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는 총20권 4516수로 이루어진 방대한 일본의 가집(歌集)이다. 7세기 중반부터 8세기 후반에 걸쳐 만들어졌으며, 왕에서 평민에 이르기까지 당시 모든 계층의 인물이 작자로 등장한다. 이 책 『만요슈』는 한국의 일반 대중들이 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1부에서는 의 특징과 대표적인 작가 등 일반적인 부분을 다루고, 2부에서는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노래를 해설과 함께 소개한다.
일본인에게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온 는 일본 문학의 침체기마다 주목받으며 분위기를 전환 시키고, 태평양 전쟁의 암울한 분위기에서 일본 젊은이들이 품속에 두고 암송했던 책이다. 일본인의 정신과 문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는 우리가 일본과 일본인의 문화와 정신세계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목차
1부 시대 . 작가 . 사상
1장 『만요슈』와의 만남
『만요슈』에 빠져든 내력
『만요슈』가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
『만요슈』로 들어가기 전에
2장『만요슈』의 편찬과 시대 배경
시대 배경
『만요슈』의 편찬
『만요슈』의 시대 구분
3장 만대에 이어지는 노래
『만요슈』편찬 이전의 와카 사정
『만요슈』가 의미하는 것
『만요슈』의 표기
노래는 하나인데 지은 이는 두 사람
죽은 자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
사랑하는 이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
서민들의 사랑과 애환
순발력과 유머의 결정판 희소가
야카모치를 둘러싼 『만요슈』의 여류가인
『만요슈』를 통해 본 일본의 연중행사
4장『만요슈』편찬, 그로부터 천이백 년
국풍암흑시대와 『만요슈』
중고(中古) 시대의 『만요슈』
중세의 『만요슈』
근세 국학과 『만요슈』
근대 와카 개량운동과 『만요슈』
2부 본문
1권~20권
3부 관련서 및 연보
관련서
연보
저자
구정호 (지은이)
출판사리뷰
>일본을 제대로 알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
과거사나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분쟁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 좀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감정적인 분노만 앞세워 일본에 대해 애써 무관심하려 하거나,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가지더라도 일본은 있다?없다 식의 논쟁에 치우쳐 왔다. 아니면 경제적 분야나 근대적인 일본의 모습만을 분석하려 애쓰거나, 더욱 심층적으로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때도 베네딕트 앤더슨의 『국화와 칼』같은 서양인의 책을 통해 일본을 들여다보곤 했었다.
그러나 일본을 알기 위해서는 가장 일본적인 것들, 수천 년을 통해 이어내려 오면서 일본인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을 그런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책 중의 하나가 바로 『만요슈』이다.
>『만요슈』, 일본 문학의 『삼대목』
『만요슈』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향가를 집성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전해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삼대목』과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요슈』는 총20권 4516수로 구성된 방대한 가집(歌集)이다. 7세기 중반에서 8세기 후반에 이르는 130여 년 동안 만들어진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총20권의 체재를 갖추기까지 편찬에만 무려 80년의 세월이 걸렸다. 왕에서 평민에 이르기까지 당시 모든 계층의 인물들이 작자로서 등장하고, 그들의 감정이나 생활, 사상 등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아직도 일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저자 구정호 교수는 『만요슈』를 ‘고대 일본을 알 수 있는 백과사전 혹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정의한다. 고대 일본의 생활습관이나 행동의식 등이 옛사람의 진솔한 표현을 통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만요슈』는 『고지키[古事記]』, 『니혼쇼키[日本書紀]』등과 비슷한 시기에 편찬되었다. 이 세 종류의 책은 모두 고대 일본이 대내외적으로 고대국가를 확립하고 왕권의 정통성을 확보할 필요성을 느끼고 벌인 국가적 수사(修史) 작업의 일환이었다. ‘천황’이 인간의 자손이 아니라 신의 자손이라는 조작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지키』가 편찬되었고, 이어 천황제의 정당성과 일본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중국의 정사 체재를 모방한 『니혼쇼키』가 편찬되었다. 또 문화적인 면에서 왕실을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의식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정신적 지주가 필요함에 따라 운문 분야에서 『만요슈』가 편찬되었다. 『만요슈』에는 글자 그대로 만대에까지 영원하라는 축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만요슈』에 대한 최초의 대중적 입문서
『만요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방대한 가집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많은 연구 성과물들이 축적되어 있고, 일반 대중들을 위한 책자도 많이 출판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같은 일본 근대소설류는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지만, 『만요슈』에 대한 번역서는 물론 일반 대중을 위한 입문서도 전무한 실정이다. 한두 권의 전문서적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읽기에는 무리다.
