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함석헌을 일컫는 수백 개의 수식어, 겨레의 큰 스승, 사상가, 평화운동가 등을 하나로 엮는 ‘혁명을 꿈꾼 낭만주의자’라는 관점
함석헌은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고, 1979년, 1985년 두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랐으며, 시인, 문필가, 역사가, 교육자, 언론인, 민주화 운동가, 평화주의자 그리고 씨알 사상가 등 백 개의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랄 인물이다. 그런 함석헌에 대한 평전이 시대의창에서 새로 나왔다. 지금까지 나온 평전이 함석헌의 출생부터 운명까지의 생애 일대기를 엮은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 《혁명을 꿈꾼 낭만주의자 ― 씨ㅇㆍㄹ 함석헌 평전》은 함석헌 사상의 궤적을 중심에 놓고 생애와 행적을 엮었다는 점이 독특하다. 저자는 함석헌이 스스로를 “인생의 의미를 찾는 자”라고 이른 것에 착목해 씨알 사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사상투쟁을 ‘혁명을 꿈꾼 낭만주의’와 연결했다.
해방 공간을 전후로 인생의 전반기가 끝나고 삼팔선을 넘으며 씨알이 자라나다
저자는 ‘낭만주의자 함석헌’의 일생을 두 시기로 나눈다. “무한의 전체”를 꿈꾸던 인생의 전반기와 꿈으로부터 시대의 “장터”로 나온 후반기다. 전반기에 함석헌은 스승과 아버지와 어린 자식과 친구를 잃었다. 후반기에는 어머니와 맏아들과 생이별하고 고향의 집과 땅을 빼앗겼다. 우연하게도 두 시기의 경계선은 해방 공간과 일치하는데, 당시 함석헌 자신도 신의주 학생 사건으로 처형과 옥고와 유배의 위기를 겪고 삼팔선을 넘었다.
저자는 전반기를 함석헌이 가장 격렬하게 사상투쟁을 벌인 시기로 본다. “일생의 친구” 김교신과 영국 시인 셸리를 만나고 ‘신앙’을 쌓고 ‘씨알 사상’의 터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나라 밖에서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함석헌은 평양 송산농사학원을 인수해 김교신 등 《성서조선》 동지들과 함께 혁명을 꿈꾸었다. 물론 정치혁명이 아니라 ‘하나님’과 손잡는 “인간혁명”이다. 함석헌에게 “인생의 등불”이 된 남강 이승훈, 다석 유영모, 우치무라 간조를 만난 것도 이 시기다. 후반기는 한마디로 전반기의 사상투쟁과 여러 인물들과의 인연과 경험이 ‘씨알 사상’으로 구체화된 시기이다.
증언과 함석헌의 글을 통해 함석헌에게 잘못 붙인 이름을 바로잡다
저자는 이 책에서 후학들이 잘못 기록한 내용을 바로잡으려 노력했다. 예를 들면 함석헌이 오산학교를 자퇴한 사연, 신의주 학생 사건으로 투옥되어 풀려나게 된 사건의 재해석, 우치무라 간조의 영향을 받아 무교회주의를 통해 사회주의 혁명에 관심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퀘이커교도가 아니라는 것 등이다. 저자는 함석헌을 가까이서 모셨거나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을 십여 년간 수소문해 증언을 듣고, 함석헌이 남긴 글과 시, 기록을 읽고 또 읽었다. 와전되었거나 왜곡되었던 진실은 오로지 저자의 온전한 노력을 통해 밝혔다. 이로써 10년 전에 저자가 쓴 《씨ㅇㆍㄹ 함석헌 평전》과는 완전히 다른 책이 나왔다. 전작이 일대기 평전이라면 이 책은 사상 평전이다. 오랫동안 함석헌을 곁에서 지켜보며 많은 글과 시를 되새겨 읽고 연구한 사람이 아니면 탈고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 말미에 실은 ‘덧붙이는 글 ― 씨알을 찾아서’에서 이 책의 주제를 압축해놓았다. 또한 대중에 처음 공개되는 육필 메모를 포함해 책의 이해를 돕도록 40여 컷의 사진과 200자 원고지 92매 분량의 연보를 함께 수록했다.
목차
들어가는 말
제1부 꿈을 꾸다
1장 용천 바닷가에서
감탕물을 먹고
혼자 방을 쓸던 아이
‘나’를 기다리던 길
2장 다섯 뫼 그늘에서
고읍역에 내려서
꿈을 트는 ‘나’
3장 동경에서 생긴 일
‘인생대학’ 입학식
우치무라의 세례
한 편의 영화
사회주의를 거부한 “가슴”
4장 변방에 나타난 목자
남강의 숲
어느 겨울밤의 교실
두 손으로 가린 얼굴
마지막 수업
5장 《성서조선》과 함께
겨울철 성서 모임
‘의’를 구하기
‘루비콘 하河’를 건널 때
‘조선 사람’ 그리기
헌신지교憲臣之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6장 풀 아래 머리를
셸리와의 해후
서울행을 준비하다가
평양 송산으로
빼앗긴 꿈
서대문형무소로 가면서
제2부 꿈으로부터
7장 반역의 무대
해방의 행진곡을 따라
한 개의 짐을 지고
삼팔선을 넘을 때
한 선
들사람의 사랑
한국 기독교를 향해서
‘씨’와 ‘알’을 말하다
‘생각하는 백성’을 찾아서
8장 서풍의 노래 부르며
무너진 모래탑
혁명의 계절에
세계 여행 길에서
민중을 깨워야 한다
민족을 사랑하는 도리
반드시 해야 하는 싸움
장차 오는 세계를 위해
9장 어머니의 목걸이 찾기
씨알의 소리 내기
저항이 아니라 도전
씨알의 헌법 지키기
씨알 공동체 살리기
전태일 살리기
씨알교육의 터 닦기
한 사람의 힘
10장 꽃 지고 잎 나리어
저녁 나룻가에 서서
사탄의 간첩
민중을 배워야
흙덩이가 돼서라도
변질된 씨, 똥 묻은 명함
11장 높은 봉 구름 위에
그 발길이 올 때
악, 우리가 싸워야 할 것
씨알이 믿지 말아야 할 것
나는 님의 갈대 피리
내 몸을 실험용으로
덧붙이는 글?씨알을 찾아서
찾는 자
씨알 이야기 ‘더 읽기’
낭만주의자의 터전
세상은 밤이더라
엉겅퀴 찔레 밭에서
꿈으로
나오는 말
함석헌 연보
찾아보기
저자
이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