 기찻길 옆으로 도열한 하얀 자작나무는 끝을 모른다. 가로등도 없어 에스프레소보다 더 짙은 암흑에 뒤덮이는 밤이면 고독마저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럴 때 여행을 즐겁게 해주는 동반자는 바로 역사와 문학인데, 여행자 K는 시베리아의 철길에 겹겹이 쌓여 있는 역사와 문학 이야기를 지루할 틈 없이 들려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는 우리 민족, 러시아, 일본, 중국, 미국 그리고 체코까지 세계의 역사가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따라가다 보면 유배당한 도스토옙스키와 레닌, 데카브리스트 혁명가들과 백군 지도자 콜차크,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를 만나고, 한국 공산주의와 독립운동의 흔적,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들을 만난다. 또 시베리아를 빼놓고는 러시아 문학을 말할 수 없다. 라디셰프부터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네크라소프, 체호프, 파스테르나크, 고리키, 솔제니친, 라스푸틴의 작품 속에는 시베리아가 온전히 살아 있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여운형을 비롯한 조선의 독립투사들도, 고종의 헤이그 특사 이준과 이상설도, 하얼빈으로 떠나는 안중근도,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하러 가는 손기정도,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 호찌민도, 《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싯 몸도, 비행 공포증이 있던 데이비드 보위도, 미국 망명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솔제니친도,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실었다. 지금도 한 해 무려 1억 5000만 명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한다. 여행자 K는 벌써 세 번이나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랐다. 이제 당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