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든 시각예술의 핵심 요소인 ‘프레임frame’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는 책. 프레임이란 무엇인가? 그 사유가 싹튼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 기능과 특성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이 책은 회화, 사진, 영화 등 다양한 작품 분석을 통해 우리의 인지 지형을 바꾸는 프레임의 수사학적 근원과 그 흐름을 추적한다.
“프레임은 재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며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수용의 조건이다. 모든 예술가는 프레임을 통해 세계라는 혼돈 속에서 하나의 시각장을 선택하고, 경계를 설정하며, 그 내부 요소들에 각각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프레임은 이미지가 끝나는 곳이자, 이미지 바깥의 세계가 시작되는 곳이다. 프레임 안에는 그 한계를 지키려는 힘과 이를 넘어 외부로 나아가려는 힘이 항상 공존한다.” _김호영
목차
프롤로그 08
PART. 1 프레임
프레임이란 무엇인가?
1_ 이미지의 모태이자 기호적 절단 14
2_ 분리이자 통합, 한정이자 위반의 경계 18
회화에서의 프레임
1_ 이미지의 경계에서 조형적 또는 물리적 틀로 23
2_ 파레르곤으로서의 프레임 30
3_ 불확정성의 기호로서의 프레임 40
사진과 영화에서의 프레임
1_ 사진의 프레임: 순간의 한정과 공간의 해체 47
2_ 영화의 프레임: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주형 54
PART. 2 이차프레임 혹은 프레임 안의 프레임
조형적 형식: 유혹과 강조
1_ 깊이감과 실재감의 강화: 회화의 경우 70
2_ 시선의 유혹: 시각적 강조에서 서사적 강조로 76
3_ 행동의 틀 그리고 조형적 구성요소: 영화의 경우 86
이중적 공간 혹은 비가시 세계의 문턱
1_ 문턱 혹은 매개공간으로서의 이차프레임 92
2_ 의미의 이중화 혹은 디제시스의 공간적 확장
: 반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 107
3_ 비가시 세계의 가시화 혹은 디제시스의 심층적 확장
: 다메시나의 〈서재의 성히에로니무스〉 115
시각적 미장아빔과 서사적 미장아빔의 조우
1_ 서사의 주제 표상 130
2_ 서사구조 또는 형식 암시 136
3_ 시각적 갈등 혹은 서사적 확장 기호로서의 이차프레임 141
자아의 공간 혹은 자기반영의 기호
1_ 자아의 공간으로서의 이차프레임 149
2_ 회화의 자기반영적 공간 165
3_ 영화의 자기반영적 기호 180
PART. 3 탈프레임화
탈중심화에서 탈프레임화로
1_ 회화에서의 중심화와 탈중심화 196
2_ 영화: 탈중심화에서 탈프레임화로 205
프레임과 외화면 혹은 프레임과 바깥
1_ 영화 외화면의 유형과 특징 212
2_ 상상적 공간으로서의 외화면 225
3_ 시간의 영역으로서의 외화면 혹은 바깥 231
회화와 영화에서의 탈프레임화
1_ 회화에서의 탈프레임화 235
2_ 영화에서의 탈프레임화 249
참고문헌 265
찾아보기 274
저자
김호영
출판사리뷰
시각예술에서 ‘프레임’의 기능과 의미작용의 변화를 추적한 첫 국내 연구서
“프레임은 재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며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수용의 조건이다. 모든 예술가는 프레임을 통해 세계라는 혼돈 속에서 하나의 시각장을 선택하고, 경계를 설정하며, 그 내부 요소들에 각각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프레임은 이미지가 끝나는 곳이자, 이미지 바깥의 세계가 시작되는 곳이다. 프레임 안에는 그 한계를 지키려는 힘과 이를 넘어 외부로 나아가려는 힘이 항상 공존한다.” _김호영
이 책은 모든 시각예술의 핵심 요소인 ‘프레임frame’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는 책이다. 그간 이미지 및 영화 연구에 매진해온 영화학자이자 불문학자 김호영은 이번 책에서 ‘프레임’을 화두 삼아 시각예술 전반을 아우르며 프레임의 개념과 그 기능의 변화과정을 추적한다. 『영화이미지학』(2014)에서 이미 보여준 철학적 사유의 영역을 회화, 사진, 영화까지 확장하여, 저자는 시대별로 장르별로 프레임에 대한 인식이 언제부터 싹텄고 어떻게 그 의미작용이 바뀌며 우리의 미학적 사유를 부단히 새롭게 자극해왔는지, 다양한 도판자료와 더불어 여러 미학자-철학자의 관점을 비교하며 그 사유의 흐름을 살핀다.
