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반세기 한국 고대사 연구 성과의 총결산, 한국 고대사 연구의 모든 것!
우리나라 고대사 연구의 궁극적인 과제는 사료의 한계를 극복해서 역사의 참모습에 다가가는 데 있을 것이다. 사료의 한계는 상고(上古)로 올라갈수록 심각해, 한국 고대사 연구자들은 고조선에서 삼한에 이르는 역사 전개의 대강만이라도 알기 위해 고고 발굴의 성과에 주목하고 인접 학문의 일반론적 가설을 원용해서 사료를 재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고대사 연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문헌 고증을 넘어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한 연구가 활성화되었고, 금석문과 목간 등 새로운 문자 자료의 발견으로 연구 내용이 심화되고 주제도 다변화되어 고대사 이해의 폭을 넓혔으며, 어느 정도 체계적인 인식도 가능해졌다. 또한 최근 학계 차원에서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 성과에 대한 정리와 평가가 다양하게 이루어짐으로써 한국 고대사 연구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전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 고대사 연구에 평생을 바치고, 고조선과 고구려 등 고대사의 대표 학자로 학계를 이끌어오고 수많은 후학들을 양성해낸 서울대 국사학과 노태돈 교수의 정년을 기념해 지난 반세기 한국 고대사 연구 성과를 총결산하고 있다. 또 그동안 집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론을 부단히 개발해 연구의 지평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 국내외 58명의 고대사 연구자가 기존의 문헌 사료와 고고 자료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서 연구 내용을 더욱 심화시켜 한국 고대사상을 다채롭게 구축해냈다. 한국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펴낸 이 책을 통해 지금의 한국 고대사 연구 과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한국 고대사 인식체계를 정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목차
간행사
1부 연구의 흐름과 과제
동이 연구의 맥락과 과제 _ 서의식
한국 고대 건국 신화의 이해 방향 _ 문창로
한국 고대 국가와 율령(律令) _ 홍승우
조공ㆍ책봉을 둘러싼 논의와 고대 대외관계사 연구: 견당사(遣唐使)의 시대를 중심으로 _ 고미야 히데타카
청동기시대 초기 고조선의 중심지 문제를 둘러싼 최근 연구 동향 _ 송호정
고구려 왕릉 연구의 어제와 오늘 _ 이도학
의자왕과 백제 멸망에 대한 새로운 시각 _ 김영관
발해사 연구의 길 _ 송기호
발해 도성 연구의 현황과 과제 _ 윤재운
2부 개념과 이론
한국사에서 민족의 개념과 형성 시기 _ 기경량
공동체론 _ 김창석
고대 개발론 _ 김재홍
수장제론(首長制論)의 기초적 이해 _ 홍기승
한국 고대의 교역사 연구에 있어서 개념의 문제 _ 박남수
낙랑군 연구와 식민주의 _ 오영찬
가야(加耶),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_ 윤선태
신라사 연구에 있어서 ‘귀족’ 개념의 도입 과정 _ 이재환
역사 연구 방법으로서의 유형화: 이기백의 사상사 연구를 중심으로 _ 김수태
일본 ‘동아시아’ 용어의 함의 _ 이순근
3부 새로운 주제의 모색
고대사 연구와 현대성: 고대의 ‘귀화인’, ‘도래인’ 문제를 중심으로 _ 이성시
역사 지리에서 공간 구조로 _ 박성현
한국 고대 공간사 연구의 가능성 모색 _ 여호규
한국 고대사에서 바닷길과 섬 _ 강봉룡
한국 고대 여성사 연구 현황과 연구의 진전을 위한 제언 _ 김영심
한국 고대사 연구를 위한 베트남 자료의 활용 _ 권오영
고조선 및 시조 인식의 계승 관계 _ 조법종
고구려 불교의 의례와 수행에 관한 고찰(考察) _ 리차드 맥브라이드
신라시대 인간관계 양상의 변화와 청해진(淸海鎭) _ 고경석
중국 산시성 시안의 일본승 구카이(空海) 기념물 _ 권덕영
노태돈 교수 약력 및 연구 논저
필자ㆍ간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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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노태돈 교수 정년기념논총 간행위원회 (엮음)
출판사리뷰
동이 연구의 맥락과 과제_서의식
