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화된 밤(문학동네 평론선)

정화된 밤(문학동네 평론선)

19,800 22,000
제조사
문학동네
원산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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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문학은, 그리고 삶은 그런 무해한 것이 아니다.”
차가운 관능으로 타오르는 착화(着火)의 글쓰기
권희철 두번째 평론집


“단정짓지 않고, 해결하지 않고, 공언하지 않는”(시인 김혜순), “너무나 많이, 정확하게 읽는”(평론가 서영채) 평론가 권희철. 예외적으로 탁월하고도 믿음직한 평론가의 탄생을 알린 그의 첫 책 『당신의 얼굴이 되어라』를 수식한 저 문장은, 9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평론집 『정화된 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실과 문학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쓰인 더욱 단단하고 깊어진 글을, 한 젊은 평론가가 명실상부 한국문학장의 주춧돌로 조형되어가는 과정을 우리는 『정화된 밤』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정화된 밤』에 실린 글은 단 한 편도 허투루, 가벼이 쓰이지 않았다. 이는 함부로 비약을 허락하지 않는 문장과 논거로 하여금, 충분한 것만으로 불충분하기에 쉬이 해소하고 화해하려 들지 않는 자세로 하여금, 텍스트를 대하는 그의 성결한 태도로 하여금 모든 글이 구성되었기 때문일 터. 그는 기존의 유행하는 담론에 복무-복창하는 대신 차라리 불가능성의 진창과 대결해 문학을 문학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그는 불화를 격화하고 또 감당함으로써 문학을 더 먼 곳으로까지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다. 쉬운 찬미를 선택하기보다 텍스트와 자신을 한계 역량까지 밀어붙여 텍스트의 체험을 체험으로 되돌려주는 작가이다.

그의 고투-쓰기는, 이번 책의 제목 ‘정화된 밤’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출발하였다. “매혹적이지만 해명되지 않은 불충분한 것(밤)을 끝까지 밀고 나가서 넘어서고자(정화)” 하는 것으로서의 비평, 현실과 자신의 허위마저도 직시하며 도약하기 위한 쓰기, 그리고 이를 거의 관능적으로 느껴지는 문체와 독창적인 목소리로 전달하기. 어떻게? “신비로운 밤의 왕국이 잔혹한 낮의 왕국을 구제하리라는 망상을 경계하면서, 밤의 비진리를 망상으로 끌고 가려는 해석의 욕망을 절제하고 텍스트 안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객관적인 장치들을 끄집어내면서, 그런 장치들로 낮과 밤의 대립을 해체하고자 하면서.”(「책머리에」에서)

목차

책머리에

1부
시의 음악
음부(陰部/淫婦)의 입술이 세계의 성기性器를 삼킬 때-김언희론
재난 장치 고안자-배수아의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무와 형상 사이에서 주사위 던지기-공시네론
개에 관한 명상
빛에 관한 시론-강성은의 『단지 조금 이상한』
오늘의 날씨-임솔아의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2부
착화(着火)
다시쓰기, 받아쓰기, 이어쓰기
복자에게
아이러니와 아날로지-박형서론
나, 문학권력은 이렇게 말했다
제로-『문학동네』 100호를 펴내며

3부
소설은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김남숙 소설어 작은 사전, 혹은 불가능한 사랑-김남숙의 『아이젠』
한낮의 우울-이주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미뤄지지 않는 것-김금희의 『나의 사랑, 매기』
욕망의 글쓰기
사랑의 글쓰기-김봉곤의 『여름, 스피드』

4부
한줌의 불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한강론
사드-붓다의 악몽-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우리’의 확장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부디 너의 젊음이 한시 바삐 지나가기를-이해경의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
아무것도 아닌 것, 아무것도 아닌 것-김홍의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에필로그
지금 마시고 있는 그 술잔이 마지막 잔인지 아닌지를
셉티머스의 컵