오늘날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최첨단 시각 우위 시대의 인류에게 눈과 세계가 만나 형성되는 ‘세계관’의 출발을 사유하는 데 있어 ‘프레임’은 매우 긴박한 화두다. 프레임은 이미지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즉 ‘시각 대상’으로 구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흔히 프레임은 정치-경제-심리 등 우리의 인식 전반을 갈무리하는 실용적 도구적 관점에서 기술되어온 게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프레임 미학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시각예술 연구에서조차, 이에 관한 본질적 고찰과 탐구는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소홀하거나 부재했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 책의 연구 목적을 프레임의 기능과 의미작용에 관한 사유의 확장을 통해 예술 전반에 대한 안목과 사고의 확장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데서 찾는다. 이 연구는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실재와 이미지, 현실과 상상 세계를 오가는 ‘재현’ 문제에 대해, 역사적으로나 동시대적으로나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작품 분석을 통해 ‘창작과 보기’ 사이에서 기술과 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보여주고 볼 것인가에 관해, 새롭게 프레이밍해볼 수 있는 분명한 계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 책에서 프레임 미학론의 특색과 차이에 따른 분류
: 프레임, 이차프레임, 탈프레임화
저자는 우선 그간 제대로 숙고된 적 없는 ‘프레임’에 관한 정의부터 문제삼는다. 즉 프레임이란 무엇인가? 그 개념적 정의에 대한 인식의 근원을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이를 둘러싼 기존의 회화, 사진, 영화 간의 차이와 결부된 논쟁과 관점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달라져왔을까? 이 책은 프레임 미학론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주로 회화와 영화를 중심으로 시대별 장르별 비교와 더불어, ‘프레임’(1부), ‘이차프레임 혹은 프레임 안의 프레임’(2부), ‘탈프레임화’(3부)으로 구성된다.
우선 1부 「프레임」에서, 저자는 시각예술에서 재현의 기본 조건인 프레임을 “이미지의 모태이자 기호적 절단”이면서 “분리이자 통합, 한정이자 위반의 경계”로 정의한다. 또한 그 인식의 근원을 정확히 단정지을 순 없으나, 그림이 등장한 동굴벽화 시대에서 더 나아가 이미지의 틀이자 경계로서 프레임에 관한 ‘조형적’ 인식은 선사시대의 도기에서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문명을 거쳐 기원후 2세기에 ‘물리적’ 틀로서의 액자가 처음 등장하고, 차츰 중세에서 르네상스 종교제단화로 넘어오면서 이 물리적 틀로서의 속성은 더 구체화된다.
여기서 저자는 ‘프레임-액자’라는 관점에서 칸트와 데리다의 관점을 비교하는데, 프레임(액자)을 작품의 내재적 요소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본 칸트의 ‘파레르곤parergon’(‘작품ergon’+‘주변para’의 합성어) 개념에 대해 데리다는 프레임 자체는 내부와 외부에 상호간섭하는 이중적 속성이 있음을 칸트가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작품의 의미망과 담론 형성에 관여하는 기호체이긴 하나 그 의미 자체는 불확정성과 비고정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회화를 벗어나 사진과 영화에서도 프레임의 문제를 고찰하는데, 19세기 전반 사진기의 등장과 더불어 급변한 이미지와 재현의 관계는 물론 프레임의 본질에 관한 인식의 변화를 주목한다. 이제 프레임 자체는 고정적 물리적 틀로서가 아닌 임의적이고도 가변적인 경계로서 부각되며, 회화가 이미지와 세계의 이질성을 강조한다면 사진은 이미지가 곧 세계의 일부인 동질성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외젠 아제의 사진을 예로 들며,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 논의와 실재의 낙인으로서 유사성과 동질성에 기인한 사진론을 펼친 롤랑 바르트, 공간보다는 순간의 포착인 ‘시간’에서 사진의 미학적 프레이밍(‘부유하는 프레이밍’ 개념)에 주목한 파스칼 보니체가 소개된다.