우리 민족의 기원과 형성을 밝히기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동이(東夷)’에 관한 연구는 여러 견해가 뒤섞여 그 실상을 가늠하기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민족의 이동과 함께 이루어진 일이라고 여기는 ‘이동설’이 오랫동안 학계의 이해를 얻어 왔으나, 최근에는 이동설을 부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선진(先秦) 문헌에 보이는 동이는 중국 민족의 한 갈래로서 한(漢) 대 이후의 사서에 나오는 동이와 서로 연관성이 없는 전연 별개의 존재라는 인식이 생겼으며, 학계의 이런 동향과는 무관하게 민간에서는 동이 전반을 우리 민족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확산되어 있었고,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한반도 북부에 살던 고조선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산둥반도와 보하이만(渤海灣) 해안, 랴오둥반도 등지로 진출한 것이었다는 견해도 제시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고대사를 이해하는 출발점이자 방향타라고 할 동이에 대한 인식은 그 기본이 오리무중의 난맥 속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동이를 둘러싸고 제시된 여러 견해의 분기점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 내면에 깔린 발상과 그것이 가진 문제점을 점검한 다음, 향후의 이해 방향을 가늠함으로써 한국 고대사 이해체계의 벼리에 해당하는 중요 과제인 동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조공·책봉을 둘러싼 논의와 고대 대외관계사 연구: 견당사(遣唐使)의 시대를 중심으로
_고미야 히데타카
조공책봉관계론(朝貢冊封關係論)은 전근대 한반도의 외교에 관한 논의로, 공물(貢物)의 헌상이라는 ‘조공(朝貢)’ 행위와 중국 황제가 한반도에 있는 왕에게 작위를 수여한다는 ‘책봉(冊封)’ 행위가 결합한 것이다. 이것이 전근대 한반도의 대(對)중국 외교를 관통하는 특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한일 양국의 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국사의 입장을 활용한 국제관계론(대외관계사)이었다. 그러나 조공체제론이나 조공책봉관계론은 대외관계사적인 측면에서 한일 양국 연구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일 양국 고대 대외관계사의 기저에는 조공과 책봉이 존재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비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아직 고대사 연구에서는 이러한 논의들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측면에 주목해 전후의 한일 학계가 고대의 조공책봉관계론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교 검토함으로써 그 안에서 정합성(整合性)을 찾고자 한다.
청동기시대 초기 고조선의 중심지 문제를 둘러싼 최근 연구 동향_송호정
고조선은 청동기 사회의 발전을 바탕으로 철기를 비롯한 금속 문화가 보급되면서 농업 생산력이 한층 발전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분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국가를 형성한다. 따라서 고조선사를 정리할 경우 시간적으로는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의 고조선을 구분해서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고, 공간적으로는 고조선 주민 집단의 활동 무대였던 중국 동북 지방과 한반도 북부의 청동기·초기 철기 시대 고고학 자료를 주 대상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고조선사의 공간 문제와 관련해 그 중심지와 경계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남만주 지역의 비파형동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랴오시(遼西) 지역의 비파형동검 문화인 쓰얼타이잉즈문화(十二台營子文化)를 초기 고조선의 문화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현재까지의 고고 자료 출토 상황을 고려하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글은 최근 고고학계에서 많이 논의되는 쓰얼타이잉즈문화가 초기 고조선의 문화라는 주장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연구자들 간에 합일된 견해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한국사에서 민족의 개념과 형성 시기_기경량
‘민족(民族)’이라는 용어만큼 널리 쓰이면서도 또 위태로운 용어는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민족’의 개념을 범주화해 정의 내리기 힘들다고 하는데, 이는 ‘민족’의 사례와 용도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민족은 원래 영어 네이션(nation)의 번역어인데, 네이션의 일반적인 한국어 번역은 ‘민족’뿐 아니라 ‘국민’과 ‘국가’도 있다. 이중 국민과 국가는 상호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므로 한데 엮는다 치더라도 민족과 국민은 대단히 큰 의미 차이가 있다. 단적으로 말해 네이션은 민족이 아니다. 민족의 의미와 국민의 의미가 결합되어 있는 네이션이라는 단어에 정확하게 상응하는 한국어는 없다.