저자

권희철

출판사리뷰

“단정짓지 않고, 해결하지 않고, 공언하지 않는”(시인 김혜순), “너무나 많이, 정확하게 읽는”(평론가 서영채) 평론가 권희철. 예외적으로 탁월하고도 믿음직한 평론가의 탄생을 알린 그의 첫 책 『당신의 얼굴이 되어라』를 수식한 저 문장은, 9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평론집 『정화된 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실과 문학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쓰인 더욱 단단하고 깊어진 글을, 한 젊은 평론가가 명실상부 한국문학장의 주춧돌로 조형되어가는 과정을 우리는 『정화된 밤』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정화된 밤』에 실린 글은 단 한 편도 허투루, 가벼이 쓰이지 않았다. 이는 함부로 비약을 허락하지 않는 문장과 논거로 하여금, 충분한 것만으로 불충분하기에 쉬이 해소하고 화해하려 들지 않는 자세로 하여금, 텍스트를 대하는 그의 성결한 태도로 하여금 모든 글이 구성되었기 때문일 터. 그는 기존의 유행하는 담론에 복무-복창하는 대신 차라리 불가능성의 진창과 대결해 문학을 문학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그는 불화를 격화하고 또 감당함으로써 문학을 더 먼 곳으로까지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다. 쉬운 찬미를 선택하기보다 텍스트와 자신을 한계 역량까지 밀어붙여 텍스트의 체험을 체험으로 되돌려주는 작가이다.
그의 고투-쓰기는, 이번 책의 제목 ‘정화된 밤’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출발하였다. “매혹적이지만 해명되지 않은 불충분한 것(밤)을 끝까지 밀고 나가서 넘어서고자(정화)” 하는 것으로서의 비평, 현실과 자신의 허위마저도 직시하며 도약하기 위한 쓰기, 그리고 이를 거의 관능적으로 느껴지는 문체와 독창적인 목소리로 전달하기. 어떻게? “신비로운 밤의 왕국이 잔혹한 낮의 왕국을 구제하리라는 망상을 경계하면서, 밤의 비진리를 망상으로 끌고 가려는 해석의 욕망을 절제하고 텍스트 안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객관적인 장치들을 끄집어내면서, 그런 장치들로 낮과 밤의 대립을 해체하고자 하면서.”(「책머리에」에서)


문학과 철학, 그 사이에서 섬세하게 진동하는 비평
불화에서 착화로, 그리하여 정화된 밤으로


『정화된 밤』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는 시적인 것과 그것의 유동성-역동성을 담은 글을 모았다. 배수아의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를 다룬 「재난 장치 고안자」는 ‘텍스트-체험’이라는 차원에서, 앞서 말한 체험을 체험으로 되돌려주는 예로 아쉬움 없는 글이다. 「개에 관한 명상」은 시와 소설 그리고 영화를 자재하게 넘나들며 ‘시적인 것’에 대한 해묵은 오해와 속박을 해방시키는 데까지 나아간다.
2부에는 여러 텍스트가 얽히고 짜여, 보다 거대한 텍스처가 되어가는 과정을 분석하는 글을 담았다. 특히 「착화」와 「나, 문학권력은 이렇게 말했다」는 이 책 속에서도 가장 도발적이자 과감한 글이다. “삶의 다양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가 모순인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모순이 삶을 살아 있는 삶으로 만드는 것”임을, “삶의 운동을 보다 격렬하게 다시 겪고 그것을 가속화하려는 욕망에 불을 지피는 (…) 문학의 ‘체험’은 다른 무엇보다 바로 이 착화(着火)에 있다"(「착화」)는 사실을 그는 감동적으로 설득해낸다. 더불어 박형서의 소설을 밀도 높게 분석한 「아이러니와 아날로지는」 2019년 젊은평론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삶의 운동을 가속화하려는 욕망에 불을 붙인다는 것, 그러니까 문학의 체험이라는 것에는 불안과 혼란, 기쁨과 흥분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수치심과 복종이 함께 들어 있다. 문학의 체험은, 모순의 그 밀고 나가는 힘을 감당한다는 것은 우리를 찢어버리는 힘에 우리 자신을 내맡기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문학의 체험은 뜨겁게 빛나는 불의 관능과 함께 그것이 주는 꾸짖음과 수치심을 감당하는 것이다. _「착화」에서(137쪽)