또 영화에서는 ‘틀cadre’로서(회화)가 아닌 ‘가리개cache’로서(영화) 프레임의 차이를 짚은 앙드레 바쟁, 그것의 대립적 구도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영화 프레임의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특성을 강조한 자크 오몽, 운동-이미지와 시간-이미지로서 가변적 유동적 주형으로 영화 프레임을 바라본 질 들뢰즈를 비교한다.
2부 「이차프레임 혹은 프레임 안의 프레임」에서는, 회화-사진-영화 등 다양한 시각예술작품 안에 삽입되는 ‘프레임 안의 프레임’(창, 문, 벽, 아치, 거울 등)으로 이차프레임을 정의하면서, 이차프레임이 여러 예술가의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얼마나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도판 분석 사례와 더불어 보여준다.
이를테면 화면의 깊이감과 실재감의 구현(마사초 「성삼위일체」, 벨리니 「성모와 성인들」 등의 회화), 특정 요소를 강조하기 위한 시선의 유혹 또는 분산(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그림 「예수 책형」과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 「런던」), 인물 및 오브제의 반경 설정이자 조형적 구성요소(조르주 멜리에스, 루이 푀야르, 프리츠 랑,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등의 영화작품들), 이중적 매개공간 혹인 비가시세계의 문턱(마사초 「성삼위일체」와 프라 안젤리코 「수태고지」), 의미의 이중화 혹은 디제시스의 공간적 확장(얀 반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 「서재의 성히에로니무스」와 안토넬로 다메시나 「서재의 성히에로니무스」), 시각적 서사적 미장아빔 구조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감금 또는 고립 등 서사의 주제 강조나 구조 및 형식의 변화 표현(박찬욱, 차이밍량, 오즈 야스지로 「동경 이야기」 「만춘」, 김기영 「하녀」, 자크 오디야르 「러스트 앤 본」 등의 작품),
서사적 갈등에서 정신적 사건 반영(홍상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 ‘자아’의 내적 상태(욕망, 분열, 상실 등)를 드러내는 자기반영적 공간(폴 델보 「거울」, 아녜스 바르다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 마틴 스코세이지 「택시 드라이버」,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창가의 여인」, 살바도르 달리 「창밖을 보는 소녀」, 오슨 웰스 「시민 케인」 「상하이에서 온 여인」, 알랭 레네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 등에서의 거울, 빌헬름 함메르쇠이 「실내」의 문, 칼 드레이어 「오데트」 「게르트루드」 등의 거울-창-문, 짐 자무시 「천국보다 낯선」의 창유리, 르네 마그리트 「금지된 재현」의 거울과 「인간의 조건」의 창가 캔버스, 벨라스케스 「시녀들」의 거울, 마네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의 거울, 앨프리드 히치콕 「이창」의 창문, 웨스 앤더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다양한 액자구조) 등이 그것이다.
3부 「탈프레임화」에서는, 회화에서 사진과 영화로 넘어가면서 프레임의 의미작용이 변화함에 따라 내화면과 외화면의 관계, 특히 외화면 영역과 관련한 논의들이 새롭게 재기되면서 부각되는 탈프레임화 경향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탈프레임화’는 “프레임 바깥에 대한 작업 및 그 작업을 통해 형성되는 미학적 양식”을 뜻하며, 프레임의 속성 자체를 전복시키고 해체하고 위반하는 목적성을 지닌다. 이는 절단된 이미지의 바깥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 고정 이미지로서의 회화나 사진에서 더 두드러지긴 하나, 영화는 때로 인과적 운동성을 지닌 서사예술로서의 속성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면서 프레임 자체에 대해 훨씬 더 중층적이고 폭넓은 사유를 유도한다.