한편 한국사에서 민족은 전근대부터 이미 존재했다. 하지만 민족은 생각만큼 단단한 실체는 아니며, 일정한 생물학적 기준의 편차 안에만 들어온다면 귀속의식이라는 관념에 크게 의존하는 존재다. 따라서 민족의 형성 시기를 구명하는 작업은 그러한 자의식이 역사적으로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살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역사적 용어로서의 민족·국민·네이션 개념에 대해 정리한 뒤, 정리된 민족 개념을 한국사에 적용했을 때 그 형성 시기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해 검토함으로써 민족에 대한 더 정확하고 심도 있는 이해를 추구한다.
공동체론_김창석
공동체는 한국 고대 사회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친족’공동체·‘읍락’공동체·‘촌락’공동체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저마다 고대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 집단으로 이들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통해 고대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고자 했다. 그런데 공동체는 고대 사회뿐 아니라 고려와 조선 시기에 향도공동체, 향촌공동체 등이 존재했으며, 한민족공동체·유럽경제공동체라고 해서 현대의 남북한, 나아가 국제 관계 분야에도 사용되어 인류공동체까지 나올 지경이다.
공동체가 이처럼 남발된 이유는 그 개념이 모호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이러한 틀을 가지고는 공동체의 내포와 외연을 분명히 규정하기가 어렵다.
이 글에서는 한국 고대사 연구의 유력한 도구이자 방법론이었던 공동체론이 한국사 연구에 수용되어 논의되어 온 양상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고대사 연구에서 공동체를 거론할 때 유의할 점을 짚어 본다. 이를 통해 공동체론이 보다 풍부하고 정교해져, 자료를 해석하는 데 다시 활용됨으로써 생동하는 역사상을 재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고대 개발론_김재홍
한국 고대 사회의 성격은 생산 양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생산 양식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역사적 결합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고대 사회에서 농업은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 자체이자 국가 산업의 토대였다. 따라서 노동력·노동 수단·노동 대상의 세 가지 구성 요소가 어우러진 농업 생산력의 발전은 고대 사회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동인이었다.
이 글은 이 같은 한국 고대의 농업 생산력을 해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대 개발론의 시각에서 미개간지인 자연을 경지로 전환하는 고대인들의 생산 활동을 검토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 수단인 철제 농구를 실증적으로 검토해 각 시기의 주도적인 농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구 개발을 주도한 인간의 역할과 공동체의 구조에 대한 이해도 모색한다.
이와 같이 한국 고대사를 개발의 과정으로 볼 경우 철제 농구, 계층 분화, 촌락의 여러 사회적인 요소를 유기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수장제론(首長制論)의 기초적 이해_홍기승
한국 고대 지방 사회의 모습을 보여줄 만한 자료는 매우 부족하다. 그런 까닭에 우리보다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고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가 진전된 일본 고대사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는 작업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일본 고대사의 여러 성과 가운데 ‘수장제론(首長制論)’은 고대 일본의 지방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관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국 고대사의 입장에서 수장제론을 정리하거나 활용한 연구는 찾을 수 없다. 도식적인 대입이나 맹목적인 추종은 금물이겠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한국 고대사를 돌아보는 작업은 그동안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수장제론의 기초적 이해를 시도해 본 것으로, 수장제론의 기폭제가 된 이시모다 쇼(石母田正)의 논의를 정리하고, 이후 제기된 여러 견해를 소개한다. 또한 수장제론의 시각에서 한국 고대의 지방 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시론적인 차원에서 검토한다.
한국 고대 공간사 연구의 가능성 모색_여호규
인간은 공간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삶을 영위해 왔다.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인류 역사의 근본 조건을 이루는 것이다. 인간은 처음에는 자연 공간 속에서 천연 식량 자원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했지만 농경과 정착 생활을 하면서 인공 공간을 생산하고, 도시의 발달이나 국가 형성과 더불어 공간은 더욱 거대하고 복합적인 양상을 띠며 인간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곧 공간은 단순히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 전개와 더불어 끊임없이 재생산된 사회적 산물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각 시기의 공간 조직은 해당 시기의 사회관계나 정치체제를 형성하는 배경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고대 사회를 구성하던 여러 장소를 다각도로 분석한다면, 한국 고대사의 다양한 면모를 보다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고대 도성이나 국가 전체의 공간 구조를 새롭게 고찰할 실마리를 확보함으로써 한국 고대 공간사 연구의 가능성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