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최선을 다해 어른일 때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보다 깊고 보다 슬프고 이상하게 신비스러운 동시의 세계를 만나다!
시와 함께 걸어온 14년, 김륭의 첫 동시 평론집
2007년 신춘문예에서 시와 동시에 각각 당선되어 어른 시와 동시를 함께 쓰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륭 시인이 데뷔 14년 만에 첫 동시 평론집을 펴냈다. 새로운 동시의 출현을 가로막는 ‘동심’에 대한 오류를 짚어내고 동시 비평 활성화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이번 평론집에는 그럼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동시 작품들에 대한 소개는 물론 신춘문예 수상작을 중심으로 우리 동시의 현 주소를 진단할 뿐 아니라 우리 동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까지 담고 있다.
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 마세요』는 내면의 아이를 만나기 위한 각자의 마음 앞으로 이끈다. 이젠 잃어버린 비밀번호를 찾는 일만 남았다. 그것은 좋은 동시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그 비밀번호 또한 동시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시를 쓰는 창작자들에겐 따뜻한 격려이자 엄중한 질문이고, 동시를 읽는 독자에겐 친절한 길잡이이자 정답이 없어서 더욱더 빠져드는 질문이다.
목차
책머리에_ 아이들의 미래는 어른이 아니다 005
1부 동심과 말(언어)과의 연애라는 것은,
시보다 동시가 더 어려운 이유 013
환상은 찌릿찌릿 전기처럼 자란다 022
자전거를 기르자 035
난 늘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기다렸어 044
기척 055
생강밭 하느님과 ‘울 곳’ 062
발가락 073
2부 아름답고 또 아름답고 자꾸 아름답지만 아직 그 까닭을 잘 몰라서
고독 083
멀리 아주 멀리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살았던 곳이더군요 105
사랑, 상상, 질문 111
시인 김유진의 주술과 마법사 김유진의 힘 132
말의 뼈, 꽃의 몽상 142
인어공주 한정판 158
3부 모두에게 말을 건네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세계
숭어 169
동시 외전(外典) : 몸밖을 걸어 나온 ‘동심’의 경우 187
공기와 다투다 199
Inner Child 217
달걀 옮기는 쥐와 달을 옮기는 아이와 232
저자
김륭
출판사리뷰
시와 함께 걸어온 14년, 김륭의 첫 동시 평론집
‘동심 여행자’ 눈에 비친 우리 동시의 현재
“동시에서 아이들의 미래는 어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다. 동시가 보여주는 아이들의 미래는 “아이임을 잊거나 잃지 않고 가는 길이며, 그 길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 하여 그는 동시는 단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유치한 말놀이가 아니라 어린 시절을 가진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하는 문학이라고 단언한다. 동시를 쓰는 창작자이자 동시를 읽는 독자이며, 이미 훌쩍 커버린 어른이면서 마음속에 아이를 품고 사는 김륭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눈에 비친 우리 동시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2007년 신춘문예에서 시와 동시에 각각 당선되어 어른 시와 동시를 함께 쓰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륭 시인이 데뷔 14년 만에 첫 동시 평론집을 펴냈다. 새로운 동시의 출현을 가로막는 ‘동심’에 대한 오류를 짚어내고 동시 비평 활성화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이번 평론집에는 그럼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동시 작품들에 대한 소개는 물론 신춘문예 수상작을 중심으로 우리 동시의 현 주소를 진단할 뿐 아니라 우리 동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까지 담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 동시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길어 올린, 예리한 분석과 냉철한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한 편의 시 속으로 불러들인 아이들을 어른 작가로서 나는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글은 제대로 된 비평문이 아니다. 창작자로서 개인적인 견해를 앞세운 어쭙잖은 산문이나 ‘동심 여행기’라고 해야 옳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동시를 읽는 일’과 ‘인간다움을 묻는 일’, ‘동시를 쓰는 일’과 ‘아름다움을 묻는 일’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책머리에)
「책머리에」에서 시인은 이 책에 묶인 글들이 “제대로 된 비평문이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지만, 작가와 작품을 분석하여 어떤 ‘론’을 펼치는 것만이 비평의 일은 아닐 것이다. 시인은 동시를 읽고 쓰는 일을 ‘인간다움을 묻는 일’ ‘아름다움을 묻는 일’과 나란히 두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러기 전에 작품이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동시에 다가가는 첫 걸음일 테고, 그 걸음을 따라가다보면 인간과 삶의 본질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시인의 이러한 이야기는 그 어떤 비평문보다 동시와 삶을 향한 도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또한 이것은 “한 편의 시 속으로 불러들인 아이들을 어른 작가로서 나는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창작자이자 동시를 사랑하는 독자인 시인이기에 가능한 글쓰기인지도 모른다.
