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권혁웅 교수가 쓴 새로운 시론 개설서이다. 복잡한 이론을 피하고 단순하고도 평명한 논의의 틀을 설정하여 설명했고, 최근의 시들을 상세하게 다루어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줄이고자 했다. 또한 시학의 모든 요소들을 의미론과 연결지어 해명하고 있다. 저자는 시학의 거의 모든 요소를 새롭게 정의하면서 새로운 시학 강의를 시도한다.
목차
제1부 시학을 위한 예비적 고찰
1장 주체
2장 대상
3장 언술
4장 서정
제2부 시학의 여러 영역들
5장 거리
6장 이중화
7장 비유
8장 비교
9장 체계
10장 좌표
11장 역피라미드
12장 음악
13장 소리-뜻
14장 인용
15장 감각
제3부 시학의 지평
16장 환상
17장 추
18장 전위
19장 변화
용어찾아보기
인명 및 작품 찾아보기
저자
권혁웅
출판사리뷰
시에 대한 모든 통념을 뒤엎고 재정의한다!
지금-오늘의 우리시를 통해 시의 총론에 다가서는 새로운 개념의 시학서!
이 책은 시인이자 평론가인 저자가 강단에서 시를 읽고 쓰고 가르치면서 새로운 시론의 필요성을 절감한 끝에 5년 동안의 집필과 퇴고 끝에 출간하는 방대한 시학서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시론서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여겨져온 월렉과 워렌의 『문학의 이론』이라는 책을 어떻게 반세기 넘게 우리 시를 설명하는 준거로 삼았는지, 그리고 이 책의 이론과 실제 시가 부합하는지에 대해 의문점을 던지는 것으로 서두를 시작한다. 『문학의 이론』이 나온 지 무려 반세기가 넘었으며 새로운 기법으로 무장한 시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금-오늘의 우리시를 읽어가며 시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시론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여 이 책 전반에는 저자가 시를 읽고 쓰면서 느낀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본인의 시론에 맞는 현대시를 손수 뽑아 시학을 이루는 요소들을 새롭게 정의하고 증명하고자 한 노고가 행간마다 느껴진다.
김소연, 김경주, 황병승, 김민정, 성기완 등 지금 우리 시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인들의 작품을 낱낱이 분석해 시의 총론에 접근하는, 우리 시대의 시 평론가 권혁웅이 풀어내는 시학의 정수가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시론은 시대마다 바뀌어야 한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리얼리즘을 위하여
권혁웅의 『시론』이 기존의 시학 이론서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복잡한 이론 대신 단순하고도 평명(平明)한 논의의 틀을 설정하고자 했다. 주체와 대상, 수평적 배열, 수직적 배열 네 가지만으로 시학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새로운 체계를 설계했다. 수사학의 역사에서 힌트를 얻어 체계를 세운바,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분석의 기제는 간단할수록 좋다고 본 까닭이다.
둘째, 첫째 항목에 소개된 네 가지 요소를 엮어서 독자적인 시론의 체계를 구축했다. 각주 없는 이론서를 쓰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나 각주에 소개된 저자나 문헌도 이 책에서 설정한 이론의 결정적인 준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달리 말해 이 책에는 기존의 시론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한 저자가 자생적인 이론을 스스로 확립해나가려는 목표의식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최종원고 파일명이 ‘현대시론(ver4.0)’이며, 지금까지 자신의 시론을 수차례 개고하고 다듬었다는 저자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시론(詩論)으로서의 함량을 채울 때까지 시론(試論)의 의미를 늘 각인하겠다는 지은이의 자세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가능한 최근의 시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 동시대의 시를 설명하는 유효한 논거를 제공하고, 현대시가 열어가는 지평을 바로 그 시에 의거해 이론적, 실재적 탐색의 결과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시사(詩史)에서 지나칠 수 없는 이상이나 김소월, 박목월 등을 운위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과거로 완결된 시사가 아니라 개방된 시사를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넷째, 가능한 한 상세하게 시를 설명함으로써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줄이고자 했다. 이 책에서 다룬 시들이 분석의 선례가 없거나 분석이 소략하거나 잘못 분석된 부분에 대해서는 시를 설명하는 유의미한 틀을 제시하고, 간략하게 제시된 설명을 자세히 풀며 간혹 있을 수 있는 오해를 바로잡으려 했다면서 적어도 적실한 해석의 예를 제시한다는 원칙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섯째, 시학의 모든 요소들을 의미론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시학의 모든 영역이 구체적인 시적 상황을 해명한 이후에만 탐색될 수 있고, 나아가 그 영역 모두 세계의 실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의 객관적 실상을 시학에서 해명하려면 반드시 의미론을 경유해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이 선행될 때 ‘시의 진정한 리얼리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김소연, 김경주, 황병승, 김민정, 성기완…
우리 시단이 주목하는 295편의 현대시로 건축한 독자적인 시학체계
저자는 위의 다섯 가지 구성원칙에 충실하고자 가장 최근의 우리 시단을 중심으로 295편의 시를 선택해 이론과 실제가 부합되게 상세하고도 치밀한 방식으로 분석하는 성실성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시학을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는데 지금까지의 시론과는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한 시론들이 눈에 띈다.
‘어조란 무엇인가’의 키워드로는 ‘거리’를 내세워 대상과의 거리에 따라 어조의 기본 유형을 풍자, 예찬, 연민, 반성, 해학으로 나누어 각각 최승호, 함민복, 허연, 김명인, 안도현의 시를 예로 들었고, ‘역설과 반어는 어떻게 생겨나는가’의 키?드로 ‘이중화’를 내세워 역설과 반어가 어조 형식을 이중화하는 장치이자 체계를 이중화하는 예로 오탁번, 문인수, 김기택, 김선우 등의 시를 들기도 했다.
또한 ‘제유와 환유란 무엇인가’의 키워드로 ‘체계’를 내세워 수직적인 운동의 산물인 제유와 자동화된 사고의 산물인 환유의 개별 시를 예로 드는가 하면, ‘상징과 알레고리는 어떻게 생겨나는가’의 키워드로 ‘좌표’를 설정해 그동안 경시되어온 알레고리의 지위를 복권해나간다.
무엇보다도 ‘추(醜)’를 오늘의 시를 설명하는 미학의 한 형식으로 설정하면서, 파격적이고 과격한 언어들로 점철된 일련의 시들을 미의 대척점으로 보지 말고 미적 총체성의 범주 바깥에서 활성화된 미학적 자질로 보자는 제안은, 앞으로의 우리 시단에 등장할 새로운 시작(詩作)들을 설명할 유의미한 시론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