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창비가 계간 《창작과비평》을 비롯하여 여러 매체를 통해 제기하고 발전시켜온 담론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창비담론총서〉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세계문학을 통해 자본주의에 기반한 지구화시대 속에서 문학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나아가 이 전일적인 세계체제 하에서 (세계)문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모색한 기획이다. 외국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들여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재단하는 태도를 벗어나 해외의 이론적 참조점 가운데 적실한 부분은 수용하되 우리 실정에 맞는 이론을 정립하고 주체적인 시야를 확보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지금 우리에게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은 지구화의 의미와 그것이 문학과 맺는 관계, 국민국가의 경계 약화와 서구중심주의 극복 및 탈식민의 문제, 문학들 간의 번역과 소통의 문제 등 현단계 문학 및 문화 담론의 중요한 의제들을 동반하는 과제라 말한다. 다양한 담론에 대한 논의를 통해 민족과 민족문학을 세계와의 관련 속에서, 우리를 타자와의 관련 속에서 사유하는 통로가 열려나갈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다.
목차
‘창비담론총서’를 펴내며
서장: 지금 우리에게 세계문학은 무엇인가 - 김영희
제1부 세계문학이라는 ‘문제’
지구화시대의 민족과 문학 - 백낙청
세계문학의 개념들: 한반도적 시각의 확보를 위하여 - 유희석
주변성의 돌파: 마샤두와 19세기 브라질문학의 성취 - 호베르뚜 슈바르스
제2부 세계문학의 새로운 성취
세계문학의 지평에서 생각하는 한국문학의 보편성 - 정홍수
세계와 만나는 중국소설 - 이욱연
세계문학의 쌍방향성과 소수자문학의 활력 - 한기욱
아프리카문학과 탈식민주의 - 이석호
제3부 세계문학의 소통과 연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둘러싼 쟁점들 - 윤지관
세계문학 수용에 관한 몇가지 단상 - 이현우
일본문학의 해외 소개의 역사와 현황 - 백원근
서구중심의 세계문학 지형도와 아시아문학 - 방현석
대담: 세계문학의 이념은 살아 있다 - 윤지관 임홍배
후주
필자 소개
저자
김영희
출판사리뷰
한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집단으로 평가받아온 창비가 ‘창비담론총서’의 새 단행본 『세계문학론: 지구화시대 문학의 쟁점들』(김영희·유희석 엮음)을 펴냈다. 창비담론총서는 창비가 계간 『창작과비평』을 비롯해 여러 매체를 통해 제기하고 발전시켜온 담론들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씨리즈로 『이중과제론』 『87년체제론』 『신자유주의 대안론』 등이 2009년 출간된 바 있다. 이는 1970년대 이후로 ‘민족문학론’ ‘분단체제론’ ‘동아시아론’ 등 우리 담론지형에 큰 영향을 미친 이론들을 개척해온 창비가, 외국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들여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재단하는 태도를 벗어나 해외의 이론적 참조점 가운데 적실한 부분은 수용하되 우리 실정에 맞는 이론을 정립하고 주체적인 시야를 확보하고자 한 노력이다.
이번에 발간하는 『세계문학론』은 ‘세계문학’을 통해 자본주의에 기반한 지구화시대 속에서 문학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나아가 이 전일적인 세계체제 하에서 (세계)문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모색한 기획이다. 책에 수록된 13편의 글은 일반독자의 눈높이에 맞도록 최대한 간명하고 담백하게 쟁점 위주의 글쓰기가 되게끔 노력했다. 특히 서장과 대담은 수록 글의 핵심내용을 정리하고 쟁점을 드러냄으로써 해당 주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친절한 안내의 역할을 하도록 씌어졌다. 물론 이 씨리즈에 수록된 모든 글들이 일치된 견해를 갖는 것은 아니다. 어느정도의 이견들이 제출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세계문학이라는 개념, 나아가 문학이라는 것 자체가 지구화시대에서 하나의 질문으로 전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김영희 「서장-지금 우리에게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이 문제들에 대한 궁구와 토론이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야말로 창비담론총서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세계문학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세계문학전집류로 보아온 서구의 주요 고전이나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대중적 베스트쎌러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세계문학론』의 필자들은 이러한 오랜 편견에 균열을 가하기 위해 세계문학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이 책의 엮은이 김영희는 서장에서, ‘지금 우리에게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은 지구화의 의미와 그것이 문학과 맺는 관계, 국민국가의 경계 약화와 서구중심주의 극복 및 탈식민의 문제, 문학들 간의 번역과 소통의 문제 등 현단계 문학 및 문화 담론의 중요한 의제들을 동반하는 과제라 말한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 답해나가는 가운데 민족과 민족문학을 세계와의 관련 속에서, 우리를 타자와의 관련 속에서 사유하는 통로가 열려나갈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1부 〈세계문학이라는 ‘문제’〉에는 세계문학의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이론적 모색이 담겨 있다. 백낙청은 「지구화시대 민족과 문학」에서, 세계문학이란 용어에는 위대한 문학고전들을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지성인들이 서로의 작품을 읽고 중요한 지식을 공유하는 가운데 유대의 그물망을 만드는 일이라는 함의가 있음을 역설한 괴테와 『공산당선언』에서 일국적 생산관계가 전지구적 자본주의로 확산됨에 따라 정신적 생산 역시 초국적 확산을 맞는바, 수많은 국민/지역문학들로부터 하나의 세계문학이 형성된다고 한 맑스의 관점에 기반한 입론을 펼친다. 요컨대 세계문학이란 용어 자체가 세계문학을 위한 초국적인 ‘운동’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른바 ‘괴테-맑스적 기획’으로 명명할 수 있는 이 새로운 문학운동이 지구화시대를 맞이한 각 민족문학들의 과제라 주장한다. 유희석은 「세계문학의 개념들: 한반도적 시각의 확보를 위하여」에서 괴테-맑스에 더해 ‘세계문학공화국’을 주창한 프랑스의 문학이론가 빠스깔 까자노바의 입론을 소개하며 서구중심의 한계를 지녔던 이 관점에 (반)주변부 개념을 더하는 가운데 근대적 모순들이 가장 첨예하게 집약된 한반도에 즉한 시각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변성의 돌파: 마샤두와 19세기 브라질문학의 성취」는 브라질의 문학이론가 호베르뜨 슈바르스의 글로(황정아 번역), 브라질 소설가 마샤두의 작품을 분석하고 있다. 브라질의 국지적 현실을 천착함으로써 갱신된 리얼리즘이 브라질이라는 주변부 문학에서 서구 추종과 토착주의를 넘어선 탁월한 성취가 이루어졌음을 논증하는 이 글은 세계문학의 새로운 창조와 관련하여 이론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큰 분석이다.