동시 속에서 재발견되고 재해석되는 ‘어린이’라는 사람
미완성이어서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영혼의 집짓기
이 책에서 시인은 “아이는 사람의 처음 모습이며, 동심은 마음의 처음 모습”인데, “듣고 보는 것이 눈과 귀로 들어와 사람의 마음속에서 주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동심을 잃어버린다”는 중국 명나라의 사상사 이지의 「동심설」을 자주 언급한다. 동심은 아이의 마음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이지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인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동시를 쓰는 시인들이나 동화를 쓰는 작가들에게 동심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뛰어난 아동문학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사랑을 건네는 것”이라는 데까지 확장된다.
아동문학이란 아이들에게 배달되는 어른의 마음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상상력이란 것도 대단한 창조력이 아니라 ‘나와 다른 세상과 사람이 되어보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의 세계에는 현실과 공상의 경계가 없다. 그 어떤 시공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본문에서)
김륭 시인이 특히 경계하는 것이 동심을 핑계로 하여 어설픈 도덕이나 교훈으로 동시를 치장하는 것이다. 그는 이제 우리 동시가 “좀 불편하고 슬플 때도 되었다”고 말한다. “좀 불편하고 좀 슬픈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지키는 법을 배울 때”라고 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나와 다른 세상과 사람이 되어보는” 상상력일 텐데, 그것이 또한 어른 작가의 역할이라는 것이 이 평론집을 통해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질문은 답이 없는 동안 시가 된다”
내면의 아이를 만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돕는 책
김륭 시인은 동심에 대한 오류로 동심천사주의에 빠져 우리 동시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작품과 비평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일침을 전하지만,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진, 그래서 내면의 아이를 불러내어 재미와 새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사랑과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특히 1부와 2부에 걸쳐, 진지한 비평의 글 뒤에 수록한 다른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에서는 이러한 시인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이안, 송찬호, 유강희, 이상교, 김유진, 안진영 시인에게 보내는 이 편지들은 독자들을 이들 시인의 동시 속으로 풍덩 빠지게 하는 마법의 문이 되어준다.
마지막 3부는 2018년 신춘문예 당선작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신춘문예와 각종 동시 문학상 수상작, 그리고 새로 발표된 동시들을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본다. 이를테면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쓴 일기 혹은 동시와 나란히 놓고 읽는다든가, BTS 멤버 뷔의 솔로곡 〈Inner Child〉와 함께 읽는 식이다. 이를 통해 우리 동시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시인은 “아이들은 내 안에도, 내 밖에도 그리하여 모든 곳에 있”으므로 “동시를 쓰거나 읽는 사람은 어린 시절 잃어버린 비밀번호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 마세요』가 독자들을 이끄는 곳은 바로 여기이다. 내면의 아이를 만나기 위한 각자의 마음 앞. 이젠 잃어버린 비밀번호를 찾는 일만 남았다. 그것은 좋은 동시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그 비밀번호 또한 동시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시를 쓰는 창작자들에겐 따뜻한 격려이자 엄중한 질문이고, 동시를 읽는 독자에겐 친절한 길잡이이자 정답이 없어서 더욱더 빠져드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