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스파이더맨도 아닌, 앤트맨도 아닌,
아주 특별한 히어로 개인간이 온다!
무슈 김은 부모 집에 얹혀 살면서 오랜 시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나 결과는 계속 낙방. 공무원이 최고라는 변함없는 생각에 무슈 김은 (경찰견 역시 공무원이라는 논리로) 경찰견이 되기로 결심한다. 필사의 노력 끝에 개인간이 된 무슈 김은 온갖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모두가 무슈 김을 진짜 개처럼 여긴다. 개인간이 되어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모험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쿨한 유머로 까발리고, 긴장 상태의 남과 북을 훈훈한 정으로 이어 준다. 작가는 놀라운 친화력과 통찰력으로 개와 고양이와 비둘기, 그리고 남과 북까지 하나로 이어 주고,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 개인들 간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양한 한국사회의 이슈를 풍자와 유머, 상상력으로 펼쳐 보이는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만화다.
목차
1. 무슈 김의 이중생활
2. 미나주에서 만나요
3. 작전명 왈왈
4. 불안에 빠진 빅아이
5. 완전 다 망쳐 버렸네!
작가의 말
저자
박윤선
출판사리뷰
대한민국 평범 남녀의 만남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 앙꼬 『삼십 살』, 김성희 『똑같이 다르다』 등 개성 강한 만화가들의 촌철살인 작가주의 만화 시리즈 ‘사계절만화가열전’ 여섯 번째 책으로 박윤선 작가의 『개인간의 모험』이 출간되었다.
만화가 박윤선은 현재 프랑스 앙굴렘에 살면서 꾸준하게 만화 작업을 하는 한편 한국 만화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번역가이기도 하다. 2013년에 프랑스에서 출간한『개인간의 모험』은 주인공 이름부터가 무슈 김(우리 식으로는 김씨)이고, 인물도 배경도 색감도 지극히 유럽풍이다. 그런데 작가는 시종일관 여기는 대한민국이라고 우긴다. 작품은 대한민국, 우리 동네에 사는 무슈 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시작한다. 주인공 무슈 김은 부모 집에 얹혀 살면서 오랜 시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나 결과는 계속 낙방이다. 보다 못한 부모는 집을 팔아 실버타운에 들어가고 무슈 김은 기댈 곳 하나 없는 백수가 된다. 그때 무슈 김 앞에 나타난 보험설계사 여자. 그녀 역시 평범한 대한민국 소시민의 상징으로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나이가 서른인데 엄마는 맨날 전화하고, 직업은 그저 그렇고, 결혼도 못 한’ 상태다. 연민을 느낀 무슈 김은 〈러브 포에버〉 보험에 들고, 둘은 결혼해 보험 문제로 얽히게 된다.
개인간의 탄생
결혼은 했지만 여전히 백수인 무슈 김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경찰견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이렇다.
“경찰견은 개이지만 경찰이기도 하겠군. 그런데 경찰은 공무원이기도 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경찰견도 공무원인 거지! 그럼 혹시… 내가 경찰견이 되는 것은 어떨까?”(12쪽)
황당하면서 엄청난 계획 자체도 우습지만, 멍청한 남편보다는 차라리 훈련된 개 남편이 나을 것 같아 이를 허락하는 마담 김 역시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다. 필사의 노력 끝에 개인간이 된 무슈 김은 진짜 개들과 거의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그러나 외적인 변화는 하나도 없다), 개나 고양이, 비둘기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모두가 무슈 김을 당연하다는 듯이 개 취급한다. 그사이 보험회사의 악명 높은 보험 조사원 빅아이와 눈이 맞은 마담 김은 보험금 때문에 무슈 김을 개장수한테 팔아넘기고, 인간의 특성을 살려 목숨을 건진 무슈 김은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침침한 이씨 영감이 운영하는 ‘미나주’ 카페의 애완견 룰루가 된다.
