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기획: 위대한 유산들-여성문학의 계보
- ‘우리’라는 호명?글쓰는 여자의 탄생과 근대 여성문학의 형성 / 김양선
- 여류문학의 죽음?해방부터 1960년대까지 / 김은하
- 히스테리와 노동?1970, 1980년대 여성 전업 작가의 등장과 여성 글쓰기 주체의 신체성 / 이선옥
- 성적 주체로서 개인의 발견과 여성적 글쓰기의 실험?1990년대 여성문학의 네 전선 / 이명호
- 작품을 중심으로 개관한 한국 근현대 여성시사 / 이경수
리뷰: 소설
- 『귤의 맛』 우리 모두의 초록 / 소유정
- 『내가 말하고 있잖아』 복수와 용서에 대한 고백록 / 신수진
- 『두 사람이 걸어가』 불쌍한 표범 그림과 문학 / 이여로
- 『떠도는 땅』 목소리들의 행렬 / 이철주
- 『여름의 빌라』 당신과 나 사이의 빛 / 박하빈
-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새벽 4시의 흐릿함 / 박혜진
- 『일곱 해의 마지막』 혁명이 끝나고 난 뒤 / 한영인
- 『시선으로부터,』 좋은 것을 상상하는 힘: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 / 선우은실
- 『천 개의 파랑』 천 개의 사랑, 아니, 파랑 / 박다솜
- 『칵테일, 러브, 좀비』 킬러가 된 유교걸과 유토피아의 K-좀비들 / 인아영
- 『폭죽무덤』 거기 없어서 그리 간다 / 김건형
리뷰: 시
-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어디가 아닐 수 없는 방법 / 홍성희
- 『동물의 자서전』 혁명적 시간과 흑백 풍경으로서의 시인 / 박동억
-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밤 중의 밤은 / 양순모
- 『아가씨와 빵』 일상의 레시피, 비일상의 반죽, 그리고 빵 / 김지윤
- 『앙앙앙앙』 a, a, a, a / 홍승택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시간이 아주아주 오래 걸리는 나를 견디는 일 / 전영규
- 『사랑을 위한 되풀이』 사랑한다고, 다시금 말하면 / 임지훈
- 『세 개 이상의 모형』 사이를 사유하는 ㅅ자 모양의 시 / 김나영
- 『작가의 탄생』 반복은 우리를 어느 곳으로 이끄는가 / 조대한
- 『한 사람의 불확실』 불확실성에 머물기 / 김영임
- 『희망은 사랑을 한다』 케르베로스?여성의 시 하기 / 김보경
- 『힌트 없음』 바깥의 서정으로 / 장은영
리뷰: 에세이
-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벼랑 끝에서 나로 되돌아오기 / 신새벽
- 『동생이 생기는 기분』 ‘동생’이라는 ‘Kybun’ / 정용준
- 『바깥은 불타는 늪 정신병원에 갇힘』 제로(0)를 걷다가 실패하기 / 김홍
-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조울병이라는 특수한 사막 / 김세희
- 『영화와 시』 오직 이름만으로 사랑하기 / 서이제
작가론
- 박서련론 / 이지은
- 최진영론 / 오은교
저자
크릿터 편집부 (지은이)
출판사리뷰
한국문학 비평, 서평 무크지 《크릿터》 3호 발간!
기획: 위대한 유산들-여성문학의 계보
신간 도서 서평 및 박서련, 최진영 작가론 수록
다르게 보기는 다시 보기에서 출발한다. 아니, 다시 보기는 이미 그 자체로 다르게 보기다. 거듭되는 어떤 시선도 동일한 반복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평적 관점이란 결국 무수한 다시 보기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여기 수록된 각각의 서평은 다시 봄으로써 다르게 보고 다르게 봄으로써 다시 보는 발견과 전환의 현장이다. 아름다움을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작동하는 실천적 사랑을 담아 《크릿터》 3호를 펴낸다.
지난 한 해 동안 출간된 작품들 중에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작품을 선별했다. 소설 열두 권, 시집 열두 권, 에세이 다섯 권. 함께 읽고 싶은 마음으로 선정한 우리의 ‘명작’은 모두 스물아홉 권이다. 주목해야 할 작가도 꼽았다. 박서련과 최진영이다. 『체공녀 강주룡』을 통해 전례 없는 시공간을 장악하는 낯선 욕망의 얼굴로 등장한 박서련은 『더 셜리 클럽』 이후 문학계의 확실한 기대주가 되었다. 최진영의 자리는 조용하게 깊어지고 있다. 『겨울방학』과 『이제야 언니에게』를 비롯해 최근작 『내가 되는 꿈』에 이르기까지, 최진영의 소녀들이 보여 주는 물기 어린 내면의 풍경 앞에서 우리는 성장을 다시 정의하게 된다. 그것은 독립의 능력이 아니라 의존의 능력인 것이다.
기획 지면에서는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를 다루었다. 『배신당한 유언들』에서 밀란 쿤데라는 역사에 대한 복수로서의 예술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위대한 작품은 역사에 참여함으로써만 탄생할 수 있다고. 작품이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역사 안에서일 뿐이며, 그러므로 예술에 있어 역사 바깥으로의 추락보다 더 끔직한 일은 없다고. 근현대 여성 작가의 문학 작품은 역사 바깥으로 추락했다. 그들의 작품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내재된 미적 가치를 지각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가 필요하다.
단일한 주체를 해체하고 젠더/섹슈얼리티 정체성을 외면하지 않는 다중적 주체들을 위한 문학을 재인식하기 위해 한국문학사에 있어 여성의 글쓰기가 이룬 진지한 성취들을 일별해 보았다. 민족, 젠더, 계급, 세대, 남성중심주의 이데올로기를 교차하고 횡단하면서 여성의 경험, 여성적 글쓰기, 여성성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조망하는 것은 세분화된 영역으로서의 여성문학을 확정하는 편협한 행위가 아니다. 누락되고 배제된 작품을 발굴함으로써 보편적인 문학으로서의 여성문학을 재건하는 일은 권위적인 역사에 가하는 예술사의 복수이자 잠자는 ‘정전’ 논쟁을 깨우는 의미 있는 사이렌이다.
한국 근현대 여성문학사 기술을 목표로 함께 공부해 온 ‘한국여성문학학회’ 학자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식민지기에서부터 역사적 평가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1990년대까지로 시간을 특정하고 역사적 전환기를 기준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작품을 선별했다. 《크릿터》에 소개되는 것은 방대한 연구 내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여성문학의 정전’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들의 목표가 독자들과 만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열두 권의 소설 중 한 권인 『연년세세』 서평은 필자의 사정으로 수록하지 못했다. ‘연년세세(年年歲歲)’는 ‘해마다’를 강조하는 말이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계속해 나간다. ‘연년세세’야말로 생의 주어이며 문학의 동사라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으로 불발된 다시 읽기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한다. 우리는 우리의 문학을, 그리고 삶을, 연년세세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