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철학자의 시선으로 읽은 문학과 예술의 존재론
존재는 밝은 빛으로 비추면 달아난다. 철학이 가변적이며 모호한 존재를 붙잡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예술의 힘을 거기 얹어야 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이진경 철학자가 구태여 존재론을 들고 나온 것은 지나치게 눈부신 빛과 이성, 성공을 향해 달려가야 할 것만 같은 시대에, 자꾸 실패하는 것들이나 어떤 모호함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존재의 존재론을 통해 세계의 바깥에서 존재의 비밀을 찾고자 한다. 존재의 어둠 속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예술, 존재에 휘말리다』는 철학자 이진경이 존재론을 통해 문학과 예술 텍스트를 독해한 책이다. 철학자의 시선이 기존 비평이나 문학사, 예술사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독법을 보여준다. 문학비평가나 예술사가의 관점이 아닌 철학자의 시선에서 독해한 텍스트의 결이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목차
서문
1장_ 프롤로그:
어떤 우정의 비동시성에 대하여
2장_ 감응의 대기(大氣)와 초험적 경험:
리얼리즘 이후의 유물론적 예술이론을 위하여
1. 리얼리즘의 생명력
2. 감각의 혁명은 왜 실패하는가?
3. 예술과 정치, 혹은 진실성의 문제
4. 분위기, 대상을 둘러싼 대기의 감응
5. 대상의 영혼, 사물의 영혼
6. 초험적 경험과 초월적 경험
7. 창공의 미학과 어둠의 미학
8. 감응의 유물론과 초험적 예술
3장_ 존재의 목소리와 목소리 없는 존재:
빛의 존재론에서 어둠의 존재론으로
1. 존재의 목소리?
2. 선험적 시야와 초험적 경험
3. 빛의 존재론과 어둠의 존재론
4. 존재, 세계 바깥의 어둠
5. 존재, 긍정적 무규정성
6. 존재의 정복불가능성
7. 존재의 비밀
4장_ 미지(未知)의 존재와 해방:
존재론은 어떻게 해방을 사유하는가?
1. 존재와 존재자의 존재
2. 존재의 언어와 사유의 문법
3. ‘있다’와 ‘이다’
4. 말할 수 없는 것
5. ‘존재 없는 존재자’와 ‘존재자 없는 존재’
6. 알려지지 않은 자의 자서전
7. 존재자의 존재를 본다는 것
8. 나의 존재와 수많은 ‘나’
9. 공가능한 것과 공가능하지 않은 것
10. 대지의 책략, 혹은 존재론적 해방
5장_ 특이점의 존재론:
특이점과 존재의미
1. ‘엉터리’와 낯선 자전의 세계
2. 특이점과 특이성
3. 특이점과 존재의미
4. 사건과 특이성
5. 존재감과 물음의 특이성
6. 서사적 세계와 특이점들
7. 문학적 세계와 특이점
8. 배신의 존재론과 ‘보이지 않는 인간’
9. 존재의 어둠 속으로
10. 백색의 어둠, 혹은 검은 돌 흰 돌
6장_ 불러냄과 불러들임:
존재론은 예술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1. 초험적 경험과 불러냄
2. 불러냄의 존재론
3. 사물의 감정, 도시의 감정
4. 부재하는 언어의 불러냄
5. 부재하는 사건의 불러냄
6. 불러냄과 불러들임
7장_ 에필로그:
“바다는 무섭다. 모든 고래는 무섭다”
1. 바다의 천사
2. 연오랑과 세오녀
3. 왜구들의 동아시아
4. 해적들의 시대, 고래들의 시대
저자
이진경
출판사리뷰
어떤 수사법으로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잡으려는 순간 달아나는 아름다움
모호한 대기 속에서 비로소 존재를 드러내는 문학과 예술
철학자의 시선으로 읽은 문학과 예술의 존재론
존재는 밝은 빛으로 비추면 달아난다. 철학이 가변적이며 모호한 존재를 붙잡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예술의 힘을 거기 얹어야 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이 책은 철학자 이진경이 존재론을 통해 문학과 예술 텍스트를 독해한 책이다. 철학자의 시선이 기존 비평이나 문학사, 예술사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독법을 보여준다.
‘존재’의 존재론
존재의 비밀을 찾기 위해 존재론이 필요했다. 존재론은 지금 여기 없는 것, 있지만 없다고 간주되는 것을 더듬어 찾는 사유다. 그래서 존재론은 많은 경우 ‘유’보다는 ‘무’를 향해 간다. 존재론은 지금 여기 있는 세계와 다른 세계에 대한 탐색이고, 지금 우리가 사는 삶과 다른 삶의 가능성을 묻는 물음이다.
철학자가 구태여 존재론을 들고 나온 것은 지나치게 눈부신 빛과 이성, 성공을 향해 달려가야 할 것만 같은 시대에, 자꾸 실패하는 것들이나 어떤 모호함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존재의 존재론을 통해 세계의 바깥에서 존재의 비밀을 찾고자 한다. 존재의 어둠 속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이때 존재란 우리를 인도하는 빛이 아니라, 모든 규정이 지워지는 어둠이다. 존재는 어떤 능력이지만, 앎을 늘려가는 인식능력이 아니라 앎을 정지시키는 ‘무지’의 능력과 가깝다. 그것은 ‘해방’의 힘을 갖지만, 지식을 통한 해방이 아니라 미지(未知)를 통한 해방과 가깝다.
또한 존재론은 거절당한 자의 사유다. 그러니 존재론은 타자의 사유다.
존재를 읽기 위해서는 예술이 필요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를 읽기 위해서는 예술이 필요했다.
이 책에서 글쓴이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존재를 사유했다.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철학은 기원의 형상에서나 일반적 형상에서나 대개 ‘진리’를 추구하며, 확고한 근거를 묻고 모든 것을 그 단단한 기반 위에 올려놓고자 한다. 철학은 대개 인식론의 지반을 떠나기 어렵다. 철학은 ‘빛’을 애호한다.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근거의 확실성을 확인하고, 진리인지 거짓인지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빛을 통해서다. 인식론은 빛의 사유다.
반면 문학과 예술은 확고해 보이는 것에서 취약함을 간취하고, 명료하고 뚜렷하게 규정된 것을 모호한 다의성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많은 경우 문학은 희망보다는 절망에 다가가려 하고, 빛이 아닌 어둠에 끌려가며, 확실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이유 없이 말려들게 되는 ‘운명적인’ 사태를 다루고자 한다.
그래서 글쓴이는 시와 소설, 그림, 연극 등 예술을 통해 존재론을 펼쳐나간다. 문학과 예술은 철학과 달리 많은 경우 자신의 존재론을 설명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철학은 언제 어디나 있을 법한 것들에 대해 쓴지만, 시인과 예술가는 지금 여기 없는 것들을 불러낸다.
문학비평가나 예술사가의 관점이 아닌 철학자의 시선에서 독해한 텍스트의 결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그는 인간, 동물, 식물, 심지어 사물에서도 세계란 어떤 존재자 인근에 펼쳐진 특이성의 장임을 발견한다. 한편, 그는 미술 작품에서 작품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작품에 재현된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을 둘러싼 이 대기이고, 그 대기 속에 녹아든 감응이며, 그 감응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임을 간파하기도 한다. 김시종과 이성복의 시에서 ‘존재론적 사건’을 발견하기도 한다. 철학자의 독법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