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세기 영미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 D. H. 로렌스의 유일무이한 미국 고전문학 비평서
Studies in Classic American Literature 국내 최초 완역판 출간
『채털리 부인의 연인』 『아들과 연인』 등의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작가 D. H. 로렌스의 문학론을 알 수 있는 책 『D. H. 로렌스의 미국 고전문학 강의』(Studies in Classic American Literature)가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영미권 및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판본으로 출간되며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고전이다. 하지만 국내본의 경우 번역된 지 40여 년이 지났고 따라서 현시대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할 필요성이 요구되었기에 번역과 편집에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모습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D. H. 로렌스는 영국의 소설가로 국내 독자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글쓰기에는 비단 소설 장르에만 머무르고 있지는 않다. 로렌스는 시인이자 극작가, 문학/문명 비평가, 에세이스트, 서한 작가, 화가로서도 놀라운 재능을 보이는 예술가다. 비교적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작가로 활동한 약 23년의 기간 동안 로렌스가 쓴 다양한 장르와 수많은 분량, 높은 수준의 지적인 글들을 대할 때 우리는 역동적인 생명력과 창의성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임종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를 내려놓지 않은 로렌스는 우주생명의 영원한 순환에 대해 굳건한 믿음을 소지했던 열정적인 작가였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던 로렌스이지만, 문학론에 관한 본격적인 책은 실제로는 이 책이 유일하다. 『D. H. 로렌스의 미국 고전문학 강의』는 에드거 앨런 포, 너대니얼 호손, 허먼 멜빌, 월트 휘트먼을 비롯한 고전 작가 여덟 명의 작품을 해석하고 논평하는 책이다. 1918년부터 1919년에 걸쳐 『잉글리쉬 리뷰』(English Review)라는 문학비평 잡지에 미국 문학에 관한 글을 연재 형식으로 발표하고, 이 글들을 한데 모아서 약 4년간 다듬고 고치는 강도 높은 작업 끝에 1923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목차
서문
1장 삶의 터전으로서의 미국의 영혼
2장 벤저민 프랭클린
3장 헥터 세인트 존 드 크레브쾨르
4장 페니모어 쿠퍼의 백인 소설
5장 페니모어 쿠퍼의 가죽 각반 소설
6장 에드거 앨런 포
7장 너대니얼 호손과 《주홍 글자》
8장 호손의 《블라이드데일 로맨스》
9장 데이나의 《2년간의 선원 생활》
10장 허먼 멜빌의 《타이피 족》과 《오무》
11장 허먼 멜빌의 《모비 딕》
12장 휘트먼
옮긴이의 말
저자
D. H. 로렌스
출판사리뷰
예리한 비평의 눈으로 바라본 미국 고전문학
미국 자본주의가 지닌 문제점의 심리적 기원을 살펴보다
로렌스는 흔히 ‘신세계’로 표현되는 미국 문학 자체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구세계인 유럽에 대해서 그 출발점에서부터 비판적 거리를 두고 싶어 했던 미국의 문학작품들이 과연 유럽을 사상적 차원에서 진정으로 극복했는지를 점검한다. 유럽의 문학 작품들보다 미국 고전문학에서 자신의 문학적 사상을 확인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로렌스는 기대했다. 『D. H. 로렌스의 미국 고전문학 강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문학 사상에 입각해 미국 문학을 비판적으로 논하는 이 책에서 로렌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자신의 논리를 이끌어간다.
[1] 온전한 인간성의 회복
로렌스는 현대화가 몰고 온 기계화가 인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고, 그 부정적인 영향을 매우 우려했던 작가였다. 기계화는 로렌스에게 현대적 인간의 지적 의식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지적 의식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의 분위기는 생명 의식, 말하자면 로렌스가 말하는 ‘무의식’의 잠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로렌스는 현대 문명에 의해서 상실된 생명 의식을 회복하고자 했다. 미국 작가들이 이 생명 의식(“피”)을 얼마나 잘 살려내고 있는지를, 미국 고전문학 속에서 그것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로렌스는 주의 깊게 살핀다.
[2] 미국 사상의 본질, 미국 문화의 모순적 성격
로렌스는 미국 문화의 모순적 성격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면밀히 탐구한다. 로렌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오늘날의 ‘미국 자본주의가 지닌 문제점의 심리적 기원’을 확인하게 된다.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이미 내재적으로 모순을 잉태한 미국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고, 그것이 고전문학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로렌스는 밝히고 있다. 미국인이 진정한 삶의 터전을 미국에 마련할 때 미국의 이상은 성취될 수 있다는 점을 로렌스는 분명히 지적한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로렌스는 미국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진정한 삶의 터전의 가능성’을 포착하고 싶어 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유럽을 극복한 새로운 국가의 탄생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로렌스가 보기에는 희망도 있는 반면 공포도 존재했다.
문학은 자기반성의 거울이자 자기구원의 매개다
영문학 읽기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고전문학 감상 길라잡이
로렌스의 재기 넘치는 문체는 이 책만의 감출 수 없는 매력과 재미다. 논쟁적이면서도 긴장감과 박진감이 가득하고, 수많은 은유와 풍자를 사용하고 있는 로렌스의 문장은 시종일관 몰입하게 하는 동시에 흥미로운 미국 고전문학 읽기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벤저민 프랭클린, 존 드 크레브쾨르, 페니모어 쿠퍼, 에드거 앨런 포, 너대니얼 호손, 허먼 멜빌 등 그 이름만으로도 무게감 있는 작가들에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탐색의 여정을 밟아나간다. 문학가로서의 애정과 그들을 향한 인간미도 놓치지 않는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로 솔직하고 강력하게 퍼붓는 독한 면모에서도 로렌스의 참신한 글쓰기는 빛이 난다.
로렌스가 다룬 여덟 명의 작가들과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는 미국 사상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온전한 인간성, 진정한 자유와 평등, 인권 등의 가치를 끊임없이 되새기게 된다. 1920년대에 미국(문학)을 배경으로 쓰인 책이지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모순이 비단 미국에만 있지 않으며 오늘날의 우리 역시 그때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공간을 넘어 지금도 우리에게 귀한 통찰을 전해준다.
‘신세계’라고 불렸던 미국이 과연 구대륙인 유럽을 극복하고 새로운 나라로서 출발했을까. 그리고 그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새겨졌던 사상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했을 글로벌 패권국 미국의 민낯을 20세기 영미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소설가 D. H. 로렌스의 예리한 비평을 통해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