2부 〈세계문학의 새로운 성취〉는 1부에서 언급한 새로운 세계문학이 실현될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필자들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들을 통해 주제의식을 발전시켜나가는데, 이러한 방식은 이 작품들의 진면목을 새로 되새기게 하는 동시에 지구화시대를 맞은 새로운 세계문학에 값하는 작품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실감케 한다. 정홍수의 「세계문학의 지평에서 생각하는 한국문학의 보편성」은 우리의 민족문학이 서구 문학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상상력과 가치를 지닌 문학으로 자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가능성을 지닌 작품의 사례로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조명한다. 이욱연은 「세계와 만나는 중국소설」에서 위화와 모옌 등 근래 중국소설이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로 그간 서구의 편견에 근거해 일방적으로 타자화되었던 중국문학이 이제는 근대와 치열한 박투를 벌이는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는 점을 든다. 한기욱은 「세계문학의 쌍방향성과 미국 소수자문학의 활력」을 통해 코맥 매카시의 『로드』(문학동네)와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문학동네) 등을 고평하며 이것이 출신지역에 기반한 미국 외부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와 미국 내부의 근대적 모순들이 작품 속에 길항함으로써 얻어진 성취라 분석한다. 아프리카 문화 전문가인 이석호는 「아프리카문학과 탈식민주의」에서 탈식민이라는 절대적 과제를 부여받은 아프리카문학이 갖는 세계문학으로서의 가능성으로 구전문학적 전통에 주목한다.
3부 〈세계문학의 소통과 연대〉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살아 있는 문제의식을 생생히 보여주는 글들이 수록되었다. 필자들은 각 민족/지역문학들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바람직한 소통의 틀이 마련되는 가운데 비로소 개별문학들이 서구중심주의를 넘어 상생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윤지관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둘러싼 쟁점들」에서 한국문학이 세계화되기 위한 통로로 번역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문학들 간의 소통과 교류를 중시한다. 이현우는 「세계문학 수용에 관한 몇가지 단상」을 통해 서평가 ‘로쟈’로 주목받은 이력답게 세계문학을 받아들이는 데 대해 그간 우리가 보여온 다양한 입장과 이론들을 풍부하게 소개한다. 백원근의 「일본문학의 해외 소개 역사와 현황」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하루끼 현상’ 등을 통해 세계문학시장에 한발 다가섰다고 평가받는 일본문학계의 노력에서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제시한다. 윤지관이 앞의 글에서 질좋은 번역이나 외부와의 소통 및 교류 등을 가능케 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데 반해 백원근은 출판사와 민간 기업 등이 주도해나가는 일본의 방식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일본에는, 다양한 번역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 정부에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함을 말한다. 3부의 마지막 글인 「서구중심의 세계문학 지형도와 아시아문학」은 소설가 방현석이 계간 『아시아』 편집주간을 역임하며 경험한 내용을 흥미롭게 그린 글이다. 베트남, 팔레스타인, 몽골 등과 직접 소통-교류에 나선 작가들의 모임을 소개하면서 아시아 각 문학들의 연대의 노력이 현재진행형임을 깨닫게 한다. 또한 그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남북작가회담에서 느낀 한국문학의 타자성을 통해 상호 이해와 소통이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임을 말한다. 다른 글에 비해 한결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지닌다.
또한 이 책의 말미에는 윤지관과 문학평론가 임홍배가 ‘세계문학의 이념은 살아 있다’는 주제로 나눈 대담이 수록되어 있다. 여러 주제들이 압축적으로 잘 담긴 가운데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이 책에 실린 각 글들의 입론들을 한결 편하게 되돌아볼 수 있다. 다소 딱딱한 논문 형식의 다른 글들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이 대담을 먼저 읽음으로써 『세계문학론』이 이야기하는 바를 쉽게 조망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