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이자 전방위 저술가인 김정환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꾼들을 만나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를 모아둔 책. 문학계에서 보기 드문 마당발로 통하는 저자와 영화배우 정진영, 인기 드라마 작가 김운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과의 대화가 수록되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강좌 금요일의 문학이야기내용을 다시 정리하여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 세기말을 전후해 몇몇 매체들을 통해 이루어진 대담들을 함께 실어 두었다.
홀로 굳건히 서 있으나 그곳이 늘 우리 시대의 중심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또한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 시대 꾼들의 열정과 집념, 그리고 그들이 언뜻언뜻 내비치는 삶의 속살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영화배우, 연기자, 연극인 등의 예술가 외에도 시인, 변호사, 철학자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 시대의 리더들의 열정과 집념의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목차
온몸으로, 영화 속으로, 그리고 신화 속으로 / 영화배우 정진영
저, 깊을수록 빛나는 울음소리 / 해금연주자 강은일
밑바닥 인생으로 질펀하다가, 질펀함으로 일상이 깊어지다 / TV 드라마작가 김운경
문화유산은 오래될수록 따스한 기억이다 / 문화재청장 유홍준
눈빛으로 대화하는 어머니의 전형을 찾아서, 혹은 연기의 미분학과 삶의 적분학 / 연기자 고두심
육체의 응집인 정신과 정신의 해방인 육체의 변증법 / 연극인 안치운
자본과 미학 사이 전쟁터에 선 아름다움의 권위 / 영화제작사 차승재
저, 글쓰기의 지옥과, 그 너머 단아의 표정 / 쟁이 고종석
폭박하는 심장, 절규하는 사랑의 노래, 그리고, 그러나…… / 가수 전인권
가장 넓고 깊은 세상의 배꼽 / 문학동네 대표 강태형과 문학동네 편집위원 신수정
미래를 향해 서는 일상의 집 / 건축가 승효상
인간의 법은 끝내 아름답다. 혹은 불안 없는, 멀쩡한 희망 / 변호사 강금실
문학하는 철학과 철학하는 문학사이 / 철학자 김진석
"이보슈, 부시!" / 조지 부시의 독백을 따라가다
팔 년 만의 서울 1999년 봄을 맞으며 탈 정치의 시대,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 시인 황지우
세기말, 인프라 없는 나라에 선 예술의 집-새로운 영화언어를 찾아서 / 영화감독 이광모
길바닥 문학엔 나이가 없다 / 소설가 김주영
문체가 이야기를 꾸려간다 / 소설가 김원우
저자
김정환 저자(글)
출판사리뷰
그들이 있어 우리는 풍요롭다
문학계에서는 보기 드문 마당발로 통하는 저자의 레이더망에 걸려든 인물들은 그 면면 또한 다채롭다. 그들 가운데는 저자와 오랜 시간 흉허물 없이 지내온 쪽이 있는가 하면 강좌를 계기로 조심스레 처음 눈을 맞춘 이들도 있다. 그들과 나눈 이야기의 속사정 또한 각양각색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대부분 깊고 애틋한 연대로 갈무리된다.
영화배우 정진영은 엘리트 출신의 노동계 연극배우에서 상업영화의 스타로 성공하기까지의 삶과 자신의 연기철학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한 시대 최고의 인기 드라마작가 김운경은 직업의식의 엄정함을 날카롭게 설파한다. 그런가 하면 문화유산 답사기로 단번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문화재청장 유홍준은 여전히 외면당하는 우리 전통문화와 뛰어난 선인들에 대한 관심을 누누이 강조한다. 지금까지도 한국적 어머니상을 가장 완벽히 소화해내는 연기자 고두심은 연기와 실생활과의 괴리를 토로하고, 수많은 대박을 터뜨린 영화제작자 차승재는 ‘자본과 미학 사이 전쟁터’라 할 영화계의 ‘권위’로 우뚝 서기까지의 인생 역정을 차분히 회고한다.
그 밖에 글쓰기라는 지옥을 유유히 만유하는 칼럼니스트 고종석, 우리 문학의 젊은 작가들에 대한 차가운 비판과 따뜻한 전망을 동시에 내놓는 문학평론가 신수정, 일상적 건축의 아름다움과 도시의 해악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건축가 승효상 등이 그 뒤를 이으며 변호사 강금실은 현실정치와 법, 그리고 은밀한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자신의 일이 곧 자기 삶의 전체인 ‘꾼’들이 풀어놓는 신산한 삶의 궤적과 편린들 속에서 우리는 종종 다음과 같은 고백들과 마주친다.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때로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들은 말한다.
“해금은 나 자신이고 어머니고 스승이다.” 강은일
“내 글은 팔자가 참 희한하다.” 유홍준
“아이들한테 정말 좋은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지 반성할 때가 많다.” 고두심
“내가 제작한 영화를 다시 본 적이 없다.” 차승재
“내 칼럼은 확실하게 한쪽 편을 든다.” 고종석
“노벨문학상 안 받았으면 좋겠다.” 신수정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강금실
인물 스케치에 이어지는 대담의 주인공은 시인 황지우, 영화감독 이광모, 소설가 김주영과 김원우 등 우리 문학과 예술을 한 차원 끌어올린 인물들이다. 저자는 이들과 소소한 개인사에서부터 문화 전반과 철학, 정치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오랜 지기인 황지우와는 함께 헤쳐온 격동의 시대를 회고하며 시를 이야기하고, 거대자본에 맞서 한국적 예술영화의 가능성을 실현해낸 이광모와는 한국영화의 미래를 탐색한다. 우리 문학의 가장 뛰어난 스타일리스트라 할 만한 김주영, 김원우 두 사람으로부터 듣는 문학 이야기는 여전히 시의적이며 시대정신의 복원이라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홀로 굳건히 서 있으나 그곳이 늘 우리 시대의 중심인 사람들. 저자가 책 속에 불러들인 그들의 이야기는 그러므로 곧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있어 우리는 풍요롭고 또 풍요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