이러한 경향은 고전적인 인본주의적 시각과 이성-주체 중심의 사고체계에 대한 회의 및 성찰이 시각예술 전반에도 반영된 프레이밍이랄 수 있다. 고전 회화에서 일점투시법(원근법)에 따른 기하학적 중심화에서 작가의 의도에 따른 탈중심화로 나아가는 경향(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에서 틴토레토 「성마르코 유해의 발견」으로)을 살피면서, 근대에 들어 점점 짙어지는 빈 중앙을 보여주는 회화(클로드 모네 「생라자르역, 기차의 도착」) 분석은 물론, 영화 자체가 어쩌면 태생적으로 ‘외화면’의 허구적 영역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로써 탈중심화-탈프레임화가 그 본질적 속성에 가깝다는 통찰까지 나아간다(뤼미에르 형제 「라시오타역에 도착하는 기차」).
아울러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심화의 반대항은 탈중심화가 아닌 탈프레임화”라는 오몽의 말을 빌려, 결과적으로 중심을 강화하는 탈중심화에서 “수사학적 조작자”로서 화면과 동등한 의미작용 영역으로서의 외화면에 대한 탈프레임화 사유로 나아간다(장 르누아르 「나나」, 웨스 앤더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장뤽 고다르 「네 멋대로 해라」, 프랑수아 트뤼포 「400번의 구타」, 로베르 브레송 「사형수 탈출했다」 등).
무엇보다 여섯 가지 관점에서 최초로 외화면에 대해 분석한 노엘 버치의 사유를 기술하면서, 저자는 프레임 바깥에 대한 사유를 더 생산적으로 열어젖힌다. 즉 영화의 몽타주 양식에서 보듯, 탈프레임화는 외화면을 관객에 의해 재구성되는 영역, 즉 들뢰즈의 말마따나 공간적 시간적 차원인 ‘바깥’으로의 열린 영역에 대한 상상으로 우리를 이끈다는 것이다(스트로브-위예의 「엠페도클레스의 죽음」).
기존의 회화-사진-영화 작품에 관한 새로운 접근
다양한 미학자-철학자의 프레임론이 소개되는 미학의 향연
이 책에서는 김기영, 박찬욱, 홍상수 등 오늘날 한국 영화감독은 물론 차이밍량, 오즈 야스지로를 비롯해 뤼미에르 형제에서 조르주 멜리에스, 장 르누아르, 장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칼 드레이어, 앨프리드 히치콕, 프랑수아 오종, 웨스 앤더슨까지 여러 영화감독의 작품들을 ‘프레임’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외젠 아제나 로버트 프랭크 등의 사진작가, 동굴벽화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안토넬로 다메시나, 프라 안젤리코, 마사초, 벨리니, 틴토레토, 얀 반에이크 등을 거쳐 함메르쇠이, 마네, 달리, 마그리트, 드가, 레오나르도 크레모니니 등 현대 화가의 작품들까지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프레임의 수사학적 특징 속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꼼꼼하고 다채로운 이미지 분석을 맛볼 수 있다. 일례로 가장 최근의 혁신적인 ‘탈프레임화’ 논의와 가장 고전적인 최초의 영화 중 하나인 뤼미에르 형제의 「라시오타역에 도착하는 기차」의 논의가 만나는 지점은 묘한 아이러니와 더불어 영화 프레임에 대한 특징을 더욱 부각시킨다.
또한 칸트에서 노엘 버치, 파스칼 보니체, 앙드레 바쟁, 자크 오몽, 자크 데리다, 롤랑 바르트, 발터 벤야민, 질 들뢰즈, 루돌프 아른하임 등 이미지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예술철학가들의 사유가 이리저리 갈마들며 ‘프레임’에 관한 다양한 사유를 촉발시키는 지점을 잘 포착해낸 저자의 연구야말로 이 책의 미학적 향연을 한껏 끌어올리는 또다른 성취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