3부는 “사랑이라는 진부하면서도 까다로운 그럼에도 얽힘을 향한 열망과 구분하기 어려운 주제에 접근하고 있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권여선, 김금희, 최은미 등 우리에게 반갑고도 익숙한 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질감으로 끄집어내는 3부의 글들은, ‘사랑’이라는 관념 역시 빈약한 “언어의 진창”(바르트)으로부터 구해내 새롭게 재정의한다. 특히 「소설은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에서 드니 드 루즈몽과 쥘리아 크리스테바를 경유해 ‘문학과 사랑과 정치적 무의식의 관계’를 상정해보는 한 가설은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환기가 될 것이다.
4부는 한강, 김영하, 황정은의 소설을 통해 “윤리적인 것, 정치적인 것, 인륜적인 것을 부분적으로 함축하는” 글을 담았다. 2015년에 발표된 「한줌의 불」은 한 치 앞도 낙관하기 어려운 혐오의 시대인 2022년에도 작동하는 듯 읽힌다. “‘필연’에 굴복하기를 거부하고 ‘필요한 것’을 창조해내기 위해 글쓰기라는 시련을 견뎌낸다고도 생각한다. 그것이 세계가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못하게끔 그 생성적 힘을 자극하는 위대한 거짓말, 예술이라고 말해보고 싶다”라는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무르게 되는 까닭도 그 때문일 것이다.

성실한 비평은 이해 불가능하고 전달 불가능한 영역에 육박해 들어가는 고유한 문학적 체험을, 그러나 함께 그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어렴풋하게라도 느낄 수는 있었을 그 체험을, 이해 가능하고 전달 가능한 문장과 담론으로 번역하기를 시도한다. 이때 비평은 이해 불가능하고 전달 불가능한 체험 쪽에 다가가는 한에서 그 자신이 문학작품에 가까워지고, 그것을 이해 가능하고 전달 가능한 문장과 담론으로 번역하는 한에서 철학에 가까워진다. 정확히 그 사이에서의 진동 위로 비평은 걷고 있는 것이다. _「나, 문학권력은 이렇게 말했다」에서(210~211쪽)

경건하고 겸허한 자세로, 때로는 과감하게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그는 기꺼이 불화하고 흔들린다. 이것은 모순이 아니다. 그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그 모순이 발생시키는 ‘긴장’ 이외에 문학의 체험은 아무것도 아니”므로, “바로 이 모순에 의해, 삶은 결코 멈춰 있을 수 없고 끊임없이 새롭게 자기 자신을 재조정해가며 무한히 풍부하고 다양한 상태들을 겪어내게”(「착화」) 되는 것이므로. 이 모순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기에 그는 진동하고 떨고 불화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한에서-그러하기에, 그의 글 안에서 ‘작품’과 ‘비평’이라는 해묵고도 불필요한 위계와 대립은 무화되어 신비롭게 결속하기도 하는 것이다. 읽고 쓰는 자에 의한, 읽고 쓰는 자들을 위한 문학에 대한 탁월하고도 근사한 한 응답이 『정화된 밤』에 있다. 그 떨림의 궤적을, 차갑게 타오르는 불꽃의 일렁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무늬를 부디 함께 체험할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다시, 그럼에도, 밤의 비진리를 경유하지 않고는 낮의 진리를 움직일 수 없으리라. 그러니까 밤의 시간을 말소하는 대신 정화된 밤에 이르러야 한다. 정화된 밤은 스스로를 배신한 밤이 아니고 낮과 화해한 밤이 아니다. 정화된 밤은 밤의 시간을 특권화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는 바람에 낮의 왕국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면서, 진리와 비진리의 변증법을 끝까지 밀고 나가 낮과 밤의 대립의 구속으로부터 시간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 정화의 필요에 도달하기 위해 내게는 우글거리는 밤의 시간들을 통과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말하고 싶다.
2022년 봄
권희철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정화된 밤(문학동네 평론선)
저자/출판사
권희철,문학동네
크기/전자책용량
145*210*29
쪽수
544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22-03-25
목차 또는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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