e시대의 절대사상 『만요슈』는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1부 ‘시대?작가?사상’에서는 『만요슈』 편찬의 시대배경, 일본 고대문학의 특색 및 시기 구분, 대표적 작가, 수록된 노래의 유형별 특징, 『만요슈』를 통해 알 수 있는 당시의 풍속, 『만요슈』가 후대의 문학과 정치에 미친 영향 등 『만요슈』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일본에서도『만요슈』에 정통한 학자로 이름 높은 미사키 히사시 교수의 지도로 『만요슈』를 전공한 저자 구정호 교수는 쉽고, 재미있고, 학문적으로도 높은 수준에서 『만요슈』에 대한 모든 것을 풀어 놓았다.
이어 2부 ‘본문’에는 『만요슈』에서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노래들이 해설과 함께 실려 있다. 예를 들어 10권에 실려 있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통해서는 한?중?일 삼국 문화의 특징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흐르는 은하 물밑마저 빛나는 배 대어놓고 배에 있던 사람은 사랑하는 님 만났을까
‘칠석’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직녀를 만나러 배를 타고 가는 견우를 그리고 있다. ‘견우직녀’ 이야기는 한?중?일 삼국에 공통적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직녀가 견우를 만나러 가는 한국이나 중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견우가 직녀를 만나러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남자가 여자 집에 드나드는 고대 일본의 결혼 풍습이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독자들은 『만요슈』를 통해서 독특한 일본적 정서의 특징은 물론 사랑하고 슬퍼하는 인간의 보편적 감성, 변치 않는 문학의 향기 등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만요슈』는 여러 면에서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근대에 들어와 개국 후 서양과 교류하는 동안 일본인들은 외국의 문물을 표현할 단어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일본식의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때 일본인들이 사용한 방법이 바로 『만요슈』의 표기 체계를 모방하는 것이었다. 『만요슈』는 현재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자인 가나가 만들어지기 전에 편찬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향가처럼 한자를 이용한 다양한 표기법을 개발했다. 이때 개발된 표기법이 근대에 들어 외래어를 표기하는 데 응용된 것이다.
>일본을 알기 위해 일본인이 읽는 책, 『만요슈』
『만요슈』는 일본 근세 ‘국학(國學’에서 가장 주목한 책 중의 하나였다. ‘유교?불교가 아니라 우리의 옛 것에서 우리의 것을 찾자!’고 주장한 국학 주창자들은, 일본의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고대에 이루어진『고지키[古事記]』『니혼쇼키[日本書紀]』『만요슈』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다. 일본인들이 가장 일본적인 것을 찾아 자신들의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만요슈』를 읽었던 것이다.
또한 일본 문학의 침체기마다 주목을 받으며 분위기를 전환시킨 것도 『만요슈』였고, 태평양전쟁 때 그 살벌한 전장에서 일본의 젊은 병사들이 품속에 품고 암송했던 책도 『만요슈』였다고 한다. 그만큼 『만요슈』는 일본인들의 정신과 심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여전히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에 대한 피상적 이해 수준을 넘어서 우리가 그들의 정신과 심성을 깊이 이해하고자 할 때, 그들의 고전 『만요슈』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