개인간, 임무를 완수하라!
무슈 김은 나름 유명해져 텔레비전 방송에도 나오고, 한국 토종개의 우수성을 보여준 개로 인정받아, 북에 화합의 선물로 보내지기까지 한다. 아이러니하게 “공산국가에서는 나라가 일거리를 줄 테니 다 공무원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52쪽)라는 비둘기의 말대로 공무원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북한의 박 장군 실험연구소에서는 ‘왈왈 프로젝트’가 야심차게 진행중인데 엘리트 견들을 모아놓고 훈련을 시켜 서울을 테러할 계획을 갖고 있다. 폭탄 운반견이라는 박 장군의 기발한 발상은 개들의 특성상 지금껏 열매를 맺기 힘들었는데, 개인간 무슈 김의 등장만으로 박차를 가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이씨 영감 카페로 다시 돌아온 무슈 김, 아니 룰루는 같이 훈련 받은 북의 다른 개들을 불러 모은다. 이 엄청난 계획은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 또 다른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고 허무하게 끝이 난다. (물론 무슈 김이 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유일하게 아는 이씨 영감 카페의 개 오팔루는 이 계획을 알고 경찰서에 신고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개소리, 장난전화 취급만 받는다.)
개인들의 무심함도 다정함으로 바꾸는 작가의 눈
『개인간의 모험』이라는 제목만 보면 누구나 ‘개인’을 생각하지 ‘개+인간’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품엔 개인간 무슈 김 말고도 다양한 개인이 나온다. “저놈은 자기 회사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며 충성하는, 그런 개 같은 인간이죠!” (72쪽)라는 고객의 말대로 빅아이는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에서 승승장구했으나 개인간이 된 무슈 김이 언제 복수하러 나타날지 몰라 불안과 망상에 빠져 지낸다. 카페 주인 이씨 영감은 귀가 잘 안 들려 커피 주문을 맥주로 알아듣지만, 눈이 침침해 결국 커피를 내주는 식으로 바를 운영한다. 그렇지만 미나주 카페는 돈 없고 시간 많은 근처 미대 졸업생들에겐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하루 종일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다. 또 사람들 못지않게 대활약을 펼치는 비둘기도 있다. 이들은 차에 깔려 죽은 동료 비둘기를 위해 복수해달라고 무슈 김에게 요청하고, 정의 실현을 위해 남과 북을 오가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비둘기’의 선입견을 벗어난다. 북의 엘리트견 토미, 미미, 푸들 동무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남쪽으로 와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특히 남들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개인 줄 알고 지낸 고양이 미미가 정체성 혼란을 빚는 광경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유머로 웃음을 자아낸다.
황당하지만 날카롭고 재미있는 한국적인 이야기
작가가 십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구성하던 『개인간의 모험』은 “한국 출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불어로 진행”했다고 한다. 이 만화는 어쩌면 여전히 독자들에게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단지 북한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지금껏 우리가 상상하는 범주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제 단단히 굳은 머릿속을 이 작품으로 가볍게 헝클어뜨려도 좋을 듯하다. 이 작품을 사실적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사람들은 안심해도 된다. 박 장군이 이씨 영감의 아들이 되어 이씨 영감의 카페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으니.
『개인간의 모험』은 그야말로 개-인간의 모험인 동시에 개인 간의 모험을 보여준다. 개인간이 되어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모험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쿨한 유머로 까발리고, 긴장 상태의 남과 북을 훈훈한 정으로 이어 준다. 작가는 놀라운 친화력과 통찰력으로 개와 고양이와 오리, 그리고 남과 북까지 하나로 모으고 우리 사회 개인 간의 관계를 역설적이게도 정확하게 파악해 보여준다. 유럽풍의 발랄한 색감과 부드러운 펜선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보다 작품 속 화자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독자들은 또 한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니 심각해할 필요 없다. 그저 웃으며 즐기면 그걸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